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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악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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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2.03.04 23:26
최근연재일 :
2018.01.12 12:31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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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46
추천수 :
181
글자수 :
172,566

작성
18.01.1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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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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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1. 차별없는 사랑 - 6

옛날에 썼던 글이에요




DUMMY

D - 2.1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나신의 여인의 옆에 누워있는 한 남자에게 상냥하게 물었다. 마찬가지로 나신으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가 답했다.

“아까 그곳에서 봤던 그 남자에 대해서.”

“그 분과 아는 사이였나요?”

“처음 봤지만... 처음 본 것 같지 않았지.”

잠시 후에 그가 다시 입을 떼었다.

“신은 자신의 모습을 본따서 인간을 만들었다고 해. 그러면 사실 인간이나 신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뜻이 아닐까?”

“그래도 신은 창조주이신걸요.”

“인간에게 신과 같은 힘이 있었다면 그 자 역시도 어딘가의 신이 될 수 있지 않겠어?”

“당신은 왜 항상 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거예요?”

“인간을 사랑하지 않는 신에게 긍정적일 필요가 있나?”

“아, 그 옛 이야기 말이네요?”

“당신께서 정말로 인간을 사랑했다면,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내기를 하지는 않았겠지. 내가 당신을 걸고 내기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처럼.”

그녀는 할아버지에게서 이미 몇 번이고 들었던 이야기를 다시 듣는 아이 같은 표정을 한다.

“또 시작했네요. 그 신성모독.”

“옛 시스터에게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던가?”

“수도원은 연주를 하러 여행을 하는 중에 오래 머무르게 된 곳일 뿐이었어요.”

“그래도 그동안은 수녀였지.”

그녀는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으응...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제게는 당신이 있으니까.”

팜페슈는 희미하게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끌어당겼다.

“신의 대신이라니, 어깨가 무거운걸.”


D - 1.9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가지자는 말을 하고나서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유레아가 다시 예배당으로 돌아왔다. 양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로 말이다.

“무슨 일입니까?”

“으... 혼났어.”

“신에게 일을 시키고 도망가셨으니 혼날 만 하죠.”

“신이라면 인간님을 위해 청소하는 것 정도는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라고.”

그녀는 투덜거리며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기 시작한다. 딱 보기에도 적당히 쓸고 있다는 느낌이 물씬 드는 태도다.

“...방금 전의 대화를 조금 생각해봤습니다만.”

“드디어 망상에서 벗어난거야?”

“그건 아닙니다. 저는 10년 동안 줄곧 신에게만 출입이 허용된 곳인 ‘심층세계’라는 곳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세계의 진리가 발에 채여 굴러다닐 정도로 인간이 추구하는 것이 널려있는 세계죠.”

“그래서? 거기서 본 내 미래의 남편 후보는 누구였니.”

“그런건 없습니다. 그리고 관심 없습니다.”

“그럼 쓸모없는 세계네. 여자에게는 세계의 진리보다도 그쪽이 더 중요하거든?”

“그것 또한 관심 없습니다.”

“하아... 그래서 뭘 생각해봤다는 건데. 말해봐.”

난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말을 이었다.

“만약 제가 인간과 신의 인격으로 나뉘어져 있었다고 한다면 전 어떻게 그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던 걸까요. 10년 간 매일 그곳에 드나들며 사람들의 미래와 사랑과 꿈을 보고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신이 제게 바라는 ‘인간의 이해’의 답을 알아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알아내셨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그러기는커녕 최근에 그 심층세계에서 쫓겨나버리고 말았습니다.”

“네 말을 정리해보면 지금은 네가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생각해보려고 해도, 지난 10년간은 확실히 자신이 신이었기 때문에 이제 와서 그... 심층세계라는 곳에서 쫓겨나 인간이 되어버린건지 모르겠다는 거지?”

“정확합니다. 마치 제 생각을 들여다 본 것 같네요.”

“그건 아니고. 그냥 누구한테서 들은 말이라서 말이지... 으음... 그러면 이건 ‘그쪽’한테 물어보는 편이... 아닌가?”

유레아는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더니 돌연 빗자루를 번쩍 들어 나를 가리켰다.

“나는 지금 고민하고 있어.”

“무엇을 말입니까?”

“이 빗자루로 너의 머리를 내리칠지 말지를.”

“필요한 일인가요?”

“잘 몰라.”

“그럼 사양하겠습니다.”

왜인지 그녀는 툴툴거리며 다시 빗자루로 바닥을 쓸기 시작한다.

“그러면 아쉽게도 난 네 고민을 해결해 줄 수가 없네요.”

“그렇습니까...”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 그녀가 알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던가. 그새 그녀에게 기대는 것이 익숙해져버린 모양이다. 좋지 않다.

그것은 확실히.

좋지 않은 징조였다.



D - 1.1


나는 단 한 가지.

누구에게도, 신에게조차 가슴을 펴고 자랑할 수 있는 사실이 하나가 있다.


내일 있을 결혼식 준비를 끝내고 나는 침대에 누워서 한가로이 천장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일기를 쓰고 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머릿속으로 일기를 쓰고 기억하고 있다. 무엇이든 한 번 본 것은 절대로 잊지 않고, 내가 생각했던 것들 또한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매일 머릿속으로 나만의 일기를 쓴다. 유레아가 청소와 빨래를 내팽개치고 도망가서 결국 내가 혼자서해야 했다는 등의 시시콜콜한 내용을 쓰는 것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비교하여 지금의 내가 무엇을 더 알게 되었고, 알게 될 것임을 예상하거나 심층세계에서의 일을 기록한다. 그러다 문득 평소에는 들지 않던 의문이 떠오른다.

이런 나를 과연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여! 뭐해?”

갑자기 머리 위로부터 유레아가 얼굴을 쑥 내려왔다. 사르르 내려온 황금빛 머리카락이 떨어져 내 얼굴을 간질인다.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일기? 그냥 누워 있었잖아.”

“일기를 생각하고 기억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아아~ 너도 꽤나 별난 짓을 하는구나.”

무언가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윽 내 옆으로 돌아와 침대에 걸터앉는다.

“내가 아는 인간님도 머릿속으로 책을 쓴다고 했었거든.”

“책을 구상하다는 뜻인가요?”

“아니, 정말 말 그대로 머릿속에서 모든 글을 쓰고 기억하고 있다더라고.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사람 같지가 않다니까.”

“그건 정말... 대단하네요.”

마음 한 켠에서 안도하는 내가 있다.

“일단은 너한테도 허락을 받아야할 것 같아서 말이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실은 내일 결혼식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너한테 맡기고 싶어서.”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가져온 작은 유리병을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투명한 액체가 찰랑찰랑 흔들리고 있다.

“그게 뭡니까?”

“술. 놀라지 말라. 무려 붉은 눈물이라고!”

“이게 그 귀하다는 술... 이라고 말하면 되는 건가요?”

“원하는 반응을 보여준 답례로 은화를 적선할 기회를 주겠노라.”

“시원스러운 구차함이군요.”

붉은 눈물. 빚을 때 -----를 곱게 갈아 넣어서 잘 으깨진 포도와 함께 발효시키는데 그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섬세하여 쉽게 볼 수 없는 술이다. 희귀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새삼 놀랄만한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말씀입니까?”

“우리 교회의 전통이라고 하더라. 결혼하는 이들을 축복하는 의미에서 항상 이 술을 사용해왔다나. 우선 네가 커다란 은잔에 이 술을 따라주면 신랑과 신부가 단도로 손가락 끝을 베어서 은잔에 피를 살짝 떨어뜨릴거야. 그리고 그걸 주례를 보는 내가 마시는 거지.”

“그것 참... 괴랄한 풍습이군요.”

“드물게도 생각이 일치했네.”

술에 소량을 섞는다고 해도 사람의 피를 마신다는 사실이 유쾌하게 다가올 리는 없다.

“태초의 연인을 기리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풍습이라더라. 몇 번 설득해보려고 했는데 다른건 다 양보해도 이것만큼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도 포기했어. 그냥 눈 꽉 감고 한 번에 마셔야지 뭐.”

“태초의 연인이라면 데아브와 리에스의 일화군요. 참 슬픈 이야기입니다.”

“그래? 난 바보들의 바보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냉소적이시네요.”

“아직 덥혀줄 사람을 못 찾았거든.”

“언젠가 꼭 찾으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도와줄거야? 사실 네가 할 일은 별거 없어. 내 뒤에서 은잔을 들고 있다가 신호를 보내면 잔에 이 술을 적당히 따라주기만 하면 되니까. 그걸로 끝이야.”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적당한 역할에 왜 하필이면 저를?”

그러자 유레아는 하얀 이를 훤히 드러내며 소리 없이 비죽였다.

“신이라며? 제단에는 올라가셔서 결혼식을 축하해주셔야죠?”

주례를 보는 유레아의 뒤에 있게 되면 응당 제단에서 가장 가까이에 위치하게 될 것이다. 이 배려를 선의로 받아들여야 할지, 악의로 받아들여야 할지 확신하지 못한 채로 고개를 주억였다.

그러자 비죽임이 환한 미소로 피어났다.

그 미소를 일기에 그려넣었다.




재밌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작가의말

으헿... 오랜만에 찾아뵙게 되어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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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차별없는 사랑 - 6 18.01.12 49 2 9쪽
45 1. 차별없는 사랑 - 5 +1 17.01.30 151 4 7쪽
44 1. 차별없는 사랑 - 4 +2 17.01.27 161 4 7쪽
43 1. 차별없는 사랑 - 3 +2 12.03.04 274 5 11쪽
42 1. 차별없는 사랑 - 2 +2 12.02.18 307 5 9쪽
41 1. 차별없는 사랑 - 1 +3 12.02.13 298 4 5쪽
40 0. 이야기의 시작. +4 12.02.08 305 4 6쪽
39 4. devil deal +2 12.02.03 310 7 6쪽
38 3. 아버지 - 10 end +3 12.02.02 246 4 8쪽
37 3. 아버지 - 9 +1 12.01.29 247 4 8쪽
36 3. 아버지 - 8 +1 12.01.27 295 4 10쪽
35 3. 아버지 - 7 +1 12.01.22 366 4 10쪽
34 3. 아버지 - 6 12.01.22 286 4 9쪽
33 3. 아버지 - 5 +2 12.01.19 363 3 8쪽
32 3. 아버지 - 4 +2 12.01.17 285 3 11쪽
31 3. 아버지 - 3 +2 12.01.15 257 4 6쪽
30 3. 아버지 - 2 +1 12.01.12 323 4 12쪽
29 3. 아버지 - 1 +3 12.01.10 265 3 17쪽
28 XX. 그대를 위한 누군가의 외침 +1 12.01.09 247 4 2쪽
27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9 end +2 12.01.04 237 4 5쪽
26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8 +2 12.01.03 254 4 15쪽
25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7 +1 12.01.01 244 3 14쪽
24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6 +3 11.12.30 304 4 7쪽
23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5 +2 11.12.28 260 2 9쪽
22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4 +2 11.12.27 333 6 7쪽
21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3 +1 11.12.26 231 3 7쪽
20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2 +3 11.12.24 32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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