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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파키 님의 서재입니다.

성유물이 심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준파키
작품등록일 :
2022.05.14 20:02
최근연재일 :
2022.06.16 17:4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3,534
추천수 :
77
글자수 :
147,331

작성
22.06.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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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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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인화씨, 혹시 아직도 어디가 아프신가요?”

“아니? 포션도 먹어서 상처랑 다 나아서 하나도 안 아픈데?”

“그런 것치곤 표정이 좋지 않으십니다.”

“···안 숨겨졌나 보네.”

기분 나쁜 걸 괜히 남한테 드러내고 싶진 않았는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나보다.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그냥··· 추한 질투랑 열등감. 이제 더 이상 안 가져도 되는데, 쉽게 떨쳐지지가 않네?”

“···물어보셔도 대답해주시지 않을 거죠?”“아직은, 내가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을 때 알려줄게.”

“그럼 그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메이는 더 이상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지만 이런 어색한 분위기 자체가 싫었던 나는 그것을 환기할 방법을 필사적으로 생각했고, 곧 고명호가 건내줬던 쿠폰을 떠올렸다.


“아 맞다! 메이, 이거 봐봐. 스킬 교환권, 그것도 B급이야!”“교환권 말입니까···? 미국에서도 보기 힘든 물건인데 대체 어떻게···”

“그게 사실 고명호 녀석이···”


끼익-


“으악!?”


그러니까 브레이크 좀 그렇게 세게 하지 말라고!

안전벨트를 안 맸다면 창문으로 튀어나갈 정도로 내 몸은 크게 앞으로 쏠렸고 그것을 항의하려 했으나 그 전에 메이가 다시 내 어깨를 붙잡고 여지를 없애버렸다.


“놈이 나타난 겁니까? 대체 어디서 언제, 해코지를 당하시진 않으셨습니까? 다친 곳이나 저주를 받았다면 숨기는 것 없이···”

“진정 좀 해라! 아무것도 안 당했어! 지도 E급 건들면 쪽팔린 줄 아니까 나보고 강해지래! 지가 건드려도 안 쪽팔릴 만큼! 그러라고 이거 준 거야!”

“당장 갖다 버리죠, 테러리스트가 준 걸 넙죽 받을 순 없습니다.”

“아 그러니까 진정 좀 하고! 일단 에디씨한테 가져가서 감정 받아보자고!”

솔직히 나도 고명호의 생각을 이해할 순 없지만 S급 헌터라는 세상 부럽지 않은 자리를 걷어차고 테러리스트가 된 놈의 행동이나 사고 방식을 이해하면 그것도 이상하다.

그리고 내 감에 불과하지만 이건 정말 아무 문제도 없을 거다.

알파도 딱히 문제를 못 느끼는 것 같고.


“그렇다 해도 위험할 가능성은 배재할 수 없습니다. 우르보로스의 규모를 생각하면 박사님이라도 발견하지 못하는 저주같은 게 숨겨져 있을 지도 모르죠. 정 원하신다면 그걸 팔고 제가 던전을 돌아서 돈을 벌어 새로 구해드릴테니까 포기하죠.”

“일단 가서 생각해보자. 그리고 녀석 말로는 우르보로스가 너랑 나를 주시하고 있대.”“예···?”


고명호의 마지막 말을 전해주자 그때까지 무표정하게 나한테서 쿠폰을 내놓으라고 압박을 내며 점점 다가오던 메이의 손이 멈췄다.


“너는 몰라도 나까지 노리는 걸 보면, 설마 알파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럴 리가··· 라고 하기엔 가능성이 아예 없다곤 못 하겠군요···”

어찌됐건 조금 진정은 됐는지 메이는 다시 운전을 시작하며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


“알파에 대한 건 사실 연구소 내에서 직급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 중 하나였습니다. 물론 나름 기밀로 여겨지는 사항이었지만 과연 그 정보가 유출되지 않았을지는···”“과연 알 놈은 아는 정도의 비밀이다 뭐 이거야?”

“적어도 현 성배의 계약자는 확실히 알고 있죠. 하지만···”

“하지만?”

뜸을 들이던 메이는 약간 자신이 없는 듯, 혹은 불안한 듯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그 경우엔 인화씨만이 아닌 저도 주시하고 있다는 점이 조금 마음에 걸립니다.”

“그런가?”“예, 단순히 S급에 필적하는 전력이 나타나 테러를 방해했으니 우르보로스에게 주목당하는 일이야 이상할 게 없지만, 인화씨와 같이 묶여서 주시당한다는 건, 어쩌면 제 정체를 아는 인간이 우르보로스에 있을지도 모르죠. 이건 알파와는 아예 상황이 다릅니다.”


나는 처음 만날 날 에디씨가 대뜸 밝혀버린 탓에 잘 모르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메이의 정체는 알파보다 더 기밀시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


“단순히 기술 부족으로 재현이 불가능한 알파와 달리 제 경우는 일부 조건만 만족하면 양산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제 정체가 들켜진다면 윤리적으로 큰 논란이 생겨나고 저를 따라하기 위해 입에 담기 힘든 비극들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게 되겠죠. 그런 이유로 저는 태어나자마자 존재가 지워져 이렇게 박사님의 조수라는 신분으로 살고 있기에 제 정체를 아는 사람은 제가 아는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나도 포함해서?”“예, 인화씨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이거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가 보네···



*

“메아와 인화 둘을 주목한다라··· 그건 좀 수상하네···”


집에 돌아온 후, 곧장 에디씨에게 가서 고명호가 해준 이야기를 들려주자 에디씨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메이와 같은 걱정을 했다.


“메이의 정체를 아는 건 나랑 연구소장, 그리고 극히 일부 밖에 없는데··· 그걸 세상에 밝힐만한 사람은 없어. 아니 없다고 나는 생각해.”


없다고 말하고 싶어도, 만약 우르보로스가 메이를 노리는 이유가 그녀의 정체 때문이라면 이미 누군가가 그것을 누설했다는 소리였기에 에디씨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어쨌건 그 고명호라는 테러리스트가 준 교환권은 아무 문제도 없어 보여. 아니 그보다 잘 보면 이거 미국쪽 마켓 스티커 붙어있는데 아마 구매도 합법적으로 한 거 같은데?”

“짝퉁 팔이범이 지가 쓸건 진품만 찾는 그런 원린가.”


뭐 어쨌든 메이의 호들갑과 달리 교환권엔 아무 문제도 없는 것 같다.


“근데 뭐 가지고 싶은 스킬 있어?”“개인적으로 검성의 자질도 있고 의태로 날붙이도 언제든 꺼낼 수 있으니까 [슬래시]를 써볼까 생각 중이긴 한데요.”

“[슬래시] 범용성 좋은 스킬이지. 나쁜 선택은 아니야. 근데 슬래시는 생각보다 물량이 있어서 좀 아깝지 않아?”“저도 그래서 고민 중이에요.”

나한테 필요한 스킬이 뭘까.

차에 탄 순간부터 줄곧 고민을 해봤지만 잘 모르겠다.

알파, 니가 보기엔 내가 어떤 스킬을 가지는 게 좋을 것 같아?


[니 꿈에 맞는, 너가 원하는 형태의 힘을 쥐어야지. 그런 걸 왜 남한테 물어?]

“내가··· 원하는 힘?”

“뭐라고?”

“알파가 제가 원하는 힘을 얻으라는데···”


내가 원하는 힘은 사람들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

즉, 강해질 수 있는 힘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지킬 수 있는 힘이란 건 뭘까?


“일단 오늘은 고민해봐. 너한테 맞지 않으면 못 이길 수 있으니까 여러 개 생각해 보고.”

“네···”

“아 맞다, 그리고 너 전화기 부서진 거 새로 샀어. 가게에 물어보니까 전화번호도 복구할 수 있다고 해서 복구해뒀어.”

“아, 감사합니다.”


세상 좋아졌다고 내심 감탄을 했지만 스킬에 대한 고민 때문에 그 이상 반응하지 않고 조용히 폰을 받아 집으로 돌아갔다.




*

“내가 바라는 힘··· 으음··· 단순히 뭔가를 쏘거나 날리는 건 이미 알파의 힘으로 충분하고 패시브 스킬에 쓰긴 뭔가 아까운데···”


도저히까진 아니지만 가능한 눈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종류의 스킬을 얻고 싶다.

인터넷으로 B급 스킬의 종류들을 찾아봤지만 딱 와닿는 게 없었다.

정확히는 매력적인 스킬은 많았지만 그 중에서 내가 뭘 바라는 지 알기가 힘들었다.


“잠깐 머리 좀 쉬자.”


이대로 계속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올 것 같아 새로 받은 휴대폰을 켜보자,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부재중 전화가 꽤 있었다.

대부분 오늘 만났던 E급 동료들이나 협회에서 온 전화로 난 가족도 없고 친척들하고도 연을 끊고 살다 보니 그 외의 전화는 대부분 스팸이었다.


“응?”


부재중 전화나 문자를 일일이 확인하던 중, 오늘 만났던 동료 중 하나였던 녀석이 불과 몇시간 전에 연락했던 기록이 있었다.

그것도 3번이나.

이 시간 때면 내가 전화기가 망가졌다는 걸 말해준 이후였는데···


“뭐지?”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거니, 몇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가 연결됐고, 어째선지 녀석의 목소리는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야, 유인화! 너지?”

“뭐, 뭐가?”

“오늘 거리에서 늑대들 해치운 놈!”

“뭐?”


이 녀석이 그걸 어떻게?


“무, 무슨 소리야···?”

떨리는 목소리를 어떻게든 억누르려 하는데, 어째선지 녀석의 목소리는 나보다 훨씬 많이 떨려서 마치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니가 남자애 하나 구해줬잖아! 얼음으로 된 벽같은 거 만들어서!”

“···그, 그걸 니가 어떻게.”

“걔, 내 남동생이야···!”


그 말에, 내 가슴이 철렁거리는 게 느껴졌다.

술자리에서 지나가듯 들은 이야기지만 이 녀석도 부모님이 돌아가신 바람에 이 녀석이 가장으로 살면서 하나 남은 남동생 뒷바라지를 해주고 있단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춘기라 종종 싸우지만 그래도 유일한 가족이라고 아끼는 티를 엄청내서 야유를 해줬는데, 설마 그 녀석이 걔야?


“고마워··· 동생이 전에 니 사진 본 적 있다고 해서 말해줬어, 진짜 고맙다··· 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는데, 진짜 고마워···!”


녀석은 끝내 울먹이며 나한테 몇 번이고 감사를 반복했고, 나는 말없이 녀석의 감사인사를 들었다.

알파, 내가 말했지?


[흥.]

녀석의 끝없는 감사를 한참을 더 들은 다음 조용히 전화를 끊은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떤 힘을 가지고 싶은지, 그 의문의 대답이 방금 녀석의 전화를 통해 나온 것 같다.


“내가 바라는 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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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던전 브레이크 22.06.04 5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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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마인 22.06.02 54 2 11쪽
20 유령의 성 22.05.31 64 2 10쪽
19 유령의 성 22.05.30 61 2 9쪽
18 적응 훈련 22.05.28 67 2 10쪽
17 적응 훈련 22.05.27 70 1 10쪽
16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2.05.26 69 1 11쪽
15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2.05.25 78 0 11쪽
14 역공 +1 22.05.24 88 1 10쪽
13 역공 22.05.23 79 0 12쪽
12 역공 22.05.21 8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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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테러 22.05.19 102 2 12쪽
9 마켓 +1 22.05.18 117 5 11쪽
8 마켓 22.05.17 140 2 10쪽
7 성유물 22.05.16 172 3 11쪽
6 성유물 22.05.15 189 5 11쪽
5 몽둥이질 +1 22.05.14 210 6 11쪽
4 카르마 시스템 22.05.14 235 7 11쪽
3 개미집에 왜 왔니 22.05.14 27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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