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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855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3.01.03 17:15
조회
502
추천
6
글자
12쪽

113.

DUMMY

“위형? 위형 아니오?”


위진성이 막 일층에 들어서는 게 보였다.


“음? 이소협이군요.”

“우하하하. 이런 우연이 있다니! 우연이 계속되는 거 보면.. 우리 심상치 않죠?”


심상치 않긴 뭐가 심상치 않아···


“악양에서 이소협을 볼 줄은 몰랐구려.”

“크하하. 자고로 옛부터 영웅호걸은 호.. 유람이라잖소? 천하를 주유하다 악양루를 빠뜨릴 수 없어 발길을 돌렸더니 여기서 위형을 보네. 크하하하.”


위진성은 한 번 웃어 보이고 지나치려 했다.


“위형, 방금 이 층에서 내려왔는데 자리가 없소이다.”


이곤은 다시 방금전 생각을 하니 불쾌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러오? 난 윗층으로 갑니다.”

“그럼, 삼 층? 삼 층이오? 거긴 예약해야 한다던데···?”


위진성은 성큼성큼 이 층에 올라 계단으로 갔다. 그리고 잠시 경비와 말을 주고 받더니 몸을 돌려 이곤에게 말했다.


“이소협, 오늘 중요한 일이라 자리를 같이 할 순 없소. 다음에 만나면 그땐 내가 사겠소.”

“어?.. 그, 그럽시다. 어여 올라가 보시오.”


돌아서며 이곤은 한껏 나온 입술을 삐죽였다.


“쩝!”


오늘 이래저래 기분이 좀 그렇다. 영웅을 몰라보고 이곤님을 이리 대하다니···.


‘크흠... 내가 참아야지, 어쩌겠어? 원래 영웅은 처음에 무시받다가 나중에 진면목을 드러내니까. 흥-!, 그때 되면 울고불고 매달려도 내가 눈길이라도 줄주 알아?’


이곤이 속으로 통쾌한 복수(?)를 꿈꿀 때였다.


“아휴~~ 이봐요, 좀 비켜봐요. 거 덩치도 커다란 사람이 통로 한복판에 서서 희죽희죽, 뭐하는 거예요?”

“뭐여? 아니, 이 아줌마가 미쳤나? 왜 나한테 시비요?”

“뭐예요? 좀 봐봐요. 바빠 죽겠는데 한가운데 가로막고 뭐하는 거예요? 미친 사람처럼!”

“미, 미친 사람? 이런.. 내가 누군지 알고, 미친 사람?? 아줌마, 돌았어?”

“뭐야? 보자보자하니까 젊은 놈이 말을 막하네?”

“야이 씨···”

“뭐-, 쌍놈아! ···”


이름 높은 악양루에서 아름다운 동정호를 앞에 두고 이곤은 인상적인 경험을 했다. 아마도 평생 기억에 남지 않을까?




이 층에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질 즈음, 위진성은 사 층의 한 내실 앞에 당도했다.


“각주님. 위진성, 위공자가 왔습니다.”

“어, 그래? 어서 들어오게.”


드르륵


고풍스럽게 치장된 실내에 들자 가장 먼저 커다란 원형탁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한 쪽 벽면이 통으로 된 거대한 창문이 보였고.


그 창을 통해 동정호의 풍광을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었다. 밤에 보면 무척 아름다울 것이다.


“어서오게, 진성.”

“각주님, 안녕하셨습니까?”

“나야, 뭐 그렇지. 이리로 앉게.”


원형탁자 주변에는 아홉 명이 앉아 있었다.


“사형!”

“응, 사매.”


우선 보이는 대로 진소군에게 작은 소리로 소곤거렸다. 실내엔 다섯 명의 월하장, 이문회 사람들과 처음 보는 네 사람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좀 됐는지 차는 식어 있었다.


“경각주님, 이당주님, 탁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인사를 건네고 위진성은 소개말을 기다리며 침착하게 분위기를 살폈다. 우리 쪽은 진소군, 나종회에 봉황각주 경일기, 호법당주 이원평, 이문회의 총이문 탁석산이었다.


맞은편엔 가슴에 검 두 자루가 십자로 교차된 문양이 새겨진, 백의 무복을 입은 자들이 앉아 있었다.


“진성, 이분들은 형산파에서 온 분들이네. 인사하게.”

“처음 뵙겠습니다. 다의검 위진성입니다.”


형산파는 대대로 호남에서 명문정파로 내려오는 전통있는 문파였다. 비록 구대문파에 끼진 못하지만 그 다음은 되는 곳이었다.


“반갑네. 난 형산파 장로 마속이고 여긴 일대제자와 이대제자라네.”


형산파에선 강환검군 마속과 일대제자인 송풍검 손숙, 우면팔괘 유소원 그리고 이대제자 문영능검 피소옥이 자리했다.


간단한 통성명이 오갔고 나종회가 끊어졌던 흐름을 이어갔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지금이 적기라 보입니다. 저들이 자리 잡기 전에 신속하게 빈틈을 공략한다면 수월하게 목적한 바를 달성하리라 생각되는군요.”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소? 우리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저들도 비슷한 생각으로 방비를 강화하고 충분히 대비하고 있지 않겠소?”

“글쎄요--. 마장로처럼 생각될 수도 있겠구려. 하지만 난 지금 치는 게 맞는 것 같소.”

“···.”

“저들의 규모를 봐도 그렇고 또 이곳은 혁련세가의 분타가 있는 주요거점이오. 그러니 경계보단 풀어질 거라 생각되오이다.”


표차에 무막이 타고 있다면 그 규모는 대단할 것이다. 또 자신들의 세력권에 있으니 누군가 기습할 거라 생각하긴 힘들 것이란 말이다.


“개방은 어떻게 됐소?”

“함께할 것이오. 자리가 자리인지라 여기 참석하지 못한 것뿐이오. 그쪽은 어떻게 됐소?”

“거론됐던 곳은 모두 가능할 듯하오.”

“그럼 귀파에서 동원 될 수가 대략..?”

“백오십에서 이백 명 사이일 거요.”

“흠.. 그렇다면..”

“나각주, 몇 명이냐 보단 누구냐가 더 중요하지 않겠소?”

“그건 그렇겠구려. 귀파에 머무는 빈객들이 가능한 많이 왔으면 좋겠소. 그리고 ··· ···”



위진성이 들어올 때 환했던 밖이 어느새 어둑어둑해졌다. 족히 한 시진 넘게 지난 것 같다. 그 시간 동안 보니, 의견을 주고받는 내내 상대 간을 보거나 힘겨루기를 하는 듯했다.


의례 그렇듯 그런 자리는 지루하고 따분하기 마련이다. 시간도 안 간다. 그가 옆을 보니 진소군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눈꺼풀을 살포시 내린 채로 멍한 표정이었다.


그러다 시선을 느꼈음인지 그를 보고 미소 지었다. 서로 눈웃음을 주고 받던 중 진소군이 위진성 뒤로 보이는 동정호를 보았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고 크게 뜨고는 그와 동정호를 번갈아 바라봤다. 위진성도 그녀의 유쾌한 눈짓에 따라 창쪽으로 눈길을 주었다.


‘과연!.. 동정호-!’


창을 통해 보이는 전경에 목석 같은 그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어두워진 호수에는 형형색색 유등을 밝힌 놀잇배들이 떠다녔고 호변을 따라 장사꾼들이 천막을 쳤다.


그리고 등을 밝히고 탁자를 갖다 놓자 한바탕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멀리서 보니 그 광경이 꽤 낭만적이었다.


물 위에 떠있는 아름다운 배들과 호숫가의 반짝이는 불빛들은 색다른 정취를 풍겼다. 거기에 호수 가운데 있는 섬, 군산이 감싸듯 더해지자 더 운치있고 아늑한 모습이었다.


그제서야 위진성은 왜 동정호가 유명한지, 그리고 풍류남아라면 왜 한 번은 와봐야 한다고 하는지 이해가 됐다. 보기 좋고 아름다웠다. 장안에서 보던 강변도 좋았지만 동정호에 비할 순 없었다.


고개를 돌려 진소군을 봤다. 다시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서, 너번 빠르게 깜박였다. 동감을 표한 것이다.



“좋소. 그렇게 준비합시다.”

“그럼 내일 봅시다.”


드디어 길고 지루한 협의가 끝났다. 형산파 사람들은 저녁 식사 제의를 거절하고 돌아갔다. 그 뒷모습이 위진성의 눈에는 쌀쌀 맞아 보였다.


“휴우~~”


나종회도 피곤한지 양쪽 관자놀이를 엄지로 꾹꾹 누르며 자리에 앉았다.


“나각주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나각주가 고생하는구만.”


그 모습을 본 이원평과 경일기가 한 마디씩 건넸다.


“해야할 일을 하는 거뿐입니다. 어찌 됐든 부드럽진 않았지만, 각주님 덕에 형산파와 협력하게 됐습니다.”

“나야 한 게 뭐가 있나? 그저 알고 있는, 옛 동료를 찾아간 거밖에 없지. 그 덕에 오랫만에 볼 수 있었고.”


명문정파인 형산파와 만나 협의할 수 있었던 것은 경일기가 그쪽 장로와 친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림은 철저히 힘의 논리가 적용되는 곳이다. 두 문파간 균형이 안 맞으면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형산파 입장에선 월하장은 이름 없는 곳이었다. 그들이 어찌 월하장의 진면목을 알겠는가?


“형산파와 같이 표행을 공략한다면 일이 훨씬 수월해지겠습니다.”

“그래. 그런데 형산파의 더 중요한 역할은 그들이 본 걸 세상에 알리는 거네. 형산파 정도 되는 문파가 말하면 파급력이 다를 테니.”

“거기에 개방까지 가세하면 더 확실해지겠습니다.”

“그렇지. 세상 어디든 있는 개방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퍼지는 건 금새야.”

“그래서 저번에 개방에게 마교와 싸운 것을 함구해 달라 하신 거군요? 이런 기회가 있으리라 보시고.”

“그때는 개방에서 마교 얘기를 해봤자 얻어지는 게 별로 없었을 거네. 시기가 그리 좋지 않았었어.”

“그럼 이번에 무막과 혁련세가, 마교. 이렇게 셋을 한꺼번에 터뜨리실 건가요?”

“그럴 수 있다면. 그렇게 된다면 가장 좋지.”

“각주님들의 노고 덕분에 일이 잘 될 것 같습니다.”


“허허, 난 한 게 없다니까. 나각주가 다한 거지.”


위진성이 경일기와 나종회를 번갈아 봤다. 뭔가 더 남은 이야기가 있다는 걸로 들렸다. 그러자 이원평이 설명을 해줬다.


“오랫동안 형산파는 호남성의 맹주 자리를 놓고 혁련세가와 경쟁해 왔다. 엎치락 뒤치락 하던 것이 언제부턴가 혁련가 쪽으로 확 기울었지.

이후 형산파는 점점 더 혁련가와 차이가 벌어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 입장으로선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걸 나각주님이 간파하고 경사숙께 부탁해 협력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렇군요.”


나종회의 지략이 빛을 발하던 순간이었다.


호남성에서 혁련세가와 척을 지거나 적대시 할 문파를 찾기는 힘들다. 장안 때처럼 많은 문파들과 함께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형산파와 협력이 성사된 것은 굉장한 성과였다.


“진성이는 오면서 소문 좀 들었나?”


나종회가 미소 뛴 얼굴로 불쑥 물었다.


“소문이요? 못 들었습니다. 급히 오느라 들을 새가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가 말을 마치자 사람들이 일제히 미소 지었다.


“있었지. 큰 일이 무림에 있었다.”

“그게 무슨 일입니까? 당주님.”

“강호에 군림맹이란 곳이 알려져 지금 시끌시끌하다.”

“아하~”


그제야 그는 왜 다들 웃는지 이해가 됐다.


“무림맹 내부에 군림맹이란 불온한 조직이 기생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충격이 컸던 모양이야.”

“벌써 별의별 유언비어들이 난무하더구나. 맹주부터 장로, 당주 등. 다들 이야기 소재가 됐어.”


위진성은 좀 신기했다. 이렇게 자신이 한 일로 세상이 시끄럽게 됐다는 게 신기했고 그걸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수고했네. 군림맹 일은 잘 된 거 같더군.”

“욕봤다. 홀로 무림맹에서 고군분투하며 훌륭히 해냈다.”


이원평까지 칭찬을 했다.


“감사합니다. 여기 사매와 함께 해서 수월했고 결과도 좋은 것 같습니다.”

“사형이 다했죠. 나야 사형따라 마교도 몇을 제압한 게 다입니다.”


“하여튼 위소협으로 인해 잔잔하던 호수에 파문이 크게 일었어.”


침묵하고 있던 탁석산도 한 마디 얹었다. 위진성은 이럴 때마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해서 하던대로 그저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보림회로 향하던 칼끝을 녹림으로 돌린 건 스스로 생각해봐도 잘 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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