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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의 사무라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1.05.16 10:51
최근연재일 :
2021.06.29 10: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4,716
추천수 :
138
글자수 :
158,650

작성
21.06.08 10:00
조회
89
추천
4
글자
7쪽

14. 눈이 결정한다 2

DUMMY

아냐. 그런 거 아녔어. 가만히 서로 쳐다보다, 누가 칼을 챙! 뽑으면 상대도 바로 뽑고 바로 달려들어! 자세 잡고 어쩌고 없어. 그들에게 그런 건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워. 시작 보법은 애들이나 하는 짓이지.


그때 그들도 긴장은 했는지, 두 명이 소매를 말고 칼자루에 손을 댔어. 그럼 다른 사람과 대장은 가만히 있었냐. 가만히는 아냐. 대장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밝은 천에 황금색으로 개구리 모양 같은 수가 새겨진 옷을 입었어. 나머지는 칼을 뽑으려는 모양이 아니라 옷을 정리해.


그 무리는 좋은 옷을 입어서 도포 자락이 무척 길어. 비싼 가죽 신발만 보일 정도로 긴데, 나머지 사람들은 오른쪽 도포 자락을 잡아 올리고는 등 뒤로 돌려서 허리띠에 끼어. 다시 말하면 오른 다리가 도포에서 드러나는 것인데, 발을 빨리 쓰려면 도포가 좀 걸리거든. 혹시 모르니까 일단 도포를 편하게 만든 거여. 그 사람들이 도포를 걷는 모습만 봐도 이것이 어쩌다 하는 동작이 아녀. 아조 숙달이 되어 마치 무용을 하는 것 같아.


그것이 실력과 어떤 관계가 있다 단언하긴 힘들지만, 그런 행동을 할 때 그들은 무척 빠르게 착 착 착 손을 움직이고, 그 동작이 끝날 즈음에는 갑자기 속도가 줄어들면서 느리게 마무리해.


춤이라니까. 여유 - 빠르고 숙달된 동작 - 여유, 이런 과정을 반복해. 한 사람은 도포를 돌리고는 오른손등으로 오른 허벅지를 밖으로 탁! 치더라고. 그럼 손이 들리잖아? 그 손은 또 천천히 내리는 식이지.


우리 남자, 우리 아부지는 도포가 있을 리 없지.


하여간 비싼 것을 걸치면 번잡한 것도 많아. 어떤 사람은 가락지를 여러 개 끼고 있었는데, 가락지는 비싸고 무거울수록 주먹으로 나오는 쪽이 두툼하잖어. 그게 좀 여유 있게 만들었으면 좀 돌아가고 그러잖아. 왼손으로 오른손가락에 있는 가락지를 두툼한 부분이 위로 와 있나 확인하면서 돌리더라고. 뭔 네미.


하지만, 거 중요하지. 원래 칼쌈을 하면 목걸이나 팔찌는 빼놓는 것이 나아. 가락지도 사실 그렇고... 왜냐. 칼은 움직이는 걸 느끼면 하수야. 내가 생각만 하고 칼과 팔과 손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생각을 따라 움직여야 해. 쥐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가 돼야 바람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여.


내가 이기길 바라는 남자. 칼자루에 돈을 댄 두 사람. 물러선 나머지 무리. 집 벽에 붙은 어머니. 그리고 문틈으로 보는 나... 모두 언제 칼이 빠질까 기다리는데 정말 숨이 막혀.


난 중국 무협 연의의 긴 합을 안 믿어. 합이 일어날 수는 있지만, 합이 길어지면 칼이 금방 상하고, 합이 반복되면 죽지는 않더라도 당연히 상처를 입어. 상처란 그 깊이를 떠나서 피가 많이 흐르면 사람들이 중단하곤 하지. 피가 너무 많이 빠지면 혼절하거나 죽을 수 있다는 걸 해 본 사람들은 알아. 잠깐이야 그거. 순간 어찔~ 한다고!


언제 뽑을까... 누가 먼저 뽑을까.


원래 그들은 한 명씩 실력이 낮은 사람부터 상대할 생각이었나 봐. 헌데 발도술을 보고 기본적으로 두 명은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 거지. 앞서 말했지만, 그들은 분명 남자에게 복수하러 온 거야. 누구를 위한 복수인지는 모르나, 남자는 어떤 문제에 관해 부정하지 않았어. 무엇을 했다고 인정한 셈이야.


셋은 마당의 중앙, 어머니와 네 명이 마당 가로 물러난 셈이고, 이전부터 그들은 어머니에게 빨리 들어가거나 어디로 가라고 했어. 하지만 어머니는 말을 듣지 않고 자비를 베풀어달라는 식으로 합장을 해서 그들을 보고 있었어.


드디어,

하나가 발을 옆으로 끌면서 움직여. 칼자루에 손을 댄 두 명이 서로 좀 가깝게 있었거든. 양자가 거리를 벌리는 거야. 그래야 둘 다 공격할 틈이 생기지. 여럿이 하나를 공격하면 쉽게 제압할 거로 생각하겠지만, 옆에서 휘두르는 친구 칼에 맞을 수도 있어. 서로 어떻게 공격하겠다고 말하고 치지 않으니까.


고로, 같이 공격을 한다고 해도 각자 칼의 길이 밖에서 해야 가능해. 세 개의 칼 반경이 충돌하는 거여. 가장 좋은 방법은 한 명이 상대 뒤에 서는 것인데, 그러지는 않아.


“호...”

한 명이 길게 호흡을 뱉어.


이것 역시 내가 자라서 안 것인데, 이럴 때 머릿속에서 상대가 어떤 수를 쓸 것이고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가늠해. 힘과 기술로 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생각이 앞서야 이겨. 바둑과 똑같아.


보통은 눈을 본다고 하지만, 칼로 사람을 치려면 먼저 뒤로 빼야 해. 반대 동작이 있고 나서 본 동작이 나오지. 그러므로 눈만이 아니라 몸을 봐야 해. 초보는 상대 칼을 봐. 칼이 움직이는 것을. 하지만 그건 늦지. 칼보다 빨리 움직이는 것은 어깨야. 진짜 냉정한 놈들은 눈에 아무것도 안 보여. 그럼 몸을 같이 봐야지. 많이 움직이는 놈이면 발을 보고. 어깨가 먼저거나 발이 먼저거나 둘 중 하나야.


그리고 어깨보다 빠르게 볼 수 있는 것은, 호흡. 당연하지. 무예를 닦다 보면 각자 공격과 베기 찌르기 전에 호흡의 습관이 있어. 사람이 대략 비슷하지.


두 가지로 보면 돼. 호흡을 크게 들이마시면 뭐가 올 가능성이 커. 그래서 고수는 상대가 보고 있으면 크게 들이마시지 않아. 천천히 티 안 나게 들여 마시며 호흡을 응축하지.


먼저 하나는, 들이마신 뒤에 내뱉지 않고 이를 물어 단전에 호흡을 뭉쳐놓고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냥 호흡하면서 칼을 쓰는 거야. 물론 내뱉는 호흡에서 힘을 주로 쓰지. 하다 보면 들이마시면서도 칠 수 있어. 편한 호흡을 하면서 싸우는 놈은 미친놈 아니면 고수야. 호흡은 나의 상태. 긴장의 상태라고도 할 수 있거든.


아침 햇살은 내리쪼이기 시작하고, 산새도 입을 다물 정도로 고요~해 씨벌. 모든 사람이 모든 동작을 주시하고, 이젠 서로가 표정과 호흡까지 지켜보는 거야. 누구 하나 파동을 만들면 시작이야. 나에게 막대기로 치고 때리는 법을 가르쳤기 때문에 나도 가늠은 해. 하지만 저 무서운 칼날이 어떻게 사람 몸에 작용하는지는 모르지. 난 작대기였잖아.


남자는 마당 중간에서, 상대 하나는 남자의 정면. 다른 하나는 발을 슬슬 오른쪽으로 밀어 남자 오른편으로 도달했어. 남자는 오른쪽 사람을 쳐다보지 않아.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면 감각이 흩어지지.


하나는 주. 하나는 부. 이렇게 봐야 해. 만약 오른쪽 사람 실력이나 기가 강해 보이면 반대로 두어도 되지.


그때 끼이이이~~~~익... 소리.


남자 앞의 남자가 칼자루를 쥐고 빼기 시작했어.

그것은 천천히 빼는 걸 보여주는 거지. 그러자 오른쪽도 빼기 시작하고, 이어 정면도 칼자루를 잡았어. 누구나 알았지. 단 한 명이라도 칼이 다 빠지면 시작이야!


끼이이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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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17. 옹진 큰물 21.06.13 78 4 8쪽
30 16. 유언 21.06.12 71 3 7쪽
29 15. 옛날 옛적 그 자리 2 +1 21.06.11 74 4 8쪽
28 15. 옛날 옛적 그 자리 1 21.06.10 111 3 7쪽
» 14. 눈이 결정한다 2 21.06.08 90 4 7쪽
26 14. 눈이 결정한다 1 21.06.05 98 3 8쪽
25 13. 그 사람은 멋졌다 2 21.06.04 92 3 7쪽
24 13. 그 사람은 멋졌다 1 21.06.03 80 4 7쪽
23 12. 물 건너편에 2 21.06.02 86 2 7쪽
22 12. 물 건너편에 1 21.06.01 93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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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0. 입신양명 3 21.05.30 104 3 7쪽
19 10. 입신양명 2 21.05.29 86 3 7쪽
18 10. 입신양명 1 21.05.28 89 2 7쪽
17 9. 계루에서 사는 법 2 21.05.27 99 3 9쪽
16 9. 계루에서 사는 법 1 21.05.26 93 3 8쪽
15 8. 목경 2 21.05.26 80 3 7쪽
14 8. 목경 1 21.05.25 95 3 7쪽
13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2 21.05.25 85 3 7쪽
12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1 21.05.24 107 4 7쪽
11 6. 검은머리 짐승 3 21.05.24 95 4 8쪽
10 6. 검은머리 짐승 2 21.05.23 93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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