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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파키 님의 서재입니다.

성유물이 심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준파키
작품등록일 :
2022.05.14 20:02
최근연재일 :
2022.06.16 17:4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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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2
추천수 :
77
글자수 :
147,331

작성
22.06.0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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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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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마인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아아아!!”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자신을 죽인 리치의 수족이 되어버린 헌터는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자기 몸만한 대검을 휘둘렀다.


이 던전에서 만난 그 어떤 마수보다 빨랐기에 당황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고명호처럼 아예 반응도 못 할 수준은 아니었기에 몸을 뒤로 빼며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턱을 발로 걷어찼다.


“아아?”


큰 기대를 하며 날린 공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힘주고 찼음에도 구울은 마치 배드민턴하다 라켓 살짝 맞은 정도의 미세한 반응만 보일 뿐 조금도 아파하지 않았다.


“속도에 비해 강한 힘과 튼튼한 맷집··· 생전의 포지션은 탱커인가.”

별로 죽은 경위 같은 건 상상하긴 싫지만 호기롭게 던전에 들어왔지만 예상 외로 애를 먹게 되었고 끝내 보스에게 밀려 다른 파티원들이 도망치도록 혼자 남아 시간을 벌다 결국 죽어서 리치의 수족이 되었다, 뭐 이런 건가.


내가 감정 스킬이 없다 보니 정확한 스탯이나 등급은 모르겠지만 대략 C급는 될 것 같은데, 방심했다간 크게 다치겠어.


“싫어··· 사, 살려줘···”

“어, 금방 편하게 해줄게!”


현재 내 힘 스탯은 C-, 저 사람보다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겠지만 아까 얻은 경화의 소소한 보정과 검성의 자질로 아마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 거다.


쾅-


예상했던 대로 낫과 구울의 대검이 부딪치자 우리 둘 사이엔 명백한 힘의 차이가 있음에도 어느 한쪽이 밀려나지 않고 대등한 힘 겨루기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저쪽은 무기의 무게와 구울이라는 특징 때문에 나보다 움직임이 느렸고 공격을 흘리며 파고들자 구울의 가슴을 벨 수 있었다.


“아파! 아아! 싫어!!!”

“윽!?”


퍼엉-



살아있는 사람이었다면 폐를 비롯해 심장까지 베여 그대로 절명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는 이미 죽어서 장기가 제기능을 안 하고 있는 구울이었기에 그냥 아플 뿐 움직이는데 큰 이상은 없었다.

고통에 비명을 지르던 구울은 생전에 무슨 특별한 스킬이라도 있었던 건지 갑자기 몸에서 충격파 같은 게 나와 그것에 휘말려 날아가버렸다.


낙법 실수했다간 그대로 허리부러질 뻔 했네···

스킬이 있을 줄이야, 아니 구울이 돼서도 쓸 수 있을 줄이야.

예상 외의 정보를 아직 몸이 멀쩡할 때 알게 돼서 다행이라 해야할까, 어쨌건 확인하고 싶었던 점은 다 확인했으니 상관없다.


방금의 공방으로 내가 구울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아픈 건 알겠는데 기왕 아픈 거 좀만 더 아파라!”


육상 선수들이 달리기 위한 준비를 할 때처럼 몸을 낮춘 나는 구울이 들어오길 기다렸고, 역시나 구울은 무지성으로 날 자신처럼 만들기 위해 달려들었다.


“빙!”


바닥에 손을 갖다댄 채 성유물의 힘을 쓰자, 먼지와 금으로 가득 차 있던 돌바닥이 마치 아이스 하키장처럼 매끈한 얼음 바닥으로 바뀌었고, 대책 없이 뛰던 구울은 그대로 발이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다.


“으, 아?”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른채 미끄러지는 구울쪽으로 접근하기 위해, 하지만 구울처럼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땅을 박차 뛴 나는 그대로 대검을 쥐고 있는 구울의 팔목을 붙잡은 다음 다시 성유물의 힘을 사용했다.

안 그래도 싸늘한 시체라 차가웠던 팔목이 진짜로 얼어버렸고 다른 팔의 날로 공격하자 쉽게 부서졌다.


“아파아아아!!!!!”

놈이 다시 스킬로 추정되는 충격파를 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녀석을 발로 차며 거리를 벌렸고 얼음 바닥 덕분에 녀석은 내가 피할 만큼 충분한 거리가 밀려갔다.


쨍그랑-


녀석의 충격파는 애먼 얼음바닥만 부쉈고 덕분에 나는 다시 바닥 신경 안 쓰고 뛸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저 스킬 성가시네···”


내가 원거리로 공격할 방법이 별로 없어서 붙어야 하는데 또 붙이면 저걸로 밀려나고 그렇다고 멀리서 짜잘하게 공격하는 거론 아파하는 티도 안 내고.

아마 생전엔 탱커로서 상당히 유능한 인간이었겠지.

어쨌건 이제 무기는 쓰기 힘들테니 리치만 조심하고 천천히 하자.


[조심해. 저 리치 뭔가 느낌이 변했어.]


알파의 뜬금없는 경고에 고개를 돌려보니 확실히 리치의 기운은 아까랑 어딘가 달랐다.


[저 마력, 안다, 저 힘, 그거다. 나타났다, 드디어, 해방이다.]

“뭐?”

당췌 알아먹기 힘든 말들만 골라서 하던 리치는 갑자기 지팡이를 자기 손으로 부러뜨리더니, 그 안에 박혀있는 탁한 빛의 마석을, 삼켰다.


“뭐, 뭐야?”


열화된 리치는 고사하고 평범한 리치도 저런 식으로 싸운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는데···


[아, 으, 아···]


짤막한 비명같은 소리를 내던 리치는, 갑자기 목부분이 떨어져 버렸다.

아니 목만이 아니라 두 팔과 골반 부분도 떨어져 나가 삼킨 마석이 있는 갈비뼈 부분만 남았고, 뒤집어 쓰고 있던 로브들이 그 부분을 마치 보자기 싸듯 가렸다.


두근-


로브로 가려진 리치의 갈비뼈는 그 마력으로 중간중간 요동쳤고, 나는 그 모습이 마치 거대한 심장처럼 보였다.

나도 구울도 무언가 기이함을 느낀 건지 서로 싸우다 말고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촤락-


“뭣!?”

“아···?”


그리고 30초쯤 지났을까, 갑자기 로브에서 거무적한 촉수들이 튀어나와 이쪽으로 날아왔고 나는 급히 몸을 벽쪽으로 던져 녀석들을 피했다.

재빠르게 반응한 나와 달리 구울은 여전히 우둔하게 서있다나 촉수에 잡혀버렸고, 녀석들에게 끌려가기 시작했다.


“뭔진 모르겠지만, 이대로면 위험해!”


말로는 설명 못 하는 무언가를 느낀 나는 정체를 모르는 것엔 접근해선 안 된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달려가 온 힘을 담아 구울의 목을 잘랐다.


“아악···아···파···”


결국 구울이 된 헌터는 자신의 말로를 끝까지 이해하지 못한 채 죽어버렸고 그 모습엔 동정심이 생겼지만 그것도 잠시 로브에서 촉수가 다시 튀어나와 잘려나간 목도 끌고 갔다.

마석까지 끌려온 구울의 시체는, 그대로 로브가 펼쳐지더니 그 안으로 흡수됐다.

“뭐야 저게···”


로브의 안은 아까 봤던 갈비뼈와 마석이 아닌 마치 게이트처럼 마력으로 가득한 무언가 이질적인 것으로 가득차 있었고, 이내 그 안에서 구울과도 리치와도 다른, 고양이처럼 털이 가득한 팔이 삐져나왔다.

팔을 시작으로 몸통, 다리, 머리가 하나하나 나타났고 완전히 모습을 들어낸 것의 정체는, 사자를 인간의 형태로 만든 것 같은 기이한 마수였다.


“흐음.”


말이라고도 할 수 없는 코웃음 하나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녀석이 리치나 구울과는 비교도 안 되는 높은 지능과 명확한 자아가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알파, 얘는 대체 뭐냐···”

[마인···]

“마인? 그게 뭔데?”

“무얼 혼자 떠들고 있는 거지?”


리치의 언어가 이해된 건 알파덕이라 해도 저 새낀 뭔데 한국어를 유창하게 쓰냐.

본관 물어보면 경주 김씨 뭐 이런 대답 나오는 거야?


“뭐?”

“말이 짧다.”

“!?”

마수가 한국말은 한다는 것에 정신 팔려 별 생각 없이 되물어 봤을 뿐인데 그게 저 마인이라는 놈의 심기를 거스르게 한 건지 녀석은 내 눈으로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다가와 내 목을 졸랐다.

뭐야 이 녀석, 중급 던전에 나올 수준이 아니잖아!?


“약하군, 너무 약해. 너도, 이 공간도, 정말로 너가 우리의 보물에 선택받은 놈이 맞는 거냐?”

“···?”


보물? 선택?

다 뭔 소리야···?

설마 알파를 말하는 건가?

아니 그보다 지금은 일단 벗어나야해!


“···아.”

“음?”

“···보···물···말이지···?”

“이거 의외군, 시대가 제법 바뀌었을 텐데 보물의 존재를 알고 있는 건가.”

“그게 말이야······”

“너무 강하게 졸랐나··· 말해봐라, 죽이기 전에 들어줄테니 1초라도 오래 살고 싶으면 전부 실토하도록.”


녀석의 흥미를 끄는데 성공한 나는 목에 들어간 힘이 약간 풀어졌고 녀석은 내 입을 자신의 귀 가까이에 댔다.


“려···?”

“뭐?”

“얼려 알파! 최대출력으로!”“무슨···윽!”


친절하게 가까이 대준 녀석의 귀를 물며 나는 알파에게 힘을 쓸 것을 지시했다.

아무리 못해도 A급은 되는 스탯인 놈을 상대로 지금 통하는 건 오직 알파의 힘 밖에 없다.

상황의 시급함을 인지한 알파는 다른 때처럼 나한테 잔소리하는 일 없이 곧바로 녀석의 몸 전체를 얼려버렸고 반사적으로 손아귀가 풀려난 덕에 자유를 되찾은 나는 숨고를 틈도 없이 바로 움직였다.


“의태!”


푹-


아무리 알파가 강하고 무리해서 출력을 올렸다 한들, 저 녀석이라면 깨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녀석의 가슴 중앙에 있을 마력을 노려 낫을 휘둘렀고, 다행히 내구도는 엉망인지 녀석의 가슴팍은 쉽게 부서지고 아까 리치가 삼킨 마석이 들어났다.

나는 곧바로 다른 팔로 그것을 부순 다음 혹시 몰라 몸을 뒤로 빼 소매에서 스크롤을 꺼내 당장이라도 찢을 수 있도록 양손으로 잡으며 상황을 살폈다.


쩌적-


“임시라곤 하나 육체가 이렇게 허약할 줄이야.”


마석이 사라지면 절명하는 게 보통인데 녀석은 상반신이 날아간 상태에서도 얼음을 부수더니 멀쩡하게 말을 했다.

다만 녀석의 마력이 점점 흩어져가는 게 느껴졌고 본인도 그걸 아는지 처음 만났을 때 같은 적의는 보이지 않았다.


“거기 인간, 니 기지엔 좀 놀랐고, 즐거웠다. 그러니 특별히 내 이름을 가르쳐주도록 하지. 내 이름은 가루루, 상급 마족이다. 인간, 너의 이름을 물어보마.”

“유인화···”“유인화, 기억하마··· 언젠가 또 다른 던전에서 만나도록 하지. 후하하.”


그 말을 끝으로 녀석의 몸은 그대로 재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뭐였지···?”


겨우 2분도 안 돼서 사라졌지만 앞으로 평생 녀석을 잊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녀석이 했던 말들을 유추해보면 여기 있던 건 임시로 만든 육체고 육체가 사라져도 죽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리고 또 보자는 말을 보면, 앞으로 던전을 돌 때마다 마주칠 수도 있다는 소린데···

애초에, 마인이란 건 뭐지?


뭐라고 해야할까, 의도치 않게 던전의 정체에 다가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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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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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던전 브레이크 22.06.06 49 1 10쪽
23 던전 브레이크 22.06.04 51 0 10쪽
22 마인 22.06.03 55 0 10쪽
» 마인 22.06.02 54 2 11쪽
20 유령의 성 22.05.31 64 2 10쪽
19 유령의 성 22.05.30 6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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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적응 훈련 22.05.27 7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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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2.05.25 78 0 11쪽
14 역공 +1 22.05.24 8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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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역공 22.05.21 8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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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테러 22.05.19 102 2 12쪽
9 마켓 +1 22.05.18 117 5 11쪽
8 마켓 22.05.17 140 2 10쪽
7 성유물 22.05.16 17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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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몽둥이질 +1 22.05.14 210 6 11쪽
4 카르마 시스템 22.05.14 235 7 11쪽
3 개미집에 왜 왔니 22.05.14 27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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