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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의 사무라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1.05.16 10:51
최근연재일 :
2021.06.29 10: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4,662
추천수 :
135
글자수 :
158,650

작성
21.05.25 10:00
조회
84
추천
3
글자
7쪽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2

DUMMY

“오늘 상소리를 많이 해서 좋은 말 하고 가려거늘.”


읍이나 돌아다닐 놈, 더러운 처마의 능구렁이처럼 하는 꼴이 더 이상 가관이 아니다. 네 놈이 필히 다음번에 병졸을 데려다 내 것을 빼앗으려 할 때. 내 쓸데없는 질투는 아니다. 난 많이 보았지. 자주 배반을 겪으면 얼굴의 숨은 뜻을 본다.


변화하는 무엇이 아무리 빨리 스쳐도 본다.


가장 큰 놈은 연개금이었고. 그 포악한 개로놈이 자신 쪽에 붙지 않았다 하여 우리 집 주춧돌까지 강물에 처박았어. 철이나 달궈 때리던 놈이 난생설화(卵生說話)나 제 입으로 퍼트리고. 처음에는 친화로 사람들을 속이고 나중에 무시무시한 칼을 빼어 들었다. 숨을 죽이며 대들지 못하고 혈육을 잃은 사람이 대체 몇이냐. 너도 그런 얼굴이렸다.


배반의 앞에는 귀에 달콤하고 좋은 말이 먼저 온다. 극과 극은 붙어 있다는 걸 알게 되지. 처음에는 믿었고, 두 번째는 실수라 생각했고, 세 번째부터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당장 뜻이 아님을 알게 되지.


“그만, 다음 집을 향해 가시지요.”


놈은 예리했다. 내 생각도 읽고 공기도 알고 말도 거칠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저 여해를 잡아끌어다 귀손을 위해 입궁시키지 못할 줄 아느냐. 네가 날 사심으로 보는 것이 무척이나 기분이 상한다. 말 하나 눈 하나 조신하지 못하니 내 화를 돋우는 게야. 네가 먹는 물은 궁에서 주는 것이고, 그 궁은 지금 네가 보고 있는 나로 말미 함이니라. 후환이 두렵거든 꿇어라. 꿇어서 빌어라.”


차가운 떡을 네 입에 물리리라... 넌 눕고.


‘나는 성명에 조상으로부터 내려오는 성과 이름과 자가 있는, 계루부에서 태어나고 하인이 받쳐주는 그릇의 밥을 먹고 자란 사람이다, 나는 거 같은 놈에게 이런 천한 것아! 말할만한 사람이었다.’


그래, 지금은 가라. 하지만 넌 너의 뒷모습을 보지 못하지. 것이 얼마나 초라한 줄 아느냐?. 난 내 등을 볼 줄 알아 세상에 조신하다. 네 등이 곧 차가운 땅에 붙을 것이기에 말하는 거야. 온전히 눕는다. 차가운 떡이 입에 물린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너도 보고 싶느냐. 내 칼에 댕강 손목이 잘리고, 너의 얼굴.


손이 급히 벽을 허문다.


‘뭣이 급하지? 놈은 빨리 못 걸어.’


흙이 두두두두 떨어지고...

눅이 슬었을 것이란 고민은 고민이 아니었다.


둘둘 말은 천은 말라 있다. 적어도 그 안의 것에 녹이 나지 않았다.


‘이걸 빼면 나 다시 길을 떠나야 한다.’


연부가 내 허리춤을 부여잡는다.


“마시오. 마시오.”


연부는 이름자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래서 부를 것이 없는 고로, 낮추어 ‘너’라 부를 수 없어 연부라 부르기로 했고 고운 얼굴도 받아들였다. 같은 베개에서 잠이 들어도 내력에 입을 다문다. 환나부 아니면 연나부에서 온 여자 같다. 아무래도 귀한 모양에 ‘연부’ 연나부에서 온 부인으로 부르기로 한 것. 절제하는 말투에 천하지 않은 것이 언뜻언뜻 보인다. 그리고 나와 버금 하는 큰 키. 거기 사람들의 특이지.


“두 번을 생각하세요.”


아무리 하여도 진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부부도 아니요, 남도 아닌 매일을 산다. 이러는 것이 어쩌면 과하다. 난 왜 이토록 치를 떨며 화를 못 이기는가. 당신과 그만큼 정이 들었던가? 여자를 지키고 싶은가? 애정 때문인가? 내가 정말로, 없던, 눈으로 볼 수 없었던 정을 주고받았단 말인가.


“마시오. 제발 마시오.”


그래 알겠다. 드디어 알겠구나.


너는 닮았구나. 떠올리게 하는구나. 내 집안에 있었던 여자들. 넷. 어디로 갔는지 모르지. 아배를 그 산에 누이고 나서 여해들과 멀어져 우리 형제는 병부로 끌려갔다. 그놈들이 연나부이고, 사실 말해 놈들은 우리 적이다. 나 태어난 곳에서 뒤서거니 온 놈에게 물으니 식솔들은 사라졌다 하고. 불귀의 객이 되었다 말하기를 차마 자기 입을 막는 듯. 하지만 우린 믿었지. 그래도 숨은 붙어 있을 것이라고.


열 개의 싸움터를 경험하고 다리를 재촉해 내 집으로 갔다. 아니지. 집이 있었던 자리지. 아무것도 없어진 자리가 되었고. 근처 사람들은 행방을 모른다 했다.


‘마음에서 안 죽었으면, 아직 죽었다 말하기 힘들다.’


어리고 약한 것들과 어머니. 살아도 귀한 대접을 받을 리 없고 좋은 것 먹일 리 없다. 내 아배가 연개금의 목을 치려 했으니 말이다. 연부, 당신은 떠올리게 하는구나. 저 더러운 놈의 눈에서 보았듯, 유린당하는 같은 피가 섞여 있는 어린 것들을. 내 힘없고 어린 여동생들에게 탐욕의 어떤 놈들이 올라타리라는 생각에 백해 혈 자리에서 피가 솟는다.


마시오. 마시오. 당신 말이 애달프다.


칼자루 잡지 않고 몇 해를 살았소. 당신은 내가 누군 줄 아시오? 내가 무엇을 하며 여기까지 내려왔는지 아시오? 우린 서로 이름을 모르오. 나도 이태부는 아니니까.


난 나의 길을 멈추었소. 난 나대로 검을 쓰며 여기에 도달했지만, 첫수에서 풀리지 않고 내 술기는 수련하기를 멈췄다. 그 이상을 모른다. 물론 더 알고 싶어. 잡배는 열이 와도 목을 칠 수 있다. 그 이상의 수가 몸에 배어있는 사람을 상대하려면 나도 누군가에게 배워야 한다. 물론 난 태어나서 그 정도의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런 실제는 내 눈의 잔상에 있지. 장수들. 천하의 공기를 몰고 다니는 뿔 달린 투구를 쓴 장수들. 난 보다 높은 기와 술을 배워 반열에 오르고 장수가 되고 싶다.


아니, 더 진실하게 말하지. 난 과거의 대결이 무섭고 힘들었고... 인이 백혔다. 또 하고 싶은 것이다. 대결을. 또, 또, 더, 더 하고 싶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은 내 삶에 박차를 가한다. 비할 바 없이 짜릿하다. 그 전율을 대신할 것은 전혀 없다! 더 붙고 싶다. 그래서 모두 이기고 싶다! 이것이 내 진짜 마음이다.


그 꿈을 꺾고 산다. 당신도 뭣인가 마음속을 꺾고 아픈 마음 달래며 살고 있겠지. 당신도 북쪽 하늘을 보며 손을 모으지.


연부가 부여잡은 손이 허리에서 풀린다.

아이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나도 몰래 생각을 지우고 있었구나.

난 저 아이가 가엽다. 배불리 먹이고 싶다.

나와 같은 처지니까.


그리고

나 그러지 않으려 했건만,

이제 그대의 배속에 내 것이 새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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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25. 산성에서 21.06.29 132 2 17쪽
38 24. 탈곡 21.06.17 95 3 12쪽
37 23. 잡놈 21.06.17 85 4 18쪽
36 22. 동검의 무사 21.06.16 80 3 17쪽
35 21. 접신 +1 21.06.16 79 5 19쪽
34 20. 옹진의 살수 21.06.15 82 5 15쪽
33 19. 패잔 21.06.15 66 4 11쪽
32 18. 손들의 싸움 21.06.14 79 4 14쪽
31 17. 옹진 큰물 21.06.13 77 4 8쪽
30 16. 유언 21.06.12 69 3 7쪽
29 15. 옛날 옛적 그 자리 2 +1 21.06.11 72 4 8쪽
28 15. 옛날 옛적 그 자리 1 21.06.10 110 3 7쪽
27 14. 눈이 결정한다 2 21.06.08 88 4 7쪽
26 14. 눈이 결정한다 1 21.06.05 97 3 8쪽
25 13. 그 사람은 멋졌다 2 21.06.04 90 3 7쪽
24 13. 그 사람은 멋졌다 1 21.06.03 80 4 7쪽
23 12. 물 건너편에 2 21.06.02 83 2 7쪽
22 12. 물 건너편에 1 21.06.01 90 2 7쪽
21 11. Intermezzo 21.05.31 92 3 9쪽
20 10. 입신양명 3 21.05.30 104 3 7쪽
19 10. 입신양명 2 21.05.29 85 3 7쪽
18 10. 입신양명 1 21.05.28 89 2 7쪽
17 9. 계루에서 사는 법 2 21.05.27 97 3 9쪽
16 9. 계루에서 사는 법 1 21.05.26 91 3 8쪽
15 8. 목경 2 21.05.26 79 3 7쪽
14 8. 목경 1 21.05.25 94 3 7쪽
»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2 21.05.25 85 3 7쪽
12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1 21.05.24 105 4 7쪽
11 6. 검은머리 짐승 3 21.05.24 93 4 8쪽
10 6. 검은머리 짐승 2 21.05.23 92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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