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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파람 님의 서재입니다.

수상한 남자 친구는 사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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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미파람
작품등록일 :
2021.04.20 10:18
최근연재일 :
2021.06.08 10:06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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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8
추천수 :
93
글자수 :
500,047

작성
21.05.2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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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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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50. 연극의 막이 오르고

DUMMY

#50. 연극의 막이 오르고




“감찰단의 조사에 따르면, 은행 강도 사건 때 사용된 총이 드라질 백작의 무기 연구소에서 개발된 총과 같은 총이었습니다. 총의 개발에 대해 알고 있던 사람은 백작뿐이었고, 따라서 자연히 드라질 백작이 자신의 연구소의 총을 빼돌려 은행을 털게 시킨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백작의 동기는, 아까 백작 스스로도 말했듯이, 다이아몬드 광산의 붕괴로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반론을 준비해 주십시오.”


헨리 라이나트 백작이 말을 마치고 드라질 백작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는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그냥 추론일 뿐이지요.”


드라질 백작이 태연하게 발뺌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 이제 시작해 볼까?


“오히려 저보다는 여기 있는 다이엔 영애가 그 강도에 대해서는 더 잘 알 것 같은데 말입니다. 감찰단은 다이엔 영애가 강도 사건의 용의자로 잡혔었다는 건 알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하지만 케인 왕자 저하의 진술로 풀려나지 않았소? 혐의를 벗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헨리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꿋꿋하게 다이엔을 옹호했다.


오호. 이렇게 나온단 말이지? 드라질은 헨리 백작을 보고 씩 웃었다.


“증인을 신청하겠습니다. 제 무기 연구소의 총기 개발 담당 연구원입니다. 그리고 중앙 경찰청의 조지아 경감과 이번에 자수한 은행 강도도 포함하겠습니다.”


한꺼번에 세 사람이나? 케인과 다이엔은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드라질 백작을 보았다. 그리고 증인들이 등장했을 때,


“앗, 저자는!”


다이엔은 저도 모르게 놀라 소리를 내고 말았다.


“오, 영애! 아는 사람이 나와서 놀랐나?”


드라질 백작이 다이엔의 반응을 보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조지아 경감, 우선 다이엔 영애가 은행 강도 용의자가 된 이유를 말해주겠나?”


조지아는 먼저 국왕을 향해 경례를 한 다음 입을 열었다.


“예. 다이엔 영애는 부모의 빚 때문에 드라질 백작님과 관계가 아주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백작님을 모함하고 싶어했고요. 그러다가 은행 강도 사건을 일으키고 그것을 백작에게 덮어씌우려고 했다는 정황을 잡았습니다. 게다가 영애는 도넛 가게를 인수한 자금을 갚지 못했고, 그리고 부모의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돈이 필요했습니다. 강도 사건을 일으키기 위한 동기가 충분했죠. 게다가 은행 강도 사건 때 알리바이도 없었고, 그때 사용된 것과 같은 총이 그녀의 집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일단 다이엔 영애가 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했다는 증거를 제출하겠습니다.”


드라질 백작이 서류 한 장을 헨리에게 넘겨주었고, 헨리는 그것을 국왕에게 주었다.


“그 서류는 다이엔 영애가 저를 죽여달라고 암살단에 사주한 계약서입니다.”


허걱. 다이엔은 얼굴이 희게 질렸다. 그 계약서를 여기까지 들고 올 줄이야. 당장이라도 빼앗아 불태워버리고 싶었다. 계약서를 계속 가지고 있었던 과거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냥 칼을 믿었어야 했는데. 계약서 따위는 바로 없애 버릴걸.


“서류에 보시면 다이엔 라이트웨이, 그리고 칼 리베이슨의 서명이 있는 걸 볼 수 있을 겁니다. 칼 리베이슨이라는 자는, 암살자로 추정됩니다. 계약의 내용이 저를 죽이는 것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영애가 저를 그만큼 증오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드라질 백작은 안색이 변한 다이엔을 흘끗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영애는 어떻게 해서 풀려나게 되었지, 조지아 경감?”


“2왕자 저하께서 오셔서 알리바이를 증명해 주셨습니다.”


“호오. 2왕자 저하께 숨겨진 연인이 있다니! 무척 놀랍지 뭡니까?”


드라질은 케인을 보며 비꼬았다.


“그건-!”


케인이 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오, 설마 이제 와서 두 분이 연인이 아니었다고 말씀하실 셈이십니까?”


“······.”


아직은 부인할 수 없었다. 아직은. 케인은 두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케인이 말이 없는 것을 즐거운 얼굴로 확인한 후, 드라질은 조지아에게 물었다.


“조지아 경감, 영애의 집에서 총이 발견되었다면서! 그런데도 어떻게 풀려났지?”


“2왕자 저하께서, 어떻게 이렇게 연약한 영애가 총을 사용할 수 있느냐면서 알리바이도 증명된 상태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셨기에······.”


아무래도 왕자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마음 편하게 할 수 없었던 조지아는 끝을 얼버무렸다.


“드라질 무기 연구소를 운영했던 사람으로서, 그 말이 사실이 아님을 증언하겠습니다. 제 증언은 여기 총기 개발 담당 연구원이 확인해 줄 겁니다.”


경찰청에서는 말할 수 없었지만, 모든 것이 들통난 지금,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총에 대해 아는 걸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증인으로 내세운 연구원도 새로 개발된 총이 무척 가볍고 사용법도 쉬워 어린아이도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알리바이가 있잖나! 그녀는 분명 은행 강도가 일어났던 시간에 나와 같이-”


“영애가 직접 강도짓을 했겠습니까? 처음부터 경찰은 제대로 가고 있었습니다. 다만 왕자 저하의 개입 때문에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드라질 백작의 쇼가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그가 내세운 증언은 빈틈이 없었으며,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그 말에 대한 진실을 밝혀줄 증인이 바로 저 사람입니다. 이번 은행 강도 사건의 중요한 용의자였던 사람입니다. 얼마 전 자수를 했죠.”


드라질은 마지막으로 들어온 은행 강도 용의자를 가리켰다. 바로 오른쪽 눈썹 위에서 콧등 쪽으로 흉터가 있는, 조금 전 다이엔이 알아보았던 그 강도였다.


“영애. 영애는 저 증인을 보자마자 누군지 알아차렸죠? 영애는 어떻게 저자를 알아봤습니까?”


자신에게로 갑자기 질문이 들어오자 다이엔은 순간 놀라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틈에 드라질이 빙글거리며 말했다.


“제가 대신 대답할까요? 저자는 바로 다이엔 영애가 고용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아니에요. 아닙니다. 저는 저자의 몽타주를 신문에서 봤기 때문에 알아봤던 거지 제가 원래 저자를 알았던 게 아닙니다!”


다이엔은 재빨리 부인했지만 청문회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드라질의 말에 웅성거리고 있었다.


“오! 신문에 나온 몽타주는 분명 복면을 쓰고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 자가 바로 그자인지 그렇게 잘 알았을까요? 그렇지 않나? 울프, 자네는 이 영애를 알지?”


흐음. 이제 막이 올랐군. 멀레버의 마리오네트가 얼마나 연극을 잘하는지 한 번 구경해 볼까?


페이즐리 스코티 왕비가 눈을 크게 뜨고 증인으로 나온 은행 강도, 울프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그럼요, 백작님. 들어오자마자 저를 고용한 아가씨가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울프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다이엔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내, 내가 언제 너를 만났나?”


다이엔이 화들짝 놀라 몸을 뒤로 했다. 울프가 또다시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그리고 다이엔이 앉아 있는 책상을 짚고 자신의 얼굴을 다이엔 쪽으로 들이밀었다.


“은행 강도 사건이 있던 날 밤에요. 생각 안 나십니까, 아가씨? 제 얼굴을 잘 봐 주십시오.”


“무슨 소린가? 다이엔 영애는 그날 나와 같이 있었네!”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케인이 나서 방어했다.


“네, 아가씨께서 저하를 뵌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 이후에 아가씨를 뵈었죠.”


케인은 저도 모르게 다이엔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다이엔은 두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젓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나는 너를 만난 적이 없어.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이런, 아가씨. 진정하시죠. 저는 아가씨가 똑똑히 기억이 납니다. 2왕자 저하께 받으신 거라면서 저에게 직접 총을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은행 강도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청문회장 한가운데서 터뜨렸다.


“뭐?”


케인도, 다이엔도 모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2왕자 저하가 총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2왕자가 가지고 있던 총이 은행 강도 사건에 사용되었단 말이냐?”


그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페이즐리 왕비가 입을 열었다. 놀란 목소리를 가장했지만 그녀의 눈은 즐겁게 빛나고 있었다.


“아! 저하. 그러면 제가 저하께 바친 총이 그쪽으로 간 것이옵니까?”


드라질 백작도 끼어들었다.


“그게 무슨 소린가, 백작이 케인에게 총을 바치다니?”


마르틴이 물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폐하. 총이 개발된 후 두 자루를 각각 왕세자 저하와 케인 저하께 바쳤사옵니다. 왕세자 저하께서는 구경을 한 후 바로 저에게 돌려주셨고,”


응, 그렇지. 왕세자 데이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리고 그 옆에서 페이즐리가 잘했다는 듯이 데이튼의 손을 잡고 토닥였다.


“케인 저하께서는 아직 가지고 계신 줄 알았사온데-, 그게 설마 은행 강도에게 넘어갔을 줄이야!”


드라질은 한탄했다.


“무슨 소린가, 백작! 자네가 언제 나를 만나 나에게 총을 줬나!”


“저하, 폐하께서 아실까 봐 두려우시다며 받자마자 꽁꽁 숨겨 놓으시지 않으셨습니까.”


“백작! 거짓말도 그 정도면 너무 티가 나는 거 아닌가! 나는 자네가 개발한 총을 본 적도 없네!”


“그런데 어떻게 다이엔 영애가 총을 가지고 있었겠습니까? 연인이신 저하께서 주신 게 아니라면 일개 영애가 어떻게 그 총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백작! 이제 말도 안 되는 소리는 다 한 건가?”





마르틴은 드라질 백작이 케인과 설전하는 모습을 눈을 갸름하게 뜨고 바라보았다.


뱀의 혓바닥처럼 매끄러운 놈. 저렇게 빠져나가다니.


드라질이 케인에게 총을 바쳤다는 말은 마르틴 국왕도 믿지 않았다. 드라질 백작은 왕세자와는 인연을 이어가고 있지만 2왕자와는 척을 지는 관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100% 확신할 수는 없었다. 관계라는 것은 항상 변하게 마련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2왕자 또한 마르틴의 아픈 손가락이라는 점은 틀림없었다.


데이튼은 빠져나갔는데, 케인이 걸리다니. 끄응.


마르틴은 속으로 앓는 소리를 한 번 냈다. 그냥 확 엎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그는 케인의 표정을 보고는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케인 또한 뭔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한편 다이엔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드라질이 결국 자신을 끌어들일 거라고는 생각했으나, 2왕자까지 은행 강도 사건으로 엮을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되면 사사로이 총기를 사용한 혐의는 드라질 백작이 아니라 케인 왕자가 지게 되고, 그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애셔의 부탁으로, 순전한 호의를 가지고 자신을 경찰청에서 빼내 준 케인에게 은혜를 갚기는커녕 이런 불명예를 지게 할 수는 없었다.


결국 다이엔이 입을 열어야 했다.


그녀가 결심하고 손을 들려고 했을 때, 케인이 그녀의 손을 막았다. 그리고,


“나도 증인을 신청하겠네.”


2왕자 케인이 헨리 백작에게 말했다.


증인이 입장했다.


“사장님!”


다이엔이 놀라 소리쳤다.


다이엔의 도넛 가게의 전 사장이었던, 킨슬리였다. 딸의 아이들을 돌보러 그리그리 섬으로 갔는데, 이번 청문회의 증인을 위해 멀리까지 왔으리라.


“다이엔 영애가 하고 있는 가게를 넘겨준 킨슬리입니다.”


“킨슬리. 네 가게를 다이엔 영애가 인수한 것이 맞나?”


“예. 다이엔 영애가 인수 대금을 지불하고 가게를 인수했습니다.”


“인수 대금은 얼마였나?”


킨슬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이엔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대답했다.


“2백만 비에르였습니다.”


“영애가 그 돈을 다 지불했나?”


“예. 가게를 인수할 때 한 번에 모두 지불했습니다.”


흐억. 사장님! 그렇게 다 말씀하시면 어떻게 해요!


다이엔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얼른 제 표정을 갈무리했다. 증인을 부르면서 케인이 그녀에게 한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영애. 이제부터 청문회에서 어떤 말이 나오더라도 놀라지 말게. 그리고 지난번처럼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해주기를 바라네.


다이엔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그러면 나는 저것에 대해 어떻게 변명을 만들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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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7. 오래오래 살라고 그랬잖아. 21.05.26 39 1 13쪽
56 #56. 뭔가 중요한 사실 21.05.26 39 1 12쪽
55 #55. 그 유명한 청문회 연인 사기단 21.05.25 39 1 13쪽
54 #54. 사실, 애셔를 좋아했어. 21.05.25 36 1 13쪽
53 #53. 그냥 친구 사이라고 했었잖아. 21.05.24 41 1 13쪽
52 #52. 혼삿길 막히면 어떻게 하지? 21.05.24 40 1 13쪽
51 #51. 우리 사이는 21.05.24 40 1 13쪽
» #50. 연극의 막이 오르고 21.05.23 42 1 12쪽
49 #49. 거짓 증언, 조작된 증거 21.05.23 46 1 13쪽
48 #48. 웃기고 있네. 21.05.23 40 0 13쪽
47 #47. 나는 미친 오빠 역할 21.05.22 40 1 13쪽
46 #46. 연극 한번 해 볼까? 21.05.22 39 1 12쪽
45 #45.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21.05.21 40 1 13쪽
44 #44. 아무리 괴로워도 결국 벗어날 것이다 21.05.21 44 1 13쪽
43 #43. 로맨스 소설에 흔히 나오는 서브 남주 21.05.21 42 0 13쪽
42 #42. 두 번째로 멋진 사람 21.05.20 43 1 13쪽
41 #41.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척 21.05.19 44 1 13쪽
40 #40. ‘애’ 발음이 이상해 21.05.18 44 1 13쪽
39 #39. 친구를 구하러 21.05.17 45 1 13쪽
38 #38. 제발, 제발, 제발 21.05.16 42 1 13쪽
37 #37. 당신을 체포하겠습니다. 21.05.15 40 1 13쪽
36 #36. 그냥 친군데 21.05.14 44 1 13쪽
35 #35. 미친 이야기가 미친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21.05.13 4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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