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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835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2.12.23 17:15
조회
504
추천
9
글자
12쪽

99.

DUMMY

그런 장력을 보는 위진성의 눈빛이 신중해졌다. 장력은 그에게 다가올수록 점점 커져갔다. 마치 커다란 뱀이 아가리를 벌리고 삼키려 드는 것 같았다.


위진성은 자신의 전 공력을 검에 주입했다. 그리고 검끝 한 점으로 응축해 갔다.


부르르르


끝없이 밀려드는 진기에 대정검이 몸서리친다. 장강의 도도한 물줄기처럼 진기들이 검신을 타고 모여들고. 그렇게 농축된 진기들로 인해 준비가 됐다.


마존의 아수라멸천장이 일 장여 앞에 이르른 순간에 검결지가 앞으로 향했다. 이에 맞춰 대정검이 위엄스런 모습으로 독기 넘치는 뱀과 부딪혀 갔다.


콰드드득!

콰콰콰콰-----


맞부딪히자 청홍기가 대정검을 감쌌다. 정전기 같은 불꽃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어서 청홍기가 더 두툼하게 검을 둘러쌌다.


천년 전에는 이러면 그것이 무엇이 됐던 박살이 났었다. 검이든, 도든, 사람이든 가리질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 밤은 그렇지가 않았다.


쿠드드드드----


잠시 주춤하는 것 같던 검이 물살을 갈라 가듯 청홍기를 찢고 나아갔다. 검이 지나간 곳은 점점 희미해지는 청홍기만이 남았다.


혈수마존의 눈이 커졌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부릅 뜬 눈으로 검을 보았다.


“이런 어검술이···?!”


이것이 그가 이승에서 뱉은 마지막 말이 됐다. 대정검은 두부를 꿰뚫 듯 혈수마존의 가슴을 관통했다.


마존은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쿠웅~


일직선으로 아수라멸천장을 가르고 혈수마존을 관통한 대정검이 가볍게 방향을 틀어 검주에게로 향했다.


참, 신기했다. 검의 문외한이 본다면 마치 생명이 부여된 듯 스스로 움직인다 생각될 정도로 섬세하고 자연스러웠다.


그렇지만 가로 막는 건 그 무엇이든 파괴할 힘이 담겨 있다.


대정검이 위진성의 손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피휴~ 우—우-----”


그때서야 위진성은 긴 숨을 내쉬었다.


힘들다. 지친다. 전력으로 심신을 집중해 풍백비천을 펼쳤다. 결과는 대성공.


장리천이나 도진과 싸울 때 펼쳤던 것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사실 그때는 엄밀히 말해 어검술이라 보기 어려웠다. 검의 조종이나 내공의 응축 등이 많이 부족했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명실공히 이기어검술이라 불릴만 했다. 이는 위진성의 무에 대한 앎이 한 층 깊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역시 가장 좋은 스승은 실전이다. 얻어지는 것으로 볼 때, 아무리 열심히 백 번을 연습해도 한 번의 실전만 못했다.


하물며 위진성은 계속 엄청난 절대 고수들과 생사결을 해왔다. 그의 입장에선 실력이 안 늘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내공은 바닥났고 심적으로도 힘들었다. 쉬고 싶었다. 허나 위진성은 그럴 수 없다. 멀리서 경풍과 격돌음이 바람에 실려 왔다.


누군가 싸우는가 보다. 어쩌면 음양흑사, 백사가 기다리던 군림맹의 절대 고수들에게 발각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군림맹의 고수들이 앞서 누군가 자신들을 지켜본다는 기감을 잡았더라도 그게 저들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뭐가 어떻게 됐던 저들은 금새 이곳에 당도할 것이다. 위진성은 남은 공력을 쥐어짜 신형을 날렸다.


단전에서 그만하라고 아우성이었다. 그만하기 위해 남은 공력으로 신법을 펼치는지 모르는가 보다.


그가 떠난 분지에는 몇 구의 시신들만이 싸늘히 식어갔다.





위진성은 드넓은 평야를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한밤중에 지평선까지 펼쳐진 곳을 혼자 지나는 건 묘한 감흥을 느끼게 했다. 이 넓은 곳에 오직 혼자만 존재하는 기분이 들어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


교교하게 비치는 달무리와 반짝이는 별들. 땅위에 이름 모를 꽃과 풀들. 그리고 그 사이를 걷는 나.


위진성은 복잡한 심사를 하나씩 풀어냈다. 그의 눈앞에 사부와 보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사부는 그의 첫 기억부터 함께였다. 무림에서는 사부지만 그에겐 부모이고 할아버지였다.


오늘 사부의 원수를 갚았다. 사부를 위험에 빠뜨리고 고질병으로 고통을 안고 살게 한, 동방욱한테 혈채를 받았다.


위진성 입장에서는 꼭 해야할 일 하나를 한 것이다. 그러니 좀 마음이 가볍고 후련할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닥치니 이게 그렇지가 않다. 후련함과는 거리가 먼 감정이었다. 굳이 말한다면, 만감이 교차한다고 할까?


‘사부님, ··· 편안하신가요?’


한동안 알 수 없는 감상에 젖어 묵묵히 걷던 그는 숨을 크게 들이 마셨다. 시원한 밤공기가 폐부를 씻어냈다. 그는 청량한 공기로 머리를 맑게 했다.


덕분인지 정신이 번쩍들며 현실로 돌아왔다.


‘동방욱이 죽었다’


이제 어떻게 될까? 철선풍 동방욱은 강호의 명숙으로 이름 높은 자다. 오랜 기간 무림맹 내에서 활동한 만큼 맹내 영향력도 상당했고.


게다가 그는 단순한 맹원이 아니라 순찰당 당주였다. 더해서 비단 무림맹뿐만 아니라 군림맹에서도 주요 인사였을 터. 이런 동방욱이였기에 앞으로 일의 전개가 어찌될지 감이 안 잡혔다.


무림맹에서는 그의 실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향후 군림맹에선 또 어떻게 나올까? 보림회하고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현실로 돌아오니 실타래가 복잡해졌다. 여러 가지 일들이 서로 얽키고 설켜 잘못 손대면 더 헝클어지고 엉망이 될 수도 있다.


또는 한 끝을 잡아 당겼는데 운이 좋아 한 번에 매듭이 풀릴 수도 있고···


‘수동적으로 해야 하는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나가야 하나?’


그저 일이 진행되는 걸 보면서 대응할 것인지, 아니면 그가 먼저 움직여 나아갈 것인지 고민이 됐다.


이럴 땐 대화를 나눌 누군가가 필요하다. 얘기하다 보면 정리되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런데 때맞침 어떤 이들이 위진성에게 접근해 왔다.


“위형~!”

"오, 위형 아니오?"


“... 현형, 엽형!”


그들은 매형의검 현수운과 초일도 엽비였다.


“조용한 시간을 우리가 방해한 건 아니오?”


엽비가 큰 덩치에 어울리는 우렁우렁한 소리로 말을 건넸다.


“그럴리가요.”


위진성이 빙긋 웃으며 반가움을 표했다.


이어서 그가 현수운을 보니 그는 뚫어질 듯 위진성을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멋쩍은 모습을 보이며 그제야 입을 연다.


“위형, 수고하셨소. 정말 대단하더이다.”

“.. 도움을 준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딱히 도움이랄 것이 있었습니까?”

“물론입니다. 두 분의 도움 아니었다면, 지금 쯤 난 굉장히 힘든 상황에 처했을 겁니다.”


이는 맞는 말이다. 연락책이 무사히 갔다면, 대기중이던 절대 고수들이 들이 닥쳤을 것이고 훨씬 상황이 안 좋았을 건 분명했다.


“··· 위형, 그때 내 말이 맞지 않소?”

“뭘 말입니까?”

“위형이 비천이란 거 말입니다.”


셋은 한동안 말없이 걷기만 했다. 현수운은 앞만 보고 걸었고 엽비는 강렬한 눈빛으로 위진성을 보며 입 열기만 기다렸다.


달빛을 받아 음영진 그림자들이 몇 걸음이나 묵묵히 따라왔을까?


“맞소.”


숨까지 죽이고 기다린 것에 비해서 지나치게 단촐한 대답이었다. 그러나 충분히 충격적인 말이기도 했다. 그의 입에서 자신이 비천이 맞다는 대답이 나왔으니까.


현수운은 묻고 싶은 게 많았다. 헌데 어디서부터 물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그만큼 비천이란 이름의 무게는 무림인들에게 절대적이었다.


이제는 비밀 아닌 비밀인 5차 정마대전 이후 비천은 자취를 감췄다. 이후 그들에 대한 소식들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원래 비천은 신비한 곳이고 무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곳이긴 했다. 딱히 교류하는 방파도 없었고.


그렇다 해도 강호 호사가들의 눈과 귀를 피할 순 없어서 어쩌다 한 번씩 소식이 알려지곤 했었다. 그러던 것이 대전 이후 소식이 딱 끊겼다.


사십년 동안 믿을만한 곳을 통해 알려진 건 없었다. 대신 갖가지 억측과 추측에 더해서 유언비어만이 만연했었다.


그런데 그 비천이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있다. 흥분되지 않는다면 무림인이 아니니라!


“위형, 설명을 들을 수 있겠소?”


엽비가 고리눈을 한 채 말을 재촉했다. 위진성은 분위기상 일정부분 말해 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하나?’


고개 들고 몇 걸음 뗀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마대전 후 ···. 그때부터 세 문파들은 멀리 떨어져 자리를 잡게 됐소. ···. 어느 날 마교의 습격이 있었소. 대부분의 문도들이 산공독에 중독되어 무공을 펼치기 힘든 상황이었소. ···. 척군영의 무공이 참으로 대단했다 하오. ···. 그래서 내가 무림맹에 온 것이오.”


위진성은 말해도 될 만한 일들로 추려 간략히 설명했다.


비천이 불탔다는 그의 말에 둘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고, 척군영의 충격적인 등장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들. 보림회의 태동과 비천의 일이 맞닿아 있다는 것에 색다른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알 수 없는 친밀감을 느끼며 현수운이 위진성을 봤다.


“그럼, 위형은 검왕문 출신이고··· 지금 몸 담고 있는 월하장은 어디입니까?”

“월하장은 .. 은하성부요.”

“음··· 그렇구려. 그런데 현천문은 어떻게 됐습니까?”


위진성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이오.”

“검왕문도, 은하성부도 생존자가 있으니 현천문도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나도 그리 생각하고 있소.”


위진성이 감사를 표했다. 그 말을 끝으로 세 사람은 각자 생각에 잠겨 걸었다.


뚜벅

뚜벅

뚜벅


침묵이 어색했을까? 현수운이 잠자코 있는 엽비를 보고 고개를 갸웃 거렸다.


“엽형?”

“응?”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하십니까?”

“아, .. 좀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서 말이오.”

“이해 안되는 게 뭡니까?”

“현형도 알다시피 우리 정종의 무공은 고수의 반열에 오르면 독에 강해집니다. 그래서 당문과 같은 곳의 독이 아닌 이상, 일반적인 독으로는 피해를 주기 힘든 게 사실이오.”

“보통은 그렇지요.”

“헌데 비천 같이 초고수들이 있는 문파가 고작 산공독에 힘을 못쓰고 쓰러졌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되서 말이오.”


듣고 보니 그렇다. 물론 산공독은 무림인들에게 사용하기 위해 만든 독이다. 그래서 보통의 독보다는 강호인들에게 위협적이다. 하지만 상대는 비천이었다. 많은 수의 절대 고수들이 있는 곳.


그런 절대 고수들, 또는 그 이상의 극강의 고수들이 과연 산공독으로 힘을 못 쓸까? 고작 산공독 하나로 말이다.


“···. ??”


생각해보니 그런 듯 현수운이 위진성을 빤히 쳐다보았다. 눈으로 재촉했다.


“... 사부님과 그에 관해서 얘기를 했었소. 물론 월하장에서도 말했었고···”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이었소?”

“정확한 건 알 수 없었소. 오래전 일이고 모두 불탔으니··· 허나 이런 결론은 도달할 수 있었소.”


꿀꺽


“우리 비천의 무공을 속속들이 잘 아는 자가 그에 맞는 특수 제작된 산공독을 내부에서 쓴 것이오.”

“ !! ”

“그렇다는 건?”


끄덕


“내부에 협조자가 있었을 것이오. 혹은 배신자거나···”


이건 좀 충격이었다. 오랜 기간 무림의 버팀목이던 비천이 내부 소행을 발단으로 몰락했다니···


“그래서 위형이 검왕문 무공을 펼치지 않는 것이군요?”

“그렇소. 아무래도 풍백비검은 보면 바로 알 테니. 그래서 주로 알려지지 않은 본문의 검법을 펼치는 것이오.”

“그것도 검왕문 무공이었군요?”


끄덕


“만약 현천문도 누군가 생존해 있다면 만나게 되는 건 쉬울 것이오.”


엽비가 분위기를 바꿀려는 듯 긍정적인 말을 했다. 지금이야 사정이 있어 숨기고 있지만 언제고 위진성이 비천임을 밝히면 연락이 올 것이다. 만약 현천문도가 생존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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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90. 22.12.15 50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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