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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악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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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2.03.04 23:26
최근연재일 :
2018.01.12 12:31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5,861
추천수 :
181
글자수 :
172,566

작성
12.03.04 23:26
조회
274
추천
5
글자
11쪽

1. 차별없는 사랑 - 3

옛날에 썼던 글이에요




DUMMY

D - 5


다음 날에도 유레아는 어김없이 아침 일찍 사바아다의 방으로 쳐들어왔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옆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워버렸다.

"정말 할 일이 없나보군요."

"아니, 할일은 있는데 너무 졸려서. 아직 새벽이잖아. 그런데 넌 벌써 깨있는거냐."

"오늘은 조금 일찍 깨서요."

"그래그래. 그럼 잠이 많은 나는 조금 더 잘테니까. 깨우지말어."

그녀는 그 말을 하기가 무섭게 잠에 빠져들었다. 사바아다는 멍하니 유레아를 바라보다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역시 그녀는 보이지 않아.

- 신이 꿰뚫어 볼 수 없는 인간은 없으니.

하지만 바로 옆에 그런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그녀는 인간이 아닌 무엇인가?

- 신이 꿰뚫어 볼 수 없다면, 그자는 신과 동등한 존재일 수도 있고

- 신에게서 사랑을 빼앗은 악마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녀는...

그가 입을 열려는 순간, 세계가 흔들렸다. 지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거센 진동 때문에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이미 질릴만큼 겪은 일이었으니까.


사바아다는 천천히 눈을 떴다. 심층세계로의 진입은 신의 지식을 접견하는 신성하고 섬세한 의식이다. 그곳에 가있는 동안 육신에 조금이라도 이변이 생기면 즉시 그런 식으로 일그러짐이 나타났다.

그는 눈을 뜨기도 전에 그를 건드린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왜냐하면 그자의 시간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뭐하시는겁니까, 시스터 유레아."

"넌 사람 부르는 명칭 정도는 통일하는게 어때?"

"그럼 시스터라고 하기로 하지요."

"유레아로 해."

그리고는 "시스터는 괴물수녀밖에 떠오르지 않으니까 말이야."라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그녀답지 않게 고개를 옆을 돌린채 뺨을 긁적였다. 마치 그와 눈을 마주치는 걸 거북해하는 것 같았다.

그는 의아해하며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사소한 변화를 깨달았다. 자신이 누군가를 궁금해한다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항상 해답이 나와있는 세상에 처음으로 답란이 가려진 문제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일부러 그런건 아니지만... 마을에 나갔다가 어쩌다보니 네 이야기를 하게 됐거든."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녀가 무슨 말을 들었을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가 사람들의 시간을 꿰뚫어 볼 때마다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불렀으니까.

'미친 사람'

'정신분열자'

그리고 '악마'

참 웃기는 일이 아닌가. 누구보다 악마를 잘 알고 있는 그가 악마라 불리다니. 하필이면 그의 사랑을 앗아간 존재와 같은 취급을 받다니!

"당신도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십니까?"

"글쎄, 조금 특이한 사람인것 같긴하지만."

유레아는 머리카락으로 장난을 치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별로 상관은 없어."

그는 말의 참거짓을 판단할 수 없다는게 이렇게 불편한 일인줄 처음 알았다. 그답지 않게 초조하게 그녀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지만 유레아는 "푹 쉬어."라는 말만 남기고 방을 나가버렸다.

덕분에 그는 한동안 처음 맛보는 허탈함에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D - 4


심층세계로 들어가 있다가 나오니 벌써 정오가 다 되어갈 무렵이었다. 그 때까지 유레아가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들어왔다면 틀림없이 한소리를 했으리라. 아니, 들어왔어도 신경쓰지 않으려했을 수도 있었다.

사바아다는 한숨을 쉬다가 문득 자신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부터 자신이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기 시작했단 말인가.

답답하다.

이것이 인간의 불완전성인가. 인간들은 매일같이 이런 한치앞도 보이지않는 칠흑같은 시간을 살아간단 말인가.

그는 처음으로 신이었기에 알지 못했던 것을 하나 깨달았다. 그리고 하나의 깨달음에 길이 터진듯 그것의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작은 의문이 떠올랐다.

신은 그렇지 않지만 인간은 그러한, 지극히 당연한 것들.

인간은 관찰자가 아니다. 스스로 행동의 주체가 되어 결정하고 그것의 책임을 진다.

인간은 전능하지 않다. 무엇이든 인간이 하는 행동에는 자연적 제약이 존재한다.

인간은 하나가 아니다. 동등한 존재가 수십만, 수백만씩 무리를 지어 살아간다.

인간은 생존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먹지않으면 죽고, 자지않으면 깨어있지 못하며, 성욕을 풀지않으면 종의 번식이 불가하며, 감정을 표출하지 않으면 속부터 썩어들어간다.

사바아다는 서서히 알아가고 있었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인간'에 대해서.


나는 다시 심층세계로 들어갔다. 내가 얻은 작은 깨달음에 대해 신에게 자문을 구하기 위하여.

어차피 그는 나의 안에 있으니 굳이 입으로 반복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신은 내가 어째서 심층세계에 발을 들였는지도 알고있으면서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세계가 죽어버린 것만 같은 침묵이 이어졌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겨우 신은 짧은 한마디를 던졌다.

- 그대는 인간인가?

그리고 나는 심층세계에서 추방당했다.



추방... 당했다. 몇번이나 다시 시도해봤지만 다시 들어갈 수가 없다.

그도 이런적은 처음이었기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그가 정신차리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방문이 열렸다. 그는 문을 연 사람이 유레아일까봐 은근히 마음을 졸였다.

문이 열리고 문을 연 사람의 얼굴을 확인할 때까지의 짧은 시간동안 그의 머릿속에서 수십가지의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문을 연 사람은 처음보는 노수녀였다.

그녀는 당황하고 있는 그를 보더니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일어나셨습니까, 형제님."

노수녀는 묶은 콩수프와 하얀 빵을 가져와 의자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다 식은 어제의 식사를 보더니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잘 드셔야 빨리 쾌차하실 수 있답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중요한건 식사가 아니었다. 유레아와 심층세계의 추방. 그에게는 이것이 최우선 사항이었다.

"유레아...는 어디갔습니까?"

"어머, 벌써 다섯번째네요."

위화감.

가슴에 주먹만한 구멍이 뻥 뚫린 것만같이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대체 뭐지. 의문을 갖는다. 하지만 그 의문조차 위화감이 되어 다가왔다. 사고의 톱니바퀴가 크게 엇나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호호호, 그 아인 정말 복받았네요. 어디 나가자마자 다섯명에게 걱정을 받다니."

"어디 나갔습니까?"

"그 아이는 잠시 ------을 꺾으러 나갔답니다. 이곳에는 꽃장수도 없고 ----도 피질 않으니까요."

"왜 갑자기..."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는 문득 이 노수녀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녀도 나름대로 신과 마주하려하는 자가 아니던가.

"실례가 되지않는다면 뭣좀 여쭈어도 될까요?"

"저희에게 실례되는 일은 없답니다. 뭐든 물어보세요."

"수녀님은 인간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노수녀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신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신?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불경죄라고 생각하셔도 좋답니다. 신께서는 어디에서든 저희를 지켜보고 계시지요. 그리고 사람들의 가슴속에도 계신답니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가지고 교회에 들어와 기도를 하는지, 일상생활은 어떻게 보내는지 모두 보고계시지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산책하고 식사를 하는 매일매일이 성지순례처럼 값지고 숭고하답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틀리다는걸 알고 있었지만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사람의 신념이 무너지는건 이미 신물이 나도록 봐왔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도 잘 알고 있으니까.

노수녀는 그의 손을 감싸쥐고 물었다.

"한번 저희 수도원에서 기도를 해보시겠어요? 마음이 복잡해보이시는데 기도를 하면 조금 편안해 진답니다."

신을 매일 찾아뵙는 그였기에 기도라는 행위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말에 혹해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노수녀가 부축해주려고 했지만 그는 이미 다 나은것이나 진배없었기 때문에 정중히 거절했다.

기도실에는 세명 정도 밖에 없어서 상당히 조용했다. 애초에 기도실이 소란스러우면 이상한거지만.

"이 사람들도 마음이 복잡해서 온걸까요."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요. 사람들이 교회에 오는 이유는 자신의 안에 있는 신을 찾아뵙기 위해서랍니다. 눈앞의 대리석상은 그것에게 기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보고 자신을 돌이켜보라는 의미가 있답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는 다시 심층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는 집에서 쫓겨난 어린아이마냥 다시 심층세계로 돌아가고 싶었다. 10년간 의지해온 곳이 아니던가.

그래서 그는 기도실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두손을 모았다. 그 다음 눈을 감고 천천히 하던대로 심층세계로 들어갔다.

하지만 꽤 오랜시간이 흘렀는데도 그곳의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포기하고 눈을 뜨려는 순간, 갑자기 어깨에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노수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들었다.

"기도는... 무언가를 바라고하면 쉽게 지루해지지요. 그 소원이 반드시 이뤄지리라는 보장도 없고, 지금 바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니까요."

잠시 후, 옆에서 노수녀가 앉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보다는 좀 더 간단한 이유로 기도를 해보심은 어떠신지요. 손을 모으고 마음을 비우는거랍니다. 그러고 있다보면 마음 속의 신께서 어떤 형태로든 답을 해주시곤하지요."

"애매하군요."

"그런게 기도 아닐까요?"

이곳에는 정말 신을 신같이 보지 않는 수녀들만 있다고 생각하며 그는 다시 손을 마주모았다. 그리고 그녀가 말한대로 마음을 비웠다.

그런데 마음을 비운다는게 대체 어떤 행위인가. 그는 마음을 비운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한동안 공황했다. 그러다 불현듯 그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인간을 이해하라'

그리고 자신이 왜 마음을 비우지 못했는지, 이유를 깨달았다. 지극히 간단한 이유.

'비울 것이 없다.'

그의 마음 속에는 사명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정리해야할 마음조차 없는 자신을 돌이켜보며 그는 다시금 죽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고개를 푹 떨구는 순간, 작은 풀잎이 돋아나있는 것을 발견했다. 물도, 깨끗한 공기도 없는 곳에서 피어난 작은 풀잎이 어찌나 아름다워보이는지 무심코 그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노수녀가 그에게 물었다.

"무엇을 보셨습니까?"

"풀잎을... 마악 돋아난 새싹을 보았습니다. 이게 대체..."

"신께서 형제님께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요."

그녀의 말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더욱 궁금증이 부풀어올랐다.




재밌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작가의말

월간지로 변신!!
.
.
...죄송함다.

행복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36 라이도
    작성일
    12.03.12 18:17
    No. 1

    와. 오랫만입니다. 오랫만에 올리셨고 저는 그걸 또 한참 지나서 봤네요. 지금 다른 건 밀린게 엄청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고금태평아
    작성일
    12.03.31 14:55
    No. 2

    아... 월간지가 됬군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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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3. 아버지 - 1 +3 12.01.10 265 3 17쪽
28 XX. 그대를 위한 누군가의 외침 +1 12.01.09 248 4 2쪽
27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9 end +2 12.01.04 237 4 5쪽
26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8 +2 12.01.03 255 4 15쪽
25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7 +1 12.01.01 244 3 14쪽
24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6 +3 11.12.30 304 4 7쪽
23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5 +2 11.12.28 261 2 9쪽
22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4 +2 11.12.27 334 6 7쪽
21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3 +1 11.12.26 232 3 7쪽
20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2 +3 11.12.24 32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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