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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B

금성의 사무라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1.05.16 10:51
최근연재일 :
2021.06.29 10: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4,718
추천수 :
138
글자수 :
158,650

작성
21.05.24 15:00
조회
107
추천
4
글자
7쪽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1

DUMMY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네가 이태부냐?”


“하온데, 누구이신지?”


“여기를 보살피는 관리다.”

“아, 네.”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겠지?”

“알아 모시겠습니다.”


여기 말을 많이 익혔다.

천천히 말해라. 아는 말만 천천히.


“말은 알아 모시고 눈은 삐딱하구나.”


관리 앞에 나이는 없구나.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거야, 오해라는 거야.”


“이러지 마십시오.”


“너는 관직을 좋게 보지 아니하느냐.”

“어떤 말입니까?”


“너는 외지인으로 안다. 살던 곳이 아니잖아.”

“아닙니다. 이곳이 좋아 삽니다.”


“근처 사람들이 널 무서워하던데.”

“말이 부족하여 그리 생각할 것입니다.”


“표정과 말투가 친근과는 거리가 무척 멀구나.”

“관리와 평농민은 친교를 주고받는 사이가 아닙죠.”


“말은 알아듣는 듯한데, 내가 낫살이 어려 불쾌한가?”

“본디 생각과 다르게 보십니다 그려.”


집 벽에 천으로 꼼꼼히 말아 숨긴 칼은 녹이 슬었을까.

하지만 이 훠미로도 이 사람 목은 칠 수 있다.


“여러 해 동안 궁에 일이 있어 와보지도 세를 올바르게 걷지도 못했다. 나도 작년 가을에나 이곳에 도착한즉슨 추워져 충분히 돌아다니지 못했고. 전작이 기록한 여기 이것을 보면, 음... 이태부의 여해가 뱃속에 아기를 가지고 있었다 하는데, 물론 낳았겠지? 올해 몇이냐.”


“그 해로 적산을 하면 알 것이온데, 넷입니다.”


“볼 수 있느냐?”

“산에 갔습니다.”


“산에? 자라지도 않은 녀석이 홀로?”

“가까운 자락입니다.”


“여기 기입을 해도 별다른 것은 없겠지. 아이가 사라질 리는 없고, 아이가 없다고 말하면 문제가 있겠지만. 그래, 들판이 누렇게 변하면 다시 올 것이고, 그때 아이 기골이 어떠한지 내 보리라. 사내는 곧 궁의 신하, 명이 떨어지면 창과 방패를 들어야 하느니... 헌데, 당신도 기력은 적지 아니 남을 것 같은데?”


“외향만 그러하오.”


“하여간 많이 밀렸다.”


“적산의 양을 모두 내라는 말입니까?”


“내 적당히 배분하여 이르도록 한다.”


“미루어 굶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일단 이것을 받아라.”


나무 껍지에 적힌 것이 손에 온다.


“알기로, 너 이태부의 여동생이 궁에 있지? 네가 도망치면 해를 입느니라. 말 길게 않도록 해. 가을에 수레를 끌고 올 것이야.”


“겨울을 나기에 너무 과합니다.”


“세상이 공짜라고 생각하니 그렇지. 나라가 널 보호한다. 그 값을 치러야 사람이지.”


나는 적어준 것의 반은 네가 먹을 것을 안다.

여기가 북녘의 벌판이라면 이리 감히 말 못 할 것이다.


관리는 수상쩍은 눈길을 보낸다.


“너의 본 적을 보니, 자취가 동쪽의 라(羅)인 바, 용케 도주하지 아니하고 살고 있구나. 여동생 아니면 벌써 갔겠지?”


“처자를 버리는 것은 국(國)을 버리기보다 쉽지 아니합니다.”


“그러하지. 보기 드문 사람인걸! 대부분 라羅는 성격이 불타고 참지 못하여 대들다 죽거나 본래 땅으로 도망친 것이 대부분인데, 너는 외향은 거기로되 받아들일 줄 아는구나. 하여간 적어준 네 몫을 빼먹지 말고 내도록 하여라. 세(稅)는 이 땅에 물을 마시고 이 땅의 곡식을 먹는 것을 의미함이로니, 거르면 큰 해를 입는다. 내 여기 오메 다른 집에서 언성 꽤나 높였으나 너로 말미암아 착한 말을 하고 간다. 글문은 몰라도 수는 셀 줄 알겠지?”


평인이 되니, 종류가 다른 ‘손보고 싶은 불편한 사람’들이 나타난다. 싸움이 없고 손에 쥔 것이 농기뿐이니, 좋은 옷에 도톰한 얼굴로 말 잘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내리깔기 시작한다. 말은 자애를 가장하여 편안하지만, 그 도도한 자세는 백 개의 칼을 맞아도 버티는 장수를 흉내 내는 듯하다. 난 습관대로 이 자를 훑는다. 애써 그럴 종류도 아닌 건 단박에 알았지만.


‘너는 너의 바닥을 보았느냐, 너는 널 아느냐. 목숨이 간척에 달했을 때 네가 무엇을 어떻게 오두방정 떨 줄 모르겠지? 엉덩이를 따려 내쫓을까 보다. 하지만 여기서 편히 살고 싶다. 천수가 나와 맞을는지 모른다만.’


“말을 들어야지 생각을 하느냐?”


어디서 왕이 말하는 것을 본 모양이다. 격을 갖추려 하지만서도...


“적혀 있는 수(數)를 세고 있습니다.”


일은 꼬일 것이었나...

한 줄기 작은 회오리가 지나간다.


그 회오리에 시선을 빼앗겨 보다 고개를 돌리니,

연부가 나와 놈에게 조아린다.


“어허, 아이가 있음을 증명하는구나.”


나는 들어가라 말하려 했다. 허나 여기까지 참은 걸 되돌릴 도리가 없다. 염소 염통 같은 이 관리 눈이 커지며 놀라고 있었다. 궁에서나 볼 미색이란 소리가 비싼 천 자락에서 냄새를 풍긴다. 눈길을 연부에서 떼지 못한다. 놈이 말을 못 잇는다. 내가 옆에서 그 꼴을 보고 있다는 것조차 무시하고 있다. 내 속에서 꽃이 핀다. 불길한 혈(血)의 화(花).


꽃피는 봄에 살기(殺氣)가 아지랑이처럼

꽃이 붉고 화려함에 살기도 배가 되느니라

그 꽃은 땅에 떨어질 피를 붓으로 그렸으니

돈이고 떡이고 누울 자리를 말함이 아니다


애를 태우던 사람이 돌아섬을 애써 피하거라

그의 눈에는 사람 숨통 외에 뵈는 것이 없나니

고(古)적부터 짐승이 된 인간은 사서에 올랐다


속 깊은 것이 안에서 고개를 든다. 더러운 것이 눈을 어지른다. 연부를 이렇게 대놓고 보는 자는 처음이다. 이제 번갈아 날 쳐다보는 눈이 더럽다. 능욕이 서려 있음을 너도 알고 나도 안다. 너의 눈이 말한다. 너 같은 놈에게 이런 안해는 무엇이냐. 어떤 것이 잘못되었기로서니, 넌 무엇이간데 이런 여자와 살고 있느냐. 네가 온달이라도 된단 말이냐. 이런 여자는 나 같은 위품이 거두는 것이다...


필시 문제가 될 마음을 눈에 담고 있다. 깊은 속에서 불길한 꽃이 봉오리를 벌린다. 대략, 입궁시킨다는 말로 남의 아내를 가로채는 일을 들었다.


‘이 한 합도 되지 못할, 밥 먹고 똥이나 싸는 놈이...’


나 몰래 내 손이 허리춤을 더듬는다.

없다. 놓은 지 오래되었다. 목을 부러트려?


“너의 눈은 무엇을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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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4. 탈곡 21.06.17 9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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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22. 동검의 무사 21.06.16 80 3 17쪽
35 21. 접신 +1 21.06.16 79 5 19쪽
34 20. 옹진의 살수 21.06.15 82 5 15쪽
33 19. 패잔 21.06.15 68 4 11쪽
32 18. 손들의 싸움 21.06.14 80 4 14쪽
31 17. 옹진 큰물 21.06.13 78 4 8쪽
30 16. 유언 21.06.12 71 3 7쪽
29 15. 옛날 옛적 그 자리 2 +1 21.06.11 74 4 8쪽
28 15. 옛날 옛적 그 자리 1 21.06.10 111 3 7쪽
27 14. 눈이 결정한다 2 21.06.08 90 4 7쪽
26 14. 눈이 결정한다 1 21.06.05 98 3 8쪽
25 13. 그 사람은 멋졌다 2 21.06.04 92 3 7쪽
24 13. 그 사람은 멋졌다 1 21.06.03 80 4 7쪽
23 12. 물 건너편에 2 21.06.02 86 2 7쪽
22 12. 물 건너편에 1 21.06.01 93 2 7쪽
21 11. Intermezzo 21.05.31 93 3 9쪽
20 10. 입신양명 3 21.05.30 104 3 7쪽
19 10. 입신양명 2 21.05.29 86 3 7쪽
18 10. 입신양명 1 21.05.28 89 2 7쪽
17 9. 계루에서 사는 법 2 21.05.27 99 3 9쪽
16 9. 계루에서 사는 법 1 21.05.26 93 3 8쪽
15 8. 목경 2 21.05.26 80 3 7쪽
14 8. 목경 1 21.05.25 95 3 7쪽
13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2 21.05.25 85 3 7쪽
»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1 21.05.24 107 4 7쪽
11 6. 검은머리 짐승 3 21.05.24 95 4 8쪽
10 6. 검은머리 짐승 2 21.05.23 93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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