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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악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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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2.03.04 23:26
최근연재일 :
2018.01.12 12:31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5,851
추천수 :
181
글자수 :
172,566

작성
17.01.30 15:37
조회
151
추천
4
글자
7쪽

1. 차별없는 사랑 - 5

옛날에 썼던 글이에요




DUMMY

D - 2


수도원은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가장 바쁜 때를 맞이하고 있었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다음 날 있을 경사스러운 결혼식을 위해서였다. 만사에 무감한 나이지만 결혼만큼은 실로 경사스러운 것이라 여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종의 번식을 담당하는 아주 큰 부분이니까. 신의 정신을 지닌 내가 기쁘지 않을 리가 없다.

문제는 내 옆에서 뒹굴거리고 있는 이 수녀다.

“청소 안 하십니까?”

“너가 대신 해주고 있잖아~”

“당신이 강제적으로 끌고 와서 시킨 일입니다만.”

그 말대로. 난 아침 일찍 쳐들어온 유레아에게 잡혀서 예배당을 청소하고 있는 중이다. 천장의 넝쿨을 떼어내고 긴 빗자루로 거미줄을 때리고 후미진 곳에 뭉친 먼지를 치우고 있다. 유레아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멍하니 바닥에 누워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아무 생각도 안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도 안하고 있...지는 않아.”

그녀는 상체를 일으켜 시선을 내 쪽으로 돌리고는 묻는다.

“너 말이야. 무언가를 사랑해본 적 있어?”

이건 또... 상당히 가슴 아픈 이야기를 물어온다. 신을 이미 악마에게 사랑을 빼앗겼고, 그렇기에 나 역시 사랑을 빼앗겼음이 당연한 것을.

그래서 물었다.

“당신은 신과 악마의 내기를 알고 계십니까?”

“몰라. 그런거 관심 없어.”

난 친절하게 200년의 내기를 이야기해주었다. 그녀는 내 이야기를 매우 관심 없게 듣고는 정말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물었다.

“그게 내 질문이랑 무슨 상관인데?”

“저 역시도 신이기 때문이지요. 이미 악마에게 사랑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또 그 소리야? 두 번째에는 재미도 반감되는데.”

“엄밀히 말하면 신의 정신이 인간의 육신에 깃들어있는 겁니다.”

“헤에~ 신님은 자살기도였구나.”

“그건 단순히 제가 신의 정신을 지니기에는 너무도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생긴 일이지요.”

내 말을 듣고 그녀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일단 네 헛소리에 맞장구를 좀 쳐주려고 하는데... 정말로 모르고 있는 거야? 아니면 모른 척하는 거야?”

“예?”

“지금 너가 하고 있는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도 모르고 있는 거야?”

난 침묵으로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내가 신이며. 신이 나였으니까.

난 조용히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만약에 신이 정말로 또 다른 자신을 만들고 싶었다면 인형에다가 정신을 집어넣었겠지. 마찬가지로 아무런 생각도 없는 고깃덩이에 정신을 집어넣었겠지. 그렇게 되면? 자살충동이 일어나? 어차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게 2개로 늘어났을 뿐인데? 고매한 정신세계건 뭐건 간에 상관이 없겠지.”

“하지만 전 룸 사바아다라는 인간입니다. 그렇기에 그...”

“그! 러! 면! 너라는 인간이 신의 정신을 지녔다고 해서 네가 사랑을 잃었을 리가 없다고 말하는 거잖아. 즉, 너는 신의 옆에서 그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있는 한 사람에 불과한 거고. 내가 묻는 건!”

‘룸 사바아다’는 사랑을 해본 적이 있느냐?

그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치는 한 마디가 있었다.

- 그대는 인간인가?

심층세계에서 추방당했을 때에 들렸던 목소리.

“내가... 룸 사바아다임을 물은 것이었나?”

신은 자신을 본따서 나를 만든 것이 아니라, 나라는 인간에게 자신의 정신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준 것이었나. 그렇다면 나는 신도 인간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난 분명 지난 10년 동안 계속 심층세계에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나를 추방시킬 이유가 없지 않던가. 어째서?

하지만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넌 사랑을 해본 적이 있냐고 묻잖아.”

“아, 아뇨... 단 한 번도.”

“그럴 것 같았어~ 자살하려는 녀석들은 사랑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거나, 무언가를 지독하게 사랑하고 있는 두 가지 경우 밖에 없단 말이지. 넌 전자일 것 같았어.”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가볍게 털고는 강연대 위에 놓여진 -----에 얼굴을 가져가 천천히 그 향을 들이마셨다.

“이 꽃의 이름이 뭔지 알아?”

“알고 있습니다.”

“꽃말도 알고 있어?”

“아니요.”

“행복, 친절... 결혼식에서는 사랑의 맹세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해. 정말 딱 어울리지?”

사실 그 순간 나는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건성으로 대답하고 있다는 것쯤은 금세 알아챘을 터인데도 그녀는 대체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인지 꿋꿋하게 말을 계속했다.

“실은 나도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 사랑이라는 건 특정 무언가에 가슴이 뛰는걸 말하는 거잖아? 그런데 저번에도 말했지. 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먼저 다가가 버리고 만다고. 옛날부터 그랬어. 그래서 예전에는 그저 막연하게 지금 이 고동보다도 훨씬 큰 고동을 느끼게 해줄 무언가가 내 앞에 나타나줄 거라고 생각했지.”

“지금은 아닙니까?”

내 질문에 유레아는 무척이나 슬프게 웃었다.

“지금은 아니야. 그야 라라네의 음악을 들어버리고 말았는걸.”

“진심으로 그녀를 축복하고 있지 않군요. 그녀를 사랑했습니까?”

“아니? 진심으로 기쁘고 축복하고 있어. 사랑? 푸흡! 그런게 아니야. 라라네의 음악이 나에게 아주 큰 충격이나 변화를 주지는 않았어. 오히려 반대야. 다른 것들과 똑같이 가슴이 뛰면서도, 다른 것들과 다르게 마음이 끌렸을 뿐이야. 말했잖아. 지금까지 사랑해본 적이 없다고.”

“저나 당신이나 별반 다르지 않군요.”

그녀는 질색이라는 것처럼 손사래를 쳤다.

“묶지 마, 임마.”

“아, 네.”

“음~ 왠지 모르게 알 수 있단 말이지. 나도 언젠가 아름답고 멋지고 가슴 뛰는 모험 같은 사랑을 할거라고. 그리고 그건 틀림없이 나처럼 라라네의 음악에 이끌려 나타날 거라는 것도.”

“어떻게 아십니까? 신입니까?”

“너보다는.”

그렇게 말하고 유레아는 타박타박 걸어 예배당 문을 힘껏 열어젖혔다 얼마나 오래됐는지 녹슨 경첩이 요란한 비명을 질러댄다.

“너도 뭔가 생각할게 많아 보이는데 따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자고.”

“나쁘지는 않군요.”

“맞아, 모르고 보면 놀랄 수도 있으니까 미리 말해줄게. 여기에서는 조금 특이한 결혼식을 하니까 내일은 희귀한 광경을 볼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말하고 유레아는 지체 없이 예배당에서 나갔다. 문틈으로 들어오는 실바람의 상쾌함을 한껏 만끽하고 난 후에야, 그녀가 은근슬쩍 도망쳤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재밌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작가의말

 아하하;; 설마 제 부족한 글을 기다리는 분들이 아직도 계실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선작수가 한자리 수까지 내려가는 것은 각오하고 올린 글이었는데요.

 정말 뭐라 표현해야할지... 정말 감사합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하핫.


 스토리를 다시 한 번 정리해가면서 최대한 자주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1. 차별없는 사랑은 조금 긴 내용이고 가면 갈수록 앞내용과 엮이는 부분이 많아집니다. 물론 아직 나오지 않은 뒷부분과도 엮입니다. 읽기 불편하실 수도 있지만 최대한 매끄럽게 읽으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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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 차별없는 사랑 - 6 18.01.12 49 2 9쪽
» 1. 차별없는 사랑 - 5 +1 17.01.30 152 4 7쪽
44 1. 차별없는 사랑 - 4 +2 17.01.27 162 4 7쪽
43 1. 차별없는 사랑 - 3 +2 12.03.04 274 5 11쪽
42 1. 차별없는 사랑 - 2 +2 12.02.18 307 5 9쪽
41 1. 차별없는 사랑 - 1 +3 12.02.13 298 4 5쪽
40 0. 이야기의 시작. +4 12.02.08 305 4 6쪽
39 4. devil deal +2 12.02.03 310 7 6쪽
38 3. 아버지 - 10 end +3 12.02.02 246 4 8쪽
37 3. 아버지 - 9 +1 12.01.29 247 4 8쪽
36 3. 아버지 - 8 +1 12.01.27 295 4 10쪽
35 3. 아버지 - 7 +1 12.01.22 366 4 10쪽
34 3. 아버지 - 6 12.01.22 286 4 9쪽
33 3. 아버지 - 5 +2 12.01.19 364 3 8쪽
32 3. 아버지 - 4 +2 12.01.17 285 3 11쪽
31 3. 아버지 - 3 +2 12.01.15 257 4 6쪽
30 3. 아버지 - 2 +1 12.01.12 323 4 12쪽
29 3. 아버지 - 1 +3 12.01.10 265 3 17쪽
28 XX. 그대를 위한 누군가의 외침 +1 12.01.09 248 4 2쪽
27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9 end +2 12.01.04 237 4 5쪽
26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8 +2 12.01.03 254 4 15쪽
25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7 +1 12.01.01 244 3 14쪽
24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6 +3 11.12.30 304 4 7쪽
23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5 +2 11.12.28 260 2 9쪽
22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4 +2 11.12.27 334 6 7쪽
21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3 +1 11.12.26 231 3 7쪽
20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2 +3 11.12.24 32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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