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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칼쌤 님의 서재입니다.

천명의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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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칼쌤
작품등록일 :
2023.05.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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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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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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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외로운 결단

DUMMY

"자자...그렇게 서 있지들 말고 앉아서 이야기해 보기로 합시다.“


소현세자가 의자를 가리키며 자리를 권한다.


그들은 송구스럽다는 표정으로 마지못해 앉음을 강조하듯이 최대한의 예를 갖추며 의자에 몸을 걸친다.


이제 조금 편안한 마음이 들었기에 장과장은 본격적으로 무겁고 신중한 대화를 이어 나가려 한다.


”내 그대들이 나를 불편해하고 어렵게 여길 거라 생각하여 편안하게 해 주려 하고는 있는데 어찌 그렇게 되어 가는지 궁금하외다.


또한 그대들과 나와의 인연이 오늘이 처음이라 다소 어색하고 경계심을 가지고 있음은 그대들이나 나나 매한가지 일 듯싶소.


그러나 그대들이 나의 할아버지이신 세종대왕의 신하들의 자손들이라 하니 내 조금은 안심이 되오,


또한 그대들이 나에게 예를 다해 주니 조금씩 믿음이 가는 것 같구려.


어쨌든 하늘이 그대들을 내게 보낸 듯하나 그대들이 이런 예상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야심한 시각에 나를 이곳에 부른 목적이 따로 있을 거라 보오.


그리고 방금 전에 장과장이 무거운 이야기를 꺼낸 목적도 나의 궁금점과 다르지 않다 보오.


내 그런 연유로 이제부터는 그대들의 의견을 경청하려 하오,


그러니 주저하지 마시고 나를 오랜 벗이라 생각하고 그대들의 고견을 숨기지 말고 말해 보시오."


소현세자의 말이 끝나자 장 과장 일행은 역사책이나 사료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소현세자의 백성을 배려해 주는 따뜻한 인간미 넘치는 군주로서의 자질을 엿보는 듯싶었다.


장과장은 소현세자가 참으로 인격을 제대로 갖추고 계시는 좋은 분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은 소현세자의 물음에 무엇부터 꺼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릴 때 생각을 정리한 장과장이 먼저 입을 열기 시작하였다.


"저하


신이 먼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하께서 가지고 계신 그 위대한 꿈 그리고 간절한 희망이신 조선의 부국강병


그리고 농업을 근간으로 하여 상공업을 장려하며 이를 바탕으로 만백성이 배고픔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귀천이 없는 조선을 만들겠다는 그 뜻을 저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여기에 온 연유 중 가장 큰 것은 그러한 저하의 뜻을 높이 받들고자 함입니다.


또한 저하가 그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저하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저하의 충성스러운 신하로서 저하를 보필하는 것이옵니다.


저하 또한 오래전부터 그런 소망을 어심에 담아두고 그 뜻을 펼칠 기회를 살펴보고 있다 소신들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흠....그대들이 머나먼 이국땅에 있었건만 어찌 그리 막힘없이 나의 심중을 예단하고 있소?


그래 그것의 진실 여부는 뒤로하고 그렇다면 그대들은 내가 어찌해야 이 나라를 살릴 수 있다 보오?“


”예 저하


저하의 그 깊고 높은 뜻은 이미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소신들이 잘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나 저하의 그 소원이 귀하고 백성을 구제하시겠다는 그 숭고한 어심이 하늘에 닿을지라도 냉정하게 판단해서 조선의 내부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못하면 이는 일장춘몽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소신들은 판단하고 있사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일 중 가장 급선무 적인 것이 있사옵니다.


그것은 조선이 개국한 이래 지금껏 온갖 특혜와 권리만을 행하고 백성의 삶과 나라의 안위를 뒤로하며 그들만을 위한 정치를 하려는 자들이옵니다.


그들은 소위 사대부라 불리는 기득권 세력이옵니다.


즉 그들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조선의 권력을 조선의 군권을 한 손에 쥐고 있는 저들을 제압하지 못한다면 저하의 그 뜻과 애틋함이 하늘에 다 할지라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것이 저하가 처한 지금의 현실적 상황입니다.


저하도 잘 아시다시피 지금 이 조선의 사대부들 특히 권력을 쥐고 있는 세력들 중 그 어느 누구도 저하의 신하는 아니 옵니다.


또한 저들 중 귀천이 없는 조선을 만들려 하는 저하의 뜻을 헤아릴 수 있는 자 아무도 없을 겁니다.


또한 백성의 삶을 평온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 되는 정책을 실행하려는 자 역시 찾아보기 어려울 거라 보옵니다.


그들이 진정 백성을 위하고 조선을 살리려 하기에는 저들은 잃어버릴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설령 저들이 저하의 뜻을 조금이라도 받든다 할지 언정


단 하나라도 그들에게 손해가 된다면 그들의 기득권과 특권을 위해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 백성 편에 서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그 권력을 놓지 않으려 갖은 술수를 다 동원할 것입니다.


결국 언제든 저하와는 등을 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하기에 저들 머릿속 깊이 박혀있는 대명 사대주의에 근거한 명분론 및 성리학을 근거로 한 저들의 사상과 저하의 실용주의적 노선은 절대 함께 할 수 없고 공존할 수도 없습니다.


이는 그들을 배척하지 못한다면 협상과 타협의 정치보다는 비판과 비난만이 존재하는 정치로 전락하게 되는 것은 예측 가능 한 일입니다.


결국에는 파국으로 치밀어 끝에는 정적으로 돌릴 수뿐이 없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들은 특히 김자점과 귀인 조씨는 금상의 눈과 귀를 가리고 판단력을 흐리게 하여 전하를 앞장 세워 저하의 그 뜻을 방해하려 할 것입니다.


결국 그들은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려 저하를 배척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갖은 음모와 술수로 극악 무도하게도 저하를 제거하려 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송구한 말씀이오나


저하의 아버지님이신 지금의 전하 역시 반정에 의하여 왕이 되셨다는 그 이유로 인해 늘 정통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 연유로 기득권 세력의 비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알고 계시고 또 그렇게 믿고 계시옵니다.


즉 전하께서는 원하든 원하지 않던 어쩔 수 없이 그들 편에 서야 하고 그들과 함께 나갈 수뿐이 없는 상황에 처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새로운 정책을 내세워 백성을 편하게 하겠다는 저하의 뜻이나 정치적 행보는 그들에게는 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정적으로 다가올 수뿐이 없는 겁니다.


더군다나 호란으로 인하여 현재 조선은 극심한 반청주의가 대세가 돼 버렸습니다.


이 상황에서 청나라에서 5년간을 머물다 오고


또한 비록 오랑캐라 할지라도 우수한 문물은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재 탄생 시켜야 한다는 지극히 옳은 저하의 의지 역시 저들에게는 좋은 빌미 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곧 저하께서 그 꿈을 실현하기도 전에 혹은 그 꿈을 말도 하기 전에 철저히 고립되어 버린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결국은 저하와 빈궁 마마의 안위마저 위협당하는 최악의 결과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선의 정치적 상황에서 외람되지만 저하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고 조선을 개혁하고 만백성을 편하게 하고자 하신다면 결론적으로 저하께서는 절대적인 힘이 있어야 하옵니다.


또한 저하의 그 뜻을 늘 받쳐 줄 수 있는 충직한 사람들 저하의 사람들 즉 그들을 정치적 세력으로 만들어 그들을 조정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까지 묵묵히 듣고 있던 소현세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망치로 한 대 맞은 듯한 얼굴로 장과장을 보면서 어렵게 입을 열었다.


”잘 보셨소.


그대의 정확한 판단과 지적이 부끄럽게도 그간 내가 심중에서 꺼내지 못하고 나 혼자서 고민하던 것이요.


나 역시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간 수없이 많은 밤을 지세며 고민을 해 왔던 것들이오.


그러나 고백하건대 지금껏 그것을 헤쳐 나갈 길이 보이질 않아 나 스스로 참으로 답답해 여겨 온 것이오,


일국의 세자인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 현실이 원망스럽고 그저 개탄스러울 뿐이요.


조선 천지 그 어디에도 나를 도와줄 충직한 신하도 없고 나의 명을 충실히 따라줄 세력과 병졸도 없소.


그렇소이다.....


나의 심장은 온전히 조선의 만백성에게 향하고 있소 이만 나의 앞에는 너무나 많은 장애물이 있소.


그리고 나에게는 너무나 힘이 없소........"


소현세자는 본인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이며 한참을 들지 못하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는 그저 말없이 장과장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두 눈에 고여 있는 안타까움 그리고 그의 어깨 위에 얹혀 있는 억만 겹의 번뇌와 그의 꿈에 대한 간절함


이 모든 것들이 장과장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소현세자의 비통하고 애틋한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는 황병수 중사와 김도훈 선장에게도 여과 없이 전해지니 그들의 심장 또한 알 수 없는 간절함을 느낀다.


그것을 읽은 장과장은 비장한 각오를 한 것인지 혹은 그에게 연민의 정이 생긴 건지 모르지만 굳은 얼굴로 세자 저하 내외를 바라본다.


그리고 침착하되 강한 어조로 결론에 달하는 오늘 주제를 꺼낸다.


짧은 시간의 대화를 통하여 소현세자의 진정성이 그에게 닿았는지 그의 마음에는 진정으로 이분을 도와 조선의 역사를 새로 쓰리라는 굳은 각오로 가득 차게 되었다.


”저하


신 장민정


이 자리에서 죽을 각오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저하께 한 말씀 다시 올립니다.


조선의 부국강병과 가엾은 백성을 위하여 저하께서 결단을 내려 주신다면 신들이 목숨을 바쳐 신들이 앞장서서 저들을 제거하여 저하의 앞길을 열어 보겠나이다.“


"헉..


장과장


지금 제거라 하셨소?


이 조정과 군부를 주무르다시피 하는 저들을 상대로 무슨 힘이 있어 제거 한단 말이요?


또 그것을 어떤 명분으로 진행할 수 있단 말이요?


설령 명분이 있다 한들 저들 역시 나의 신하요 백성이오.


그들과 협상하고 타협하여 정책을 제시하고 그리고 설득하여 함께 나아가야 함이 옳다 판단되오.


그대의 용기와 충직함은 가상하고 높이 사오.


그러나 헛되이 목숨을 버리는 일은 하지 않길 바라니 그건 아니 될 말이요.”


여기서 소현세자가 먼저 역공을 취하지 않으면 그가 배운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 소현세자와 그의 식솔들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장과장이었다.


그러나 그런 역사적 사실을 말할 수 없고 또 설령 말한다 하더라도 믿지도 않을 거니 답답하고 안타까움을 간직한 채 다시 한번 소현세자를 설득하기로 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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