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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의 사무라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1.05.16 10:51
최근연재일 :
2021.06.29 10: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4,724
추천수 :
138
글자수 :
158,650

작성
21.05.30 10:00
조회
104
추천
3
글자
7쪽

10. 입신양명 3

DUMMY

하여간 올라선 장수가 좌우를 살피더니 저리 가자! 칼을 뻗고 따르라 해. 반대편은 성이 끝이 나는 벼랑이었고 거기서 성이 잠시 끝났다 이어져. 장수는 장수여. 갑도 단단허겠다 나가면서 막 휘둘러. 아~따 겁나. 그 성곽 위에 사람이 다니도록 해 놓은 폭이 딱 두 사람 몫이여. 장수가 왼편에 서고 난 오른편에서 계속 치면서 갔지. 염병, 옆에서 휘두르는 장수 칼을 맞을까 더 겁이 나는 거여. 해서 내가 살고파 앞으로 나갔지. 갑절은 편혀.


개 불알도 모르는 녀석아 들어봐.

싸움은 몽땅 다 죽이는 것이 아녀. 승부가 나는 때가 와. 우리가 둘이 치고 나가면서 열은 넘게 베고 찢고 난 게, 저 짝 편에 있던 놈들이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때 귀가 트였어. 함성! 그러더니 인자는 드디어 뒤에서 누가 밀어.


“뭐더냐! 아따 빨리 가라고 이!”

꾸역꾸역 상당히 올라온 거여. 넘들은 도주하고 우리는 뛰어 쫓아가고. 그렇게 백 호흡 정도 가니 사람들이 좀 비어. 장수가 거기서 아래를 보고 소리쳐. 비었으니 빨리 올라와라. 암또 없다. 우리가 이겼으니 오르는 것에만 생각하고 빨리 올라라... 올라라...


그다음부터는 할 것도 없어...


너는 높은 놈. 나는 낮은 놈. 이게 무서운 거지. 병졸들도 올라서자마자는 적병을 무서워 않고 이 씨벌늠들~! 달리서 때리고 찔러. 월매나 답답했던 게야. 안 그래?


그리고 성곽을 손에 넣어 거기 있던 양식으로 개갈나게 불을 피워 밥해 먹고, 해 질 무렵 장수가 와서 나에게 직책을 주었어. 네 놈 쓸 만허다. 네 놈이 열을 골라서 부리며 저 장수와 함께 우리 대의 선봉이 되어라. 함만 더 오늘처럼 성공하면 너는 더욱 큰 상을 받게 되리라.


암 껏도 안 하고 밑에서 귀경만 한 귀족 노므 자식이 밥 먹을 때나 쓰던 입으로 말은 잘해. 시상 어쪄! 아이고 감사합니다. 누를 끼치지 않고 열심히 하겄습니다 이. 너는 다음 전투에서 뒤져부러라. 병졸들 뒤에 숨는 놈은 돌아가 치마폭에나 숨어라. 그때부텀 그 장수와 나는 만~날 앞이여. 그러면서 내가 부리는 놈이 늘어나. 그 맛이제.


그렇게 시작된 것이지.


내 식솔도 번듯한 것을 먹게 되었냐고?


아니. 내가 사람 마구 죽인 업과가 있는가... 내 어머니 오래 못 사시고 돌아가셨어. 아무래도 향수가 있어. 말은 안 해도 아배나 어미나 저 북쪽에서 온 것은 맞는디. 엄헌 땅에서 천대받으며 사니 속이 적잖이 썩었겄어.


내가 말을 빼먹었구만.


내 씨앗 되시는 분은, 나 열 살 때 이미 가셨지. 우리 집 앞마당에서

어떻게?


이유는 모르간데, 좋은 옷 입고 칼을 든 사람 옛일곱이 와서 아비와 싸웠지. 내가 말은 우습게 혀도, 너 같은 놈 단칼에 뒤진다. 속에 쌓인 것이 많거든. 어려서 뵌 것이 그 사람 사는 것이여. 겁나 사내지. 세상에서 가장 크게 보였던 아비는 옛일곱 중에서 그 일곱을 골로 보내셨는데, 잠깐 빈틈. 마지막 놈이 등 뒤에서 찔러버렸어.


나는 두 양친이 별로 친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어. 친근한 말도 없고 손 한번 잡는 꼼지락거리는 걸 못 보았으니까. 하지만 그날 내 어미 연부공은 정말 서럽게 울었지. 석 달은 운 것 같어. 아잇코! 저것이 말로만 듣던, 응? 이 집안에 남녀의 살랑이 있었구나. 코가 찡해. 것이 꽤 알흠다운 것이라고. 사내도 그런 진한 애정은 한번 하고 죽는 것이여. 니 에미에게 물어봐라. 나도 사내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형은 싸대기 안 본 지 오래여. 소식은 알지. 동쪽의 큰물이 있는 곳으로 가서 좋은 옷 입는다던데. 헌데 그것, 어머니가 보낸 것이여. 이유는 모르간데 누구를 찾아가라 했고만. 난 그것이 불만이여.


아배도 처음에는 나더러 칼보다 책을 접하라 했지. 헌데 형은 어렵사리 구한 책에 심취하지만 나는 영 버릇이 안 들어. 형은 한나도 안 맞았어. 거친 말도 안 들었지. 어쩌면 자식이라기보다 어떤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봤고, 난 책을 놓는 순간부터 몸으로 쓰는 술이나 배우라고 얻어터지기 시작했고. 나는 개고 형은 왕자여. 울화가 올라올라 하네.


아직도 궁금한 것은, 아비는 형이나 나나 똑같이 엄격하고 무섭게 대했어. 그래도 형은 책권도 읽고 착했는데 왜 나보다 편애하는 기분이 없어. 그럴 만도 한데. 참 모를 부친이야. 곱상하게 책 읽는 놈 칭찬이나 좀 허지.


너 이 개 아들놈의 자슥아.

말이 아니구나. 그럼 내도 개렸다.

너 왜 글자를 멀리하느냐.

나의 아배 맘을 내가 알게 되노니...


자 이 썩을 놈아.

이것이 바로 나의 유언이니라.


내 추정컨대 보름을 넘기지 못하고 난 간다.

현명한 자는 자기 죽을 날을 안다. 살 만큼도 살았고. 암...


보름 뒤에 나가 가는 곳이, 산을 넘는 것인지 물을 건너는 것인지도 모르고, 얼마나 멀리 가는지도 모르고, 거가 어딘지도 모른다. 널 다시 본다는 기약도 없는 것이여. 니가 나를 귀신으로 즐거이 마주겄냐. 다만 먼저 가는 놈 늦게 가는 놈을 누가 정하는지는 알고 싶어 기대하는 마음으로 갈 것이니, 나 죽었다고 울면 마지막으로 아조 맞아 죽을 줄 알아라.


그려. 내가 부친을 말했다시피 너도 어려서 나에게 무척 맞아, 나에게 감추는 화근이 있을 것이여. 내가 좋은 애비도 아니고. 하지만 이제 너도 피할 줄 알고 - 곧잘 따릴 줄도 안다. 네놈이 나 몰래 돌아다니면서 쌈질하고 쩌~ 재 너머 사당에 긴 칼 하나 숨기고 있는 것도 안다. 너도 내 부친과 나의 길을 갈까 걱정도 된다만, 내가 이렇게 거의 천수를 누렸으니 불쌍한 나의 아배를 저세상에서 보기 민망하구나.


이것이 유언이다.

말을 전하마.

바로 나를 따라오면 죽어서도 네 몸 성치 않게 무척 때리겠다.

들어라.


부친은 말씀하셨지.


‘난 이것을 아버지에게 배웠고, 아버지는 할아버지에게 배웠고, 할아버지도 아마 당신의 아버지에게 배웠을 것이다. 고로 너도 배워야 한다. 이것은 조상이기 때문이다. 하기 싫어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을 금방 따라 할 수 있는 몸을 넌 나에게서 받았고, 나 역시 얼굴도 뵌 적이 없는 우리 조상께서 준 것이니라.’


너도 이것을 네 자식에게 전해라.

녹을 주는 곳에 충성은 하되,

우리의 피는 대대로 왕이 나온 려(麗) 계루다.


그것이 어쩐 상관이냐 물음이 들 테지.

네 까먹지 않도록 답을 하마.


너 근처에 너보다 높은 놈이 없도록 마셔버려라.

네가 말을 타고 간 땅에 서면, 그 땅은 네 것이다.

네 식솔 외에 구부리지 않는 자들은 목을 쳐라.


그 나머지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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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4. 탈곡 21.06.17 9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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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22. 동검의 무사 21.06.16 81 3 17쪽
35 21. 접신 +1 21.06.16 79 5 19쪽
34 20. 옹진의 살수 21.06.15 83 5 15쪽
33 19. 패잔 21.06.15 68 4 11쪽
32 18. 손들의 싸움 21.06.14 80 4 14쪽
31 17. 옹진 큰물 21.06.13 78 4 8쪽
30 16. 유언 21.06.12 71 3 7쪽
29 15. 옛날 옛적 그 자리 2 +1 21.06.11 74 4 8쪽
28 15. 옛날 옛적 그 자리 1 21.06.10 111 3 7쪽
27 14. 눈이 결정한다 2 21.06.08 90 4 7쪽
26 14. 눈이 결정한다 1 21.06.05 98 3 8쪽
25 13. 그 사람은 멋졌다 2 21.06.04 92 3 7쪽
24 13. 그 사람은 멋졌다 1 21.06.03 81 4 7쪽
23 12. 물 건너편에 2 21.06.02 86 2 7쪽
22 12. 물 건너편에 1 21.06.01 93 2 7쪽
21 11. Intermezzo 21.05.31 93 3 9쪽
» 10. 입신양명 3 21.05.30 105 3 7쪽
19 10. 입신양명 2 21.05.29 86 3 7쪽
18 10. 입신양명 1 21.05.28 89 2 7쪽
17 9. 계루에서 사는 법 2 21.05.27 99 3 9쪽
16 9. 계루에서 사는 법 1 21.05.26 93 3 8쪽
15 8. 목경 2 21.05.26 80 3 7쪽
14 8. 목경 1 21.05.25 96 3 7쪽
13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2 21.05.25 85 3 7쪽
12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1 21.05.24 108 4 7쪽
11 6. 검은머리 짐승 3 21.05.24 95 4 8쪽
10 6. 검은머리 짐승 2 21.05.23 93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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