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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의 사무라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1.05.16 10:51
최근연재일 :
2021.06.29 10: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4,720
추천수 :
138
글자수 :
158,650

작성
21.05.25 15:00
조회
95
추천
3
글자
7쪽

8. 목경 1

DUMMY

8. 목경



말도 되지 않아.

나와 닮은 생명이 세상에 나온다는 것이.

제발 아들이 아니기를 빈다.


난 이것이 무서운 것이 아니다.

어찌할 바를 모를 뿐이다.

여자가 내 애를 뱄는데 어찌한단 말이냐.

모두지 거부할 수도 도망갈 수도

기쁨이 없다고 차갑게 말할 수도 없다.


내 피가 이어지는 것이 두렵다. 아배를 봐도 형들을 봐도 자매들을 봐도... 피는 색깔을 달리하지 않는다. 아배와 가장 닮은 것은 둘째 형이었고 난 착하다 했다. 하지만 나도 있었다. 한번 거기 몸을 담그면 생각과 동시에 칼이 손에 온다. 난 연부와 아이들을 보호하며 아끼는 것이지 그 이상은 형언으로 감당하지 않겠다.


“지켜본 것이 너냐?”


“오랜만에 흥미를 자극하는구나.”


“언변이 투명하지 않다. 들리는 말을 해봐.”


“나는 말을 듣고 여기 왔다. 넌 알고 있었구나.”


“네가 보이지 않았지만 누가 지켜본다는 건 알았지.”


“그래서 흥미롭다는 게야. 네가 말한 대로 언변으로 질질 끄는 자를 나도 좋아하지 않는다. 너도 그런 것 같고. 와서 보고 허절한 사람이면 그냥 가려 했다. 헌데 넌 잘 모르겠어. 난 작정하고 밝히는 걸 좋아한다.

내 몰골을 봐도 알진데, 난 피가 고파 상대를 찾는 사람이 아니다. 싸워야 삶을 찾는 사람이 되었을 뿐이다. 배가 차도록 먹고 손으로 내 배와 계집 엉덩이를 두들기며 타령하며 살아도 되나, 싫지.

난 딱 한 마디만 듣고 여기 왔다. 심상치 않은 놈. 그런 놈이 있다. 가봐라. 매혹의 여자도 있다고, 솔직히 말해서 그 여자를 차지하고 싶은 어떤 머저리가 날 보냈다. 보낸 건 아니지, 그놈은 우리 집에 와서 조아리는 놈이니까.

앞서 말한 대로 흥미를 자극했다 이거야. 나를 천히 보지 마라. 너와 상대하고 돌아가 통통한 머저리 목도 벨 것이다. 그런 따분한 놈이 내 근처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참을 수가 없어.”


천이 빛난다. 모자가 화려하게 하늘로 솟았다. 헌데 칼은 반대다. 화려한 칼자루가 아니다. 단지 철에 천을 감았다. 이 사람은 화려한 검의 장식이 우습다는 걸 안다. 칼은 본디 쓸모를 위해 솜씨 좋은 대장장이가 강하고 또한 부드럽게 만든 것이 좋으며, 칼에 글귀나 새기는 하찮은 짓은 혐오한다.


화려한 의복과는 달리 칼자루 천에 때가 잔뜩 묻어 있다. 쓴 거다. 계속 써왔던 칼이다.


난 농구를 칼처럼 팔짱 속으로 넣는다.


“널 남자로 믿을 것을 듣고 싶다.”


“못 믿겠다 이거여? 그래. 둘 중 하나가 죽거든. 조용히 묻어주고 남에게 말하지 않는다. 어때, 족하지?”


“난 칼이 없어.”


“칼이 없다고? 숨겨놓은 것은 아니고? 칼을 버렸다... 고구리가 칼을 버려?”


무더운 여름. 풀들이 허벅지로 올라온다. 더워도 복식을 함부로 하여 땀을 피하지 않는 사람이다. 저 멀리 태양 빛에 번쩍이며 올 때도, 누가 보지 않을 때를 포함하여 내복과 외복을 모두 입은 격식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나는 더러운 기분으로 조아리는 흉내를 냈고, 이 자는 곧바로 멈춰 날 훑었다.


‘눈을 들어봐.’


그 말에 쳐다보니


‘너로구나.’ 웃었다. 그리곤 한동안 보더니 말을 이었다.


‘조아릴 필요 존대할 필요 없다. 너와 말을 좀 섞어봐야겠는데.’


여유. 써야 할 오른손으로 나무를 짚어 기댄다. 몸에 긴장이 전혀 없다. 나를 무시하는 것인가. 하지만 내 괭이로 쳤을 때 바로 막을 것 같다는 기분.


“말을 하래두. 넌 여기 사람 진심으로 조아리지 않지?”


그래. 진심으로 가지.


“네가 언변만 화려하고 내 뒤통수를 칠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


“말로 떠들다 사라져, 전답 도둑질하고 가솔을 노비로 취하고 산간을 불태우고... 뭐 그런 것? 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당연하지. 괜찮여. 할 수 있는 말이야. 비위가 상하지 않아. 있는 놈이 더하니까. 하지만 난 그걸 이미 다 가지고 있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것에 왜 흥미를 느끼겠나. 호화롭게 먹고 사는 것에 난 지루해. 나에게 그건 귀한 게 아냐. 난 얼굴에 털이 지라면서 칼 쓰는 천한 사람들과 놀았다. 근심으로 날 의심하지 마라. 사람이 개처럼 금방 죽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너는 북쪽 땅에 갔었느냐?”


“아니, 하지만 북쪽에서 온 당신 같은 사람과 싸워봤지.”


“무엇으로? 병졸은 아닐 것이고만.”


“이 몸이 병졸? 허허. 난 말을 탔어.”


갑을 입었구나. 이 자를 봐라. 장수였나보다. 얼굴은 귀하고 약해 보이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손목과 팔뚝을 보니 얇지 않고, 또한 그것! 상처가 있다. 칼을 다루면 다룰수록 상처를 입고, 의복에 가리지 않는 손과 팔뚝에 증표를 지니고 다닌다. 싸우는 사람이다.


“이보시오. 난 처자가 있소.”


남자가 짚은 팔을 거두고 양발을 넓게 벌려 팔짱을 낀다.


“나도 애가 셋이여. 하하하.”


저 젊은 나이에?


“아비에게 근심을 주지 않으려고 아이들을 무릎에서 동동 띄우다가, 손이 근질해지는 소리가 귀에 들어와 왔다. 나 같은 사람 만나봤재? 난 목숨을 걸 때 비로써 진정한 군침이 돈다. 안해나 애들이나 내 아비가 잘 키우겠지 뭐. 하지만 난 나보다 더한 놈 아직 못 봤구만.”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야?”

“왜 모른 척 나에게 물어!”


더 말이 필요 없구나.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것이 그것이니.


“걱정이 앞을 가려? 처자가 그리 귀중하면 돌아갈게. 창피하게 말주변으로 널 괴롭힐 것 같나? 지금 이 손이 근질거리는 것을 참기는 힘들지만, 대신 그 관리 놈 목을 쳐주지. 여자 때문에 사람 죽여 달라는 놈은 참을 수가 없네. 야산에 꾀어내어 수급으로 쳐버리고 하인에게 묻으라고 하면 그뿐. 난 그래도 추궁 없이 살 수 있다.”


그렇지. 그게 처음이 아니어 보인다.


“네가 창만 들던 병졸로는 아니 보이는데?”


말하다 갑자기 하늘로 시선을 든다.

나도 든다. 저 높은 하늘에 수리가 두 마리. 이상하다. 두 마리가 동시에? 약한 놈은 떠나기 마련인데, 여기 냄새를 맡은 지 어쩐지는 모르나 두 마리라니. 하지만 곧 알았다. 둘은 이 동네를 놓고 싸우는 거다. 곧 한 놈이 깃털을 뿌리며 땅으로 떨어질 것 같다.


웃음소리가 들린다.


“결정해. 조아리던지. 술 마시러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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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22. 동검의 무사 21.06.16 81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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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0. 옹진의 살수 21.06.15 82 5 15쪽
33 19. 패잔 21.06.15 68 4 11쪽
32 18. 손들의 싸움 21.06.14 80 4 14쪽
31 17. 옹진 큰물 21.06.13 78 4 8쪽
30 16. 유언 21.06.12 71 3 7쪽
29 15. 옛날 옛적 그 자리 2 +1 21.06.11 74 4 8쪽
28 15. 옛날 옛적 그 자리 1 21.06.10 111 3 7쪽
27 14. 눈이 결정한다 2 21.06.08 90 4 7쪽
26 14. 눈이 결정한다 1 21.06.05 98 3 8쪽
25 13. 그 사람은 멋졌다 2 21.06.04 92 3 7쪽
24 13. 그 사람은 멋졌다 1 21.06.03 80 4 7쪽
23 12. 물 건너편에 2 21.06.02 86 2 7쪽
22 12. 물 건너편에 1 21.06.01 93 2 7쪽
21 11. Intermezzo 21.05.31 93 3 9쪽
20 10. 입신양명 3 21.05.30 104 3 7쪽
19 10. 입신양명 2 21.05.29 86 3 7쪽
18 10. 입신양명 1 21.05.28 89 2 7쪽
17 9. 계루에서 사는 법 2 21.05.27 99 3 9쪽
16 9. 계루에서 사는 법 1 21.05.26 93 3 8쪽
15 8. 목경 2 21.05.26 80 3 7쪽
» 8. 목경 1 21.05.25 96 3 7쪽
13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2 21.05.25 85 3 7쪽
12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1 21.05.24 108 4 7쪽
11 6. 검은머리 짐승 3 21.05.24 95 4 8쪽
10 6. 검은머리 짐승 2 21.05.23 93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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