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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의 사무라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1.05.16 10:51
최근연재일 :
2021.06.29 10:0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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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9
추천수 :
138
글자수 :
158,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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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6 16:00
조회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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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22. 동검의 무사

DUMMY

내가 그들은 본 것은 이틀째였다.


“어뗘. 인자 태어난 것이 조오금 후회가 들어?”


온갖 곳을 베였다. 손, 팔, 어깨, 가슴도 베였고, 그나마 복부는 베이지 않았다. 복부를 베이면 이승과 작별이다.


이틀이 지나고 마지막 사흘째. 순간순간 그런 생각이 든다.


‘그냥 칼에 맞아 죽었으면 좋겠다.’


사람이 중천부터 해가 질 때까지 칼과 몸을 긴장시키며 살이 벌어져 뒈지는 것을 걸고 싸운다는 것. 입안이 완전히 말라서 혀가 마른 수세미처럼 딱딱하고, 팔이 떨어질 것 같고, 심지어 발바닥까지 아프다. 오늘 아침에 일어날 때는 목이 안 들렸고, 일어나 앉으니 물 사발을 드는데 뒷골까지 당긴다. 어젯밤 눕기 전에는 그 정도인 줄 몰랐다.


그보다 해가 더 있는 내내 날 괴롭힌 것은 이전에 없던, 두려움. 두려움이다. 그것을 반나절 동안 버티려니 내 생각과는 다르게 포기, 포기!...가 마음에서 일어났다. 인간이 이렇게 쉽게, 자기 목을 내어주고 포기하려 하다니 정말 놀랐다. 난 강한 것이 아니었다.


“거냥 무릎을 꿇고 목을 내놔 야!”

“그런 놈이... 어딨어...”

“음마, 진짜로 그런 놈이 있었다니께.”


그 전의 싸움은 길어야 밥숟가락 열 개를 삼킬 동안이었고, 대결 속에서 쓰러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어떤 싸움에서는 두 합도 되지 않아 상대는 누웠고, 아직 힘도 쓰지 않은 상태라 난감하기까지 했다. 주먹 싸움과 아조 다르지 않다. 속으로 수를 센다고 할 때 맨 처음 오십이 가장 힘들다. 그 오십이 평범한 사람들의 싸움 능력이다. 호흡 오십. 대게 지쳐서 주저앉고 싶어진다. 칼도 그렇다. 칼이 무거워서가 아니라 걸린 모가지 때문이지.


좀 더 가지고 놀려고 어제 그제 봐준 것인지 의심이 든다. 막을 수 있는 방향 모든 것을 때리고 친다. 칼이 칼이 아니다. 막고 치는 것은 칼싸움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한두 합이 끝나면 - 둘 다 실력이 있다고 칠 때 - 반드시 작게라도 몸이 베인다. 그리고 그 베인 것은 죽음으로 가는 빌미가 된다. 그것을 알기에 베여도, 의복에 땀도 아닌 축축한 것이 묻어나도 난 무시했다.


눈이 말했다.


‘안 아퍼? 거기 쩌매고 싶질 안 해?’


표정 없는 얼굴에 눈만 살짝 웃는 기분이다.


이틀째.


손이 아프다. 찌릿찌릿하다. 이틀을 하도 칼을 들고 무수한 것을 했는데, 칼 손잡이에 감는 것이 왜 비싸야 좋은지 알겄다. 어제 쓰러져 누울 때도 몰랐다. 오른손에 물집이 잡힌 것을. 아침에 떼어버려 칼 잡은 손이 너무 쓰리고 열이 푹푹 오른다. 하지만 물집은 다시 칼을 잡았을 때 어차피 떨어질 것이었다.


“밥 묵고 똥 싸고 차암 인간도 거시기해잉?”


신이 있다면 아가리에 쌀겨나 한 줌 물려주시오. 아 시끄러.


노인은 처음부터 막 나오지 않는다. 처음에는 슬슬 시작한다. 내 칼을 톡톡 치면서 시비를 걸고 약을 올린다. 이젠 그 백발만 봐도 지긋지긋하고 어떻게 저 인간을 죽일 수 없나 생각이 꼬리를 문다. 천하의 원수. 증오의 똥. 더럽고 편협한 노인. 배라먹을 양심도 측은지심도 없는 미친 인간. 뭐 저런 게 인간이라고 살아 있지?


백 노인의 눈을 보면 누구도 마음을 읽지 못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눈 같은 표정. 대련 전후에는 농도 따고 말도 화려한디, 서로 칼을 뽑으면 그때부터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너됴 표정 드러난다고 느그 아버지한테 피골이 나도록 맞았니? 하하.


그 무표정이란 것이 나에게 왜 무서운가 하면, 상대의 감정이나 육체적 격함이 있으면 눈에 잘 들지만, 내 것은 모르는 거다. 내가 흥분하면 사실, 온전히 사람을 관찰하지 못한다. 다 그러는 법이다. 입으로 말만 오래 떠들어도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은 날아가고 많이 못 본다.


나는 다 본다고 생각하지. 아니다. 차분해야 눈과 귀가 밝아 주변과 앞에 있는 사람을 잘 읽게 된다. 상대 숨소리도 아조 중요하다. 실력으로는 어쩐가 몰라도, 저것이 인자 곧 퍼질 것 같다는 기분이 오면, 너무 강하게 공격하지 말고 지속해서 밀어대면 곧 무너진다.


나도 내 동네에서 표정 없는 만주의 서자 같은 놈이란 소리를 들었는데, 저 인간은 뭐간디 저렇게 차분허냐. 노인이라 대놓고 욕은 못하것고 이 니미 씨부럴 개 좆 같은 노인네 확 죽여부러야 쓰겄는디.


“욕해! 욕해!”

“노인 공경 안 허는... 싸~가지 없는 놈이라 죽였다 할라고?”


“내가 죽인 게 소문이 났으면 너 같은 것이 찾아왔겠냐.”

“뭐 이런 시라기(신라) 종자 같은 놈이 다 있어!”


“나한테 뺨 맞고 신라기에 분풀이허는 걸을 보니 너 왜놈이야?”

“대체 나한테 왜 이래!!!”


“니가 찾아왔잖여. 난 너 얼굴도 몰랐어이.”

“죽일람 죽여 봐.”


“왜 이러냐고? 몰러?”

“왜!!!”

“반말해서.”

“이런 개...”

“너도 늙어봐라 이 개이새끼야.”


챙! 찌이이이이익.... 챙!

물 좀 먹고 하고 싶다.


“포기하려고? 그럼 그려. 그럼 꿇어. 단박에 가도록 쇄골을 찔러줄게.”


그런 무표정에서 이런 잔인한 말을 한다.


“힘들어? 그까, 니가 전장을 안 나가봐서 그랴. 지금 내가 중천부터 해 질 때까지 서로 대적하도록 한 것은, 바로 전장이 그래서 그려. 너는 지치고 앞에는 쌩쌩한 놈이 계속 새로 나타나. 그럼 그놈이 널 보고, 아이고 힘드시겄네, 내가 조금 야가게 해드릴까요, 이러셔? 그놈도 지 목숨 부지하려고 온 힘을 다시 널 쳐. 손아구가 칼을 쥘 힘도 없는데 밥 먹고 쌩쌩한 놈이 들려 든다니까.”


좋은 말을 하고 충고도 하면서 마치 날 제자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위로하다 갑자기 훅 친다. 내 팔뚝에 또 피가 뚝뚝 떨어진다. 몸에 힘을 자꾸 주자 이틀의 상처에 감은 천에도 피가 스미는데 또 다른 살을 찢는다. 엊저녁 자도록 멈췄던 상처에서 아문 살을 뚫고 다시 피가 밖으로 스민다.


“혹시 살면, 팔뚝만 뵈줘도 너 먹고산다. 하하.”


내 마음마저 읽는다.


“어차피 오늘 아님 내일 너 죽어...야!”


이 새끼를 어떻게 죽이지? 아, 독 오른다.


“죽이려면 한 번에 죽여 이 개 아들놈아!”

“그러지. 그러지. 아따 이놈 마음에 들기 시작허네.”


훅. 붕붕. 또 돌며 들어온다. 발이 알아서 물러선다.


“어차피 죽을 놈 생채기 많이 내서 미안허네. 죽겄지? 내가 미워 환장하겄지?”


첫날, 그러니까 이틀 전이 보름은 지난 듯하다.

어김없이 중천에 나타나 마지막 대련이 시작되었다.


“제대로 서라. 처음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사흘이었다. 아까운 애들이 하도 죽어나가서 내가 자찹게 줄여준 것이여.”


시작부터 충격이었다. 몇 달을 연마했는지 모르고 인자 겨울인데, 얼마나 늘었는지 모른다. 날 가르쳐주는 노인의 품새와 칼질을 유심히 지켜봤고, 매일 밤 노인을 이기기 위해 술수를 떠올렸다. 제아무리 지가 수련을 해도 노인은 노인이다. 중국무협연희에 나오는 노인의 내공도 거짓말. 힘은 당연히 나에게 달린다.


백가 노인 몸이 굵거나 강한 것도 아니다. 팔뚝을 보면 뼈에다가 생선 살을 약간 붙여 놓은 듯하고, 파란 힘줄은 이제 곧 죽을 거라는 증표처럼 보인다. 손등 거죽은 뱀 가죽처럼 얇고 드문드문 검은 먹이 들었다.


그 모든 것을 버텨 마지막 날.


내가 칼을 뽑자 노인이 뽑는데... 아뿔사... 저게 무엇이냐. 어제 들고 온 것과 다르다. 난 약간 굴곡으로 휜 도를 잡고 있었는데, 노인은 고구리 것이라도 해도 무방할 일자로 뻗고 칼이 넓고 두꺼움 검을 들고 나왔다.


‘거꾸로 아냐? 내가 저것을 들어야 맞는 거 아닌 거?’


“아니 칼이 왜 바뀌어!”


“진정한 검객은 다른 칼 두 개는 있어야 한다고 했어, 안 했어!”


“난 하나잖아. 내 칼 부러지면 어쩔래! 치사하게!”


“주께.”

“내가 당신 어떻게 믿어.”

“옹진 백가는 대게 믿는다.”

“왜놈의 새끼.”

“너 죽었다 이 개새끼!!!”


그래 너도 흥분 좀 해라.


“내가 죽어! 자지도 안 서는 늙은기!”

“서!!!”

“고진말.”

“씨벌늠아 니가 스는 지는 뭐 보여준다냐?”


더 흥분해봐. 침을 튀겨봐.


“하하하. 아조 날 기함을 시키려고 애를 쓰는구만. 놀아주니까 뿌듯혀? 넌 나에게 죽어. 어쩌냐 기회는 없다. 내가 왜 반드시 죽여야 하나면, 한 놈 보내줬더니 그 아들놈이 날 치러 왔다니까. 어쨔. 너도 자식 낳아서 훈련시키서 나 제끼고 싶냐?”


하지만 오늘 내가 이겨

당신은 모르지

그 이기는 것이 노인장을

죽여야 하는지 그걸 생각하고 있는 거야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눈이 떠졌다.


이틀 동안 내가 왜 당하기만 했나, 내가 그전에 배운 것은 무엇이 문제였나, 코를 골았지만, 꿈속에서 칼싸움하다가 퍼뜩 눈을 떴다.


그리고 힘겹게 일어나 앉았고, 이래서는 내일 진다, 내일 죽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일 죽으면, 지금 더 잔다고 뭐가 다른가. 사람은 생각하는 시간이 자는 시간보다 중요하지 않은가. 다친 자리에 천을 새로 감고, 칼집을 버팀목으로 삼아 일어났다. 나갔다.


내일 안 지려면 생각하는 걸 지금 해봐야 한다. 그것도 숙달이 될 때까지 해봐야 한다. 적당히 연습한 것은 급한 순간에 안 나온다. 급한 순간에는 항상 옛날 버릇이 나온다.


나가니 달빛 아래 저 멀리 반짝이는 큰물. 모양은 보름달이나 때에 맞춰 기울어 물에서 그리 높지 않게 떠 있다. 첫발을 딛고 서서 기다린다. 칼을 뽑히는 순간을.


숨. 호흡. 내 팔과 다리, 발바닥.


듣기가 항상 싫은 말이었으나 배워서 연습해서 안 남을 수가 없다. 그 말을 깨달았다. 젊어서 열심히 하라 끝까지 하라 듣기에 안 좋다. 너는 열심히 안 할 놈이니 경고한다! 그렇게 들린다.


하지만 이제, 의지가 눌려 있는 몸을 펴게 하고... 갑자기 몸이 날기 시작한다. 숨이 안정되면서 자르고 찌를 때만 짧게 뭉치고 그 나머지 시간은 편하게 풀어진다. 아, 왜 이걸 몰랐을까. 백노인 몸이 강한 것이 아니라, 쓸 때를 빼고는 힘을 안 쓰는 거다.


‘그리고 농담.’


그건 의미 없는 말이었어. 자기 긴장을 푸는 말이었어. 하... 아... 그거였구나. 이런 젠장. 이 동네 사는 사람들을 보고 려나 라나 웃기다 하지. 말은 라가 맺고 끊고 말 자체가 험악하지. 그려. 우린 농으로 나의 긴장을 푸는 놈들이여.


그런데 내일 이기는 것은 이것으로 한계를 넘지 못해... 계속...


인기척이 없었다. 인기척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보려 하면 희미하게 흩어지고 내가 할 것을 열심히 하고 있으면 내 시야의 끝에 똑똑하게 드러난다. 잡으면 멀어지고 보든 말든 무시하면 또렷하게 나타나 서서 본다.


실력이란, ‘나 나아졌쥬?’ 물으면 ‘아니, 별로.’ 그게 답이다. 그저 할 뿐이고 그러다 ‘별로 안 나아져.’ 그러면 ‘너, 오늘 보니 정말 나아졌더라.’ 그거다. 이만큼 했으니 이 정도 할 거라 상상하면 난 그 이하다. 저기를 가기 위해 열심히 하고만 있으며 어느 틈에 지나간 거다. 거기를 내가 이미 지나간 거다.


이제 나의 습관화된 검술은 어렵지 않다. 하면서도 보는 정도는 본다. 여섯. 모두가 선조라고 할 수 없다. 전혀 다른, 처음 보는 복식에 칼도 남다른 걸 찬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짧은 검을 가졌다. 본 적 없다.


오래전에 쓰던 검 같다. 허나 공통된 것은 있다. 딱 봐도 무사다. 눈이 무사이고 자세가 무사이다. 자세가 좀 기울어져 있어도 칼을 굉장히 잘 쓸 것 같다. 그들 모두 내가 시연하는 검술에 감탄 따위는 없다. 그냥 물끄러미 본다. 허나, 더 볼 무엇이 있어 아직 사라지지 않겠지? 가든 말든 상관 않는다. 난 이 이야기를 이미 부친에게 들었다.


‘그분들이 오신다고 사지가 뻣뻣해지면 그게 실력이야.’


숨. 칼끝을 바라보는 예리해진 내 눈. 돌고 치고, 돌면서 빠져 막고, 휘두르며 전진, 문득 뒤에 한 명 더 있다고 돌면서 하단! 백노인이 하던 것... 칼날을 하늘로 들리도록 칼을 한 손으로 돌리면서 나간다.


그때, 한 분이 놀랐다.

그 처음 보는 복식이 나를 향해 손가락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다른 무사 혼령들의 표정이 심각해지는 걸 느낀다.


그때 내 앞으로 혼령 하나가 나간다.


“어?... 어?...‘


혼령이 칼을 뽑고 앞으로 나가면서 휘두른다.

직감.

나에게 보라는 것. 그게 아니다. 이걸 봐라.

처음 본다.

혼령이 돌아서 칼끝으로 내 미간을 조준하며 선다.

곧바로 달려온다. 그리고 아주 빠르게 칼을 나에게 쓴다.


진짜로 칼에 찔리지 않았으나,

난 그 짧은 순간에 다섯 번 베였고 한번 찔렸다...


그리고, 혼령이 다시 삽도 한다.


아, 하눌림. 지신님. 조상님. 혼령님.


내가 어떻게 칼에 맞았는지 알았다. 정확히 봤다. 진짜 칼이었으면 그걸 보고 난 죽는다. 죽은 거다. 그 혼령이 내 앞에 앞서 나가며 보여준 것은 정확히 못 봤다. 돌아서서 그걸 나에게 썼을 때.... 알았다.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나에게 엄청난 빈틈과, 동작에 시간의 공백이 있었음을 나에게 말한 것이다.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이겼어... 이제 난 이겼어.”


그 혼령이 가르쳐준 것을 삼십 회 반복하고 있을 때 그들이 사라졌다. 어느 틈에 갑자기 없어졌다. 난 100회를 끝내고 누웠다. 동이 트고 있었다. 하지만 난 충격에 몸이 떨리고 있었다. 훌륭한 검술을 혼령에게 받았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 내가 가진 모든 생각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충격 때문이었다.


시대를 달리하고 왔던 여섯 무사. 내 앞에 서서 날 가르쳐준 건 그중 가장 오래된 사람으로 보이는 무사였다. 그는 짐승 가죽으로 사람 몸에 맞게 잘라 걸치고 있었고, 가진 칼은 철도 아닌, 아마도 도검. 그 길이가 내 칼보다 짧다. 나는 한 백 년만 과거로 가도 ‘뭐 그때 칼을 지대로 쓸 줄이나 알았겄어? 기양 막 휘두른 거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충격.


아니구나. 사람은 사람을 어떻게 칼로 죽이는지 항상 연구하고 있었다. 물론 치초는 거시 전쟁을 위한 것이겠지. 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치명상을 입히는 부위, 공격방법, 막고 치는 법... 다 연구하고 있었다. 결국, 천 년 전에도 사람 몸뚱이는 대략 비슷했으며 그 손에 지다란 철이나 동으로 된 칼을 가지고 있다는 조건은 같다. 다를 없이 없는 거다!


그러나 무술 무예가 나오고 검술이 나오는 거다. 하다 보면 거의 다 주류로 흐르는 인간 살상의 방법은 대동소이할 수는 있으나, 그는 나보다 짧은 동검으로 긴 칼 든 나를 치고 들어왔다. 실검이었으면 난 죽었다. 찔려 헉헉대며 피를 쏟고 되아져부렀다.


충격. 내가 선조들을 얼마나 속으로 무시했는가. 어쩌면 정신세계도 우리보다 모자랄 것이 없거나, 뛰어난 몇은 지금 시대를 넘어섰을지도 모른다. 자만과 오만. 그러니 내가 백가를 못 이기는 거다.


“뭐 씨벌 싸우다 생각도 하시고 자빠지고 기신가 이 새파런 것이!?”


후후후.

내가 마지막 제자야.

“묻어는 줄게.”


농으로 일관하던 백가 노인이 갑자기 굳는다. 처음으로 미간에 주름이 생긴다. 저 병신 지랄허고 자빠졌네 응수가 나와야 응당인데, 굉장히 굳는다. 그것은 나도 모르는 내 마음가짐과 말투에서 뭣이 달라져 들렸는 갑다. 그럼, 내 말은 항상 성조가 높이 떴다. 마음에 없는 말을 할 때 그렇지. ‘묻어는 줄게.’ 나도 놀랄 정도로 아주 무거운 저음이 동굴에서 울리는 것처럼 나왔다.


“너 무엇을 보았니......”


“어제 달이 떴다. 보름달이.”


백가의 오금이 덤벙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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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25. 산성에서 21.06.29 134 2 17쪽
38 24. 탈곡 21.06.17 97 3 12쪽
37 23. 잡놈 21.06.17 85 4 18쪽
» 22. 동검의 무사 21.06.16 81 3 17쪽
35 21. 접신 +1 21.06.16 79 5 19쪽
34 20. 옹진의 살수 21.06.15 82 5 15쪽
33 19. 패잔 21.06.15 68 4 11쪽
32 18. 손들의 싸움 21.06.14 80 4 14쪽
31 17. 옹진 큰물 21.06.13 78 4 8쪽
30 16. 유언 21.06.12 71 3 7쪽
29 15. 옛날 옛적 그 자리 2 +1 21.06.11 74 4 8쪽
28 15. 옛날 옛적 그 자리 1 21.06.10 111 3 7쪽
27 14. 눈이 결정한다 2 21.06.08 90 4 7쪽
26 14. 눈이 결정한다 1 21.06.05 98 3 8쪽
25 13. 그 사람은 멋졌다 2 21.06.04 92 3 7쪽
24 13. 그 사람은 멋졌다 1 21.06.03 80 4 7쪽
23 12. 물 건너편에 2 21.06.02 86 2 7쪽
22 12. 물 건너편에 1 21.06.01 93 2 7쪽
21 11. Intermezzo 21.05.31 93 3 9쪽
20 10. 입신양명 3 21.05.30 104 3 7쪽
19 10. 입신양명 2 21.05.29 86 3 7쪽
18 10. 입신양명 1 21.05.28 89 2 7쪽
17 9. 계루에서 사는 법 2 21.05.27 99 3 9쪽
16 9. 계루에서 사는 법 1 21.05.26 93 3 8쪽
15 8. 목경 2 21.05.26 80 3 7쪽
14 8. 목경 1 21.05.25 95 3 7쪽
13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2 21.05.25 85 3 7쪽
12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1 21.05.24 108 4 7쪽
11 6. 검은머리 짐승 3 21.05.24 95 4 8쪽
10 6. 검은머리 짐승 2 21.05.23 93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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