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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피에 님의 서재입니다.

구름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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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피에
작품등록일 :
2015.03.19 05:37
최근연재일 :
2015.05.1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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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1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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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도사, 가리울-3

해동국 최북단. 민족의 영산, '흰두루산'. 그곳은 민족의 정기가 샘솟는 못이었으며, 한민족을 수호하는 영험한 기운이 펄떡이는 맥박이었다. 이곳에 구름을 벗삼고 도를 닦던 한 무리가 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도사'라고 불렀다. 어느 날, 천하를 재패한 거대 제국인 천자국은, 수천의 군대와 귀신을 부리는 술객들을 앞세워 도사들을 죽이고 민족의 영산을 빼앗고 말았다. 천자국은 한민족을 완전히 지배하기 위해, 영산의 곳곳에 쇠말뚝을 박고, 귀신들을 모시는 신사를 세웠다.




DUMMY

“그럼…… 왜 저를 도와주신 겁니까?”

“이놈아, 네가 불쌍하니까 도왔지, 다른 이유가 있겠느냐.”

“……불쌍하다고요?”

가리울은 거침없이 말했다.

“어제 아이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널 봤을 때, 참으로 오랜만에 사람에 대한 연민을 느꼈다. 너는 얼굴도 흉측하고 힘이 센 것도 아니며, 몸집도 왜소하니 힘든 삶을 살겠더구나. 허니, 불쌍하게 생각될 수밖에.”

“제가 그렇게 불쌍했다면, 차라리 금덩이라도 만들어 쥐어주셨으면 좋았을 거 아녜요?”

“아, 그래? 금덩이라 하였느냐? 그것이 탐이 났느냐? 내 만들어 주랴?”

하람은 대답이 없었다. 낌새가 이상하여 하람을 살피던 가리울은 하람이 두 주먹을 꽉 말아 쥐고 몸을 부르르 떨며 애써 감정을 삭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재물이 절 낫게 할 순 없겠지요. 재물이 내 아버지를 다시 살려낼 순 없겠지요. 재물이 사람들의 시선을 바꿔놓진 못하겠지요?” 가리울이 낄낄거리며 말했다. “적어도 널 불쌍해하진 않을 거다. 하다못해 거짓된 존경심이라도 끌어낼 수 있겠지.”

“괴물이 존경을 받아 봤자 괴물이죠!”

하람의 눈에는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리울은 더 이상 웃지 않고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하람은 얼굴을 싸맨 붕대를 거칠게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하람은 그의 맨 얼굴을 가리키며 외쳤다.

“보세요! 저는 괴물이에요. 게다가 몸도 약하고 왜소하니,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재물을 쥐어봤자 곧 빼앗기겠죠. 제겐 그저 한 평생, 남의 집 종살이나 거들며 살아가는 게 어울리지요.”

하람은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차라리 절 구하지 마셨으면 좋았을 걸. 그대로 죽었으면 오히려 편했을 걸요. 제가 어리석었어요. 다신 오지 않을게요. 사람들에게 도사를 보았다고 자랑질도 하지 않겠어요. 마음 놓으세요.”

하람은 가리울에게 인사를 올리고는 붕대 뭉치를 쥐고 터덜터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가리울은 하람을 불러 세웠다. “얘, 빈 뚝배기랑 보시기는 가져 가야지. 뇌공(雷公)처럼 대가 센 주모던데. 불벼락 내릴라.” 하람은 다시 이쪽으로 걸어와 보자기에 뚝배기와 보시기를 넣고 싸 매었다. 그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던 가리울이 말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하람입니다.”

“하람이냐. 뜻이 무어냐.”

“‘하늘님의 사람’이란 뜻입니다.”

그러자 가리울은 앉은 자리에서 몸을 퉁겨 일으켜 하람에게 다가왔다. 가리울은 소년의 어깨를 붙잡아 돌리고는 지팡이로 방금 전까지 그들이 앉아있던 바위를 가리켰다.

“하람아! 여길 봐라.”

가리울이 부드럽게 말했다.

하람의 눈이 가리울의 지팡이가 움직이는 데로 따라갔다. 가까이서 볼 때는 잘 몰랐으나 멀리서 보니,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솟아 있던 소나무는 단단한 바위를 뚫고 그 속에 뿌리를 박고 자라고 있었다. 소나무는 나이가 많이 든 노송이었다. 한 때 나무꾼들의 쉼터였던지 소나무의 줄기엔 도끼를 박아 넣었던 자국이 여기저기 나 있었고, 옛날에 산불을 겪었던 흔적도 나 있었다.

가리울이 말했다.

“너는 저 소나무와 같으니라. 불에 타고, 도끼에 찍히기도 하지만, 바위마저 뚫고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

“무슨 말씀이신지…….”

가리울은 더욱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여 말했다.

“너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였으나, 실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란다. 너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나, 실은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다. 그 누구도 너를 알아주지 않으나, 실은 온 누리가 너를 주목하고 있다는 말이다.”

하람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절 못 믿으시는 거군요? 걱정 마시라니깐요. 하늘에 맹세코 정말 아무에게도 도사 보았다고 말하지 않을 테니……”

가리울의 지팡이가 또 다시 하람의 정수리를 때렸다. 하람은 눈물을 찔끔거릴 정도로 아파하며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왜 때려요!”

“이놈아! 내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알 것이지 뭔 잔말이 그리 많으냐!”

하람도 참을 수 없었다.

“아, 당신이 대체 뭔데요!”

그러자 가리울이 거침없이 말했다.

“네 스승 될 사람이다 이놈아!”

가리울의 지팡이가 다시 한 번 하람의 정수리를 때렸다. 하지만 하람은 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져 아픔조차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그게……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러자 가리울은 하람을 데리고 다시 바위에 앉았다. 가리울은 먼지가 덕지덕지 묻은 얼굴 가득히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까는 널 슬쩍 떠 보았다. 네 본성을 알기 위함이다. 속세의 인간은 삶에 대해 천 가지 욕망을 가지고 만 가지 번민을 하기에, 그 본성이 순수하지 못하여 무겁고 우둔하다. 아이들은 순수하지만 자라나면서 차차 세속에 찌들어가 보석처럼 찬란하던 마음의 빛을 잃고 말지. 하지만 너에겐 아직 그 순수함이 보이는구나.”

“아녜요, 잘 못 보셨어요. 제 얼굴을 보세요. 그래도 순수하단 말이 나오시나요?”

가리울은 혀를 차며 말했다.

“이놈아. 겉모습에 홀려 내면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는 것이다.”

하람은 쓸쓸하게 말했다.

“그럼 온 누리의 사람 모두가 어리석단 말이네요.”

“그래. 사람들은 항상 자신에게 충실하기 보다는 남의 시선에 더 신경을 쓰기 때문이지. 자신이 만족하는 것보단 남이 같이 만족하여 주길 바라고, 자신이 이뤄낸 것보단 남이 인정해주는 것을 바라지 않더냐?”

“하지만 전…….”

가리울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네 얼굴에 좀 더 자신을 가지게 만들어 줘야겠구나. 네 얼굴의 꼴은 보통 사람들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하는 것으로 ‘선골(仙骨)’이라 불리는 것이다.”

“선골? 그게 무엇입니까?”

가리울은 하람의 광대뼈가 있는 곳에서부터 이마, 턱, 관자놀이를 하나하나 손으로 짚어가며 말했다.

“선인(仙人)의 골격이다. 정말 드물기 짝이 없는 꼴 상이지. 일단은 그렇게만 알고 있어라. 더 많은 것은 차차 알게 될 것이다.”

“그럼 저도 도사가 될 수 있나요?”

“그래.”

“제게 도술을 가르쳐 주실 건가요?”

“하늘이 우리에게 정해 준 인연이기에.”

하람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노가 아닌 기쁨으로 충만한 떨림이었다. 그는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가리울에게 큰 절을 올렸다.

“하람이 스승님을 뵙습니다.”

가리울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네 녀석 성질 급하기가 예삿말로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아서라! 아직 너를 제자로 들일 수 없다. 반드시 네게 일러두어야 할 것이 있다.”

가리울은 얼굴에서 웃음을 지웠다. “어디서부터 이야길 시작해야 할까.” 그는 상념에 잠긴 듯 말없이 먼 산을 바라보았다. 머나먼 북쪽. 민족의 영산이 하늘을 어깨로 받치고 우뚝 솟아 있는 곳이었다. 하람은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한 편, 쿵쿵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잠시 후, 가리울이 지팡이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치며 기합을 내 질렀다. “할(喝-꾸짖을 갈)!” 그러자 일진광풍이 일며 사방에서 흙먼지 바람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마치 살아나 즐겁게 춤을 추는 듯 이리저리 몸을 뒤틀었다.

먼지를 헤치고 구름 한 점이 다가왔다. 구름은 양털처럼 하얗다가, 뭉게구름처럼 뭉글뭉글 피어올랐다가 갑자기 색이 어두워지며 천둥번개를 일으키며 몸을 떨었다. 그러자 가리울과 하람의 머리 위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순간, 바람 한 줄기가 날아와 빗방울들을 모두 거두어 가 버렸다.

이윽고 사위는 잠잠해졌다. 먼지는 모두 가라앉았고 춤을 추던 나무들은 거짓말처럼 얌전해졌다. 기분 좋은 산들바람만이 식은땀으로 축축한 하람의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듣거라, 하람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한 치도 거짓이 없으니 잘 듣고, 네 운명을 스스로 정하도록 해라. 해동 반도의 북쪽 끝, 흰두루산에 모여 살던 도사들이 있었다. 우리는 고된 수련을 통해 자연의 합일을 깨치고 도술을 배워, 오행을 부릴 수 있었다. 구름을 불러 비를 내리고, 바람을 일으키고, 번개를 조종하는 것들 말이다. 스승께선 나 외에도 다른 제자를 두셨으나, 전국을 뒤져도 그 수는 스물을 넘지 못했다. 까닭을 알겠느냐?”

“선골을 타고난 자가 드물기 때문이 아닌가요?”

가리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 우리는 스승님과 함께 흰두루산에서 도를 닦으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해동 반도의 신성한 산으로 수 령의 천자국 군사들이 쳐들어왔지.”

하람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리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래, 분명 습격이었다. 그것도 철저히 계획된 듯한. 천자국 군사들은 날래든 조련이 덜 되었든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저 우리의 퇴로를 물 샐 틈 없이 틀어막는데 사용되었어. 무서운 건 군사들과 함께 온 무리들이었다. 쉰다섯 명의 술객들. 그들은 사악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사악한 술법을 쓰는 술객들이었지.”

하람은 깜짝 놀랐다.

“술객? 대체 어떤 자들이…….”

가리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악몽이었다. 놈들은 귀신과 요물을 부렸어. 너도 내가 숙향 항아랑 사이가 좋지 않은 건 알겠지. 귀신들은 오행을 마음대로 부리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귀신들은 철저히 죽음에 속한 자들이기 때문이지. 허지만 오행은 우주만물에 생명을 움트게 하는 요소들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귀신들을 부리는 자들은 음과 양의 기운을 다룬다. 확실한 건 우리가 도술을 좋은 일에만 사용하기로 한 것과는 달리, 놈들은 생명을 해하는 악독한 의도로 술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녀석들은 수까지 많았어. 우리가 당해낼 수 없었지. 결국 우리는, 민족의 영산을 천자국에 빼앗기고 말았다.”

고통스러운 옛 기억이 되살아나 가리울은 한참동안 눈을 지그시 감고 할 말을 찾지 못했다. 하람은 끈기 있게 기다렸다.

“제자들이 여럿 죽었다. 나는 가까스로 놈들로부터 도망쳤다. 온 누리를 떠돌다 결국 이곳에 이르게 되었다. 살아남은 다른 자들 역시 뿔뿔이 흩어지고, 지금은 서로의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단다. 동료들을 몇 번 찾아 나서기도 했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도술을 사용하는 모습이 사람들의 눈에 띄게 되면, 그놈들은 어디선가 나타나 사악한 술법을 부리며 마구 공격해왔다. 아마 해동 반도 곳곳에 녀석들의 무리가 흩어져 있으리라 생각한다. 몇 번이나 녀석들의 손아귀로부터 죽을 고비를 넘겼는지 모른다. 그리고 몇 번은,” 가리울의 눈동자가 불타오르는 것처럼 이글거렸다. “해동국의 군사들로부터도 공격을 받았다.”

“설마요!”

하람은 외쳤다. 그러나 가리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이다. 아마도 녀석들이 손길이 우리 왕실에까지 뻗쳐 있는 모양이다. 난 결국 이곳에 몸을 숨기고 비렁뱅이로 살고 있는 것이다. 제깟 놈들이 아무리 대단해도 한낱 각설이를 눈 여겨 보겠느냐.”

“하지만 새벌은 해동국의 수도예요. 위험하지 않을까요?”

“하하하, 어딜 가든 마찬가지일 게다. 또한 제 아무리 담이 커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곳에서까지 함부로 날 잡을 수는 없겠지. 보는 눈이 많지 않느냐.”

하람의 말아 쥔 주먹과 등골이 식은땀으로 축축해졌다. 무언가 무서운 일들이 이 땅의 그늘진 곳곳에서 비밀리에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깊은 어둠과 비밀의 장막 아래 철저하게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것은 오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은밀한 공포였다. 하람은 자신이 그 가운데 서 있게 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람아. 네가 내 제자가 된다면 너 또한 목숨이 위태롭다. 그들이 원하는 건 흰두루산의 도사들과 그 제자들을 전부 없애는 것이다. 우리를 두려워하니까.”

하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어떠냐? 이제 난 네게 숨기는 게 없다. 이쯤이면 내 제자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알게 되었겠지. 누차 말하지만 운명은 누군가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걸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에 대한 책임도 네게 있다. 네가 거절한다면 그것도 좋다. 대신 나와의 비밀은 꼭 지켜다오. 그것으로 도술 값을 치른 걸로 하자.”

하람은 그저 가리울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가리울은 부드럽게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하람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하람의 몸에서 흥분과 떨림이 차차 가라앉아 갔다. 그는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대답은 이미 나와 있었던 것이다.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가리울은 예상 밖의 대답이라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람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며 말을 이었다.

“운명은 하늘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거예요. 제가 선골을 가졌다 하셨으니, 도사가 되는 것은 제 운명이겠죠. 아무리 고되고 위험하더라도 전 제 운명을 받아들일 생각이에요.”

그러자 가리울은 기쁨으로 가득 차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옳다, 옳다! 과연 내 눈이 틀리질 않았구나! 네 말이 맞다. 오행을 부리는 자는 자신의 어떠함이 아닌 하늘의 순리에 순응해야만 한다. 내가 너무 원한에만 사무쳐 호수만 보고 바다는 생각하지 못하였구나!”

“그럼 절 거두어 주시는 것입니까?”

“그래, 너와의 만남 또한 하늘이 예정해 놓았을 테니.”

하람은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며 가리울에게 절을 올렸다.

“스승님! 제자 하람이 인사 올립니다.”

그러자 가리울도 하람에게 예를 다하였다. 그들은 곧 그 자리에서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었다.

“하람아! 일단 나와 함께 새벌을 떠나기로 하자. 며칠 동안 말미를 줄 테니 이곳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도록 해라. 또한 매일 이맘 때 쯤 시간 내어 나를 찾아와라. 나는 항상 이 솔숲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겠다.”

“스승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하람은 가리울의 앞을 물러나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던 때와 달리 발걸음이 가벼웠다. 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흥분과 설렘이 날개가 되어 하람의 발걸음을 더욱 활기차게 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펴고 대로를 당당하게 활보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가며 눈살을 찌푸리고 또 손가락질하며 놀렸지만, 하람은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얼굴을 감싸고 있던 붕대는 어디다 버리고 왔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하람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버지, 보세요. 아들이 드디어 하늘의 뜻을 찾았습니다.’




나날이 국운이 쇠해가고 있던 해동국. 해동국의 항구도시 '미추홀'에 살던 소년 하람은, 해적들의 습격에 아버지와 얼굴 반쪽을 잃고 대장군 진가람의 저택에서 종으로서 살아간다. 장군의 아들 가천의 관례를 얼마 남기지 않은 어느 날, 하람은 새벌의 각설이 가리울을 만나 이상한 일들을 겪게 된다. 몸은 왜소하고 얼굴은 흉측하지만, 선골을 타고 나 도사의 자질을 가진 소년, 하람. 구름처럼 변화무쌍한 그의 일대기가 이어진다.


작가의말

가리울이 내 지르는 기합, ‘할!’은 

당나라 때의 고승인 임제의현(臨濟義玄)이 제자들에게 깨달음을 줄 때 자주 사용했던 기합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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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8. 살 오를 꽃-2 15.05.15 124 0 11쪽
30 8. 살 오를 꽃-1 15.05.15 146 0 10쪽
29 7. 여우구슬-4 15.05.15 122 0 10쪽
28 7. 여우구슬-3 15.05.14 168 0 14쪽
27 7. 여우구슬-2 15.05.14 178 0 9쪽
26 7. 여우구슬-1 15.05.14 174 0 13쪽
25 6. 가림새 마을 - 4 15.05.13 123 0 9쪽
24 6. 가림새 마을 - 3 15.05.12 177 0 10쪽
23 6. 가림새 마을 - 2 15.05.12 121 1 13쪽
22 (재업로드) 5. 새벌을 떠나다-3 15.05.12 160 0 12쪽
21 6. 가림새 마을 - 1 15.05.12 138 0 13쪽
20 5. 새벌을 떠나다-4 15.05.06 139 0 10쪽
19 5. 새벌을 떠나다-2 15.04.29 275 0 13쪽
18 5. 새벌을 떠나다-1 15.04.27 252 0 13쪽
17 4. 불꽃의 원기-5 15.04.25 178 0 9쪽
16 4. 불꽃의 원기-4 15.04.21 161 0 14쪽
15 4. 불꽃의 원기-3 15.04.19 235 0 11쪽
14 4. 불꽃의 원기-2 15.04.18 256 0 11쪽
13 4. 불꽃의 원기-1 15.04.14 187 0 10쪽
» 3. 도사, 가리울-3 15.04.11 121 0 15쪽
11 3. 도사, 가리울-2 15.04.09 270 0 11쪽
10 3. 도사, 가리울-1 +2 15.04.06 296 1 11쪽
9 2. 개구멍받이-5 15.04.03 268 1 13쪽
8 2. 개구멍받이-4 +2 15.03.31 278 1 10쪽
7 2. 개구멍받이-3 +2 15.03.28 410 1 13쪽
6 2. 개구멍받이-2 15.03.25 241 0 11쪽
5 2. 개구멍받이-1 15.03.23 318 0 10쪽
4 1. 폭풍의 전조-4 15.03.22 266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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