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준파키 님의 서재입니다.

성유물이 심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준파키
작품등록일 :
2022.05.14 20:02
최근연재일 :
2022.06.16 17:4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3,536
추천수 :
77
글자수 :
147,331

작성
22.05.18 14:28
조회
117
추천
5
글자
11쪽

마켓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어, 저기, 햄버거는 입에 좀 맞으신지···?”


내가 지금 뭐하고있는 걸까, 6살짜리 인조인간을 데리고 햄버거집에서 모닝세트를 먹고 있다.


“미국에 있을 때도 종종 먹어본 적 있는 음식입니다.”

“뭐, 미국에서 온 브랜드니까···”


불편한 점은 차고 넘치지만 그중 제일은 내가 말주변이 없는 건지 메이씨가 없는 건지 혹은 둘 다 없는 건지 어떤 문답을 하던 대화가 1분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어색한 공기 속에서 넘어갈 것 같지 않던 식사를 어찌어찌 끝냈고, 식후로 커피를 마시고 싶은 기분 반, 저 무감정한 시선에서 도망치고 싶은 기분 반으로 자리에 일어났다.


“저, 혹시 뭐 더 드시고 싶으신 거 있어요···?”

“···”

“어, 없으시면 전 잠깐 커피 한 잔만 시키고 올 게요···”“···바닐라 쉐이크로 부탁드립니다.”

“네? 쉐, 쉐이크?”


갑작스럽지만 아까 내가 동석 제안을 했을 때 호진이 녀석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 쉐이크! 바로 네, 그걸로 사올게요!”


안 그래도 이미 충분히 곱창난 분위기 더 어색해지기 전에 나는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분명 위아래 다를 거 없는 똑같은 공기였는데도 어째선지 계단에서 내려올수록 공기가 상쾌하게 느껴졌다.


[나 저 여자 싫어. 몸에서 나는 이상한 느낌도 싫지만 그냥 태도 같은 게 별로야. 재미없는 얼굴만 해서 무슨 생각하는 건지 알아보기도 힘들고, 관찰당하는 기분이라고!]

알파가 이렇게 누군가를 싫어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나름 놀라웠지만, 그 이상으로 몸도 없는 놈이 남의 얼굴 표정을 읽을 수 있다는 게 더 신기했다.


그나저나 얼굴만 보면 밀크티를 시킬 줄 알았는데 밀크쉐이크를 시킬 줄이야.

6살이라 했으나 나잇대에 맞는 음식이긴 하지만 뭔가 메이씨의 일면을 알게 된 느낌이다.

이른 아침이라 기다리는 줄도 없었기에 주문한 음료는 금방 나왔고 나는 그것들을 곧바로 위층까지 가지고 올라가 메이씨에게 건냈다.


“여기 밀크쉐이크요. 좋아하시나 봐요?”

“예, 미국에 있을 땐 이틀에 한 번은 꼭 마셔요.”

“···단 걸 많이 좋아하시나보네.”

“유님께선 뭔가를 오해하시는 것 같군요.”

“오해 말입니까?”


쉐이크를 내려놓은 메이씨는 그대로 손을 자신의 가슴 위도 가져다 댔다.


“비록 제가 성유물의 힘에서 비롯된 존재긴 하지만 인간의 유전자도 섞여 있기에 엄연히 희로애락은 남들만큼 느낄 수 있습니다.”

“···예.”


솔직히 영화나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감정 같은 게 없는 줄 알았는데, 평범하게 가지고 있었구나···


“다만, 박사님이 저를 만들며 실수를 하신 건지 저는 제가 느끼는 감정을 표정이나 목소리로 표현할 수가 없더군요.”

“아··· 그, 많이 힘드시겠어요.”


그 나물에 그 밥이겠지만 감정 자체를 못 가지는 것보다 감정 자체는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남들에게 표현하지 못하는 건 훨씬 괴로울지도 모른다.

감정이 없으면 자신이 남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지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면 반대로 남들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애초에 감정이 없으면 그런 것을 슬퍼하지도 않겠지만···


“그, 메이씨 말대로 오해를 한 것 같아, 죄송해요···”

“아무것도 전하지 않고 똑바로 이해를 요구하는 건 어리석은 바램입니다. 이제까지 말하지 않은 제 탓이 크니 괘념치 않으셔도 됩니다.”


남들에게 들으면 그냥 겉치래로 흘려듣겠지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 말로나마 전할 수 밖에 없는 메이씨의 입에서 나와서 그런지 어째선지 내 죄책감만 더 무거워졌다.

아 안 돼, 빨리 뭔가 화제를 바꿔···


“유님, 실례일 수도 있지만 조금 개인적일 수도 있는 질문을 해도 괜찮겠습니까?”“예? 아, 네! 뭐든 물어보세요.”


뭐를 묻든 지금 분위기에 침묵하는 것보단 덜 수치스럽겠지.


“유님은 어떤 꿈을 가지고 계신겁니까?”

“꿈···말입니까?”


어색할 때 꿈 이야기 묻는 건 학생 때나 하는 거 아니었나?


“꿈··· 목표라 생각하셔도 됩니다. 성유물은 계약자를 고를 때 그들의 인성, 실력, 자질등 각자만의 기준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 모두 계약자를 고르는 공통된 척도가 하나 있습니다.”

“그게 목표입니까?”

“정확히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의지, 혹은 독기라고도 부르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목표를 이루겠다는 각오와 그걸 위해선 어떤 지옥이든 걸어가겠다는 집착이 성유물이 계약자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생각한다고요? 에디씨가 해준 말이 아니라?”


메이씨는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저었다.


“반푼이라 해도 저도 성유물에서 태어나 존재, 그들의 힘을 일부나마 가지고 있는 만큼 그들의 사고방식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

“그래서, 미국의 수많은 상급 헌터들을 상대로 반응 한 번 안 주던 알파가, 자신의 형태를 바꿔서까지 계약하게 만든 유님의 집착과 의지로 이루고자 하는 꿈은 무엇인가요?”

“내 꿈···”


에디씨는 정의를 이루고 지키기 위해서 성유물을 개발하려고 한다 했다.

나는 그걸 속으로 유치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도 남말할 처지가 못 된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꿈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에디씨에 비하면 나는···


“강해지는 것···이겠죠.”

“강해지는 것 즉 힘을 추구하신단 말입니까?”“네, 강해지고 싶어요. 강해지고 강해져서, 모두를 지키고, 더 이상 그 누구도 잃지 않게 만들 정도로 강해지고 싶어요.”


유치하다고, 장황한 꿈이라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부모님을 잃은 이후 10년간 난 항상 무력했고, 그 누구도 제대로 지킬 수 없었다.

더 이상 무력하게 도망치는 것도, 뒤에서 보호받는 건 지긋지긋하다.

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남들에게 몇 번 밝힌 적 없던 꿈을 말해버린 나는 메이씨 빼고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텐데 괜히 주위 시선이 부담스럽고 쪽팔려져서 얼굴을 숙여버렸다.


“조, 조금 많이 이상한가요···”“···”


과묵한 거랑 별개로 질문엔 꼬박꼬박 대답해주던 메이씨가 아무 말도 안 하는 모습에 조금 불안해져서 고개를 올려서 그녀의 얼굴을 살폈고, 어째선지 메이씨는 양손의 검지로 자신의 입꼬리를 약간 올리고 있었다.


“뭐, 뭐하세요···?”

“말했다시피 저는 표정을 짓지 못하니, 이렇게나마 제 감정을 표현해보려고 한 거지만, 많이 어색합니까?”


그러니까 나름 웃고 있다는 걸 표현하는 거라는 거지?


“풉.”


그 어색한 모습에 나는 실례라는 걸 아는 데도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많이 이상한가 보군요.”

“아니에요, 엄청 자연스러웠어요. 그냥, 누가 제 꿈을 웃어준 게 너무 오랜만이라···”

“유님은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밝히셔도 됩니다. 조금도 부끄러운 게 아니니까요.”

“그러게요.”


생각해보니 다른 것도 아니고 성유물인 알파가 인정해준 꿈인데 그 누가 내 꿈을 비웃을까.


“메이씨, 슬슬 일어나죠.”

“몇번이고 말씀드렸지만 저를 메이라 불러도 됩니다.”

“그럼 저도 성이 아니라 이름으로 부르세요. 그럼 메이라 불러줄게요.”

“성이 아닌 이름 말입니까? 그럼 인화님···”

“님도 오래 볼 사인데 너무 딱딱하니까 그냥 인화씨라 부르세요. 그냥 인화라 불러도 되고요.”“알겠습니다. 인화씨.”


짧은 시간이었지만 평생 멀것만 같았던 나와 메이씨, 아니 메이와의 거리가 확 줄어든 것 같았다.




*

“으아··· 사람 많네···”

마켓의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그 북적이는 인파에 무심코 혀를 내둘렀다.

서울에 사람 많은 게 대수냐 싶지만 그걸 감안해도 마켓은 너무 붐볐다.

거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헌터라 그들이 장비하고 있는 갑옷이나 무기 같은 것도 이 숨 막히는 인파에 한 몫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 오늘 토요일이지.”

“주말에 사람이 몰리는 건 이곳도 마찬가지군요.”

“이, 일단 중급 헌터용 매장으로 가자!”


어찌어찌 인파 사이를 해치고 엘리베이터를 발견해 중급 헌터 전용 장비를 파는 층으로 이동하니, 사람은 여전히 많았지만 로비에 비하면 천국이었다.


“정말 중급 헌터용 장비만으로 괜찮겠습니까? 낮은 스탯에서 성유물과 계약한 헌터는 사례가 셋밖에 없지만 셋 모두 단기간에 상급 헌터 수준까지 성장했습니다. 특히 성배에 비해 빠른 성장률을 보이는 알파의 특성상 당장은 힘들어도 한 번에 사두시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


돈 문제라면 걱정 안 해도 된다며 메이는 에디씨한테 받아온 건진 모르겠지만 아침드라마에서 많이 보는 검은 신용카드를 꺼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제가 지금 어떤 장비를 쓸지 딱 못 정한 상태거든요. 하급땐 그냥 가성비 좋은 몽둥이만 쓴 거라. 그래서 중급 헌터용으로 여러 개 사서 뭐가 잘 맞는지 시험해보려고요.”


안 그래도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녀석도 하나 있고.


“인화씨가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하지만 최소 방어구만큼은 상급에 맞추시는 게···”“혼자 다닐건데 지금 상급 방어구 쓰면 느려져서 오히려 방해에요!”


뭐라고 해야할까, 메이씨 은근히 끈질기다고 해야할까, 까놓고 말해 엄마 같다.

우리 엄마도 돌아가시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계셨다면 나한테 이런 잔소리를 하시며 살았을까···


끈질기게 상급 장비를 고르라고 추천하는 메이씨를 무시하고 여러 장비를 둘러봤지만, 딱 와닿는 건 없었다.


“무난하게 검부터 사용해볼···어?”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며 인적이 드문 코너를 지나다가, 그 코너의 벽에 걸려있는 무기들에 눈이 끌렸다.


쌍검이나 너클, 쌍절곤등, 이 가게의 세일즈 포인트인지 모든 무기들이 2개로 한 쌍을 이루고 있었다.


양손 무기 전문점 콩

양손 무기 전문점 콩


문득 코너의 이름을 보니, 실수인지 강조인지 어째선지 간판이 2개가 붙어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냥 변덕으로 해본 거지만 몽둥이 2개 들고 싸우는 거, 뭔가 집중이 잘 됐지.


“인화씨, 여기 무기가 신경쓰이시나요?”

“어? 어···”“그럼 이거로 하죠.”

“어? 잠깐만···”


구체적으로 뭘 구할지 아직 정하지도 않았

당황한 나를 재쳐두고 가게로 들어간 메이는 대뜸 종업원 앞에서 손가락으로 가게를 가리킨 채 한 바퀴 돌더니


“전부 계산해주세요.”“예?”

“네?”

나랑 점원 둘 다 얼이 빠지거나 말거나, 메이씨는 내 쪽으로 몸을 돌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보더니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만들었다.

표정이 조금도 바뀌지 않았지만 어째선지 그녀가 살짝 만족스러워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 같았다.




새로운 댓글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작가의말

오늘은 사정이 있어서 일찍 올립니다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성유물이 심장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자객 22.06.16 36 0 9쪽
31 자객 22.06.14 34 0 10쪽
30 초원 22.06.13 37 1 10쪽
29 초원 22.06.11 38 0 10쪽
28 초원 22.06.10 45 0 10쪽
27 22.06.09 47 0 10쪽
26 22.06.08 46 0 10쪽
25 던전 브레이크 22.06.07 51 0 10쪽
24 던전 브레이크 22.06.06 49 1 10쪽
23 던전 브레이크 22.06.04 51 0 10쪽
22 마인 22.06.03 55 0 10쪽
21 마인 22.06.02 54 2 11쪽
20 유령의 성 22.05.31 64 2 10쪽
19 유령의 성 22.05.30 61 2 9쪽
18 적응 훈련 22.05.28 67 2 10쪽
17 적응 훈련 22.05.27 70 1 10쪽
16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2.05.26 69 1 11쪽
15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2.05.25 78 0 11쪽
14 역공 +1 22.05.24 88 1 10쪽
13 역공 22.05.23 79 0 12쪽
12 역공 22.05.21 83 0 10쪽
11 테러 +1 22.05.20 162 1 11쪽
10 테러 22.05.19 102 2 12쪽
» 마켓 +1 22.05.18 118 5 11쪽
8 마켓 22.05.17 140 2 10쪽
7 성유물 22.05.16 172 3 11쪽
6 성유물 22.05.15 189 5 11쪽
5 몽둥이질 +1 22.05.14 210 6 11쪽
4 카르마 시스템 22.05.14 235 7 11쪽
3 개미집에 왜 왔니 22.05.14 276 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