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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의 사무라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1.05.16 10:51
최근연재일 :
2021.06.29 10: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4,666
추천수 :
135
글자수 :
158,650

작성
21.05.29 10:00
조회
85
추천
3
글자
7쪽

10. 입신양명 2

DUMMY

“이놈아. 칼은 장수가 차는 것이다. 니가 뭐간데 칼을 달란디!”


나로 인해 웃는 사람도 생기고.


허나 나는 뭐랄까. 굽실거리고 숫돌로 창이나 갈면서 사는 것이 마음에 영 그려. 난 그랬어. 아비가 뼈 굵고 무서웠거든. 헌데 자식들은 또 아니 그래. 특히나 형은 더더욱 그렇고. 내가 핏줄을 좀 닮았다마는 아비만 못하지. 아비는 조신하게 살라고 하면서 조신한 기색이 없는 사람이었어. 근처 사람들이 다 무서워했거든. 그리고 아비는 형이나 나나 똑같이 별 관심이 없어. 뭐 그렇다 하고.


안주면 말 것이오... 그러고 있는데,


그 칼 두 개를 찬 사람이 앞으로 나와. 그 사람은 외려 말로 떠드는 장수보다 내 보기에 촉도 강하고 기도 강해. 나이 때문이지만 직책이 거꾸로 된 것이지. 장수는 그 사람여. 그리고 그 사람은 주로 앞장을 섰지 뒤에서 관망하던 사람이 아녀. 우린 장수보다 그 사람 말에 숙연해지곤 했지. 허나 입이 무거워 들을 말은 거의 없고.


“이 병졸의 말에 뜻이 없지 않습니다. 성벽을 못 넘어서면 질책을 받을 것이오, 우리가 궁에서 목이 달아나나 여기서 달아나나 무엇이 다릅니까? 검 하나 대수요!”


그 쌍칼 쟁의가 우리 동네 말이 아녀. 그때 알았어. 내 애비와 비슷한걸.


“여기 남는 칼이 있으니 전 주겠습니다. 그리고 저 병졸이 말대로 선두에 오르길 마다하지 않는다면, 나도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여 오르겠습니다.”


하지만 대장은 맘이 편치 않았어. 나 하나 칼에 감복하여 날랜 다람쥐처럼 기어오른다고 저 성벽을 손에 넣는다고는 생각이 않지. 나도 그런 생각 못 했고. 하지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나 봐.


“그럼, 칼을 주고 선봉으로 우리 대의 기를 살려라.”


개뿔이나 지달릴 시간도 없이 이미 북소리가 울려.


여러 곳에서 다시 공성이 시작되는 거여. 우리 생각은 하나야. 다른 대가 공성에 성공해서 우리 앞의 넘들 뒤통수를 쳐서 뚫리기를 바라지.


장수가 칼을 내밀었어.

난 한술 더 떴지.


“아조 주쑈. 빌리는 것 말고.”


그 장수는 웃었어.


“암 그러려무나.”


칼에 긴 끈을 달아 등에 사선으로 지기 전까지,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그래. 기분 좋은 상태로 뒤지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어차피 막다른 곳에 있고.


길게 말하면 늙은이 말이 지루한 게, 달려 본말로 가지.


뭣이 따로 있겄어. 겁이 나지. 하늘이 노랗지. 모든 사람 얼굴이 늘어지면서 괴물로 보이고, 나가 나가 아닌 것으로 자꾸 앞으로 나가고, 성벽이 다가와 거기 박힌 돌빡들이 이따만하게 보여. 아이고 이제 끝인가보다. 이 칼을 한번은 쓰고 죽어야 할 터인데.


그란데, 그때 알았어. 나의 자존을.


벌써 위에서 돌빡이 떨어지고 살이 날아와 옆에서 헉! 헉! 쓰러지고. 그 장수가 옆에 사다리를 잡는데, 나도 모르게 위를 보고 화가 나더라고.


이런 니이미 씨이벌 놈들이 개 불알도 뭣도 아닌 것들이 위에 있다고 방자하기 이를 데가 없구나! 나가 가서 너그들 관상 좀 봐야겄다. 오늘 아침 배불리 먹고 돌빡이나 던지는 너그들 좀 봐야 쓰겄다.


어느 순간 장수는 사다리를 오르고 나 역시 돌빡을 잡고 오르기 시작했어. 사람이 생각에 짜부가 나면 암껏도 불안하지 안 해. 생각이 없어지거든. 난 올라가서 놈들을 좀 보고 싶었어. 뭣이 잘난 것이냐.


오르다 본 게 슉 슉 슉 금방 높아지고 쌓인 돌빡에 이끼들이 사라져. 그늘이 사라지고 밝아져. 옆에는 장수가 칼을 들고 한 손으로 오르는데, 아무래도 눈에 띄는 화려한 갑이라 그런지 위에서 몇 놈이 창으로 내려찍고 있더라고. 장수는 칼로 쳐내며 멈춰있고. 귀에 암 껏도 안 와. 조용해. 바람 소리도 없어.


‘위를 보면 죽는다. 빨리 오르는 것이 상책이다!’


손으로 잡고 허벅지로 뜨겁게 밀고... 잡고 당기고 밀고. 그러다 힘에 부쳐 좀 쉴라니까... 엄마. 눈에 돌빡이 없어! 돌빡이 내 가심에서 끝난 거여. 다시 말해 다 오른 것이지. 왼(쪽)을 본 게 여럿이 그 장수를 찌르고 있고.


근게 시상은 운이여. 내가 오른 자리는 암도 없고 비어 있어. 날 못 본 것이여? 양옆에서 창과 활로 쏘고 찍고. 그런 자리를 올라보면 아는데, 방자 열이 공자 백을 막는 곳.


냅다 뛰어올랐지. 일단은 사람이 좋은 것을 줬은게 그 장수 내리찍는 놈들을 향해 가는데, 손에 뭐가 있시야지. 옳다구나 거기 쌓여 있는 돌빡을 집어서 넘들에게 패디기를 쳤어. 어수선한 괴함을 지름서. 헌데 이 싸움터가 그래. 눈에 뵈는 것만 보여. 병법서를 읽었다고 뭣이 소상히 뷔어? 아니어. 서너 차례를 겪어야 비로써 곁이 보이고 열은 겪어야 새삼 주변이 보여. 일개 병졸은 앞에 놈만 뵈지.


등 뒤에서 넘들이 달려들었으면 난 저 밑으로 던져졌을 것이여. 나도 수박이 되는 거지. 칼에 찔려 장렬히 뒤져불거나 이?


넘들이 돌빡에 맞자 주춤하더니 칼. 좀 작은 칼을 꺼내 들어 오네. 난 계속 던지고. 헌데 칼을 보니, 어라! 내 등에 칼? 뽑았지. 안 뽑혀. 길어서. 양팔을 하늘로 완전히 뻗어 뽑았는데 칼이 다 안 나와. 이런 니이미. 해서 칼자루를 놓고 양손으로 칼날을 잡고 요람서 슉슉슉 빼니 드디어 칼자루가 앞으로 넘어가면서 다 빠졌어.


그리곤 배운 대로 했지. 무엇을 배웠느냐... 내 아비가 어려서 ‘너 하나 몸은 간수혀야 하고, 네 안해와 새끼들은 막아줘야 하느니라.’ 크면서부터 막대기로 날 막 때렸어. 애비가 개 겁나 때려 이. 나한테도 막대기를 줌서 당신 몸을 때릴 수 있음 때리라면서. 몇 년을 개 아들놈처럼 맞아봐. 냉중에는 몸만 봐도 어디로 어떻게 때릴 줄 알거든.


많이 다르진 안 해.


막대기로 생각하고 갈기는데, 음마. 앞 놈 목살이 쩌억 벌어져야...


내가 이 지위까지 올라왔으니 믿을 것은 믿을 것이여. 세 눔을 고자리에서 보내버렸어. 하지만 내가 검의 술(術)은 없은 게. 칼을 자알 쓰는 놈과 붙으면 좀 그러지. 헌데 그때 그 장수가 피를 철철 흘리면서 올라선 거여. 귀가 찢어지고 투구가 반이 깨지고, 거기 있던 놈들이 창을 찔러도 장수가 칼로 쳐내니까 냉중에는 수박아 텨져라 막 때렸다고. 씨이벌, 것도 병기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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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22. 동검의 무사 21.06.16 80 3 17쪽
35 21. 접신 +1 21.06.16 79 5 19쪽
34 20. 옹진의 살수 21.06.15 82 5 15쪽
33 19. 패잔 21.06.15 67 4 11쪽
32 18. 손들의 싸움 21.06.14 79 4 14쪽
31 17. 옹진 큰물 21.06.13 77 4 8쪽
30 16. 유언 21.06.12 70 3 7쪽
29 15. 옛날 옛적 그 자리 2 +1 21.06.11 72 4 8쪽
28 15. 옛날 옛적 그 자리 1 21.06.10 110 3 7쪽
27 14. 눈이 결정한다 2 21.06.08 88 4 7쪽
26 14. 눈이 결정한다 1 21.06.05 97 3 8쪽
25 13. 그 사람은 멋졌다 2 21.06.04 90 3 7쪽
24 13. 그 사람은 멋졌다 1 21.06.03 80 4 7쪽
23 12. 물 건너편에 2 21.06.02 83 2 7쪽
22 12. 물 건너편에 1 21.06.01 90 2 7쪽
21 11. Intermezzo 21.05.31 92 3 9쪽
20 10. 입신양명 3 21.05.30 104 3 7쪽
» 10. 입신양명 2 21.05.29 86 3 7쪽
18 10. 입신양명 1 21.05.28 89 2 7쪽
17 9. 계루에서 사는 법 2 21.05.27 97 3 9쪽
16 9. 계루에서 사는 법 1 21.05.26 91 3 8쪽
15 8. 목경 2 21.05.26 79 3 7쪽
14 8. 목경 1 21.05.25 94 3 7쪽
13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2 21.05.25 85 3 7쪽
12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1 21.05.24 105 4 7쪽
11 6. 검은머리 짐승 3 21.05.24 93 4 8쪽
10 6. 검은머리 짐승 2 21.05.23 92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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