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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악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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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2.03.04 23:26
최근연재일 :
2018.01.12 12:31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5,848
추천수 :
181
글자수 :
172,566

작성
17.01.27 13:16
조회
161
추천
4
글자
7쪽

1. 차별없는 사랑 - 4

옛날에 썼던 글이에요




DUMMY

D - 3

나는 기도를 계속했다.

어째서냐고 물어도 나도 내가 왜 기도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누구를 향해, 누구를 위해 하고 있는 기도일까.

이 심정을 노수녀에게 전했더니 “그런 것이 기도입니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실은 이 여자야 말로 기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뭐야? 생각보다 멀쩡한 녀석이었잖아. 제대로 기도도 할 줄 알고.”

누군가가 내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성숙한 여인의 목소리. 익숙한 목소리. 유레아임이 틀림없다.

“사람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는게 아니란다.”

“예이~”

이어서 들리는 목소리는 처음 듣는 것이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린다는, 귀찮은 행위를 할 수 밖에 없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뒤에는 흙투성이가 된 유레아와, 이와 대비되는 우아한 풍모의 여인이 서있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지나가는 시스터.”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만 필요 없습니다. 전 그쪽의 레이디께 물어본 것입니다.”

“어쭈? 조금 괜찮아지니까 건방져졌네?”

며칠 보지 못했던 실없는 웃음이다. 왜인지 조금 가슴이 술렁였다.

“처음 뵙겠어요, 형제님. 전 라라네 가흐르라고 한답니다.”

“아니잖아요, 시스터. 이제는 미르유라고 해야죠.”

“어머! 그렇구나. 내 정신 좀 봐.”

미르유.

라는 울림에 가슴 한 구석이 아파왔다.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잊고 있는 것만 같은 감각.

공허하면서도 아련한 감각.

이내 내 몸은 차디찬 겨울바람에 사시나무가 떨리듯 세차게 떨리기 시작했다.

나를 걱정하는 두 사람의 말은 조금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온 신경은 저기 교배당 밖에서부터 천천히 걸어오는 한 남자를 향해 있었다. 아주아주아주 작은 실루엣에서부터 마치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 몸의 윤곽이 잡히고 옷의 형태를 잡고 명암을 부여하고 세세하게 주름을 잡아갔다. 마침내 그 남자가 예배당 안으로 들어와 무미건조한 목소리를 꺼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목탄으로 그린 흑백 그림 같은 남자였다. 나는 그를 알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미르유...!!!

가증스러운 일족. 내게서 사랑을 앗아간! 내게서 인간을 앗아간!!

대대손손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그리고 불현 듯 의아해했다.

내게서? 나? 나는 그를 만난 적이 없다. 대체 ‘어떤 나’가 그를 만났던 거지?

룸 사바아다는 미르유를 만난 적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격한 감정의 정체는 무얼까? 이 분노는, 미련은, 안타까움은, 슬픔은, 증오는... 대체 누구의 것이란 말인가.

난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나를 알고 있습니까?”

“모릅니다.”

“당신은 나를 보고도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습니까?”

“평온 그 자체입니다. 흠, 지금은 조금 당혹스럽긴 하군요.”

“당신은... 너는 대체 누구입니까?”

“팜페슈 미르유입니다.”

“나, 나는... 나는...”

어째서인지 그에게 룸 사바아다라는 다섯 글자를 댈 수가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될 것만 같은... 저 무표정한 얼굴에 금방이라도 시꺼먼 비웃음이 떠오를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을 꺼냈다.

“나는 신입니다.”

내 대답에 라라네는 난감해했고, 유레아는 예배당이 떠나가라 폭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팜페슈 미르유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D - 2.5

"실은 그 두 사람 이제 곧 결혼한단 말이지~ 이틀 뒤에 여기에서 결혼식을 할 거야."

“미르유 가문은 재력이 상당한 가문이 아니었나요.”

겨우 오십 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에 막대한 재력과 권력을 잡은 미르유의 유례없는 급성장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반쯤 미쳐서 자살시도를 반복해왔던 그 마저도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

“왜 굳이 이런 변방 수도원에서 결혼식을 하는 건가요.”

“너... 말이 좀 심하다? 확실히 변방에 있는 초라하고 최악인 수도원이지만 나름 괜찮은 곳이라고!”

이것은 마음의 소리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다.

“시스터... 아니, 그러니까 라라네가 전에는 여기의 시스터였거든. 내가 저번에 말했지? 날 시스터라고 부르지 말라고.”

“네, 괴물 수녀가 생각난다고 중얼거렸지요.”

“그것까지 들었냐. 사실 라라네가 시스터일 때만해도 이곳에 은근히 사람이 많았거든. 그 때 사람들이 그녀를 ‘시스터’라고 부르기 시작한 이후로 라라네의 호칭으로 정착되어버렸어.”

“그런데 왜 괴물입니까? 오히려...”

괴물이라면 오히려 미르유 쪽이 더 합당해 보인다는 말은 목 뒤로 꿀떡 삼켰다. 하지만 왠지 들떠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유레아에게는 끝말을 흐린 것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모든 면에서 괴물이거든. 정말! 요리며, 재봉이며, 작문이며, 농사며, 음악이며 뭐든 못하는게 없었어. 성격은 또 얼마나 괴랄한지. 라라네한테는 ‘화’라는 것이 없다니까. 불이 없어, 불이! 도적한테 배에 칼 꽂힌 적도 있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 녀석을 다시 수도원에 데려오고 말이야. 물론 내가 바로 쫓아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음악을 괴~앵장히 잘했어. 악단에서 몇 번이고 이 험한 곳까지 찾아와서 권유할 정도로 말이야. 오히려 악단에서 그녀의 노래에 반해서 수도원에 남은 멍청이가 나와버리곤 했지.”

그녀는 평소보다도 더욱 더 말이 많아졌다. 마치 아는 화제가 나와서 신나서 미주알고주알 떠드는 어린 아이 같았다.

“그런데 멋대로 약혼자를 데려와서는 수도원에서 나가버리질 않나. 하하하...”

“그녀는 당신에게 있어 무엇이었습니까?”

내 질문에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내 시선을 천장으로 향하고 멍하니 읊조렸다.

“나의, 모든 것... 이었지. 아아~ 라라네와 전국을 순회하면서 공연을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나는 수도원에 남은 멍청이가 누군지를 알 수 있었다.




재밌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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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7 고금태평아
    작성일
    17.01.27 16:45
    No. 1

    다시오셨군요 환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NANOST
    작성일
    17.01.28 23:11
    No. 2

    굉장히 오랫만이네요. 이제는 스토리가 가물가물 합니다.
    그래도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몇갖ㄱ 기억나네요. 이야기왕의 이야기나 파란피부 사람과 맹인의 이야기 등등.
    다시 돌아오신걸 환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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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1. 차별없는 사랑 - 3 +2 12.03.04 274 5 11쪽
42 1. 차별없는 사랑 - 2 +2 12.02.18 307 5 9쪽
41 1. 차별없는 사랑 - 1 +3 12.02.13 298 4 5쪽
40 0. 이야기의 시작. +4 12.02.08 305 4 6쪽
39 4. devil deal +2 12.02.03 310 7 6쪽
38 3. 아버지 - 10 end +3 12.02.02 246 4 8쪽
37 3. 아버지 - 9 +1 12.01.29 247 4 8쪽
36 3. 아버지 - 8 +1 12.01.27 295 4 10쪽
35 3. 아버지 - 7 +1 12.01.22 366 4 10쪽
34 3. 아버지 - 6 12.01.22 286 4 9쪽
33 3. 아버지 - 5 +2 12.01.19 363 3 8쪽
32 3. 아버지 - 4 +2 12.01.17 285 3 11쪽
31 3. 아버지 - 3 +2 12.01.15 257 4 6쪽
30 3. 아버지 - 2 +1 12.01.12 323 4 12쪽
29 3. 아버지 - 1 +3 12.01.10 265 3 17쪽
28 XX. 그대를 위한 누군가의 외침 +1 12.01.09 248 4 2쪽
27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9 end +2 12.01.04 237 4 5쪽
26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8 +2 12.01.03 254 4 15쪽
25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7 +1 12.01.01 244 3 14쪽
24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6 +3 11.12.30 304 4 7쪽
23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5 +2 11.12.28 260 2 9쪽
22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4 +2 11.12.27 333 6 7쪽
21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3 +1 11.12.26 231 3 7쪽
20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2 +3 11.12.24 32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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