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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의 사무라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1.05.16 10:51
최근연재일 :
2021.06.29 10: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4,727
추천수 :
138
글자수 :
158,650

작성
21.06.05 10:00
조회
98
추천
3
글자
8쪽

14. 눈이 결정한다 1

DUMMY

14. 눈이 결정한다




그 여섯이 얼마나 대단한가 하면...


일단 처음으로 남자가 칼로 한 명의 손목을 쳤어.


발도(拔刀)술이라고 하는 것인데, 칼을 뽑으면서 바로 치고 베는 것. 번개같이 짧게 가차운 것을 쳐. 검객이 남들에게 보이는 연무에서 칼을 뽑아 멋진 자세를 잡고 무엇을 쳐. 짚단이나 대나무를 베지. 헌데 발도술이 지대로 된 사람은 칼을 뽑았다 바로 집어넣는데, 짚단이 대나무가 어느 틈에 잘려져 쓰러지는 거야.


이것은 왼손이 잡은 칼집을 어느 각도로 틀어놓고 있는 가가 중요하지. 칼집에서 칼이 나오는 선이 자르고자 하는 것과 적당한 각도로 이어지면서 베고 - 다시 칼집으로 들어가는 선으로 이어지는 것이지. 빠르면 마치 칼에 묻은 물방울을 털어내는 것 같이 툭 휙 하고 칼이 다시 들어가. 어쩌면 일종의 기습이지.


이 발도술을 하려면 칼집을 거꾸로 뒤집어 잡거나 반 이상은 좌나 우로 비틀어야 해. 정상적으로 칼집을 잡으면 아래서 위로 베는 것밖에 안 되거든. 또한 뽑는 속도도 빨라야 하고, 칼집에서 나오는 칼날의 선이 목표물을 벨 각이 나와야 해. 내 생각에 발도술은 어깨선 위로는 안 써. 높아지면 칼이 행위로 보이니까.


남자가 천 자루를 들고 나가서는 한 명을 보고 그랬어.


“기도는 했니?”


그러자 가까이 서 있던 남자가


“뭐슬!”...


그러자 남자가 멋진 말을 했지.


“이제 조상님을 뵐 것이 아니냐...”

“느가 말이 질다 이.”


남자가 다소곳이 칼집에 손을 대는가 싶더니 휙! 챙! 허고 다시 칼집으로 칼이 들어가.


“억!...”


남자의 손에서 시뻘건 피가 뚝 뚝 뚝...


남자는 말로 발도술을 경고한 것이었고, 이 정도면 겁을 먹거나 검술의 차이를 느끼고 물러설 줄 알았나 봐. 물론 놀라긴 놀랐지. 헌데 더 놀라운 장면이 일어나.


우리 집 앞에 작은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었어. 나를 태어나게 한 남자의 발도술이 벌어지자, 모두 놀란 기색이었는데, 그 놀람이 무서운 것이 아냐. 예를 들면.


‘이 녀석이 이런 것도 아네?’


그거였어.


잠시 정적 후에, 그중 대장 되는 사람이 왼손으로 칼집을 약간 들더라고, 버드나무 쪽으로. 그리고는 휙! 챙! 남자와 똑같은 발도술을 선보였어. 칼을 뽑았나 싶은데 다시 들어가 버렸고, 버드나무 작은 가지가 살랑살랑 밑으로 앙증맞게 돌면서 떨어져.


말은 안 했지만 그거지.

‘뭐, 이거? 하하하. 그거 자랑이야?’


아니 기습을 당했으면 화를 내야 할 거 아녀. 화를.


사실 제대로 된 발도술이라면 맞은 남자의 손목이 잘려야 정상일걸. 헌데 우리 집에 있던 칼은 그리 좋은 칼이 아냐. 매번 숫돌로 정제한 것도 아니고. 남자는 무사로 나설 생각이 없었고, 시큰둥하기는 하나 우리 형제와 어머니를 보살피려고 했지.


내가 보기에 남자는 떠나야 했어. 어디 머물 사람이 아녀. 집을 나설 때마다 돌아오실까?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니까. 그 떠나고 싶은 마음이 그 칼에 있었고, 그래서 마음을 다스리려 밤에 칼을 들고 나가 종종 연무를 한 거지. 속이 답답한 거야. 사랑해서 부부가 되는 것이 그 답답함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하하.


나처럼 이렇게 제법 개량을 하면 마누라의 지배를 받아. 최고의 검객은 최고의 수다쟁이 마누라에게 굴복하지. 마누라에게 무력을 쓰고 거친 말을 하는 사람들은 모다 어중간한 사람들이지. 마눌에게 쳐주는 척 사는 것이 겁나 편해. 아문.


하여간, 손목이 잘렸다면 모르겠어. 흔히 하는 말로 ‘너 냉중에 보자 이 씨벌늠.’ 하고 갔을지도. 남자들이 흔히 그러잖어.


‘나중에 보자는 놈 무서워 뒤지겄다 이 씨벌늠아. 하다 말고 워디 가냔 말여!!!’


그 무리도 장난은 아녀. 보통 피를 보고 뭐가 잘리면 사람이 겁을 먹지. 말만 번드르르해도 시뻘건 피를 보면 대게 마음이 달라지거든.


참 나도 정신 지대로 박힌 인간은 아녀. 그 순간에 나가 뭐슬 생각했겠어. 싸움이 아녀. 판도가 어떻게 흐를지가 아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아니, 칼에 피가 묻었는데 닦고 집어넣어야 한는 것이 아니냐 그런 생각. 그 아비에 그 자식인가? 하하.


나중에 내가 그런 경우가 생기면서 알았지. 칼에 피가 묻었는데 집에 넣기가 껄꺼름한 때가 와. 그렇다고 어디 풀이나 물을 만나 닦을 때까지 시뻘건 칼을 들고 다닐 수도 없고 말이지.


그럴 때는 그냥 넣는 거여. 그냥 삽도 해도 괘않아. 왜냐문 말이여. 이 칼집은 칼에 맞게 처음부터 대장장이가 같이 만들어. 칼과 칼집은 동시에 만드는 것이여. 칼을 나무에 대고 정확허니 그려서 파내서 만드는 것이라고. 그리고 칼은 칼집 입구가 잡고 있어야 해. 칼받이 부분이 딸각 칼집에 걸러야 정상이여. 아님. 뛰다가 칼이 빠지니까. 칼집 고 부분 만드는 것이 기술이여.


칼을 발도 삽도 반복하다 보면 닳아서 칼집 입구가 느슨해져. 원래 남자끼리는 ‘너 정말 나와 싸울 테냐?’ 말로 묻는 것이 아녀. 왼손으로 칼집 입구를 잡은 상태에서, 엄지로 칼을 톡 밀면서 딸깍! 소리로 말하는 것이제. 엄지로 미는 동작은 ‘너 한번 해 볼 테냐!’ 그 뜻이지. 헌데 자주 쓰다 보면 거기가 느슨해져.


우리가 피 묻은 칼을 넣으면 당연히 입구에 피가 묻어. 그리고 피는 굳지. 냉중에는 피가 마르면서 가루가 되어 떨어져. 헌데, 이 느슨해진 칼집 입구에 피가 도포되면서 말라도 좀 남아. 이것이 칼집이 잡아주는 입구의 강도를 유지해주는 거야. 물론 시간이 나면 물로 깨깐히 세검을 하고 칼집 안도 말려주어야 하지.


뭐 집에서 가보처럼 모시면서 말만 많은 놈들은 칼이나 칼집이나 죽을 때까지 온전하겄지.


게 칼여? 가구지. 농부의 낫이 더 훌륭한 물건이지.


거보담 푸줏간의 칼이 더 쓰임새가 있지. 날이 시퍼런 칼은 매일 쓰는 칼이여. 갸들도 무사 저리 가는 사람들이여. 동물을 잡아 먹음직하게 발라내면서 자기도 엄청 다치거든. 해서 칼이 사람 살과 어우러지는 끔찍함을 진짜 자기 몸으로 아는 사람들이니께.


팔뚝과 손의 상처가 푸줏간 사람들의 경력이야. 낫은, 호미는, 괭이는? 계속 쓰는 농구는 제법 날카롭고 살벌혀. 쓰면서 날이 약간씩 갈리면서 어지간히 날카롭거든. 해서 급하게 군사를 모을 때 농민들이 농구를 들고나와도, 걸로 사람 몸 상하게 하는 거 일도 아녀.


미안해. 늙으면 말이 많아져. 자꾸 샌다니까.


손목을 맞은 사람이 물러나면서 피를 막기 위해 천으로 둘러 묶어. 그러자 보고 있던 다른 사람이 오른손을 들어 공중에서 긴 소매를 말어. 소매를 말기 전에는 안 보였는데 오른 손목에 대님이 묶여 있더라고. 소매를 말아서 끝을 그 대님에 넣는 거지.


이어 손바닥을 칼자루 끝에 가볍게 눌러. 분위기가 말이지, 한두 번 칼을 쓴 사람들이 아냐. 칼은 동시에 뽑는 거야. 그리고 바로 시작이야. 수련이 낮은 사람들이나 칼을 척 척 뽑아서 서로 자세를 잡고 “이얏!”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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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0. 옹진의 살수 21.06.15 83 5 15쪽
33 19. 패잔 21.06.15 68 4 11쪽
32 18. 손들의 싸움 21.06.14 80 4 14쪽
31 17. 옹진 큰물 21.06.13 78 4 8쪽
30 16. 유언 21.06.12 71 3 7쪽
29 15. 옛날 옛적 그 자리 2 +1 21.06.11 74 4 8쪽
28 15. 옛날 옛적 그 자리 1 21.06.10 111 3 7쪽
27 14. 눈이 결정한다 2 21.06.08 90 4 7쪽
» 14. 눈이 결정한다 1 21.06.05 99 3 8쪽
25 13. 그 사람은 멋졌다 2 21.06.04 92 3 7쪽
24 13. 그 사람은 멋졌다 1 21.06.03 81 4 7쪽
23 12. 물 건너편에 2 21.06.02 86 2 7쪽
22 12. 물 건너편에 1 21.06.01 93 2 7쪽
21 11. Intermezzo 21.05.31 93 3 9쪽
20 10. 입신양명 3 21.05.30 105 3 7쪽
19 10. 입신양명 2 21.05.29 86 3 7쪽
18 10. 입신양명 1 21.05.28 89 2 7쪽
17 9. 계루에서 사는 법 2 21.05.27 99 3 9쪽
16 9. 계루에서 사는 법 1 21.05.26 93 3 8쪽
15 8. 목경 2 21.05.26 80 3 7쪽
14 8. 목경 1 21.05.25 96 3 7쪽
13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2 21.05.25 85 3 7쪽
12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1 21.05.24 108 4 7쪽
11 6. 검은머리 짐승 3 21.05.24 95 4 8쪽
10 6. 검은머리 짐승 2 21.05.23 93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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