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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의 사무라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1.05.16 10:51
최근연재일 :
2021.06.29 10: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4,669
추천수 :
135
글자수 :
158,650

작성
21.06.04 10:00
조회
90
추천
3
글자
7쪽

13. 그 사람은 멋졌다 2

DUMMY

그리고 그 화려한 옷을 입은 몇은 누구를 찾으려 며칠 전에도 왔었는데, 내 기억하기에 찾는 사람의 가족이 아냐. 친구들이었지. 내 생각에 그들은 찾는 사람과 무예를 동문수학한 사람들 같았어. 왜냐. 그들이 칼을 잡는 자세와 보법과 치는 방법이 비슷했거든. 그리고 상당했지. 와, 그런 거 보기 힘들어. 정말 멋있었어.


그들은 단체로 공격하지 않았어. 처음 싸움을 시작한 것은 아버지이고, 먼저 치는 공격이 일어났지만, 칼을 뽑은 건 모두가 아냐. 곧장 뽑은 건 둘이었고, 나머지는 가생이에 서서 팔짱을 끼고 관망하다 차례가 되면 뽑았어. 다른 곳에 사람들이 말여, 여기 사는 사람들은 좀 우습게 본다고.


전장터에서도 흔히 ‘너희들은 말이 어찌 그리 달달허냐?’ 좀 우습게 보는 허세가 있지. 사실 주둥이에서 나오는 말은 북쪽 넘들이 좀 우직하고 거칠고 남자 같지. 헌데 그걸 몰라. 우리가 얼마나 지도거니 물고 늘어지는지 말여. 까불다 큰 코 많이 다쳤지.


하여 다시 돌아오면, 미안한데 자꾸 입에서 아버지 아비 애비... 하니 좀 불편한데, 우리 관계에서 그렇게 부르고 어쩌고 한는 것이 없어서 입에 붙는 말이 아녀. 허니 그냥 내 부친을 ‘남자’ ‘사내’로 부르고파. 사실로 그날 ‘남자’였거든.


그리고 그 표현이 정확해. 나의 부친이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보면 그냥 남자였어. 홀로 남자의 삶을 살고 있었단 말이시. 본질적으로 남자의 삶을 사는 것이지 남편이나 아버지는 안 어울려. 항상 쓸쓸하고 무거웠지.


내가 자식이니 이 싸움에서 아버지가 멋지게 이길 것으로 생각했어. 아예 무엇을 안 본 것이 아녀. 아이도 종종 늦은 밤까지 깨어 있을 때가 있는데, 그런 어쩌다 깨어 있는 밤에 남자가, 그려 남자로 부르기로 했지? 남자가 그 천 자루를 들고 슬그머니 나가. 그런 날은 달이 휘영청 뜬 밤이었는데, 무엇을 할랑가 궁금하고 여름이라 밤기운이 춥지는 않아 슬며시 따라갔었지. 가차운 소나무밭으로 가시더라고.


여기서 요즘 애들과 대비되는 것이 있어. 요즘은 글문이나 읽어서 궁이나 상전에 나자 고관대작을 바라는 넘들이 수태로 늘어서 뭐랄까 대갈빼기만 쓰는 비겁한 세상이 되었지만, 나 때 동무들은 죄다 무사가 되고 싶어 했지. 그래서 아해들도 어떤 무술이 있다더라, 칼은 이렇게 드는 사람이 실력이 있다 뭐 요딴 소리나 지껄이며 작대기를 개지고 놀았어.


그날 내가 본 것은 대단했어. 일단 달이 동그란 것에다 그날따라 무척 커. 내 착각일랑가 모른다만 그날 달은 유난히 컸어. 남자가 철 자루를 땅에 조심스레 놓더니 절을 하더라고. 절을 한 자세에서 잠시 멈추어 꼼짝도 안 하더니, 금방 몸을 세워서 칼을 뽑아. 그리고 연무를 시작하는겨.


헌데 어느 순간 이상한 것은... 개냥 혼자 하는 연습인데, 아무리 봐도 누구와 겨루는 것 같은 거여. 암또 없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고, 사람은 없으나 사람이 있어 보여. 어떤 것들과 싸우는 것 같았다니까.


치고 방향을 바꾸고, 막고, 다시 달려들어 치고. 발을 덤벙덤벙하는 것이 아니라 땅에 조용히 끌면서 이동하고, 뒤를 안 보는 듯하다가 획 돌면서 베고.


헌데 연습이면 사람이 좀 하다가 쉬고 글잖여. 없어. 쉼이 없어. 나중에는 마구 헐떡여. 그 모냥으로 계속 혀. 그러다 난 이상한 말을 들었지.


그러는겨.

“나한테 왜 이래!”


마치 사람이 있는 것 마냥. 나조차 뒤와 옆을 둘러봤어. 당연히 암또 없지.


느낌으로 보면 여러 명과 상대하는 기분이었어.


남자는 지치고 헐떡이고, 얼굴과 팔뚝에서 뭣이 번들번들해. 땀이 엄청 나. 원래 남자는 땀을 잘 안 흘리거든. 추위는 엔간히 강하지. 눈 쌓인 겨울도 찬물에 목욕하는 사람이니까. 얼어 죽으려고 작정을 하셨슈? 물으면 항상 그러셨지.


‘넌 지금 이걸 춥다고 말하냐? 이건 어떤 동네에서 여름이다 여름.’


하여간 그렇게 연무를, 마치 사람과 진짜 싸우는 듯한 연무를 하다 지쳐서 결국 쓰러질 정도로 엄청 하셨다니까.


“그만해!”


뭣을 그만해? 실성한 것 같지는 않고. 누가 괴롭히기라도 하는 양 그러시는 거여. 그리고 어느 순간 정말 이상한 말을 했지. 남자들이 찾아왔을 때 난 그날 밤이 기억이 났어. 남자는 알고 있었던 거야. 그들이 올 줄.


왜냐.

그 달밤에 남자가 한 말이 있거든.


이래.

“놈들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나한테 이래!”


엄마? 달밤은 역시 사람을 미치게 하는개벼.


거 있잖아. 마치 사부가 ‘너 이런 식으로 하다간 그놈들에게 당하지 못해. 죽는단 말여. 어서 인나! 다시 해 보자.’ 이러고 있는 것 같이.


보름달 아래서 허연 칼을 뽑고 반사되어 번쩍이는 것이 정말 장난 아녀. 칼이 빛에 번져서 정말 이따만하게 번쩍번쩍한다니까. 글고 대결에서는 오히려 그 사람들이 떼로 칼을 뽑고 달려들지 않았지만, 그 소나무 숲에서는 마치 어떤 사람들이 빙 둘러싸고 실력을 점검하는 기분이 들었어.


여기까지 말을 해도 못 알아듣는 사람은, 수련을 안 해 본 사람들인 건 알지? 아직도 몰라? 흐흐흐. 그냥 그런 게 있다고 들어. 말해봤자 믿지도 않고 나만 이상한 사람 되니께.


궁금혀?


어허 글씨. 제법 수련하여 일정한 경도에 올라선 사람은 다 아는 것인디. 개뿔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해봤자 우리만 이상한 사람 돼 야...


말하다 딱 그거 아는 사람들끼리는 조용히 그러거든.

“넌 누구였냐?”

“넌 어떤 복장을 한 사람들이 나타났냐?”

“난 나타나덜 안 해. 내 수련이 아직 양에 차지 않은 거여.”

“강가가 좋다는 말이 있어.”


허풍으로 들어 이?!

수준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우리 선대의 무사들이 나타난단 말여.

유령이. 허접한 것들에게는 안 나타나.

쓸 만한 놈 검법을 보러 오는 거여.


어린 나에게는 아버지가 달밤에 미친 거지.


내가 놀란 것은 그것이여. 내가 자라고 늙어서 지금은 납득이 되는 것이지만, 대게 그들은 둘러싸고 조용히 보다가 사라지거든? 나도 그랬으니까.


나도 왔어 이 사람아.


내 것은... 아, 대부분 그들과 달빛 아래 만나도 행색을 판단하기 힘들어. 우리가 백 년 앞의 사람들이 어떤 것을 입고 어떤 칼을 썼는지 어찌 알어. 왕이나 돼야 누가 초상을 그려주지 말여.


나도 그렇고 대부분은,

그들이 빙 둘러싸고 지켜만 보고든?


헌데 내 아비는 그들과 칼을 겨루고 있었어.


그건 듣다 처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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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0. 옹진의 살수 21.06.15 82 5 15쪽
33 19. 패잔 21.06.15 67 4 11쪽
32 18. 손들의 싸움 21.06.14 79 4 14쪽
31 17. 옹진 큰물 21.06.13 77 4 8쪽
30 16. 유언 21.06.12 70 3 7쪽
29 15. 옛날 옛적 그 자리 2 +1 21.06.11 72 4 8쪽
28 15. 옛날 옛적 그 자리 1 21.06.10 111 3 7쪽
27 14. 눈이 결정한다 2 21.06.08 88 4 7쪽
26 14. 눈이 결정한다 1 21.06.05 98 3 8쪽
» 13. 그 사람은 멋졌다 2 21.06.04 91 3 7쪽
24 13. 그 사람은 멋졌다 1 21.06.03 80 4 7쪽
23 12. 물 건너편에 2 21.06.02 83 2 7쪽
22 12. 물 건너편에 1 21.06.01 90 2 7쪽
21 11. Intermezzo 21.05.31 92 3 9쪽
20 10. 입신양명 3 21.05.30 104 3 7쪽
19 10. 입신양명 2 21.05.29 86 3 7쪽
18 10. 입신양명 1 21.05.28 89 2 7쪽
17 9. 계루에서 사는 법 2 21.05.27 97 3 9쪽
16 9. 계루에서 사는 법 1 21.05.26 91 3 8쪽
15 8. 목경 2 21.05.26 79 3 7쪽
14 8. 목경 1 21.05.25 94 3 7쪽
13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2 21.05.25 85 3 7쪽
12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1 21.05.24 105 4 7쪽
11 6. 검은머리 짐승 3 21.05.24 93 4 8쪽
10 6. 검은머리 짐승 2 21.05.23 92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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