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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B

금성의 사무라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1.05.16 10:51
최근연재일 :
2021.06.29 10: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4,710
추천수 :
135
글자수 :
158,650

작성
21.06.13 10:00
조회
77
추천
4
글자
8쪽

17. 옹진 큰물

DUMMY

큰 물. 큰물. 말로만 듣던.


저 큰물은 아침 햇살을 받아 노르스름? 물의 색깔 때문에 파르스름? 어쨌거나 황홀함을 자아낸다. 게다가 굽이치는 강물만 보던 사람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저 물을 건너가면 제가 세운 나라가 있다 했거든.


‘우리 제(百濟)가 세운 나라가 있다 했지.’


남자는 서서 배고픔도 잊고 바라만 본다.


‘이런 것을 위해서 우린 떠돌아다니지. 그게 내가 받은 피야.’


“메에서 왔니?”


큰물을 바라보던 남자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남자가 돌아보니 초로의 남자가 서 있다. 허나 사람이 가볍게 보이질 않는다. 게다가 남자는 여기가 초행길 초면이다.


“넌 무얼 먹냐.”


남자는 혹시 초로의 노인이 무기나 병기가 있나 눈으로 살핀다.

남자는 산 강 어디서 누굴 만나든 함부로 믿지 않는다.


“뭔 소리요?”


“먹는다. 먹는 게 뭔지 몰라? 배가 부르다. 무엇으로 부르냐!”


“아니 그럼 노인장. 내가 이 별다를 것 없는 동네에서 별다른 것을 먹을까 그러요? 대체로 비슷한 것을 먹지 뭐. 내가 더러운 고기를 먹는 사냥꾼으로 뵈나?”


“쉬운 것을 먹어서는 너 같은 몸이 안 나오니께 하는 말 아녀.”


“내가 좀 크지.”


“그리고 반말하는 씨벌늠.”


“아니 통성명도 없이 다짜고짜 반말은 그 짝 아녀?”


“나이 없고 예의도 없다 치고, 왜 그렇게 기골이 커.”


“애비가 날 이렇게 낳았으니께 크지. 작은 애비가 크게 낳냐?”


“에미는.”


팔짱에 낀 칼을 잡을 뻔했다.


“이 호로 잡것이 어따 대고 내 모친을 주둥이로 모욕해.”


남자가 다가서려 하지만, 노인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루 잡았으면 뽑아 봐.”


“당신은 없는데 내가 왜 칼을 뽑아. 나 무뢰배 아녀.”


“이 지팡이로 막아.”


“노인이 실성을 했나. 조상님이 어여 오라고 손짓을 하나. 인자 이승이 심심허요?”


노인이 원을 그리며 남자 주변을 돈다.


“주둥이도 살아서 걸고, 기골도 크고, 행색은 풀이나 키울 놈인데 칼을 차고 있고. 너 대체 뭐냐.”


“알아 어따 쓰려고? 사람 많이 모인 곳 인심이 말마따나 걸구만.”


“이놈 어디서 죄짓고, 저 아래 섬으로 냅다 삼십육계 할 놈이네.”


“쯔쯔. 이 노인.”


“칼은 갈고 다니냐.”


“갈 필요까진 없고 이. 아직 쌈을 많이 안 한 칼이라 이빨이 성해서 천으로 슬슬 닦아만 주지. 하지만 홍수 같은 물이 없었단 말이지, 뻘건 것은 제법 내 것을 적셨지. 글고, 날에 이빨이 나갈 정도로 수법이 좀 되아분 칼잽이가 아직 없어. 노인이 실력 있는 놈 하나 소개하구랴. 몸에 목이 붙어 있는 것이 까까~압한 그런 놈.”


“옹진성에 온 놈치고 바다로 내뺄 놈이 아니라니 더 수상해.”


“뭐 내가 라나 려의 첩자라도 된다는 거냐.”


“글치. 말 젖으로 만든 술을 빠는 놈이나 돼야 저 몸이 나오지. 귀한 말고기도 자주 잡순 게 뼈도 살도 굵고 이.”


“아 글쎄. 노인장에게 말을 편하게 노아분 것은 미안하오만, 노인장도 사람 첫 눈에 배알 꼴리도록 하는 재주도 만만치는 않어. 손주도 없으신가? 나가 이렇게 젊은데 뭐 멕일 생각도 안 드나? 어서 뭐 처먹다 이리 커서 왔냐 물으면 뭣을 할 것이여. 그려. 나 조상님이 려여. 라도 아니고 려여. 여기는 눈만 내려도 바들바들 떤다며?”


“씨벌. 나는 려보다 라가 더 밉지. 가차운 놈이 더런 법이여.”


“음마. 저 노인 욕하는 것 좀 보아. 씨벌이래!”


“어쩐지 피는 이 동네 아니라 십더만. 해서, 뭔 일이여.”


“좀 도와주실려?”


“존댓말을 좀 더 깊이 혀봐. 혹시 알아?”


“내가 여기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데. 옹진성 백가라고 아시오?”


“......”


“모르요?”


“......”


“존댓말이 부족허요?”


“허십니까.”


“부족허십니까?”


“이놈 쪼오금 이뻐질라 그러네.”


“아따 뭔 동네가 남자헌테 이쁘다가 뭡니까. 이쁘다가.”


“이놈이? 여기선 조신하단 말과 같다니까.”


“내가 조신해요? 남자가 조신해서 워따 쓰게.”


“그러저럭 아조 예가 없는 놈으론 안 뵈지.”


남자는 물끄러미 노인장을 바라본다. 그리고 시선이 문득 소매로 내려간다.


‘노인 손목이 뭐 저렇게 든실허다냐.’


“이 씨벌늠 남자 좋아하냐?”


“그럼 딸을 줘봐. 진짠가 아닌가 보게.”


“이 싹수없는 놈아. 내 딸이 너그 엄마 나이다.”


“과부도 적잖이 쏠쏠하지. 물 안 마른 여자는 모두 처자여.”


“색에 미친 걸 보니 려가 맞아. 에이 퇘!”


“노인장이 말을 먼저 걸었잖어. 왜 나보고 그래.”


“말 높이라니까. 옹진에서 살 발리고 싶어!!!”


“왜 나보고 그러십니까.”


“그 칼 좀 쓰냐?”


‘허요.“


“혀봐. 보게. 어디 보게. 해봐. 언능?”


“그러는 노인장은 젊어서 병기 좀 쓰셨소. 뭔 손목이 두꺼워.”


“늙으면 안 돌리는 줄 아니.”


‘어? 이 사람...’


“아 미안합니다. 옹진성 백가 아시오? 아십니까?”


“그 사람 왜 찾는데?”


“글쎄. 이거 말하기 조금 거시기한데.”


“나이는 알어?”


“모르니까 그렇죠.”


“말을 보아하니 진짜 려에서 내려온 말투는 아니고, 피만 내려온 것이고, 쓰고 있는 말은 저기 금성 자락 비슷헌디?”


“말이 보여요?”


“여긴 배 타러 여기저기서 다 오는 동네여. 나 진나라 말도 해!”


“그렇구나. 그래서 타지인들에게 그렇게 일단 무례하고 보는 겁니까? 나, 그렇게 험하지 않해요 이. 칼을 조상이 준 것이라 가지고 있는 것이고, 뭐든 배우려고 말마따나 조심하기도 하다니까요.”


“배워?”


“네. 배우러 왔어요.”


“옹진성 백가에게 칼 배우러 왔구나.”


“음마... 알면서 저러셨구만.”


“음마. 내 입 봐라. 뭔 소리는 한 거야.”


“알구만 왜 그러시오.”


“거 함부로 안 받아.”


“받고 안 받고 해요? 돈 없으면 안 받아요?”


“돈 없냐.”

“이틀을 굶었슈.”


“너 말야.”

“예. 노인장.”

“누가 가라 그랬어?”

“가보라 했죠.”

“누가.”


“직접 가라고 한 것은 아니고요. 말을 들었어요. 옹진 백가에게 가야 칼을 쓴다고.”


“누구에게... 잠깐만... 금성?”


“아니 뭐 꼭 그렇단 소리는 아니고요.”


“금성에 누구? 너 목경이 알아? 아니면 슬피나.”


“슬피가 누구여? 사람 이름이여?”


“이게 개 다리 밑에서 태어났나.”


“미안합니다. 사람 이름입니까?”


“칼. 칼을 아주 잘 돌리는 놈 있어. 그게 슬피야.”


남자는 갑자기 생각에 잠긴다. 누군지 알 것 같다.

노인장 눈에 서슬이 시퍼렇게 낀 듯 다가온다.


“죽은 거로 아는데.”

“......”


“니가 죽였냐?”


“음마. 나이를 봐요 나이를. 슬핀가 그 사람이 내 나이와 맞나.”


“그건 그렇네. 가가 죽었을 때면 니 대가리가 내 허리춤이겠지...”


“죄송합니다.”

“잠깐만. 니가 슬피 나이를 또 어떻게 알아?”

“어...”


“너는 지금 슬피와 너의 나이 차이를 알고 있어! 너 이 씨벌늠!”


“아뇨. 아뇨. 하여간 내가 그런 건 아녀. 내가 알든 모르든 사실 아녀? 백가가 애기를 가르치지는 않았을 거 아녀. 허니 내가 죽일 아이는 아니지.”


“그건 맞는데, 네 놈이 그걸 어떻게 아냐고!”


큰물에 물체가 보인다.

남자는 저렇게 큰 배는 본 적이 없다.

노인장은 큰 배를 보고 날라는 남자를 보고 피식 웃는다.

그리고 바로 입을 열었다.


“니 애비가 죽였냐?”


남자는 눈을 큰물에서 돌리지 않는다.


“백노인... 그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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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25. 산성에서 21.06.29 134 2 17쪽
38 24. 탈곡 21.06.17 97 3 12쪽
37 23. 잡놈 21.06.17 85 4 18쪽
36 22. 동검의 무사 21.06.16 80 3 17쪽
35 21. 접신 +1 21.06.16 79 5 19쪽
34 20. 옹진의 살수 21.06.15 82 5 15쪽
33 19. 패잔 21.06.15 68 4 11쪽
32 18. 손들의 싸움 21.06.14 79 4 14쪽
» 17. 옹진 큰물 21.06.13 78 4 8쪽
30 16. 유언 21.06.12 71 3 7쪽
29 15. 옛날 옛적 그 자리 2 +1 21.06.11 74 4 8쪽
28 15. 옛날 옛적 그 자리 1 21.06.10 111 3 7쪽
27 14. 눈이 결정한다 2 21.06.08 89 4 7쪽
26 14. 눈이 결정한다 1 21.06.05 98 3 8쪽
25 13. 그 사람은 멋졌다 2 21.06.04 92 3 7쪽
24 13. 그 사람은 멋졌다 1 21.06.03 80 4 7쪽
23 12. 물 건너편에 2 21.06.02 86 2 7쪽
22 12. 물 건너편에 1 21.06.01 93 2 7쪽
21 11. Intermezzo 21.05.31 93 3 9쪽
20 10. 입신양명 3 21.05.30 104 3 7쪽
19 10. 입신양명 2 21.05.29 86 3 7쪽
18 10. 입신양명 1 21.05.28 89 2 7쪽
17 9. 계루에서 사는 법 2 21.05.27 98 3 9쪽
16 9. 계루에서 사는 법 1 21.05.26 92 3 8쪽
15 8. 목경 2 21.05.26 80 3 7쪽
14 8. 목경 1 21.05.25 95 3 7쪽
13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2 21.05.25 85 3 7쪽
12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1 21.05.24 107 4 7쪽
11 6. 검은머리 짐승 3 21.05.24 95 4 8쪽
10 6. 검은머리 짐승 2 21.05.23 93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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