퀵바

준파키 님의 서재입니다.

성유물이 심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준파키
작품등록일 :
2022.05.14 20:02
최근연재일 :
2022.06.16 17:4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3,511
추천수 :
77
글자수 :
147,331

작성
22.05.14 20:08
조회
275
추천
9
글자
12쪽

개미집에 왜 왔니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이름을 지어달라고?

25년의 인생 동안 이름 같은 건 지어본 적이 아예 없는데?


[미리 말하는데, 지금 지어진 이름 영구 고정되는 거니까 대충 정했다간, 심장 갑자기 멈춰버리는 게 어떤 느낌인지 몸으로 배우게 될 거야.]


설마 첫 작명을 목숨 협받을 받으며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내 목숨을 위해 다 말라 죽어가는 감수성이라는 나무에 특대 농약을 넣어가면서 어떻게든 떠오르는 이름들을 나열해봤지만 딱 느낌이 오는 이름은 하나도 없었다.

상식적으로 즉석에서 노래 한 곡을 뽑아내는 힙합 가수들도 일단 비트건 주제건 영감이 되는 소재를 받고 하는데 나한테 대뜸 좋은 이름을 지어달라 해도 좋은 이름이 뿅하고 나타날 리가 만무하지.


타닥타닥-


“뭐, 뭐야?”


그때, 분명 중환자실일 복도쪽에서 묘한 소음이 들려왔다.

마치 건장한 성인 여러 명이서 뛰는 것 같은···


-쾅!


“여기있군.”

“갓뎀! 역시 들켰어!”

영화나 티비에 자주 나오는 검은 슈트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 남자 여러 명이 병원 에티켓은 볼일 볼 때 같이 흘리고 온 건지 문을 거의 부술 기세로 거칠게 밀며 병실 안으로 달려들었고, 마치 그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에드워드 씨는 품에서 재빨리 권총을 꺼냈··· 권총?

“그거 쏜다고 우리가 죽을 것 같아?”

“그럴 리가, 상급 헌터한테 이런 리볼버 백날 쏴봐야 생채기나 나면 다행이지. 근데 얘는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에드워드씨는, 양복들에게 향하던 총구를, 어째선지 내 쪽으로 옮겼다.


“저기 에드워드씨 저희가 만난 지가 아직 3시간도 안 됐지만 섭섭하셨던 게 있으면 제가 다 잘못했으니까 교양인답게 우선 대화로 풀죠.”


철컥-


각성자들은 병역 면제라 총기에 대해 아는 게 없지만, 지금 난 소리가 그 명칭 이름은 모르지만 안전장치 역할 하는 꽁지 내리면 나는 소리라는 건 알겠다.


“아니 씨발 이럴 거면 성유물 왜 줬어!?”

“방금 뭐라고···?”


피부색이 죄다 외국인인 것 같지만 제2 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했는지 내 외침에 양복남들이 전부 당황하기 시작했다.


“에드워드 당신 설마···!”

“그래 그 설마다. 코드 알파가 계약자로 여기 있는 이 녀석을 골라버렸어.”


알파?


“무슨··· 이제껏 그 많은 상급 헌터들을 써도 적합자 한 번 안 나왔는데···”

“어쨌건 가서 국장이랑 높은 분들한테 전해. 이미 알파는 우리 손을 떠나버렸다고. 그러니까 다 돌아가. 안 그러면 알파고 뭐고 다 날아가는 거니까.”


그러고 보니 쟤네 지금 다 영어 쓰고 있는 것 같은데, 난 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되는 거지? 이것도 성유물의 힘인가?


“일단, 물러간다.”


의외로 양복남들은 순순히 물러갔고, 에드워드씨도 곧바로 권총을 다시 품에 넣었다.


“나름 조심해서 다녔는데 벌써 들킬 줄이야··· 아, 저 녀석들은 성유물 연구소 소속 헌터들이야.”

“예···”

“해줄 이야기가 많지만 우선 배도 고플테니 어디서 밥부터 먹자. 먹고 싶은 거 특별히 있어?”

“아무거나 다 주는 대로 먹을게요, 아서.”


그러니까 다신 병실에서 권총 갖고 오지 말아주세요.


“아서? 내가 이름 잘못 말해줬던가?”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에드워드씨. 그냥 고기가 좀 먹고 싶네요.”




*

나를 휠체어로 옮긴 에드워드씨는 장애인 전용 택시를 불러 근처의 치킨집으로 갔다.


“저, 제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미국에 사는 양반이 아무 이유 없이 대륙 너머 나에게 성유물을 이식해준덴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별거 없어, 넌 헌터잖아. 그냥 이제까지처럼 헌터로서 살면서 강해지면 그걸로 돼. 맘에 드는 길드가 있으면 들어가도 되고.”

“그게··· 전부에요?”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널 계약자로 고른 건 내 의지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성유물의 의지야.”


한 손으로 닭다리를 호쾌하게 물어뜯은 에드워드씨는 반대쪽 손으로 내 심장을 가리켰다.


“이 나리에 온 것까진 내 의지였지만, 니 성유물, 나는 알파라고 부르는데 니 심장이 뚫린 장소 근처에 나도 있었는데 그때 알파가 날 조종해서 너한테 데려갔어.”

“···?”


성유물이 사람을 조종한다고?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 먹겠네.


“알파는 원래 수정구슬이었는데 멋대로 인공심장으로 변해버렸을 땐 나도 거품 물고 니 옆에서 쓰러질 뻔했다니까.”

“예···”

“아무튼 성유물한테도 자아가 있는 만큼 스스로 계약자를 골라버렸다면 거기서 이야기는 끝이야. 그나저나 너도 이제부터 힘들어지겠어~”

“예?”“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스탯 갱신은 언제 할 생각이야?”

“어, 가능한 빨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내가 sns도 인터넷 방송도 안 하지만 마음 같아선 당장 계정 하나 파서 온 동네방네 다 자랑하고 싶은 기분이다.


“너만 괜찮다면 아주 잠깐 정도만 숨기고 지내는 게 어때?”

“왜죠?”

뜻밖의 제안에 의아해하고 있으니 에드워드 씨는 포크로 치킨 무 하나를 찍었고


“일단 그 힘에 익숙해진 다음에 자랑하자고, 최소한 어떤 능력인지는 파악하고 제어할 순 있어야잖아.”


그러고보니 나 내 능력도 모르고 있었지.


[이봐 계약자, 내 이름 잊어버린 거야?]

아 맞다.

그거 말인데, 사람들이 널 알파라 부르던데, 그냥 그걸 이름으로 하는 건 어때?

알파, 시작이라는 뜻으로 나름 멋지지 않아?


[뭔가 대충 지은 느낌이 풀풀나는데···]

싫어?

그럴 것 같아서 차선책으로 안 그래도 생각해둔 이름이 있지.

심장에 있는 성유물이라 해서 심성인데 이게 마음에 들···


띠링-


********

이름:유인화

성유물:알파

힘:E+ 민첩:E

저항:F 체력:D+

마력:F 행운:E+

스킬

빙(氷)

********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상태창이 나타더니 성유물의 이름칸이 물음표 4개에서 알파로 변해있었다.

심성이가 어때서, 착해보이잖아.

그보다 스킬 쪽에도 이름이 생겼는데, 빙?

얼음과 관련된 스킬이란 건 알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인지 잘 모르겠다.


“확실히 이런저런 실험을 해봐야 알 것 같네요···”

“그렇지? 인적 드문 하급 던전 하나 빌려서 천천히 시험해보자고.”


*

던전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한번 공략하면 그래도 사라지는 1회용 던전과 몇 번을 공략해도 주기적으로 마수들이 부활하는 일반 던전으로, 이번에 내가 도전할 건 일반 던전이다.


“그나저나 이거 하루 대여하는 거 진짜 비쌀텐데···”


아무리 하급이라지만 그래도 마석이 나오고 소재가 나오니 하루 대여만 해도 몇억은 드는데···


“뭐 끽해야 최하급인 e급 던전이라 그렇게 안 비싸. 벌써 은퇴한지 8년이 넘지만 상급 헌터였거든. 가지고 있던 장비랑 팔면서 저금 많이 해둬서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즐겨.”


어쩐지 연구원이란 사람이 풍채가 너무 좋다 했더니 상급 헌터 출신이셨구나.

상태창에 나와있는 걸 내가 그대로 베낀 종이를 에드워드씨가 주시하는 사이, 나는 근처에 있는 게이트를 바라봤다.


각성하고 1년이 지날 때쯤부터 했으니 벌써 9년째 하고있는 일이지만 푸르스름한 빛들이 모여 만들어진 회오리의 단면 같은 게이트의 모습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휴대폰으로 이 던전의 평판을 검색해보니 몬스터는 더럽게 많은 주제에 마석도 작고 쓸만한 소재도 거의 없는, 하급이라지만 왜 이런 평일날 그렇게 바로 빌릴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는 곳이었다.


“단순히 스탯만 보면 혼자 가긴 불안하겠지만 넌 경험도 꽤 있어 보이니까 괜찮지? 진짜 안 될 것 같으면 언제든 귀한 스크롤 써.”


성유물이 알아서 다 알려줄테니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에드워드 씨는 가볍게 말했지만, 나는 그렇게 낙천적으로 있기 힘들었다.

조금만 방심해도 바로 사진에 검은 줄 2개 붙이게 될 수 있던 삶을 살았던 데다 바로 며칠 전 그 마수에게 심장이 뚫렸던 기억까지 더해져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주접 떨지 말고 빨리 들어가.]

주접이라니··· 니가 내 인생을 몰라서 그러는데


[니 기억 다 봐서 나도 다 아니까 그냥 들어가. 이제부턴 내가 있으니까 다신 그런 허접한 놈한테 다칠 걱정 하지 말고.]

“···”


맞다, 지금의 나한텐 세계에 5개, 아니 6개 밖에 없는 성유물이 있다.

난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

그렇게 바라던 힘을 얻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그대로 기세를 더해 게이트 너머로 몸을 던졌다.


-우웅


게이트를 완전히 지나가자 방금까지 뒤에 있었던 폐건물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대신 개미굴과도 같은 지하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쉬익-


침입자가 나타난 걸 깨닫자 곧바로 땅굴 전체에 위협 소리가 울려퍼졌고 곳곳에 파져 있던 구멍 속에서 개미형 마수들이 나타났다.

리트리버 수준의 크기도 있는가 하면 말 뺨칠 정도로 거대한 놈들까지 다양한 크기를 가진 하급 마수 킬러 앤트 수십 마리가 순식간에 나를 에워쌌다.


괜찮은 거겠지···?

가성비가 갑이라 애용하는 하급 몽둥이를 쥐며 나는 필사적으로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려 했다.


[죄다 약해빠진 것들 뿐이네, 뭐 그래도 수는 많으니까 훈련용으론 나쁘지 않겠어.]

내 심장 속 성유물, 알파는 조금도 겁 먹지 않았고 되려 예상보다 약해서 실망한 모양이다.

너무 당연한 걸 묻는 것 같아 미안한데, 스킬 이거 어떻게 써···?

[그냥 마음속으로 쓰겠다고 생각해. 아니면 스킬의 이름을 외쳐보던가.]

외, 외치라고?


“빙!”


알파의 조언대로 해봤지만 딱히 특별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쉬이익!


내가 위협이 안 된다고 판단한 건지 개미때들이 달려들기 시작했고 나는 울상을 지으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퍽-


끼에엑!

내 스탯은 하급 중에서도 하급이었지만 이 녀석들도 최하급인 f급 마수였기에 내 공격이 그럭저럭 통했지만 한두 마리를 처리하는 사이에 5마리는 추가로 덤벼오는 상황이었기에 울상을 피긴 힘들었다.


“뭐야 왜 안돼!?”

[하나도 이미지가 안 됐잖아. 머리 속에 확실한 이미지가 잡히지 않으면 안돼.]

“이미지?! 뭔 이미지를 하라는 건데!? 이름이라곤 딸랑 빙 하난데!? 얼음으로 된 뭉치를 쏜다던가! 뭔가 힌트가 있을 거 아니야!?”


점점 몰려오는 물량을 버티지 못하고 악에 받쳐 외쳐봤지만, 알파의 목소리는 느긋했다.


[그래, 잘 하네. 그렇게 생각하면서 써봐.]“뭐?”[진짜 일일이 떠먹여주지 않으면 못 하는 타입인가···! 니가 아까 말한 것처럼 얼음으로 된 뭉치를 던진다 생각하고 다시 외쳐봐!]

“그게 빙의 능력이야···?”

[닥치고 빨리 써!]

“빙!”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알파의 기세에 눌려 녀석 말대로 얼음으로 된 바위를 날리는 상상을 하며 스킬명을 외치자, 내 손 앞에 마력이 뭉치더니 상상했던 크기의 얼음 뭉치가 만들어졌다.


“···!”

[원하는 방향으로 팔을 뻗어!]

“응!”


알파님 소리쳐서 죄송합니다. 앞으론 전적으로 믿겠습니다!


콰직-


급한 대로 우선 내 다리를 물려고 하는 개미 쪽으로 팔을 휘두르자 뭉치는 그 방향을 따라 날아가 그 개미와 근처에 있던 2마리까지 함께 머리를 찍어버렸고 몽둥이론 몇 번을 풀스윙해야 겨우 흠집이 나는 녀석들의 머리가 너무나도 쉽게 터졌다.


“이게 내 스킬···!”


감동에 복받쳐 순간 눈물이 나오려 했지만, 아직 개미들은 많았다.

하지만 사람 참 간사한게 아까까지 그렇게 무서웠던 녀석들이 스킬 하나 생겼다고 큼지막한 게 노리기 좋은 과녁으로 보인다.




새로운 댓글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성유물이 심장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자객 22.06.16 35 0 9쪽
31 자객 22.06.14 33 0 10쪽
30 초원 22.06.13 37 1 10쪽
29 초원 22.06.11 37 0 10쪽
28 초원 22.06.10 45 0 10쪽
27 22.06.09 46 0 10쪽
26 22.06.08 45 0 10쪽
25 던전 브레이크 22.06.07 50 0 10쪽
24 던전 브레이크 22.06.06 48 1 10쪽
23 던전 브레이크 22.06.04 50 0 10쪽
22 마인 22.06.03 54 0 10쪽
21 마인 22.06.02 53 2 11쪽
20 유령의 성 22.05.31 63 2 10쪽
19 유령의 성 22.05.30 60 2 9쪽
18 적응 훈련 22.05.28 66 2 10쪽
17 적응 훈련 22.05.27 70 1 10쪽
16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2.05.26 68 1 11쪽
15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2.05.25 77 0 11쪽
14 역공 +1 22.05.24 87 1 10쪽
13 역공 22.05.23 78 0 12쪽
12 역공 22.05.21 82 0 10쪽
11 테러 +1 22.05.20 161 1 11쪽
10 테러 22.05.19 102 2 12쪽
9 마켓 +1 22.05.18 117 5 11쪽
8 마켓 22.05.17 139 2 10쪽
7 성유물 22.05.16 171 3 11쪽
6 성유물 22.05.15 188 5 11쪽
5 몽둥이질 +1 22.05.14 210 6 11쪽
4 카르마 시스템 22.05.14 234 7 11쪽
» 개미집에 왜 왔니 22.05.14 276 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