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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악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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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2.03.04 23:26
최근연재일 :
2018.01.12 12:31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5,839
추천수 :
181
글자수 :
172,566

작성
12.01.15 18:34
조회
256
추천
4
글자
6쪽

3. 아버지 - 3

옛날에 썼던 글이에요




DUMMY

솔직히 연주는 아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조금 더 나아졌을 뿐, 내 귀를 흡족하게 할 수는 없는 연주였다.

하지만 가슴은 달랐다.

난 그녀의 연주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떨리는 심장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조그만 틈으로 물이 벌컥벌컥 쏟아지는 것처럼 심장이 맹렬한 기세로 펌프질을 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연주의 무엇이 나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걸까.

대체 무엇이!

'사랑'

가슴 속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말을 하는 순간, 그녀의 연주가 끝을 맺었다. 동시에 나의 심장도 본래의 굳건한 돌같은 상태로 되돌아갔다. 멍하니 무언가를 웅얼거리는 내게 그녀가 수줍게 물었다.

"제 연주는 어떠셨나요? 역시... 별로던가요?"

나는 벌떡 일어나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갑작스런 행동에 그녀는 깜짝놀라 우왕좌왕하기만 했다. 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을 꺼냈다.

"아까... 제가 어째서 여행을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셨지요."

"아, 네에..."

"저는 제 사랑을 찾아 여행을 떠났습니다. 근 2년간 쉴 새없이 대륙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제 사랑은 찾지 못했습니다."

"아쉽네요."

그녀는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을 계속했다.

"그런데 지금, 제 사랑일지도 모르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라라네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조금 놀란 기색으로 되물었다.

"저... 말인가요?"

"네. 이제는 더이상 어디에서도 내 사랑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허무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당신의 연주를 들었습니다. 당신의 음악을 듣는 순간, 저는 이유모를 떨림이 일었습니다. 그래서 그 떨림을 따라, 선율을 따라 정처없이 달리다보니 라라네, 당신이 이곳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

입을 가리고 놀람을 감추지 못하는 라라네에게 나는 오른손을 가슴에, 왼손을 등에 대고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내가 당신께 바치는 최대의 존경의 표현.

"아직 당신이 제 사랑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이, 당신의 음악만이 제 심장을 뛰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당신을 사랑이라 믿고, 당신을 사랑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말재주가 없어서 제 이 절박한 심정을 어찌 말씀드려야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혹 미흡할지도 모르는 제 진심을 받아주십시오.


라라네 가흐르. 유일하게 제 마음을 흔들어놓으신 분.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꽃도 관중도 보석도 그 무엇도 없었지만 결혼행진곡이라기에는 미흡한 선율과 아름다운 천사의 축복이 함께했던 나의 프러포즈였다.



2년 반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마차에 라라네와 함께 앉아있었다. 라라네는 내 어설프기 짝이 없는 프러포즈에도 기뻐 눈물을 흘리며 한달음에 내게 달려들었다. 그녀와 돌아가는 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애초에 혼담이 이뤄진 자체가 라라네가 나에게 마음을 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분명 행복할거라 했던 '그 분'은 사실 나였다는 뜻이 되었기에 나는 쑥스러워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것 참, 우연도 이런 우연이 어디에 있을까 싶었다. ...우연? 아니, 라라네의 사랑이 만들어낸 기적이겠지.

이윽고, 마차가 녹림로에 들어섰다. 오랜만에 보는 녹림로는 어렸을 때와는 꽤나 다르게 보였다. 싱싱한 푸름이 너울너울 춤을 추는 것만 같았다. 나는 녹림로의 푸른 아름다움을 느끼며 내 가슴이 조금은 따뜻해졌을리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버지께는 미리 전갈을 넣어두었기 때문에 아버지와 하인들이 나를 마중나와 있었다.

"어서오렴, 파슈. 성인식이 되기 전에 잘 돌아와줬구나."

난 오랜만에 뵙는 아버지가 너무 많이 바뀌어있어서 깜짝 놀랐다. 외견이 아니라, 분위기가 그러했다.

더없이 밝은 웃음으로, 인생이 즐거워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아버지는 내겐 낯설기만 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첫인사를 우물거리고 말았다.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그래, 오랜만에 보니 어색한가보구나. 그럴 수도 있지. 그리고... 라라네 가흐르 양?"

"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버님."

"그래, 잘 지냈느냐?"

난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살갑게 대하는 둘을 보며 작게 웃었다. 내가 웃는 것을 보고 아버지는 더한 미소를 지으시더니 하인들에게 라라네를 방으로 데려가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가려는 내 귓가에 나지막히 속삭이셨다.

"저 아이가 네 사랑인게냐?"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럴 것 같습니다."

내 애매한 대답에도 아버지는 충분히 만족스러우신 모양이었다.

"그래, 지금은 그거면 족하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네 웃음을 볼 수 있었으니 그만으로도 충분하다! 암, 그렇고말고!"

난 앞서 걸어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지금껏 아버지께 내 웃음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 갑자기 후회가 물밀듯 밀려왔다.

그래서 앞으로는 더 많이 웃자는 작은 결심을 하고 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이제와서 생각하지만 그 때 난, 난생처음으로 '효도'라는 것을 해보겠다 마음먹었던 거였다.



그 후, 2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내가 귀가한 바로 다음 주부터 대대적인 결혼식 준비가 진행되었고, 결국 한 달 후에 바로 나와 라라네는 결혼식을 올렸다.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수줍게 입을 맞추고 얼굴을 붉혔다.

가끔 라라네의 연주를 들으며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기도 하고, 아버지와 마주 앉아 술을 마시기도 하고, 혼자 조용히 책을 읽기도 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성년이 되기전에 마지막으로 가주로써 해야만 하는 일들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이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매우 행복해서 미처 느끼지 못했지만

가만히 되돌이켜보는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이 때의 나는 심장이 얼음처럼 새하얗게 얼어있었다는 사실을.




재밌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작가의말

행복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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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 차별없는 사랑 - 6 18.01.12 48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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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1. 차별없는 사랑 - 4 +2 17.01.27 161 4 7쪽
43 1. 차별없는 사랑 - 3 +2 12.03.04 274 5 11쪽
42 1. 차별없는 사랑 - 2 +2 12.02.18 306 5 9쪽
41 1. 차별없는 사랑 - 1 +3 12.02.13 298 4 5쪽
40 0. 이야기의 시작. +4 12.02.08 304 4 6쪽
39 4. devil deal +2 12.02.03 310 7 6쪽
38 3. 아버지 - 10 end +3 12.02.02 246 4 8쪽
37 3. 아버지 - 9 +1 12.01.29 246 4 8쪽
36 3. 아버지 - 8 +1 12.01.27 295 4 10쪽
35 3. 아버지 - 7 +1 12.01.22 366 4 10쪽
34 3. 아버지 - 6 12.01.22 286 4 9쪽
33 3. 아버지 - 5 +2 12.01.19 363 3 8쪽
32 3. 아버지 - 4 +2 12.01.17 285 3 11쪽
» 3. 아버지 - 3 +2 12.01.15 257 4 6쪽
30 3. 아버지 - 2 +1 12.01.12 323 4 12쪽
29 3. 아버지 - 1 +3 12.01.10 265 3 17쪽
28 XX. 그대를 위한 누군가의 외침 +1 12.01.09 247 4 2쪽
27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9 end +2 12.01.04 237 4 5쪽
26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8 +2 12.01.03 254 4 15쪽
25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7 +1 12.01.01 243 3 14쪽
24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6 +3 11.12.30 304 4 7쪽
23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5 +2 11.12.28 260 2 9쪽
22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4 +2 11.12.27 333 6 7쪽
21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3 +1 11.12.26 231 3 7쪽
20 여든여덟의 추도문 - 5. 후로나 키인 - 2 +3 11.12.24 32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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