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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858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3.01.05 17:15
조회
494
추천
7
글자
12쪽

115.

DUMMY

“사형이 든 건 두 가지 맛이 있어요. 단맛과 씁스름한 맛!”

“씁쓰름한 맛? 당과가 그런 맛도 있어?”

“깔깔. 그 당과만 그런 게 있어요. 무작위로 있어서 먹다가 어디서 쓴 맛이 날지 몰라요. 대부분은 단맛만 있지만요.”

“그래? 내 첫 당과에서 쓴 맛을 볼 수도 있단 말이지? 잘못 골랐네?”

“그럼 내 거와 바꿔요.”

“아니.. 그러면 내 첫, 처음이 희석될 테니 싫어.”

“그래요? .. 그럼 우리 먹어봐요.”


진소군이 다가와 팔짱을 끼며 앞으로 걸었다.


딩- 디링~~ 디리링-----


손에 든 추억과 경쾌한 악기 소리가 그녀를 더 대담하게 만들었다. 위진성도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떴다. 허나 싫진 않은지 보조를 맞췄다.



“하하하”

“크하하하~”

“호호호, 뭐예요? 공자니-임?”

“오늘 밤 어떻소? 낭자!”

“어머? 어머머~?”

“놀잇배로 모시겠소.”

“끼햐아악----”


주변을 밝히는 빛과 여기저기서 들리는 흥겨운 소리들. 음악들. 그리고 가희들의 노래.


진소군은 팔짱을 낀 채 위진성과 그 속에 녹아 들었다.


“깔깔깔!”


눈물나도록 활짝 웃는 그녀의 모습이, 웃음 소리가 박제되듯 머릿속에 새겨졌다.


피유우우우웅~~

팡! 파바바팡----!


호수의 크고 고급진 배에서 폭죽들이 쏘아졌다. 이어서 밤하늘에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파바바바 파앙-----


“우와~~”

“크으~~ 쥑이네!”

“오~, 멋지다!”


사람들이 일제히 함성과 탄성들을 질러댔다.


“사형, 저기 좀 봐요.”

“..?”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 눈을 돌리니 저 멀리 하늘에서 한 줄기 선이 지나가고 있었다.


“유성!”

“맞아요.”


그녀가 만개한 꽃처럼 웃으며 별똥별을 바라봤다.


“사형, 빨리 소원 빌어요.”

“소원?”

“예, 소원.”


‘소원..이라··· 소군과 언제까지 함께 하고 싶습니다. 설사 하늘이 우리를 갈라놓는다 해도 제가 그녀에게 찾아가겠습니다. 가서 먼저 말 걸고 손 내밀겠습니다. 그녀와 영원히···’


그가 진소군을 보니 아직 눈을 감고 있었다. 꼭 감은 눈을 보니 뭔가를 간절히 기도하나 보다.


배시시


진소군이 눈을 뜨니 지켜보던 위진성의 눈과 마주쳤다.


“오늘 밤, 오래 기억될 거 같아요.”

“나도 그래.”


띠리링 딩

피리리리


눈으로 농밀한 대화가 오고 갔다. 말보다 훨씬 깊고 진한, 원형 그대로의 마음들이었다. 서로의 빈 공간들을 포근하게 채워주니 충만감이 가득했다.


“사매, 저기 봐봐.”

“···.”


푹죽을 발사했던 그 배에서 다시 준비 중이었다. 아까보다 배는 돼 보이는 양이었다.


“오, 예~! 이번엔 더 근사하겠네요.”


눈을 반짝이며 그녀의 기대감이 고조되어 갔다. 주변 사람들도 눈치 채고 시선들이 배로 모아졌다.


배 위에서 분주히 오가던 사람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이제 쏘려나 보다.


치이이익-

츠츠- 츠츠으---


안 그래도 되는데 진소군이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츠츠츠-으---

피유우우웅----


폭죽들이 하늘로 발사됐다.


그런데 불발탄인가? 폭죽 중 일부가 똑바로 올라가지 않고 비스듬히 솟구쳤다. 하필이면 그들이 있는 천막 위에 이르더니 터졌다.


파바바바바팡~~


비교적 가까이서 터져서 그런가? 눈부신 불꽃들이 일대를 환하게 밝히며 불꽃 가루들을 흩날렸다.


“이야~~”

“끼야악. 엄마야!”

“꺅~!”


하얀 작은 불티들이 눈부신 광휘 속에서 반짝이다 사라져 간다. 현실이 아니라 환상 속의 한 장면처럼.


위진성은 앞을 봤다.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온통 빛으로 하얗게 된 세상에서 그녀는 양손을 올려 불티들을 담고 있었다.


그의 시야에서 세상이 매우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그녀만 제외하고 느려졌다.


주변에서 들리는 웃음 소리, 웃는 사람들의 모습, 불티를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 신이나 팔 벌려 뛰어 다니는 아이들까지···


기억 속의 장면 장면들이 하나씩 스쳐 지나가듯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 모든 장면들에 그녀가 있었다.


진소군이 팔을 내리고 그를 바라봤다. 둘의 시선이 부딪히고 영겁 같은 순간이 지나간다. 무슨 말들이 오갔을까? 서로 살포시 미소 짓는 걸 보니 기분 좋게 하는 말들일 듯하다.


그러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든 건지 진소군이 눈을 깜박이더니 손가락을 들어 그를 가리켰다. 그리고 제 얼굴을 향하더니 혀를 쏙 빼고 눈매를 일그러 뜨렸다. 입 주변을 심하게 씰룩이기도 했다.


위진성이 검지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자 그녀가 심하게 끄덕였다. 그는 가로 저었다. 왠일로 진소군도 같이 고개 저었다.


“ ? ”


그리고는 엄지들로 입을 벌리고 눈을 당겼다. 이어서 혀가 쏙 나왔다. 우스꽝스런 표정을 지었던 그녀가 똑같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위진성이 미간을 찌푸리고 인상을 쓰자, 그녀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허리를 숙이고 손뼉을 치며 웃었다.


타타타타다—

파-바바바 파바팟~


마지막 불꽃들이 터졌고 그녀의 모습은 그렇게 한 장의 그림으로 그에게 기억됐다. 화려한 색이 채색된 그림으로 저장됐다.


곧이어 폭죽이 모두 사그라지자 그녀는 빛바랜 흑백 그림으로 바꼈다. 그에게는 그렇게 폭죽 터지는 짧은 시간에 많은 서사들이 있었다. 순간순간들이 그에게 온전히 기억으로 남았다.





“사형. 뜻하지 않게 폭죽 때문에 좋았죠?”

“응”

“저 배에 있는 사람 덕분에 환상적인 순간을 경험했네요. 고맙다 말하고 싶어요.”

“그래. 폭죽 때문에 즐거웠어. 어떻게 이리로 향하고 또 적당한 곳에서 터졌지?”

“그러게 말이에요. 좋았어요.”


그녀는 아직 여운을 즐기는 듯 호수를 보며 중얼거렸다.


“사형. 우리 일 끝나면-.. 좋은 장소들을 찾아다녀요. 좋은 풍경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폭죽 때문일까? 아니면 동정호의 정취 때문일까? 진소군은 사뭇 감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래, 한동안 해야하는 건 생각치 말고 하고 싶은 거 하자, 사매. 일 끝나면.”

“예, 일 끝나면요.”


천하에 풍광 좋은 곳이 얼마나 많을까? 아직 그는 잘 모르지만 괜찮다. 봉황각주한테 물어보면 되니까.


“이제 그만 갈까?”

“예에? 벌써요?”

“응. 좀 이르긴 하지만 내일 중요한 일이 있으니 말이야. 또 저번처럼 일에 휘말릴 수도 있잖아?”

“그러겠네요. 아쉽지만 그만 가요. 다음에 다시 와요.”

“그래, 다음에 또 오자.”


그들은 다음을 기약했다.



#



다음날

저녁과 밤 사이 쯤

악양의 서쪽 외곽



인가가 드문 곳에 커다란 장원 한 채가 있었다. 장원은 담과 정문만 보더라도 상당한 세월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세월을 품은 장원의 정문 위로 쥐 한 마리가 지나가다 잠시 멈췄다. 그리고 주변을 경계하더니 다시 빠르게 지나쳤다.


쥐가 멈춰섰던 곳엔 <혁련장> 이라 쓰인 현판이 있었다.


이곳은 혁련세가의 악양지부였다. 그런데 지부치곤 규모가 너무 컸다. 족히 마차 수십 대는 세울 공간이 장 안팎으로 있었으니.


그건 이유가 있다. 이곳은 원래 혁련세가의 본가였었다. 그런데 혁련세가가 커지면서 호남성의 중심 지역으로 본가를 옮겼다.


그리고 이곳을 지부로 쓰는 것이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이곳을 악양지부 보다는 고장원이란 명칭으로 더 많이 불렀다.


고장원이 보이는 평야에 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족히 백여 명은 될 듯한데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했다.


바스락


“각주님, 장원 안팎에 크게 네 군데로 나눠서 총 칠십여 대의 표차가 있습니다.”


과연 보통 규모가 아니었다.


“진짜 많군요. 저들도 한 번에 이런 규모면 눈에 띌 테니 부담될 만도 한데 잘도 표행을 하는군요.”


이문회의 삼이문이란 자가 혀를 내둘렀다. 탁석산이 말을 받았다.


“혁련세가 정도 되면 그 정도는 수습이 가능하겠지.”

“그래도 여기서 표행이 삼분의 일로 줄면 의심 받지 않겠습니까?”

“아니, 혁련가 표물이라고 하면 되니 문제될 건 없을 거야.”


대문파는 이런 면에서도 좋다. 나종회는 달을 보며 시간을 가늠했다.


“둘 다 늦는군요.”

“형산파는 어제 조금 늦을 수도 있다고 했네.”

“그럼 개방에 사람을 보낼까요?”

“조금만 더 기다려 보지.”


그들이 말 몇 마디 주고 받는 사이에 한무리의 사람들이 모습을 보였다.


“나각주, 우리는 준비가 됐소.”


그들은 형산파였다. 장로인 강환검군 마속이 다가오며 불쑥 입을 열었다.


“마장로시구려. 어서 오시오.”


그에 비해 나종회는 격을 갖춰 대했다. 인원을 가늠하던 마속이 눈쌀을 찌푸렸다.


“아직인가 보군.”

“개방에서 아직 안 왔소.”

“우리는 약속한 대로요.”

“조금 더 기다려 봅시다.”


얼굴을 찌푸리는 마속에 비해 나종회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일부러 시간을 일찍 잡았구나. 역시 각주님이다’


나종회는 집결 시간을 앞당겨 말했었다. 아무래도 세 문파에서 협력하기 때문에 여유를 둔 것이다. 쌍지낭답다.


위진성은 월하장과 형산파쪽 인원을 비교해 봤다. 확실히 형산파가 절반 이상 많아 보였다. 그들은 복장도 제각각이었다. 형산파 진산 제자들은 많지 않았고 다양한 곳에서 모은 것으로 보였다.


‘우리가 월하장, 이문회 해서 백여 명. 저쪽이 대충 백오십 명··· 개방은 얼마나 될까?’


지금으로는 혁련가 측과 수 차이가 크다. 물론 무림에선 머릿수보다 고수의 수가 중요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쪽에 어느 정도의 고수가,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니 수로 비교를 하게된다.


또 규모가 있는 집단 간의 싸움에서는 기세가 중요하다. 그래서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선공이 중요한 것이다. 수가 많으면 기세는 오르기 마련.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게 있으니, 그건 고수의 활약이었다. 한 명의 고수가 엄청난 신위를 보인다면, 아군의 기세가 오르게 된다. 그 신위가 대단할수록 상대의 기세는 낮아질 터.


‘가능하면 초반에 분위기를 가져온다’



위진성이 싸움 방식을 궁리하던 때에 꾀죄죄한 몰골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어슬렁거리듯 나타난 이들은 개방이다.


“나각주, 오래 기다렸소? 근방의 거지들을 싹 긁어오다 보니 좀 늦었다오.”

“어서 오시오. 장구타주.”


거지들을 싹 데려온 이는 호남성 구타주 취선개 장춘보였다. 커다란 호로병을 둘러 멘 그는 별호에서 연상되듯이 술을 좋아하는 거지였다. 항상 취해 있다 해서 취선개로 불린다.


“응? 이게 누구야. 마장로 아니오?”

“누가 오나 했더니 취선개였군. 오랫만이네.”

“얼음장 같은 건 여전하네.”

“자, 두 분 구면인 것 같으니 인사는 이쯤하고 바로 시작합시다.”


나종회가 중간에서 정리를 했다.


“개방에선 얼마나 왔소?”

“우리 개방이 천하제일 대방 아니오? 급한대로 대충 이백오십 명 정도 끌고 왔소.”


씨익


누런 이가 싱그럽다.


“오~. 수고가 많았소, 장구타주.”

“나중에 포동포동한 황구로 우리 애들 목에 기름 칠 좀 합시다.”

“그럽시다. 그럼.. 총인원이 우리가 백여 명, 형산에서 백오십, 개방까지 더하면 오백 명이오. 표차들이 네 군데로 나눠져 있다 합니다. 그러니 협의된 것처럼 각자 인원을 사분의 일씩 나눕시다.”


형산파의 주장으로 세 문파가 서로 인원을 섞어서 공격하기로 했다. 그래서 인원을 넷으로 나누고 지휘는 각 문파 대표 셋이 하나씩 맡고 남은 하나는 경험이 풍부한 경일기가 맡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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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 22.12.25 51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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