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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파키 님의 서재입니다.

성유물이 심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준파키
작품등록일 :
2022.05.14 20:02
최근연재일 :
2022.06.16 17:4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3,509
추천수 :
77
글자수 :
147,331

작성
22.05.27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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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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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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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적응 훈련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지윤이는 택시를 잡아 먼저 돌아갔고 원래 예정대로 장비를 보기 위해 메이의 차의 조수석에 앉아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는데, 메이가 말을 걸었다.


“거듭 말하지만 인화씨가 죄책감을 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러겠지만, 감정이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네.”

“다행히 조금 나아지신 것 같군요.”“?”

“부정도 분노도 공포도 느끼셨고 이제 흥정의 단계니 이제 받아들이는 것만 남았네요.”

“···미안한데 무슨 소리야?”


내가 모르는 뭐 논문에 나온 법칙 같은 건가?


“어라?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라고 못 들어보셨나요? 미국 말고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밈이라 들었는데.”

“내가 10년간 바쁘게 살아서 유행에 좀 많이 뒤쳐져 있거든.”

“그런데 인화씨, 무기는 다 챙겨가실 겁니까?”

“그 많은 걸 어디에 담아가, 많아야 한 번에 3개밖에 시험 못 하겠더만.”


내 말에 이상한 점이 있던 건지 메이는 운전하다 말고 고개를 이쪽으로 돌려 나와 눈을 마주치며 갸웃거리더니, 곧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입을 동그랗게 벌렸다.


“인화씨, 혹시 인벤토리의 존재를 아직 모르시는 건가요?”

“인벤토리?”

“네, 성유물에 내포되어 있는 무한에 가까운 아공간으로 계약자는 자신의 의지로 그 공간을 열고 물건들을 넣었다 뺄 수 있다고 합니다.”

“알파, 그런 게 있어?”


[있긴 했는데 내가 아직 동화율이 낮아서 못 썼어.]


못 썼어라고 과거형을 쓴 이유는 지금은 쓸 수 있는 거야?


[어, 니가 주제도 모르고 목숨 귀한 줄도 모르고 생각 없이 막 날뛴 덕분에 동화율이 좀 올랐어.]


알파의 말투엔 가시가 돋아있었지만 나름 날 걱정한 걸 들키고 싶지 않아 일부로 쏘아붙이듯 말하는 거겠지. 적어도 난 그렇게 믿고 싶다···




*

메이가 말한 건물이란 건 정말 강남의, 그것도 시내 한쪽에 세워져 있는 5층 상가로 건물 자체는 조금 세월이 있어 보였지만 서울의, 그것도 강남 시내라는 위치상 아마 최신식으로 따끈따끈하게 지은 다른 곳의 10층 빌딩보다 값이 훨씬 나지 않을까.

아니, 다른 거 다 떠나서 여기서 걸어서 10분 거리 정도로 보이는 곳에 우뚝 서 있는 저 빌딩, 우리나라 최고의 길드라 불리는 봉황 길드의 건물 근처라는 거 하나만으로도 아마 백억은 가볍게 넘을 거다.


“메이, 이걸 진짜 에디씨 스폰서란 양반이 떡하니 내줬다고?”

“예.”

“나 갑자기 그 스폰서란 양반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갑자기 데이터 다 얻었다고 나 납치해서 알파만 뽑아가고 장기 다 털리는 거 아니지?”


반쯤 농담이었지만, 반쯤은 진심으로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 정도 돈은 돈더미를 공용화장실 두루마리보다도 헤프게 쓸 수 있다는 S급 헌터도 쉽게 못 쓰는 돈들이다.

스폰서라는 건, 아마 개인이 아니라 재단 혹은 어떤 기관이겠지.


“걱정마세요, 그 누구라도 인화씨에게 해를 입히려 한다면. 제가 절대 못 하게 막을 테니까요.”


나를 나름 격려하려고 한 건지 메이는 내 두 손을 꽉 잡고 자신이 지켜주겠다 당당하게 선포했다.

참고로 꽉 잡았다는 건 과장이 아니라 진짜 힘을 세게 줬고, S급도 갖고 노는 그녀의 악력은 D급인 내 손가락뼈에서 재밌는 소리들이 나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우드득-


“끄아아아!?”“어머나, 너무 흥분해서 그만··· 죄송해요.”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얼굴로 사과를 했지만 동공이 살짝 커지고 손이 떨리는 걸 보면 진짜로 당황한 것 같다.


“괘, 괜찮아, 다행히 금까진 안 갔어.”


사실 살짝 금이 간 것 같긴 한데, 이 정돈 금방 낫는다.


[미친년··· 너 빨리 저 여자랑 떨어져라, 이러다 제 명에도 못 살아.]


내 명은 이미 일주일도 전에 끝난 상태라 별로 무섭지가 않네.


“혹시 모르니 건물에 가자마자 포션을 마시죠, 급한대로 붕대로 고정이라도 할까요?”

“5분 거리도 아니고 바로 여기 위야. 보니까 엘리베이터도 있으니까 그 치마 찢지마.”


표정이랑 목소리만 안 바뀔 뿐이지 메이는 생각보다 호들갑이 심하다.




*

“크리스마스 아침에 일어나니 상자가 가득 있는 트리를 보면 이런 기분일까?”


메이가 배송지로 적어둔 장소는 5층이었고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니 벽도 타일도 하나도 없고 창문과 건물 기둥만 덩그러니 있는 빈공간에, 검은색, 흰색, 갈색등, 대부분 어둡고 우중충한 색깔의 케이스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근처에 있어서 눈에 띄던 검은 케이스를 열어 보니 마켓에서 처음 봤던 매장에 진열되어있던 한 쌍의 단검들이 있었다.


“아 맞다, 메이, 인벤토리란 건 어떻게 열어?”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알파에게 물어보는게 낫지 않을까요?”

“하긴.”


들었지?


[너 전부터 생각한 건데 계약한 성유물이 내가 아니라 저 여자라고 착각이라도 하고 있냐? 왜 계속 나보다 저 여자한테 먼저 물어보는 거야?]


아 그럼 내 심장 속에 틀어박혀 모습도 안 보이는 놈을 눈앞에 멀쩡히 서 있는 사람 두고 먼저 질문하겠냐. 나도 아직 너한테 적응이 안 됐으니까 한동안은 참아.


[어쩌다 이런 덜떨어진 놈이랑 계약을 해서···]

이야기 삼천포로 새는 건 적당히 하고, 그래서 인벤토리는 어떻게 꺼내야 해?

[인벤토리도 결국 상태창이랑 똑같아. 아직 너가 익숙해지지 않아서 못 꺼내는 것뿐이야.]

요컨대 이 녀석도 연상이 되도록 이름을 외치라는 거지?


“인벤토리! 어··· 수납?”


슉-


생각해보니 텅 비어 있는 인벤토리를 어떻게 연상해야 하는지 감이 잘 안 잡혀 일단 하나 넣어보고 생각할까란 심정으로 수납을 지시해보니, 마치 홀로그램이 꺼지면서 사라지듯 단검이 내 손에서 지워져 버렸다.


[그레이 울프의 송곳니 단검(C)가 인벤토리에 수납되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장비가 제대로 수납되었다는 걸 알리는 메시지창이 떴다.


“좋아 감 잡았어. 일단 전부 넣어볼까!”


20분 정도의 시간 동안 구입한 장비들을 넣음으로써 인벤토리를 연구하며 깨달은 건데, 포장된 박스 상태로 집어넣으면 안에 있던 장비가 아닌 박스를 수납한 걸로 인식이 되어버려 다시 꺼낼 경우 무기만 나오는 게 아닌 박스에 포장된 상태 그대로 나온다.


“융통성이 없고만···”


또 메이에게 듣기론 모든 성유물의 인벤토리의 공통사항으로 인벤토리에 수납된 건 넣기 전 상태를 완벽하게 보존해서 음식의 경우 썩지도 않고 따뜻한 상태에서 넣으면 뺄 때 김까지 난다고 하며 생명체는 넣지 못한다는 듯하다.


“아, 생각 난 김에 이것도 넣어야겠다.”


에디씨가 감정해줬던 아티팩트인 고대 양치기의 피리를 가방에서 꺼내 손에 쥐고 거대한 창고 속 진열장 위에 피리를 놓는 상상을 했다.


“수납.”


몇 번 요령이 생긴 덕에 이젠 실패 없이 자연스럽게 수납할 수 있게 되었고 한순간에 텅 비어버린 건물을 보고 뭔가 마음이 두근거렸다.


“메이, 당장 하급 던전 아무거나 잡아줄 수 있어?”

“몸을 푸실 목적이면 최하급인 F급 던전이면 충분할까요?”

“야 E급일때도 E급 던전 돌았어··· D급 던전은 없어?”

“···없습니다.”


휴대폰으로 대여 가능한 던전을 찾던 메이는 D급이란 말이 나오기 무섭게 칼같은 대답을 돌려줬다.

“진짜로?”

“···네.”

“S급은 내가 보지 못하는 속도로 휴대폰도 볼 수 있나봐?”

손가락 한 번을 까딱이도 전에 대답이 돌아오네?


“이제 D급 최하위권인데 D급 던전을 도는 건 위험합니다. 제가 지켜줄 수 없을 지도 몰라요.”

“에디씨한테 받은 스크롤 아직 가지고 있으니까 걱정하지마. 그리고 나 솔로로 돌 건데?”


카르마 시스템이란 건 내가 직접 잡아야 의미가 있는 거다.

S급인 메이가 거기에 있으면 안전할 진 몰라도 흡수 효율이 떨어진다.

“네?”


하지만 메이는 자기가 동행할 거라는 걸 조금도 믿어의심치 않았던 건지 다시 한 번 그녀의 동공이 커졌다.


“하, 하지만 만약 스크롤을 쓰지 못할 정도로 큰 부상이라도 입으면···”

“내가 아무리 하급이었어도 헌터로 산 세월이 니 인생보다 길어. 바로 며칠 전에 중급 헌터한테 발길질 당하고 저주로 너프되긴 했어도 S급한테 배 꿰뚫린 상태로 그놈 눈 쑤신 거 잊었어?”

“안됩니다.”


내색은 안 하고 있었지만 마켓에서 내가 무리했던 거에 트라우마라도 생겼는지 메이는 성큼성큼 다가와 수틀리면 당장이라도 납치해 어디다 감금할 것 같은 기세로 날 말렸다.

원래였으면 잔뜩 쫄았겠지만, 최근 며칠간 메이랑 붙어다니며 이 녀석이 겉만 번지르르하지 내면은 아직 꼬맹이란 걸 깨닫게 됐다.


“아, 메이 넌, 날 신용해주지 못하는 구나···”

“앗···”


최대한 실망한 것처럼 한숨을 깊게 쉬며 나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버렸고 내 반응에 메이는 당황한 건지 붙잡던 어깨를 놓고 입을 뻐끔거렸다.


“내가 그렇게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람이었구나··· 하아, 어쩔 수 없지···”

“아,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

“그게 아니면? D급 헌터가, 그것도 성유물이라는 치트키가 있는 내가 C급을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D급 가서 스탯 좀 쌓겠다는 걸 말릴 리가 없잖아.”

“전 어디까지나 인화씨의 안전을 생각해서···”

“난 어차피 무리할 거 저번 일로 잘 알았잖아. 어차피 못 말릴 거면 약한 상태에서 무리하는 것보다 강해진 상태에서 무리하는 게 더 안전하지 않을까···”

“어··· 하지만···”

“메이, 날 못 믿어?”


삐진 것처럼 계속 틀고 있던 고개를 메이 쪽으로 돌리는 동시에 아까 건물 밖에서 그녀가 했던 것처럼 그녀의 두 손을 모으고 그녀에게 묻자,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 결국 백기를 들었다.


“위험해지면 바로 스크롤 쓰세요. 너무 무리하시지 마시고요. 정해진 시간에서 1초라도 늦은 순간 바로 들어갈 겁니다. 아시겠죠?”


봐, 생각보다 쉽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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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던전 브레이크 22.06.07 50 0 10쪽
24 던전 브레이크 22.06.06 48 1 10쪽
23 던전 브레이크 22.06.04 50 0 10쪽
22 마인 22.06.03 54 0 10쪽
21 마인 22.06.02 53 2 11쪽
20 유령의 성 22.05.31 63 2 10쪽
19 유령의 성 22.05.30 60 2 9쪽
18 적응 훈련 22.05.28 66 2 10쪽
» 적응 훈련 22.05.27 70 1 10쪽
16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2.05.26 68 1 11쪽
15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2.05.25 77 0 11쪽
14 역공 +1 22.05.24 87 1 10쪽
13 역공 22.05.23 78 0 12쪽
12 역공 22.05.21 82 0 10쪽
11 테러 +1 22.05.20 161 1 11쪽
10 테러 22.05.19 101 2 12쪽
9 마켓 +1 22.05.18 117 5 11쪽
8 마켓 22.05.17 139 2 10쪽
7 성유물 22.05.16 171 3 11쪽
6 성유물 22.05.15 188 5 11쪽
5 몽둥이질 +1 22.05.14 210 6 11쪽
4 카르마 시스템 22.05.14 234 7 11쪽
3 개미집에 왜 왔니 22.05.14 275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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