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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의 사무라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1.05.16 10:51
최근연재일 :
2021.06.29 10: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4,707
추천수 :
135
글자수 :
158,650

작성
21.05.24 10:00
조회
94
추천
4
글자
8쪽

6. 검은머리 짐승 3

DUMMY

단둘이 마주하면, 조용한 가운데 마주하면 침 삼키는 소리 하나 피할 수 없다. 싸움터에서 무리에 속해 적당히 했던 기세와 기백이 진짜로 드러난다.


이미 말한 단순한 공격은 대범하게 막아내고 칠 능력까지 내가 있다. 단독의 싸움에서는 눈썰미가 필요하다. 한번 실수하면 二三 타에 맞는다. 전에 볼 수 없었던 것도 본다. 발도 쓴다. 공격하는 날 잡아서 걸어 넘어트린 다음 찍는다. 완력의 차이도 문제가 된다. 내가 약하면 몸이 부딪쳤을 때 기가 죽는다. 기가 죽으면 오금이 잘 펴지지 않고 생각도 길게 하지 못한다.


자세와 손에서 무엇을 쓰고 어떤 사람인가 살피나, 그것은 대번 눈으로 알 수 없다. 처음 봤을 때 불안하거든 차라리 움직이지 마라. 저 사람이 강하면 너 죽고 나 죽자 작정하라. 눈이 흔들리면 몸도 흔들리고 손이 정확히 못 한다. 코를 뚫어 숨을 쉬어라. 숨이 막히면 자유롭게 못 움직인다.


사람이 목숨을 건 싸움에 익어가면서, 그때 합이 늘어나는 법이다. 내가 첫수를 막았다 쳐도, 누이는 것은 내 기술이다. 자칫하면 서로가 치명상을 주지 못한 채... 해가 지도록 작은 공격만 일삼다 지칠 수 있다. 둘 다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연습이 필요했다. 가르쳐줄 사람이 없다. 사람 누구나 습관적으로 오른손으로 내려치는 첫수를 가정하고 - 피하고 막은 다음 치고 때리는 것 여남은 가지를 연습한다. 난 습관을 들였다.


걷다가 적당한 굵기 나무를 만나면 바로 챙! 뽑아 수 하나를 해보고 지나간다. 연습해도, 나와 비슷한 힘에 - 수가 밝은 사람을 만나면 당한다. 특히 싸움터를 치러본 사람들은 수도 있고 과감하다. 틈은 안 주고 공격하는 것이 상대의 실력을 절하시키는 것! 불시에 조금이라도 극복하고 내가 살려면, 일단 몸이 강해야 한다. 힘이 정말 센 사람은 수를 써도 무색한 괴물이 될 수도 있다.


그 산도적 놈이 그랬다.


뾰족한 철심이 박힌 몽둥이를 들고 돌진해 끝없이 친다. 맞고 막고, 맞고 막고, 난 피하면서 계속 막았고 도망쳤다. 무엇을 먹고 몸이 컸는지 한 자는 더 큰 산도적의 힘에 밀린다. 떡 벌어진 어깨에 특별한 수도 없이 무조건 달려든다.


더 이상 등을 보이다 죽을 것 같아, 큰 나무 뒤로 숨어, 나무를 방패 삼아 피한다. 반격할 틈이 보이지 않는다. 그 몽둥이와 내 칼이 합으로 충돌하면 내 칼이 부러질 것 같았다.


놈은 몸으로 말했다.


‘그 칼을 내놓으면 널 몸 성히 보내줄 것이야.’


하지만 믿을 수 없다. 눈에 쓰여 있다. 그 음흉.


법에 따르지 않는 자들에게 하나 만족을 주면 더 내놓으라 한다.


‘아, 이 짐승 같은 새끼.’


계속 펑펑 펑 때린다.


맞지 않으려 내가 숙이려 하고, 스치는 것에 자꾸 눈이 감기려 한다. 군병에서 맨 처음 배우는 것이 그것이다.


[눈에 땅이 보이고 수그리면 제대로 죽는다.]


놈이 휘두르는 것에 나무가 퍽퍽 파이고 톱밥이 튄다. 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나무에 얼굴을 가려 샛눈이라도 움직임을 보려 했다. 놈은 기색이 없다. 먹이 외에 잡생각이 없는 짐승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다. 아무것도 안 통한다.


놈은 싸움을 배운 것이 아니라 체득한 것이며, 팔뚝과 겨드랑이에 온통 상처투성이... 무예가 있는 사람들이 산도적을 무시하고 경멸하지만, 만나서 내 목을 걸어보면 내 살이 곧 나무와 풀의 자양분이 되리라 무섭다. 놈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습관 같았다. 이만큼 주면 이 정도는 양보하는 것이 생각에 들어있지 않다.


“끼아~~! 끼아~~!”


휘둘러 칠 때마다 괴성을 지른다.


그리고 놈에게서 2장을 배웠다.


[정정당당한 건 없다. 정정당당하게 죽으려면 정정당당하게.]


나는 몸과 살의 크기가, 연달아 때리는 횟수라고 생각했다. 내가 작고 마르니 놈이 일백 회를 때린다면 난 오십 회라 생각했다. 그렇게 가늠했다. 놈은 얼마나 산짐승을 잡아먹었는지 우리 사이의 두꺼운 나무가 펑펑 울린다.


생각이 잘못됐음을 두려움 속이 알았다.


네놈이 크니 백회, 내가 작으니 오십 회가 아니었다.


큰 몸은 큰 몸에 오십 회가 있고, 작은 몸은 작은 몸에 오십 회가 있다.


그렇게 놈이 완력을 쓰면서 시간이 흐른다.


아무리 싸워도 하늘의 해가 눈에 띄게 이동하지 않는다. 사람이 싸우는 시간은 길지 않다. 어지간히 짧다. 느끼기에 길 뿐.


연이어 때리던 놈이 갑자기 “허~!” 쉬는 틈이 생긴다. 그 틈이 한번 생기자... 곧 다시 찾아온다. 놈의 숨이 거칠어지려고 한다.


나는 알지. 완전히 관두고 눕기 전에 호흡은 진정되지 않는다. 싸움터에서 칼도 맞지 아니하고 숨에 못 이겨 혼절하는 사람을 봤다. 한번 힘에 부치는 기색이 오면 더욱 격해진다.


그때 정신을 또렷이 하려고 노력하면서 놈의 눈을 봤다.


그것은 천천히 보였다.


‘나보다 작은놈이 왜 이렇게 안 되지!!!’


의문. 분노. 분통. 입과 코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한다. 때리는 속도가 둔해진다.


‘살려면 지금이다!’

‘할 수 있나?’

‘실패하면 어쩌지?’

‘아님 어쩔 것이냐.’

‘조금 있으면 나도 지친다.’

‘아직 내 생각이 또렷해. 그냥! 하라고!’


난 왼손으로 놈의 바지춤을 쥐었다.


중간에 나무를 두고,

오른손에 든 칼날을 수평으로 눕히고,

놈의 몸을 향해

짧게 계속해서 밀었다 뺀다. 계속...

계속... 찔려라 이 개새끼야...


찍!

어느 순간 칼끝에 무엇이 닿았다.


어, 천이 아니다. 살갗이야!

멈추면 죽는다.

난 계속해서 짧게 찔렀다.


더욱 깊은 소리로.

처음에는 천에 막히던 검기가 사라지고

찍! 철퍽! 철퍽! 계속...


쉬면 죽는다. 봐주면 내가 죽는다.


놈이 두꺼운 손으로 잡은 내 손을 치고,

난 쥔 것을 놓는다.


놈이 양손으로 몸통을 잡으면서 뒤로 물러난다.

이제 여하 간에도 얼굴을 보는 것은 습관이 되었다.


짐승의 눈이 말한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제야 내 눈이 목을 타고 밑을 본다.

붉게 물들고 있다. 누더기 옷이 선홍으로 축축해진다.


그러자 내가 쪼그려 앉고,

오른손이 칼을 거꾸로 쥐면서 날을 땅에 박아 지지한다.


칼에 지지해 쪼그려 앉는다.

내 칼날에도 역시 선홍이 타고 내린다.


갑자기 한기가 들어와 옷이 젖고 귀밑머리에서 땀방울이 죽죽 흐른다. 헛기침이 나오고 손이 떨린다. 합이 오래되어 끝나면 팔도 안 들리고 손아귀 힘이 없다. 오금이 풀려 주저앉는다. 어디가 축축해서 들춰보면 나도 상처를 입었다. 무사의 필수는 상처를 감을 천이다.


“오......”


오늘도 내장에 찔리지 않고 버티어, 밤이 오고 다시 동이 터도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고약한 냄새. 전장의 냄새.

사람 몸통에서 나는 냄새.

내장이 제 모습을 잃어 나는 냄새.


아...

물...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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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25. 산성에서 21.06.29 134 2 17쪽
38 24. 탈곡 21.06.17 97 3 12쪽
37 23. 잡놈 21.06.17 85 4 18쪽
36 22. 동검의 무사 21.06.16 80 3 17쪽
35 21. 접신 +1 21.06.16 79 5 19쪽
34 20. 옹진의 살수 21.06.15 82 5 15쪽
33 19. 패잔 21.06.15 68 4 11쪽
32 18. 손들의 싸움 21.06.14 79 4 14쪽
31 17. 옹진 큰물 21.06.13 77 4 8쪽
30 16. 유언 21.06.12 71 3 7쪽
29 15. 옛날 옛적 그 자리 2 +1 21.06.11 74 4 8쪽
28 15. 옛날 옛적 그 자리 1 21.06.10 111 3 7쪽
27 14. 눈이 결정한다 2 21.06.08 89 4 7쪽
26 14. 눈이 결정한다 1 21.06.05 98 3 8쪽
25 13. 그 사람은 멋졌다 2 21.06.04 92 3 7쪽
24 13. 그 사람은 멋졌다 1 21.06.03 80 4 7쪽
23 12. 물 건너편에 2 21.06.02 85 2 7쪽
22 12. 물 건너편에 1 21.06.01 93 2 7쪽
21 11. Intermezzo 21.05.31 92 3 9쪽
20 10. 입신양명 3 21.05.30 104 3 7쪽
19 10. 입신양명 2 21.05.29 86 3 7쪽
18 10. 입신양명 1 21.05.28 89 2 7쪽
17 9. 계루에서 사는 법 2 21.05.27 98 3 9쪽
16 9. 계루에서 사는 법 1 21.05.26 92 3 8쪽
15 8. 목경 2 21.05.26 80 3 7쪽
14 8. 목경 1 21.05.25 95 3 7쪽
13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2 21.05.25 85 3 7쪽
12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1 21.05.24 107 4 7쪽
» 6. 검은머리 짐승 3 21.05.24 95 4 8쪽
10 6. 검은머리 짐승 2 21.05.23 93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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