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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의 사무라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1.05.16 10:51
최근연재일 :
2021.06.29 10: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4,788
추천수 :
138
글자수 :
158,650

작성
21.05.28 10:00
조회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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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7쪽

10. 입신양명 1

DUMMY

10. 입신양명




공성(攻城)이었어.

거기서 시작인 게지. 지금의 나~가 말이오.


내 입에 밥 떠넣는데 도와주는 놈 없고,

내 몸에 옷 걸치는데 천 쪼가리 준 놈 없고,

내 몸 누이는데 자리 비켜준 놈이 없어.

너그들은 나에게 줘야 혀.

그래서 난 전장이 좋아.

그래서 난 적병이 좋아.


밥을 먹어봤자 똥을 싸면 허해지고

옷을 걸쳐봤자 계절이 지나면 누더기 되고

누운 자리는 주인이 나가라 한다.

대체, 너그들은 언제부터 가졌냐.

언제부터 너의 것이란 말이냐.


배가 차고 옷이 부드럽고

누워 시종 젖이나 만지는 넘들,

너그들 똥은 개가 군침 더 삼키더냐,

일루 와 이 씨이....


이유인즉슨,

나~가 여기 있단 말여.

난 배고프고 몸 춥고 등골뼈가 눕고 싶어.

이 썩을 놈들아.

이 썩을 놈의 세상아 내 것을 내놓아라.


공성(攻城)이었어.

며칠을 고생했어. 그 성은 그리 크지도 않아 장수들이 호언을 했어. 세 밤을 자기 전에 저것은 떨어진다...고.


허나 어찌나 모질게도 반항하는지. 점점 사람들이 앞장서기를 꺼려. 성은 나무들이 모두 넘어진 동산에 동그라니 번듯한 그런 모양이 아니고, 나무숲에 가려 가까이 가야 보여. 게다가 성에 붙으면 음침한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시원은 한데 등골은 더 서늘하지.


근게. 그 지형에 맞추어 오밀조밀 각이 꺾이면서 쌓은 성인데, 가장 높은 곳은 거의 마흔 자(팔뚝 하나)로 높고, 낮은 곳은 고작 스물다섯 자 정도인데, 보기에 석청을 따는 사람들처럼 바위들이 튀어나와 애를 쓰면 오르기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 보기에 그렇다는 말이지. 하지만 엊저녁 만든 사다리도 오르고 맨손으로도 기어오르는데, 아뿔싸. 먼저 오른 사람들이 죄다 맞아서 밑으로 떨어져. 떨어져서 돌빡에 대구리 깨지는 소리 들어봤니? 수박도 그라진 안 하지. 퍽! 허니 간담이 쫄아.


첫날, 둘째 날, 올라가고 떨어지고 올라가고 떨어지고, 그러다 퍼뜩 서산으로 해가 지는 거여. 횃불을 들이밀어 밤에 할 것이 아니고.


새벽에 인나면 사람들이 비어. 옆에 멀리가 나무에 가리니까 정확히 몇이 갔는지 몰러. 빈 놈은 어디선가 성곽에서 추락한 게지. 우리 대(隊)가 속한 곳이 성곽에서 가장 높아. 아침밥 먹고 너희들이 일루 와라. 너희가 가장 앞에서 성곽을 오른다 말을 들으면 오금이 부들부들 혀. 말이 곧 죽은 것인 게. 어떤 사람은 그 말을 듣고 기함을 하면서 조금 전에 먹은 것을 토하며 벌벌 떨고, 아무래도 똑똑한 놈은 밤새 도망간 것이라고.


밑에서 보면, 맨 먼저 오르는 사람은 철퇴를 머리에 맞고 창에 찔리고 - 허먼 몽둥이로 죽자고 대가리를 맞아 터져부러. 수박이 아래서만 터치는 것이 아녀. 바닥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돌빡이 떨어지고 살이 날아와 방패를 뚫어.


내가 보기엔 려(麗)나 나(羅)나 똑같은 놈들이여. 얼굴이 밉상이고 수염은 더럽고 지도거니 항복을 안 해. 그놈들을 우리가 벌판에서 말을 타고 만나면 갑절은 위험하지. 원래 달리던 놈들이니까. 말 뒤에 동그란 쇠붙이 국동을 달고 다니면서 고기를 따슨 물에 풀어 씹고 마시고 또 달리는 놈들이지. 그 두 놈이 지들끼리 싸우는 것은 가관이고.


나도 좀 이상은 한 것이. 벌판에서 싸우고 싶어. 내가 아비에게 좀 배운 것이 있거든. 몸뚱이가 커가면서 작대기로 싸워 진 적이 없지. 허나 군사가 무엇이여. 비슷한 것을 입고 나면 다 그놈이 그놈 같아져. 누가 나은 놈으로 안 보이는 것이여. 장수가 보기에는 어느 놈 어느 놈이 올라갔다...가 아니라 열이 스물이 서른이 올라갔다, 수로 보지 사람으로 뵈지 안해. 어쩌겄어. 땡푼도 없는 우리가.


그날 아침 또 오르려고 채비하는데, 간밤에 토낀 놈이 생각보다 수가 많아. 어라? 사람이 없어! 엄마. 우리 대(隊)의 장(將)도 난감이 이만저만 아니고. 우리 모두 죽었구나... 생각이 퍼뜩 오지. 어째 모닥불 가에 속삭이던 놈들이 수상했어. 병기까지 놔두고 도망을 수태 간 거여.


창을 들고 가봤자 도주병이라고 날 잡수시오 드러내는 꼴이지. 다시 잡혀 오면 까딱 목이 달아날 수도 있어. 허니 갑도 버린 것이 있어 나도 가죽 갑 하나를 얻어 조끼로 조였어. 일단 날이 샜으니 도망갈 경황은 아니고 이. 그랬다간 검에 팔이라도 달아날 판이라니까.


하늘을 보니 날은 쨍쨍할 것이고, 장수가 나와서 내일은 없다 일갈을 하고.


“저 위에 선착하는 사람은 상을 줄 것이야!”


암~또 관심이 없어. 귀하신 몸이 오르시오 그라지. 속으로 이.


장수도 생각이 없겠어. 이대로 어제와 같이 해봤자 승산이 없다는 것이 눈에 다 보여. 저 성 위로 밥 짓는 연기가 여기저기 올라오고, 저놈들이 배불리 먹고 나뭇가지를 꺾어 이를 쑤시면서 기다릴 참이고. 얼마나 두려워. 우린 먹을 것도 넉넉하지 않아 잡것을 아가리에 쑤셔 넣고 기분도 담담허니. 내어준 양도 적어 아무도 되새김질도 하덜 않아. 날름 먹고 돌아서면 배가 꼬르륵하지.


선착에게 상을 준다.

누가 관심해. 올라봤자 떨어져 뒤져분데.


그때 말이지. 그리 높지 않은 장수가 말하지 않고 서 있었는데, 칼이 두 자루여. 본 게 비슷한 장수 누가 죽은 거여. 챙긴 것이지. 아는 사람 것이라고 칼을 이슬 내리는 노천에 놔두면 칼이 칼이 아니게 되거든. 만날 닦지 않으면 녹이 슬어 칼이 값을 못 하니까.


내 아비가 일찍 세상을 뜨셨는데, 말은 기억이 나지. 나서지 마라. 병졸로 잡혀가거든 나서지 마라. 일찍 죽을 방법을 너에게 꾀일 것이다. 내가 어려서 그게 다요? 물었더니 그러셨어. 아무도 안 나설 때 나가면 녹(祿)은 많아지나 빨리 죽을 것이라고. 그러니 뒤서거니 관망하다 좀 싸우고 살아 돌아와 니 어미를 보살피라고.


조용한 가운데 소리가 들렸어.


“칼을 주씨오. 나에게.”


그것이 나여.

내가 나를 보는 것이 가끔은 있단 게. 놀랍게도.


“무슨 말이냐!”


“남는 칼을 주시오. 그러면 내가 앞에서 오르겠소.”


그리고 두 자루 칼을 허리춤에 단 장수를 지목했지.


죽으려면 뭔 짓을 모대. 하지만 내가 생각이 없는 것이 아녀. 내가 대오의 앞 무리에 서 있었는데, 그날 웬일인지 ‘여기서 여기까지 선두로 간다.’ 그런 기분. 꼭 그럴 것 같아. 나~가 난 놈이 아니라 사실 이판사판 얼사리판인 걸 감 잡았쓰.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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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25. 산성에서 21.06.29 138 2 17쪽
38 24. 탈곡 21.06.17 98 3 12쪽
37 23. 잡놈 21.06.17 87 4 18쪽
36 22. 동검의 무사 21.06.16 82 3 17쪽
35 21. 접신 +1 21.06.16 82 5 19쪽
34 20. 옹진의 살수 21.06.15 85 5 15쪽
33 19. 패잔 21.06.15 69 4 11쪽
32 18. 손들의 싸움 21.06.14 83 4 14쪽
31 17. 옹진 큰물 21.06.13 79 4 8쪽
30 16. 유언 21.06.12 73 3 7쪽
29 15. 옛날 옛적 그 자리 2 +1 21.06.11 74 4 8쪽
28 15. 옛날 옛적 그 자리 1 21.06.10 114 3 7쪽
27 14. 눈이 결정한다 2 21.06.08 90 4 7쪽
26 14. 눈이 결정한다 1 21.06.05 99 3 8쪽
25 13. 그 사람은 멋졌다 2 21.06.04 92 3 7쪽
24 13. 그 사람은 멋졌다 1 21.06.03 82 4 7쪽
23 12. 물 건너편에 2 21.06.02 86 2 7쪽
22 12. 물 건너편에 1 21.06.01 96 2 7쪽
21 11. Intermezzo 21.05.31 94 3 9쪽
20 10. 입신양명 3 21.05.30 108 3 7쪽
19 10. 입신양명 2 21.05.29 86 3 7쪽
» 10. 입신양명 1 21.05.28 92 2 7쪽
17 9. 계루에서 사는 법 2 21.05.27 100 3 9쪽
16 9. 계루에서 사는 법 1 21.05.26 95 3 8쪽
15 8. 목경 2 21.05.26 80 3 7쪽
14 8. 목경 1 21.05.25 97 3 7쪽
13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2 21.05.25 86 3 7쪽
12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1 21.05.24 108 4 7쪽
11 6. 검은머리 짐승 3 21.05.24 98 4 8쪽
10 6. 검은머리 짐승 2 21.05.23 95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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