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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악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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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2.03.04 23:26
최근연재일 :
2018.01.12 12:31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5,864
추천수 :
181
글자수 :
172,566

작성
12.01.04 18:32
조회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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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5쪽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9 end

옛날에 썼던 글이에요




DUMMY

나는 그에게서 떨어져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말...도 안돼."

"하지만 진실이다."

"이건, 이런건 말도 안된다고!!!"

양손으로 가슴을 쥐어뜯으며 그가 내게 보여준 것들을 되새겼다.

이야기왕이 되겠다 결심한 소년.

이야기왕을 죽이겠다 결심한 소년.

후로나를 살려달라 부탁한 남자.

나는 이들을 모두 내 사랑과 함께 묻어버렸다. 마음 속에서 퀴퀴한 냄새를 풍기며 썩어갔다.

눈물을 주륵주륵 쏟아내며 고개를 들어 내 앞에 새겨진 묘비를 보았다. 자누가 기대고 있는 그것은 다름아닌 '키인'이었다.


[ 한 때, 세기의 작가라 칭송받던 자. 이곳에 묻히다. 894~936 ]

[ 나는 너희들을 용서한다. ]


"안돼... 안돼..."

나는 바들바들 떨며 손을 뻗어 한 손은 키인의 묘비에, 다른 손은 자누의 뺨에 가져다대었다. 그리고 몸을 가까이해, 그 둘을 품에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울고 울며 그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미안해, 미안해요! 잊어서 미안해요! 미안해요!"

나의 마음 속에서 그 둘은 환하게 웃으며 나를 용서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악마는 내 오른어깨에 손을 얹고 다시 물었다.

"정말로 내 시험에 응하겠는가."

"그래."

하지만 내 대답을 듣고서도 그는 꼼짝도 하질 않았다. 내 인내심이 바닥이 날 무렵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지금 입을 연 악마는... 방금 전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목소리의 한기는 여전하지만 가슴에서 묘한 싹이 트는 듯한 느낌이었다. 또 말투도 바뀌었다.

"옛날... 당신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악마를 받아들인 남자가 있었습니다."

"......"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악마였고, 아버지의 희생으로 겨우 단 하나의 사랑을 허락받았습니다.

"......"

"하지만 남자는 그 모든 것을 모른채 살아왔습니다. 아버지의 희생도, 어머니의 관대함도 그 무엇도 모조리 잊고."

"......"

"그러다, 드디어... 남자가 사랑을 얻었습니다. 분명 그것으로 끝났다면 좋은 이야기였을 것을..."

악마는 잠시 눈을 감고 머릿속에 떠오른 정경을 그리는 듯하더니 잠시 후 다시 눈을 내게 돌렸다.

"다시 묻겠습니다. 당신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까? 사랑하지만 그것에 손이 닿지않는 안타까운 존재가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그래도 좋습니까?"

나는 내 옆에서 잠든 자누의 왼손을 내 왼손으로 꼬옥 잡았다. 그리고 남자에게 되물었다.

"그래서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지? 악마가 된 것을 후회했나?"

내 질문에 남자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슬쩍 올려 기분좋은 웃음을 보였다. 내가 그에게서 처음으로 본 사람다운 표정이었다.

"그럴리가."

남자는 예고도 하지않고 내 어깨에 얹은 손에 힘을 세게 주었다. 그리고 근육이 끊어지는 소리와 뼈가 어긋나고 비틀리는 소리, 피가 끓는 소리와 함께 내 팔이 떨어져 나갔다. 폭포소리처럼 핏줄기가 시원한 소리를 내며 뿜어졌고, 남자는 재빨리 자누의 오른팔을 내 찢어진 어깨에 가져다대었다.

나는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자누의 왼손을 세게 쥐었다.


난 절대로, 이 온기를 영원히 잊지 않을거야.



그 이후로 나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을 책에 담았다.

그렇게 여든여덟의 이야기를 적었다.

그리고 여든여덟의 이야기 중 마지막, 여든여덟번째 추도문은 내가 장식할 것이다.



내 이름은 후로나 키인.

평생동안 추도문을 적다가 생을 마친 자의 이름과 그 자를 만든 사람의 이름을 합하여 만든 새로운 나의 이름.

나는 그가 바랐던대로 평생동안 추도문만을 써왔다.


이 여든여덟권의 책은.

나의 책이 되어준 여든여덟명을 위한 추도문이기도 하며

내 꿈을 키워주기 위해 내 여든여덟개의 이야기를 읽어준 키인을 위한 추도문이기도 하며

내 꿈을 되살리기 위해 내게 여든여덟개의 이야기를 돌려준 자누 세페리를 위한 추도문이기도 하다.


내가 스스로 책에 정신을 누이고 나면, 그가 찾아와 자신의 팔을 가져가겠지.

나는 불합격했으니까.


나는 그와 약속한 장소, 이곳.

자누 세페리와 키인이 나란히 묻힌 묘지에 서있다.




훗날.

키인, 자누 세페리의 옆에 또 다른 묘비가 세워졌다. 그 묘비에는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피로 적힌 글귀가 있다.

[ 세상아, 기억해다오. ]

[ 내가 한 순간이나마 후로나 키인이었다는 사실을. ]




재밌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작가의말

후로나 키인 편이 끝났습니다~
드디어 다음 편부터 main story로 들어갑니다!

이틀? 아니면 사흘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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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1. 차별없는 사랑 - 4 +2 17.01.27 162 4 7쪽
43 1. 차별없는 사랑 - 3 +2 12.03.04 275 5 11쪽
42 1. 차별없는 사랑 - 2 +2 12.02.18 307 5 9쪽
41 1. 차별없는 사랑 - 1 +3 12.02.13 299 4 5쪽
40 0. 이야기의 시작. +4 12.02.08 305 4 6쪽
39 4. devil deal +2 12.02.03 311 7 6쪽
38 3. 아버지 - 10 end +3 12.02.02 247 4 8쪽
37 3. 아버지 - 9 +1 12.01.29 247 4 8쪽
36 3. 아버지 - 8 +1 12.01.27 296 4 10쪽
35 3. 아버지 - 7 +1 12.01.22 366 4 10쪽
34 3. 아버지 - 6 12.01.22 287 4 9쪽
33 3. 아버지 - 5 +2 12.01.19 364 3 8쪽
32 3. 아버지 - 4 +2 12.01.17 286 3 11쪽
31 3. 아버지 - 3 +2 12.01.15 257 4 6쪽
30 3. 아버지 - 2 +1 12.01.12 324 4 12쪽
29 3. 아버지 - 1 +3 12.01.10 266 3 17쪽
28 XX. 그대를 위한 누군가의 외침 +1 12.01.09 248 4 2쪽
»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9 end +2 12.01.04 238 4 5쪽
26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8 +2 12.01.03 255 4 15쪽
25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7 +1 12.01.01 244 3 14쪽
24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6 +3 11.12.30 304 4 7쪽
23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5 +2 11.12.28 261 2 9쪽
22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4 +2 11.12.27 334 6 7쪽
21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3 +1 11.12.26 232 3 7쪽
20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2 +3 11.12.24 32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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