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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837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2.12.18 17:15
조회
486
추천
8
글자
12쪽

93.

DUMMY

“그렇구려.”


위진성은 점소이가 가져온 음식을 먹으며 끄덕거렸다.


‘무림맹이 좀 변했나 보군. 하긴, 시간이 지나면 뭐든 변하게 마련이니’


“그런데 위형은 순찰당원인데 이 시간에 여기 있어도 됩니까?”

“당주님의 명으로 당분간 열외입니다.”

“어? 무슨 일이 있었소?”

“무슨 일이 있던 건 아니고 당주님이 오랫만에 신입이 들어왔다고 원하는 게 있냐 묻더이다.”

“그래서요?”

“그래서 무림대회 치르느라 좀 지쳤고 또 총단 분위기를 느긋하게 익히고 싶어서 당분간 쉬고 싶다 했소.”

“그래서 이리 앉아 있는 것이오?”

“그렇소.”

“히야~. 이거 내가 선택을 잘못했구나! 순찰당으로 해야 됐었나?”


무심코 나온 말이지만 참, 팔대세가 힘이 크긴 크다. 무림맹에서 원하는 곳을 갈 수 있다니. 아까는 언지군이 앓는 소리를 했지만 그는 어디든 갈 수 있다.


언지군은 보통의 세가 사람이 아니다. 언제고 소가주로 지명될 진주언가의 직계장손이다. 다른 세가의 후기지수들과는 여러모로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여튼 말은 그렇게 했었는데 실제로 위형을 맹에서 보게 되니 반갑구려.”

“동감이오.”

“솔직히 위형이 전투훈련대를 거쳐 이각에 배치될 거라 생각했었소. 그런데 오당으로 오게 됐으니 오다가다 자주 보겠소이다.”

“아무래도. 언형, 그러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합시다.”

“물론이오. 상부상조 합시다.”


몇 마디 더 나누던 중에 비선당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입당식 때문에 언지군을 찾던 중이라 한다. 과연 언지군이다.


“위형, 먼저 가야 되겠소.”

“또 봅시다.”


언지군이 나가자 홀로 있게된 위진성은 가끔 창밖을 보면서 마저 식사를 했다. 언지군의 말처럼 오늘 식사가 훌륭했다. 기분 좋은 조식을 마치고 그는 일어나 외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몰려 있는 오당과 달리 이각은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 아마도 오당은 무림맹 초기에 생겨 지어졌기에 그럴 것이다.


반면에 이각은 계속 변화가 있어 왔다. 만들어 졌다가 통합되고 다시 갈라지고 신설되는 등 부침이 있었다.


특히나 사십 년 전 이각은 크게 개편됐었다. 대문파들은 새로 조직을 정비하면서 무력부대를 이각으로 전환하고 전투훈련대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청룡각은 구대문파가 백호각은 팔대세가가 맡았다.


위진성은 팔황대를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형당을 들러 유심히 살펴봤다. 형당은 대낮이라 찾기 쉬웠다. 지붕이 검은색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조직이든 형벌을 담당하는 곳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묵직하고 딱딱한 느낌 말이다. 역시나 형당도 흑색 지붕과 어우러진 엄격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형당 건물들을 둘러보다 위진성은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자 왜 안오나 생각했던 동방욱이 오후에 그를 찾아왔다.


“잘 쉬고 있나?”

“예, 덕분에 푹 쉬고 있습니다.”

“그래, 쉴 수 있을 때 푹 쉬게.”

“···.”

“보림회에서 연락이 왔네. 오늘밤에 날 따르면 돼.”

“알겠습니다.”

“축시에 개봉 북문에서 보도록 하지.”

“그러겠습니다.”

“그리고오,··· 노파심에서 다시 얘기 하는데 이건 보안이 생명이네. 누구도 알아선 안 된단 말이야!”

“걱정마십시오.”

“그래.. 그럼 이따 보세.”

“예. 그때 뵙겠습니다.”





축시가 가까워져 가는 시각.


위진성은 침상 위에 가부좌를 튼 채 운기행공 중이었다. 실내에는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절대 고요만이 흘렀다. 평소에 들리던 풀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밤.


조용히 눈이 떠졌다. 위진성의 눈빛은 안으로 잘 갈무리 되어 있었다. 그는 소리없이 침상에서 내려와 창가에 섰다. 고개 들어 하늘을 봤다. 구름 많은 밤이다. 달은 두터운 구름에 가려 뿌옇게 번져 보였다.


‘사부님, 가셨던 그 길을 이제 따라 가려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다를 겁니다. 지켜봐 주세요’


방안에 위진성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그는 어느새 개봉성 북문을 향해 창공을 가르고 있었다.





축시에 근접한 시각.


개봉성 북문 근처에 한 인영이 서 있었다. 그는 뒷짐진 채 하늘을 보고 있었다. 양손은 철섭선을 붙잡은 채였다.


‘가기엔 좋은 밤이군’


깊은 밤중이라 외부를 인식하는데 아무래도 시각보다는 청각에 더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소리도 없이 그 인영 옆에 누군가 나타나자 꼭 발 없는 유령을 연상시켰다.


“왔는가?”

“예, 당주님. 언제 오셨습니까?”

“응, 바람도 쐬고 밤정취도 즐길 겸 일찍 나섰네.”


그때 두터운 구름이 옅어지며 달빛에 이목구비가 드러났다. 그들은 위진성과 동방욱이었다. 동방욱은 차분한 모습이었다.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 잘 정돈된 의복. 역시나 머리 앞쪽의 백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이는 그를 고급스럽게 보이게 했다.


“그럼 출발할까?”

“그러시죠.”


말을 하는 동방욱의 검은 동공이 평소보다 작고 단단하게 보였다.


“아, 출발하기 전에 주의할 게 있어. 가면 내 지시가 있기 전까진 함부로 행동하지 말게.”

“명심하겠습니다.”

“보림회가 워낙 보안에 철저해서 그들이 다소 거칠게 나와도 경거망동 하지 말란 말이네. 저들도 나를 아는 건 회주 외 몇 명 밖에 안 돼. 그러니 무슨 일이든 내가 나설테니 자넨 지켜보기만 하라고.”

“알겠습니다.”


달을 힐끗 보던 동방욱이 빠르게 말했다.


“좀 거리가 있으니 서두르세.”

“출발하시죠.”


파라락



동방욱은 북쪽으로 빠르게 쏘아져 갔다. 처음이 아닌 듯 머뭇거림이 없었다. 위진성도 보조를 맞추며 밤하늘을 갈랐다.


둘 다 흑의 무복을 걸쳐서 그런지 눈에 띄진 않았다. 단지 파공성만 남기며 쏜살같이 내달렸다.


그렇게 반시진 정도 달렸을까?


둘의 신법으로 보자면 굉장히 먼 거리를 달려온 것이다. 주변 풍광도 어느새 바껴 있었다. 넓게 펼쳐지던 평야지대는 끝이 났고 야산들이 보였다. 어느 산줄기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지류쯤 되리라.





“이제 거의 다 왔네. 저 산마루만 넘으면 돼.”


위진성은 전방을 주시하며 대꾸했다.


“저긴가요?”


동방욱이 가리킨 곳은 야트막한 야산의 정상이었다. 만나기로 한 장소가 그 너머 안쪽에 있나보다.


위진성은 야산의 뒤로도 구릉들이 여럿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작은 야산이었기에 한 걸음에 꼭대기에 다다랐다. 그곳에서 보니 주변 지형이 일목요연하게 보였다.


‘지형이.. 좀 안 좋은데?’


조금 지형이 특이했다. 야산 뒤로 빙둘러 구릉들이 이어져 있어서 가운데만 푹 파여 있는 분지 형태였다.


더 시선을 잡아 끄는 건 분지 지형 가운데에 있는 얼추봐도 삼십 개가 넘어 보이는 사람만한 돌들이었다.


위에서 내려다 보면 이 지형이 과연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독특하고 인위적인 느낌이 많이 났다.


“만나기로 한 곳이 저 밑이네. 마저 갈까?”


동방욱이 작고 단단하게 뭉쳐진 눈동자를 빛내며 돌들의 중앙을 가리켰다.


‘왠지 느낌이 안 좋다. 어떻게 할까?’


위진성은 분지 주변에 이십여 명이 잠복해 있는 걸 진작에 감지했었다. 허나 그가 불안을 느끼는 것은 잠복인들 때문이 아니다. 저 분지 지형에서 불길한 기운이 전해져 온다. 그의 소천심공이 자동적으로 운기됐다.


후우우웅~ 웅~


소천심공이 발출되어 그의 몸을 쓸어내렸다. 땅에 있던 잎들이 부드럽게 떴다가 내려섰다. 그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 같은 건지도 모른다.


“위진성, 뭐 하나?”


앞서가던 동방욱이 뒤돌아 보며 불렀다.


“지금 갑니다.”


일단 가자. 안 왔으면 모르되 여기까지 와서 주춤하는 건 아닌 거 같다.


동방욱을 따라 분지에 내려서자 위에서 보던 것보다 더 넓었다. 또 분지가 꽤 깊었다. 동방욱은 돌들을 지나 중심부로 걸어 들어갔다.


따라가며 보니 돌들은 크기나 형태가 제각각이었다. 사람만하거나 개만한 것도 있었고 큰 것은 황소만한 바위도 있었다.


형태도 마찬가지. 얇고 길쭉하거나 동그랗거나 또는 육각형으로 깎여 있는 등 다 달랐다.


그러나 더 신경을 잡아끄는 것은 돌들에 발라져 있는 색이었다. 피처럼 붉은 적색이나 누런 황색, 또는 칙칙한 청색이 돌들에 칠해져 있었다.


그런 돌 수십 개가 무질서하게 놓여 있고 그 사이를 걸어 들어가니 꽤나 어지러웠다. 동방욱이 분지 중앙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달을 본 뒤 외쳤다.


“시간 되지 않았나?”


그러자 돌들 뒤에서 하나, 둘 인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 둘 ··· 스물 한 명’


사삭


“만나자고 한 게 자넨가?”


우두머리인지 가까운 곳에 있던 인영 하나가 곧바로 위진성에게 다가왔다. 동방욱과 인사하고 뭐고 없었다.


“그렇소.”

“왜 보자고 했지?”

“그보다.. 당신들은 누구요?”

“우리? 뭐라 알고 왔지?”

“보림회.”

“큭큭큭, 그래. 그럼 보림회로 알면 되겠네!”


차앙~~!


잠복인들이 언제 움직였는지 위진성을 가운데 두고 돌들 바깥에서 에워쌌다.


“동방당주, 가만 있으면 당신이 알아서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푸흐흐-. 맞다. 내가 알아서 묻어줄 테니 네놈은 가만히 있으면 된다, 동주천!”


동방욱이 돌들 바깥에서 싸늘하게 내뱉었다.


“이십 년 전 사부님을 암습한 것도 당신이 한 건가?”

“여율형 말이지?... 제 발로 찾아와서 그에 맞게 대접을 한 것뿐이다. 좀 대접이 소홀해서 살아 갔지만 말이야.”


동방욱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고 멀리서 찾아온 친구 대접을 한 것마냥 떠들었다.


“아쉬웠던 차에 그 제자놈이 또 제 발로 찾아 왔으니, 그 사부에 그 제자 놈이지. 아둔한 것들.. 그러니 내 이번에는 어찌 대접을 소홀히 하겠느냐? 그나저나 네놈 사부는 지금 어디 있느냐?”


동방욱이 떠 보았다. 역시나 용의주도한 자다. 이미 위진성으로부터 사연을 들었지만 만에 하나 여율형이 살아 있고 오늘의 일에 개입을 한다면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사부님을 찾을 거 없다. 내가 대신 대접 받아보지···”

“크하하하. 하룻 강아지 같은 놈! 할 수 있을 때 마음껏 객기 부려봐라. 곧 네 사부 있는 곳으로 보내줄 테니···”


동방욱은 제 할 말을 다 했는지 돌아섰다.


“당신도 군림맹인가?”

“ ! ”


동방욱이 의외라는 듯 돌리던 몸을 바로 했다.


“네가 군림맹을 어찌 아느냐?”

“맞는가 보군. 그런데 하나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는데 당신이 말해 주면 좋겠어.”

“군림맹을 어디서 들었느냐?”

“사부님께서는 마교 마공에 부상을 입으셨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던 것이냐?”

“네놈이 군림맹을 알리가 없을 텐데··· 아!, 그렇군~.”


동방욱의 눈에 이채가 번뜩였다.


“표행!.. 청룡표국 표행 일로 그 머저리놈이 잡혀서 불었나 보구나.”


‘이 자는 머리 회전이 빠르군. 헌데 뭔가 좀 이상한데···?’


“동방욱, 내가 왜 당신을 찾아갔다고 생각하는가?”


‘갑자기 이놈이 뭐라는 거야?’


“여율형이 얘기해서 날 의심하고 온 것이겠지, 뭐가 있겠느냐?”

“누군가 나에게 알려주더군. 동주천이라 밝히고 당신한테 접근하라고.”

“? 무슨 말을 지어 내는 것이냐?”


‘그렇지!’


동방욱은 보림회를 아는 게 아닐 것이다. 단지 보림회란 곳이 있다는 걸 아는 정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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