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55B

금성의 사무라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1.05.16 10:51
최근연재일 :
2021.06.29 10: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4,702
추천수 :
135
글자수 :
158,650

작성
21.06.11 19:40
조회
73
추천
4
글자
8쪽

15. 옛날 옛적 그 자리 2

DUMMY

남자가 그렇게 말을 길게 하는 것을 나는 처음 봤다. 모친 부친은 입에서 말이 길게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어디서 왔냐고 누가 물을까 봐 그런 갑다. 그러나 난, 이때 남자가 일부러 대화를 끌어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어느 책을 읽으면서 봤고, 아마도 그것이 아닐까 한다. 남자는 우리 집의 가장이자 농부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문자를 많이 알았기 때문에 추측한다. 내가 지금 읊으려는 것은, 병법이 아니라 연의에 어느 글쓴이가 제멋대로 갈긴 것이나 일리는 있다.


[내가 질 것이 확연하거든 공기를 바꿔라. 공기는 전염된다. 내가 진심으로 웃으면 상대도 웃게 된다. 내가 진심으로 말을 하면 상대도 진심으로 말을 하게 된다. 날 이기려 핏발이 서 있는 사람은 내가 이겨도 큰 상처를 입는다. 감정과 의지라 강한 사람이 꺾이지 않을 때는 농을 해도 좋고 말을 끌어도 좋다. 그 강한 정신의 뚝심이 꺾이기를 시도하여 상대하면 한술 편하다. 그 사람이 납득할 화두를 찾아서 딱딱한 것이 풀리기를 기다려라. 그러다 허(虛)가 보일 때 즉각 여지없이 공격하라...]


다시 세 개의 칼끝이 서로의 목젖을 향해 천천히 기립...


그리고 바로 앞의 널널한 분위기는 증발한다.


원래대로 위치에 서서 칼들이 기립하자마자, 남자는 시선도 돌리지 않고 “악!!!” 오른쪽 남자를 사선으로 그으며 공격했어. 법도와 예를 어긴 것은 아녀. 분명히 ‘검 기립’의 과정을 밟았으니까, 시작된 것은 분명하다. 다만, 시작...에서 반 숨도 지체 없이 공격한 것일 뿐이야.


[법도 예도 좋지만 이기는 것이 좋은 것이다. 사는 것이 좋은 것이다.]


칼끝에 천이 잘리는 소리가 쉬익~~~~ 날카롭게 들려. 끝이 아냐. 남자는 곧바로 칼을 그은 방향으로 한 바퀴 돌면서 - 디뎠던 오른발을 그대로 지지하면서 박차고 왼발을 들면서 공중으로 떴어. 그리고 다시 왼쪽의 남자를 사선으로 내리쳐!


이때부터 모든 것은 중단이 없어.


오른쪽 남자가 배에 빨간 선을 남기며 쓰러졌고, 정면의 남자는 왼손으로 오른 팔뚝에 물드는 빨간색을 부여잡고 뒤로 물러났으며, 이때 떨어져 있던 세 번째 남자가 “이야~~~!!!” 달려들면서 도약 걸음으로 떠서 수직 내려치기로 날아왔어. 아따~ 정말 높이 뜨대.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웅크리면서 거의 수직으로 찌르기를 시도했어.


장도로만 싸울 때 문제여. 서로의 칼 거리 안쪽으로 붙을 때, 저 큰물 아래 섬에 사는 놈들은 조금 짧은 칼을 하나 더 개지고 다니다. 장도로 막고 왼손으로 단도를 빼서 찌르거나 찍는다고 들었지.


이때 공중에 떴던 자가 내가 보던 문틈으로 등을 보이며 각이 틀어져, 그 상태로 나는 봤지. 엄마, 남자의 칼이 세 번째 사내의 등 뒤를 뚫고 나오는 거여. 그리고 온통 내 시야에 뻘건 것... 뺄건 것이 사방으로 튀어부러.


것도 끝이 아녀. 그 틈에 손목에 발도술을 맞았던 사람이 칼을 치켜들고 달려와 내려쳤어. 아마도 이때가 최고조였던 것 같지. 암.


몸을 뚫고 나간 칼이 안 빠지는 거여. 이제 봐주는 거 없어 이. 남자 등 뒤에서 손목 다친 남자가 칼을 들고 오고, 남자는 칼이 안 빠져 안간힘을 써. 후일 알았지만, 날이 어디 뼈를 물어버린 것이여. 빼려 발버둥 칠 때 찔린 남자는 비명으로 발버둥 쳤고, 결국 남자가 왼쪽 어깨로 남자를 쿵! 치면서 칼이 빠지기 시작했는데, 등 뒤에서 오는 고함을 염두에 두고 빼면서 바로 몸을 돌려 수평 치기로 돌려!!!


...... 셋이... 쓰러졌어.


그 고운 옷감에 새로이 선홍색 문양이 아름답다고 할 정도로 물던데.


이때 그들은 처음으로 공포를 느낀 것 같아. 자신감이 두려움으로 바뀌는 시간은 짧다. 그래서 언 놈이든 항상 조심하라고 어느 병법이나 연의에 쓰여 있지. 특히 외모나 관상을 보고 상대 무시하면 안 된다고.


그렇지. 시상 그렇지. 몰골이 인품이며 복장이 고귀함이고 입에 넣는 것이 귀한 음식이면 보다 나은 사람이니라, 이런 니미 씨벌 세상의 이치. 그들은 남자를 너무나도 가볍게 본 것이여. 속으로 무시하는 마음이 없잖았던 것이지.


오히려 놀란 것은 남자여. 그리게 쉽게 셋을 보낼 줄은 몰랐던 것 같지. 의지가 흔들리지는 않았으나 쓰러진 사람들을 보고 눈이 커져. 둘은 뻗었고 - 맨 처음 당한 남자는 우리 집 흙벽에 등을 기대고 신음하고 있어. 뻘건 색깔과 냄새로.. 보는 나도 숨을 쉴 수가 없고 마른 군침이 자꾸 넘어가.


나에게도 분노가 있었어. 재 너머 아이들이 나더러 ‘연개소문의 똥강아지’라 놀리며 놀아주지도 않고, 나이 많은 아이들은 나를 때렸어. 나는 내가 려(麗)란 생각을 해 본 적도 없고, 당연히 제(濟)나라 사람이며 제의 장수가 되리라 꿈을 꾸었단 말여. 허나 작은 차이로 사람들은 우리 집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


더러웠지. 내가 내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이 맘 편혀? 또한, 양친은 내가 여기 말을 쓰며 여기 사람이 되라고 했어, 엄헌 곳에 충성을 바란 적도 결단코 없단 말이다.


대장을 뺀 두 명이 눈을 맞추더니 바로 이를 악물고 발이 먼지를 퍼 올려!


그 두 명과 싸움은 내가 자세히 쓸 수가 없어. 그저 햇살에 번뜩이는 세 개의 선들이 원을 그리며 이어졌고, 중간에 피를 뿜었으나 누구 것인지 알 수 없었고, 그렇게 삼합 정도 되었을 때 셋 모두... 뒷걸음질 치며 물러나.


남자는 뒷걸음질의 끝에 쪼그려 앉았고, 상대 둘 역시 뒷걸음질로 물러나면서 하나는 쪼그려 앉고 하나는 서서 허리를 굽혀.


결과가 모를 일이었지.

결과는 잠시 후 어림짐작.


쪼그려 앉았던 사람은 칼을 땅에 꽂고 가부좌로 앉아부러... 이내 정신이 나간 듯 조는 모양으로 고개를 숙였고, 서서 허리를 굽혔던 사람은 출렁~ 허더니 다시 뒷걸음질하며 뒤로 벌렁 넘어가 뻗었어.


남자. 아버지. 부친...

왼손에 손가락 셋이 사라졌어.


그 작은 조각들이 피 떨어진 중간에 뒹굴어.

피가 물 흐르듯 우다다다 손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아니다 싶더니,

남자의 오른쪽 가슴도 붉게 물들어... 니미... 씨벌...


대장은 모친을 노려보는 거여.

몸을 보살피며 더는 대결하고 어쩌고는 이미 절단났지.

예도, 지미 배부를 때나 찾는 거여.


어머니도 다가서려다 멈춰 바라만 본다.


이제 남은 대장과 남자,

둘.


대장의 눈은 커졌으나 멈추고 자시고는 뜻에 없어.

아따 강한 사람이여. 그 사람. 말을 하더라고.

말을 해도 고만하자는 것이 아녀.


“본적(本籍)이 려(麗) 맞지?”


“모르고 온 게 아니잖아.”


“나~가 패한 전투의 너희를 대적함이 기뻐서 재차 묻재.”


“생각이 그리 다다르면 그래 생각하시오.”


“이래 말고, 징개멍개 너른 들서 오질라게 붙어야는디 말여.”


“오라!”

“어쨌거나 씨이벌 점심 기약은 없고만!”


대장이... 어쩌면 다섯 중에 명을 살릴 사람은 살릴려 했는가 물었다.


“워뗘. 너도 손 병신 됐은게, 이만해서 봐줄까?”


“......”


“앞서 나를 봤재? 무시해서 하는 말은 아니어!”


남자는 칼로 땅을 지지하고 일어섰다.


“이해한다. 당신들은 도를 지켰고 날 존대했다. 고맙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물러서는 것도 예의는 아니다. 지금 가서 사람을 불러와 눕고 쪼그린 사람을 보살펴도 된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끝내는 것은 바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 둘은 승부를 보는 것으로 합시다. 다섯 중 죽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고로 여기서 내가 피하면, 난 염치없는 나쁜 사람이 될 것 같다. 바로 하자. 어차피 얼마 안 걸려.”


대장이 활짝 웃었다.


“그려 그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금성의 사무라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 25. 산성에서 21.06.29 134 2 17쪽
38 24. 탈곡 21.06.17 97 3 12쪽
37 23. 잡놈 21.06.17 85 4 18쪽
36 22. 동검의 무사 21.06.16 80 3 17쪽
35 21. 접신 +1 21.06.16 79 5 19쪽
34 20. 옹진의 살수 21.06.15 82 5 15쪽
33 19. 패잔 21.06.15 68 4 11쪽
32 18. 손들의 싸움 21.06.14 79 4 14쪽
31 17. 옹진 큰물 21.06.13 77 4 8쪽
30 16. 유언 21.06.12 70 3 7쪽
» 15. 옛날 옛적 그 자리 2 +1 21.06.11 74 4 8쪽
28 15. 옛날 옛적 그 자리 1 21.06.10 111 3 7쪽
27 14. 눈이 결정한다 2 21.06.08 89 4 7쪽
26 14. 눈이 결정한다 1 21.06.05 98 3 8쪽
25 13. 그 사람은 멋졌다 2 21.06.04 92 3 7쪽
24 13. 그 사람은 멋졌다 1 21.06.03 80 4 7쪽
23 12. 물 건너편에 2 21.06.02 85 2 7쪽
22 12. 물 건너편에 1 21.06.01 93 2 7쪽
21 11. Intermezzo 21.05.31 92 3 9쪽
20 10. 입신양명 3 21.05.30 104 3 7쪽
19 10. 입신양명 2 21.05.29 86 3 7쪽
18 10. 입신양명 1 21.05.28 89 2 7쪽
17 9. 계루에서 사는 법 2 21.05.27 98 3 9쪽
16 9. 계루에서 사는 법 1 21.05.26 92 3 8쪽
15 8. 목경 2 21.05.26 79 3 7쪽
14 8. 목경 1 21.05.25 95 3 7쪽
13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2 21.05.25 85 3 7쪽
12 7. 세상은 비만이 지배한다 1 21.05.24 107 4 7쪽
11 6. 검은머리 짐승 3 21.05.24 94 4 8쪽
10 6. 검은머리 짐승 2 21.05.23 93 4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