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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의 사무라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1.05.16 10:51
최근연재일 :
2021.06.29 10: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4,711
추천수 :
135
글자수 :
158,650

작성
21.05.26 15:00
조회
92
추천
3
글자
8쪽

9. 계루에서 사는 법 1

DUMMY

9. 계루에서 사는 법




하지만 넌, 여기 내려와서 내 처음 친구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묻어 격식을 차려주마.


나는 처음으로 ‘호감’이 가는 사람을 해하였다.

그 전에 내가 아는 사람을 벤 적은 없었다.


이 사람을 통해서 나도 내가 봤던 내장이 들어 있는 동물이란 걸 알았다. 그전에는 무엇이랄까, 그러리라 생각하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고, 처음 그걸 봤을 때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옆에서 한 명의 배가 넓고 크게 베였다.


갑을 입은 장수는 그렇게 베일 수가 없다. 병졸들이 나무로 된 갑이나 가죽으로 된 갑을 입었으나, 모두는 아니었다. 그것은 여유가 있는 사람이나 마련하는 것이고, 그 정도면 집안이 그나마 넉넉한 축에 속한다. 아니면 아들이 맞아 죽을까 봐 전을 꾸어 장만한 사람도 있을 것.


베인 사람은 나처럼 갑이 없었는데, 나도 저렇다는 걸 알았지만 그나마...였다. 널고 너른 벌판의 서역에는 칼이 휘어져 베기를 주로 하는 칼이 많다고 들었으나, 우린 칼도 그렇고 갑도 그렇고, 직선의 검이라 내려찍는 것을 주로하고 종종 찔러 사람의 명을 딴다.


나나 그 사람이나 어쩔 수 없이 거친 천으로 된 옷을 껴입었고, 인하여 창을 쓰기 참 힘들었다. 겨드랑이가 걸리고 - 벗어 널기 전에는 땀이 마르지 않는다. 그래서 연륜이 있는 사람들은 아예 옷을 껴입지 않는다. 맞는 것보다 치는 것이 우선인 것.


그 사람이 무릎을 꿇었는데, 난 마침 창이 어긋나서 한 놈을 돌로 찍어 절명시키고,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 순간에 누가 달려들었다면 난 방법 없이 고스란히 죽었다.


태양은 있으나 무작위 옅은 구름이 끼어 태양을 대놓고 봐도 눈이 멀지 않을 밝기였고, 무엇이 타는지 하늘에 검은 연기가 산란하게 흘렀다. 꿈을 꾸는 듯 묘하다. 내 몸이 쥐어짜며 숨을 몰아쉰다. 언제부터인가 나팔과 징 소리는 안 들렸고, 어떻게 귀가 막혔는지 내 숨소리 말소리도 안 들린다. 아무 소리가 안 들렸다.


처음에는 그 친구 배에서 끼어 입었던 옷이 잘려 흘러나왔거나, 혹, 조금 이상한 생각이지만, 먹을 것을 숨겼다 흘러내린 거로 생각했다. 꽤나 두꺼운 밧줄이 흘러내리기에 - 것이 사람 내장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 색깔은 대체로 검은 회색에 가깝고 표면은 허연 것이 묻은 듯 윤기가 번들거린다. 그로 인해 얼룩덜룩한 것으로 뵈, 어쩌면 때가 묻은 밧줄인가 갸우뚱했다. 헌데 보슬한 올이 없이 매끈하다.


어떤 무엇이 이상하다 생각한 것은, 그 사람 눈동자가 뒤집혔다는 것. 동자가 뜨고 흰자가 위로 올라왔다. 무엇을 맞긴 맞았는데?... 오래 지나지 않아 알았다. 배가 그어져 터진 것이다. 가난하면 빨리 죽는다. 나뭇값이라도 했다면 배가 그렇게 베이진 않았을 것이므로.


전투는 벌판을 더 나아가 어느 순간 끝났는데, 경험한 사람은 알겠지만, 우리 같은 병졸 창병은 어떻게 우리가 이겼는지도 모른다. 더해서 왜 이겼는지도 가물하다. 어디서 함성이 들려도 우리가 이긴 건가 저쪽이 이긴 건가 모른다. 곁에 있는 사람이 소리를 질러야 이긴 줄 알지. 함성 후에 대부분 쓰러지거나 물을 찾는다.


싸움이 끝나고 항복하지 않은 적 장수들 몇의 목을 칠 때, 그 가엾은 친구가 생각나서 힘들어도 거기로 비틀비틀 걸어갔다. 입을 기괴하게 벌리고 땅에 뻗었는데, 사람 내장이 그렇게 긴 것인지 처음 보았다. 그 작은 배에서 나왔다고는 넘치게 푸짐할 정도로 길고 부피가 컸다. 내가 앞으로 가기 전보다 더 나와 있었다. 그날은 아침도 못 먹고 내습에 대항하여 싸웠는데, 곡기 없는 창자로 죽었으니 이 얼마나 가엽지 아니한가.


보다가, 손을 의복 안으로 넣어 내 배를 만졌다.


‘내 안에도 저것이?’


그때부터 난 복(腹) 베는 걸 꺼렸다. 내가 그 친구와 같은 불쌍한 꼬락서니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너무 초라해 지워지지 않는다. 사람을 칼로 베고 찌르는 것이 절명에 쉬울 거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바, 내 말하면, 가장 빠르게 나에게 대항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머리를 때리는 것이다.


사람 머리는 뒤보다 앞이 단단하다. 그래서 뒤통수를 치는 것이 정신을 잃거나 저승길 마중하기 훨 바르다. 화살을 맞거나 칼에 맞은 뒤에도 한동안 휘두르고 반항하다 죽는 사람을 여럿 보았다. 몸은 머리가 부리는 것이기에 빠른 곳은 머리다.


어쩌면 것이 나에게도 편하다. 머리를 치는 것이 잔인한 것 같지만 기회가 있을 때 두고 보라니까. 배를 가르는 것보다 봐서 나쁘지 않아. 가장 편치 않은 것이 배를 베는 것, 정말 떠올리기 불편해. 이놈이 다시 달려들지 안 쳐다볼 수도 없고... 목이 잘리면 얼굴이 사라져 사람 인상을 받을 것이 애매하다.


그런데 하필이면...


나는 여러 해 칼을 들어 싸우지도 않았으며 농기만 들고 일을 해서 없어진 줄 알았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그 모종 사내의 심장.


귀한 집 남자는 나에게 새로운 것을 열어주었다. 그저 빠르기만 했다면 난 여러 번 그 남자를 찌르거나 베었다.


처음 보는 수, 칼을 빙빙 돌리면서 순간 머리 위에서 내리찍고 밑에서 내 턱을 향해 올라온다. 빙빙 돌리면서 발로 거리를 조절하다 들어온다.


삼 합이 끝난 즈음, 저 요란한 술을 막기 위해 고심하다가 문득, 그 자리에서 법을 익혔다. 하나의 작은 술이기는 하나 제법 효력이 있었다. 내 칼을 몸 중심선에서 적당히 들어 겨눈 상태에서, 칼을 좌우로 비틀면서 들었다 내리면 대략 다 막겠는 거다.


남자가 빠르고 정신이 없기는 하나 칼끼리 충돌하면 내가 힘이 세기에 좀 밀려도 내 몸에 닿지는 않았다. 다만 어인 일인지 몇 번만 더 부딪치면 내 칼이 부러질 것 같았다. 무겁고 두껍게 한다고 칼이 충돌할 때 더 강하지 않다. 대장장이가 매질을 촘촘히 해서 유연성이 있어야 덜 부러진다.


이 칼도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칼날의 날카로운 면이 작은 조각으로 열 개도 넘게 떨어져 나갔다. 나무를 써는 기구처럼 되었다. 내 것이나 그 사람 것이나 비슷하지만 그 친구 것이 분명 충격을 덜 먹었다. 합이 긴 싸움은 그날로 그 칼 못 쓰게 된다.


처음 생각은 남자의 칼이 댕강 부러질 것 같았다. 그 사람이 칼 쓰는 법은 물론, 자기에게 유리한 것을 적용할 줄 아는 영민한 머리도 있었다. 만약 나와 칼을 바꾸어 싸웠다면 빠르기는 많이 둔해졌을 것이다. 그는 자기 몸에 맞는 - 길이는 거의 비슷하고 되 - 두께가 얇고 무게가 가배야운 칼이었다.


나는 일방적으로 밀리며 그 사람 들어오는 것을 막기 바빴다. 고서에 이르기를 서른 합을 했다는 둥 그것이 거짓인 줄 알았다. 합이 오십이 넘어 서로 헐떡이며 ‘오늘은 그만하자. 내일 다시 이 시각에.’ 이것이 글 쓰는 사람의 기망인 줄 알았다. 물론 그런 연의(소설)를 쓴 사람들이 진짜 싸움터를 경험한 것으로는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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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25. 산성에서 21.06.29 134 2 17쪽
38 24. 탈곡 21.06.17 97 3 12쪽
37 23. 잡놈 21.06.17 85 4 18쪽
36 22. 동검의 무사 21.06.16 80 3 17쪽
35 21. 접신 +1 21.06.16 79 5 19쪽
34 20. 옹진의 살수 21.06.15 82 5 15쪽
33 19. 패잔 21.06.15 68 4 11쪽
32 18. 손들의 싸움 21.06.14 79 4 14쪽
31 17. 옹진 큰물 21.06.13 78 4 8쪽
30 16. 유언 21.06.12 71 3 7쪽
29 15. 옛날 옛적 그 자리 2 +1 21.06.11 74 4 8쪽
28 15. 옛날 옛적 그 자리 1 21.06.10 111 3 7쪽
27 14. 눈이 결정한다 2 21.06.08 89 4 7쪽
26 14. 눈이 결정한다 1 21.06.05 98 3 8쪽
25 13. 그 사람은 멋졌다 2 21.06.04 92 3 7쪽
24 13. 그 사람은 멋졌다 1 21.06.03 80 4 7쪽
23 12. 물 건너편에 2 21.06.02 86 2 7쪽
22 12. 물 건너편에 1 21.06.01 93 2 7쪽
21 11. Intermezzo 21.05.31 93 3 9쪽
20 10. 입신양명 3 21.05.30 104 3 7쪽
19 10. 입신양명 2 21.05.29 86 3 7쪽
18 10. 입신양명 1 21.05.28 89 2 7쪽
17 9. 계루에서 사는 법 2 21.05.27 98 3 9쪽
» 9. 계루에서 사는 법 1 21.05.26 93 3 8쪽
15 8. 목경 2 21.05.26 80 3 7쪽
14 8. 목경 1 21.05.25 95 3 7쪽
13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2 21.05.25 85 3 7쪽
12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1 21.05.24 107 4 7쪽
11 6. 검은머리 짐승 3 21.05.24 95 4 8쪽
10 6. 검은머리 짐승 2 21.05.23 93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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