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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악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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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2.03.04 23:26
최근연재일 :
2018.01.12 12:31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5,862
추천수 :
181
글자수 :
172,566

작성
12.02.03 15:29
조회
310
추천
7
글자
6쪽

4. devil deal

옛날에 썼던 글이에요




DUMMY

아버지의 몸은 곧 먼지처럼 곱게 바스라졌습니다. 내가 소중히 들고있던 심장 역시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리고 작고 빠알간 알갱이만 남았습니다. 이상하게도 아버지의 시신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슬프지만은 않았습니다.

악마 때문일까요.

아니면 이미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셨되 돌아가시지 않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일까요.

붉은 조각을 조심스레 쥐고 아버지의 시신 옆에 놓여있던 술병을 잡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제가 제일 먼저 찾아 이 조각을 얻으리라 예상하셨던 걸까요. 마개를 열고 붉은 조각을 집어넣었습니다.

맑고 청명한 울림이 들리기가 무섭게 술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술은 뜨거워지지도, 끓어넘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병이 깨질까 걱정이 들 정도로 격하게 끓었습니다.

이윽고 그 끓음이 멈췄을 때, 저는 병주둥이를 물고 단숨에 술을 들이켰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방울이 혀끝에 닿는 순간, 제 머릿속으로 미르유가 들이닥쳤습니다.

제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미르유는 선택받은 일족이다.

-미르유는 저주받은 일족이다.

하지만 두 목소리는 서로 정반대의 말을 하고 있음에도, 이어 두 목소리가 중첩되어 제 머리를 두들겼습니다.


-미르유는 악마를 품에 안은 일족이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 암적색의 그림자 형상을 한 악마가 제 앞에 서있었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서있었다는 듯, 매우 자연스럽게 주변과 잘 어우러져 보였습니다.

-- 레네르 미르유, 다섯번째 미르유인가.

"난... 움직일 수 있는건가?"

분명 아버지의 기억에서는 처음에 몸을 움직일 수 없다고 했기에 나름대로 각오를 하고 있어서 좀 허탈한 감이 있었습니다. 악마는 무덤덤하게 답했습니다.

-- 그대의 시간을 동결시킬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버지의 시신을 보존시킨 것도 네가 한 일인가."

-- 아니다. 팜페슈 미르유는 그대를 위해 죽음을 택함으로써 나의 시험을 통과하여 사랑이라는 무기를 얻었지만 나를 찌를 육신과 정신이 없었기에 나는 그대로 그의 육신에 남았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남겨진 사랑은, 나 대신 팜페슈 미르유의 심장에 박혀 그대에게 전해지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궁극적으로 사랑은 그대에게 향해있기 때문이지, 라는 영문모를 말을 하곤 입을 다물었습니다.

"나도 이제 너의 시험을 받는건가."

내 심장의 고동을 찾아준 유일한 여인, 유레아 유에니리. 저는 그녀가 나의 사랑이라는 확신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악마가 혹시라도 고개를 가로저을까봐 가슴을 졸였습니다.

다행히 악마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 그대는 자격을 갖추었다.

"좋아... 그것만 알면 됐어."

그리고 저는 의기양양하게 악마에게 외쳤습니다.

"악마여, 나와 거래를 하지 않겠나?

-- 말해보라.

저는 떨리는 마음을 악마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부딘 애를 써야만 했습니다.

마음을 다잡고자 유레아가 저의 곁을 떠나며 했던 말을 되새겨보았습니다.


"네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너를 사랑하기 위해서 너는 악마와 거래를 해야만 해."

"이제부터 내가 할 말을 악마에게 굳이 숨길 필요는 없어."

"그는 만물의 시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에게도 승기는 있어. 그는 신의 사슬에 묶여 그 자신의 시간을 볼 수 없기 때문이야."

"당신이 사랑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악마의 거래는..."


그녀가 했던 말을 그대로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했습니다.

"내 몸을 너에게 줄테니 그 대가로 너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다오."

-- 어째서 그런 거래를 바라지?

"네가 허락한 단 하나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다!"

악마는 잠시 침묵하고나서 제게 손을 내밀며 말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저를 비웃는 것 같기도, 동정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 좋다, 미르유여. 한 번 겨루어보자꾸나. 그대가 그대의 사랑을 걸었으니 이는 곧 내가 그대에게 주는 시련이 되리라.

"그 시험... 받아주겠다!"

악마가 내민 손을 마주잡자, 갑자기 악마의 팔을 타고 새하얀 사슬이 뱀처럼 기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슬은 금새 제 팔까지 타고 올라왔습니다. 사슬은 팔꿈치 아래 부분을 살색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칭칭 감고나서야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난... 널 죽이겠어."

남자의 그림자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그를 비웃는다.

-- 죽여봐라. 네 불변의 사랑으로 내 심장을 찔러라. 그리하면 나는 영원히 소멸할 것이다.

-- 이제부터 그대는 나와 함께 신에게 묶이게 되리라. 그리고 언젠가 그대가 바라는 사랑이 나를 위협할 때, 그대는 약해진 나를 이 사슬로 조여 죽일 수 있으리라.

"나는 사슬의 한 끝을 잡고 네가 사랑에 약해지기를 기다리겠다. 그리고 그 때가 오면 나는 사슬로 네 목을 졸라 죽이겠다. 또한 네게 사랑을 찔러넣은 자는 나의 허락된 단 하나의 사랑이 될 것이다."

-- 이제 한 존재의 살해방법을 안 대가를 치뤄라. 네 육신을 나에게 바쳐라. 그리하여 나는 사슬에 묶여, 묶이지 않은 육신으로 세상을 활보할 수 있으리.


-- 거래Devil deal는 성립하였다.




재밌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작가의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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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 차별없는 사랑 - 6 18.01.12 49 2 9쪽
45 1. 차별없는 사랑 - 5 +1 17.01.30 152 4 7쪽
44 1. 차별없는 사랑 - 4 +2 17.01.27 162 4 7쪽
43 1. 차별없는 사랑 - 3 +2 12.03.04 275 5 11쪽
42 1. 차별없는 사랑 - 2 +2 12.02.18 307 5 9쪽
41 1. 차별없는 사랑 - 1 +3 12.02.13 299 4 5쪽
40 0. 이야기의 시작. +4 12.02.08 305 4 6쪽
» 4. devil deal +2 12.02.03 311 7 6쪽
38 3. 아버지 - 10 end +3 12.02.02 247 4 8쪽
37 3. 아버지 - 9 +1 12.01.29 247 4 8쪽
36 3. 아버지 - 8 +1 12.01.27 296 4 10쪽
35 3. 아버지 - 7 +1 12.01.22 366 4 10쪽
34 3. 아버지 - 6 12.01.22 287 4 9쪽
33 3. 아버지 - 5 +2 12.01.19 364 3 8쪽
32 3. 아버지 - 4 +2 12.01.17 286 3 11쪽
31 3. 아버지 - 3 +2 12.01.15 257 4 6쪽
30 3. 아버지 - 2 +1 12.01.12 324 4 12쪽
29 3. 아버지 - 1 +3 12.01.10 265 3 17쪽
28 XX. 그대를 위한 누군가의 외침 +1 12.01.09 248 4 2쪽
27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9 end +2 12.01.04 237 4 5쪽
26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8 +2 12.01.03 255 4 15쪽
25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7 +1 12.01.01 244 3 14쪽
24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6 +3 11.12.30 304 4 7쪽
23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5 +2 11.12.28 261 2 9쪽
22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4 +2 11.12.27 334 6 7쪽
21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3 +1 11.12.26 232 3 7쪽
20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2 +3 11.12.24 32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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