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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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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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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3.01.0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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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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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112.

DUMMY

“시주는 회의 결과가 궁금하지 않소?”

“궁금합니다. 대사님, 어떻게 됐습니까?”

“시주의 말대로 녹림으로 가기로 했소. 그러면서 신기대를 기다리기로 말이오.”

“그렇군요.”

“그리고··· 시주에 대한 얘기는 이렇게 됐구려. 시주 덕분에 군림맹에 대해 알게 됐지만 시주는 다른 목적을 갖고 본맹에 왔소. 이건 징계사유에 해당 한다오.

허나 방금 말한 군림맹을 알렸고 마교도들을 제압한 공로가 있고, 또 순찰당주에게 미리 말을 했기에 처벌을 하지 않기로 했다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지? 위진성이 혼자이기 때문인가?


솔직히 화가 치밀었다. 상을 받으면 받았지 처벌 소리를 들을 일은 아니지 않은가? 공을 봐서 징계를 면해 준다니···


‘쯥!’


하지만 위진성은 입맛을 다시고 말았다. 그가 하려는 건 누군가로부터의 인정이 아니라 마교를 끝장내는 것이다. 그러니 상이니 벌이니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러나 원통대사는 면목 없는가 보다. 위진성을 보는 눈빛에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머뭇거리다 추가로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원로회의에서는 징계를 면하는 대신, 위시주에게 곧 있을 녹림을 계도하는 일에 합류해 공을 세울 기회를 주기로 했소.”


공을 세우라는 말은 과가 있으니 갚으라 할 때 쓰는 말 아닌가?


‘허어~.. 이게 배경없는 낭인무사들이 겪는 일인가?’


“···.”


그는 새삼 무림대회에서 일장진천 정일명이 한 말이 떠올라 입안이 씁쓰레해졌다. 정일명이 십 년간 강호를 행도하면서 느낀 건 인맥, 연줄의 중요성이라고 했었던가?


위진성은 말없이 원통대사를 바라봤다.


“아미타불-. 세상 일이 모두 공평 원만했다면 중생구제란 말이 없었을 테지요. 그러나 노납은 면목이 없구려.”


소림사 장로나 되는 사람이 일반 맹도에게 이리 말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는 원통대사의 깊은 수양을 보여준다.


‘녹림을 계도한다라··· 군림맹 수뇌부들이 녹림에 통보하겠지? 가도 크게 할 일은 없을 것 같구나’


“그리 하겠습니다.”

“아미타불.. 시주가 녹림의 일에 합류하고 움직이려면, 지금처럼 순찰당에 있으면 어러모로 번거로울 것이오. 해서 원로회의에서 위시주를 순찰당에서 원로원 소속 용각으로 바꾸기로 했소이다.”


용각은 원로원 경비나 호위 또는 원로들의 일을 위임받아 처리하는 비서실 같은 곳이다. 호각은 세가회 소속이었고.


때문에 용호각원들은 맹내에서 특별한 위치와 대우를 받는다. 위진성을 용각으로 부른다는 것은 왠지 최소한의, 미안함의 표시같이 느껴졌다.


아마도 눈앞의 원통대사가 그리한 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위진성이 용각 소속이 되면서 안팎으로 활동하는데 훨씬 편해졌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노납이 따로 시주를 보자고 한 건, 이걸 말하려는 게 아니외다.”


역시 본론이 나왔다.


“위시주, 지금부터 하는 말에 솔직히 말해 주겠소? 지금 나누는 얘기는 노납만 알고 있겠소이다.”

“경청하겠습니다.”

“아미타불~. 위시주, 정말 사문이 동검문이오?”

“···.”

“···.”


“대사님, 저는 군림맹을 조사하기 위해 무림맹에 왔습니다. 조사 중에 마교도 처리했고요. 이게 더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동검문은 아니구나’


“시주, 노납은 언제고 한 번은 무림에 혈겁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오. 아직 마교와의 일도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니···”

“···.”

“장문방장의 생각도 같아서 소림은 꽤 오랫동안 비천을 찾고 있소이다. 천년 무림사에서 비천과 마교는 빠질 수 없는 곳이오. 만약 우려대로 다시 마교가 혈겁을 일으킨다면, 비천이 있어야겠지 않겠소?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어야 하듯이 말이오.”

“대사님, 백도의 힘은 어느 때보다 강성합니다. 마교는 괴멸됐고 남은 자들은 잔당들입니다. 충분하지 않습니까? 이제 굳이 비천을 언급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시주, 잘못 되면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피가 강이 되어 흐를지도 모를 일이오. 가능한 모든 준비를 해야하지 않겠소?”


‘정파가 이리 굳건한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본사 장생원에는 세속에서 멀어진 고승들이 계신다오. 그곳에 천기를 짚는 분이 계신데 하늘을 읽고 불길한 말씀을 하셨소. 마교로 인해 천하가 도탄에 빠진다는··· 아미타불~. 그걸 막으려면 비천을 찾아야 하오.”


‘어찌한다?’


“대사님, 천기가 그렇다면 혈겁이 일어나는 게 천하의 흐름이라는 건데 그걸 빠꾸겠다는 말씀입니까? 천기를 바꿀 수 있습니까?”

“천기를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바꾸겠단 말이오. 결과는 바꿀 수가 없소, 위시주.”


‘원인을 제거해서 혈겁이라는 결과를 안 일어나게 하겠다?’


“저한텐 어려운 말이군요. 대사님, 제가 비천에 대한 단서를 얻게 되면, 잊지 않고 소림사에 연락하겠습니다.”


그도 딱히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자신을 밝히고 싶지 않았다. 아마도 원로회의에서 말을 잘못했던 경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아미타불.”


원통대사는 나직하게 불호를 외웠다.


“대사님, 녹림 출정은 언제인가요?”

“본맹은 협의체라 서둘러도 하루, 이틀새 일이 되지는 않소이다. 시간이 좀 걸릴게요.”

“그럼 제가 급히 들를 곳이 있는데 먼저 그곳에 갔다가 바로 도착지에서 합류하는 건 어떨까요?”

“많이 중요한 일인가 보군요.”

“그렇습니다.”

“알겠소이다.”


위진성은 짐을 용호각으로 옮기자마자 바로 총단을 떠났다. 그는 한 줄기 바람이 되어 달려갔다. 악양으로.



#



혁련세가 가주가 누구인지 아는가? 무림을 호령하는 팔대세가 중 하나인, 그 혁련세가 말이다. 다른 곳은 몰라도 호남성에서 이런 질문을 한다면 미친놈 소릴 들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혁련세가의 위세가 맹렬한 곳이 호남성이다.



낙일절검 혁련율


현 혁련세가 가주다. 그는 전 가주의 직계가 아니었다. 오촌 조카였고 정부인 소생도 아니었다. 그런 그가 가주에 올랐다는 건 그의 실력과 수완이 어떤지를 대변하는 좋은 예이다.


구구절절 말이 필요 없다는 말이다. 더해서 실력에 걸맞는 야심을 갖춘 자다. 혁련세가를 완전히 장악한 그는 그걸로 만족하지 못했다. 팔대세가의 하나로는 야심이 충족되지 않는다.


그래서 혁련율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혁련세가의 가주로서는 특이하게도 홍락태인검을 절정까지 익혔다.




“그래서 나는 귀하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싶소.”


말처럼 길쭉한 얼굴. 가늘고 위로 치켜올라간 눈매. 반백의 머리를 흐트러짐 없이 묶은 혁련율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상대를 보고 있었다.


“그러면 우리 무막이 중간에 끼여 난처해지지 않겠소?”


어눌한 중원어로 말한 이는 복식도 특이했다. 질긴 가죽옷을 걸쳤고 피풍의를 둘렀다. 혁련율과 비슷한 오십대 장년인으로 보이는 그는 바로 대막의 지배자, 무막 막주 천풍탈백검 테르하였다.


그는 아버지 광군 테진에 이어 막주에 오른 뒤 호시탐탐 중원 진출을 엿보고 있었다.


그랬기에 어눌하지만 중원어도 틈틈히 익힌 것이다. 그런 그가 지금 혁련율과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막주, 영웅은 때를 알고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했소. 또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도 했고.”


혁련율이 멈추고 상대 눈을 직시했다.


“이제 천하에 큰 혼란과 변화가 있을 것이오. ··· 오랜 평화에 젖어 무림은 고일대로 고였소. 또한 이 곳, 호남성은 장강을 끼고 있고 물자가 풍부해서 일을 도모하기에 적합하오. 더구나 여기는 우리가 장악하고 있소. 또 무림맹은 느슨해졌고 드디어 마교가 발호하려 하오.”

“···.”

“막주는 이 기회를, 천시 지리 인화가 들어 맞는 다시 없을 호기를 흘려 보낼 참이오? 잡지 않겠냔 말이외다. 들러리로 만족하시겠소?”

“··· 허나 내 이미 천마신교와 함께 하기로 약조했소.”

“막주, 마교가 무막에게 얼마나 양보하고 약조를 지킬 거라 보시오?”

“혁련가주, 신교와 우릴 이간질하는 것이오?”

“막주는 마교 교주를 본 적이 있소? 없으니 그런 말을 하는 것이오. 나는 지금 이간질하는 게 아니라 기회를 잡으라 조언하는 것이오.”

“···.”


테르하가 찻잔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말없이 지켜보던 혁련율이 품 속에서 청색 옥병을 꺼냈다.


탁!


“ ? ”

“막주, 공청석유요.”


그가 옥병을 밀어내며 말했다.


“오~! 공청석유!”


테르하가 눈을 빛내며 옥병의 뚜껑을 땄다. 그러자 돌냄새가 섞인 야릇한 향이 탁자 주위를 맴돌았다.


공청석유는 무림인들에겐 값을 매기기 힘들 정도의 영약이었다. 내상을 빠르게 치유하는 효능은 물론, 공력을 늘릴 수도 있으니 어느 무림인이 마다하겠는가?


더구나 평소에 테르하는 영약을 더 목말라했다. 대막은 거의 없는 이런 영약들이 중원에는 다양하고 많았다. 그가 중원 진출을 꿈꿨던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역시 효과가 있다’


혁련율은 만족스런 빛을 띄었다. 표행 중에 혁련추가 자주 접촉하며 알아낸 게 유효했다.


“우리가 약속한 것은 마교에 비해 훨씬 유리한 조건일 것이오. 공청석유? 이건 아무것도 아니오.”


테르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교는··· 예전의 마교가 아니오. 우리 혁련세가의 힘도 예전과는 다르고. 우리가 잠시 저들에게 숙이는 건 필요에 의해서요. 이용할 수 있으면 이용하는 거니까.”


그러고 시간이 흘렀다.


“막주, 손을 잡겠소?”

“좋소. 그럽시다.”


둘의 대화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



악양루


“하늘 아래의 물은 동정호요, 하늘 아래의 루는 악양루다.”


호남성의 고도 악양에는 많은 명소들이 산재해 있다. 그 많은 것들을 다 보려면 꽤 여러 날들이 소요된다.


해서 시간이 부족한 이가 다섯 개만 꼽으라 할 때, 누가 꼽든 빠짐없이 들어가는 것이 둘 있는데 바로 동정호와 악양루이다.


악양루는 악양성의 서쪽에 위치해 있는 사 층의 누각이었다. 바로 앞에 동정호가 있어서 악양루에 오르면 둘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 옛부터 악양루는 시인묵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다. 또한 스스로를 풍류남아라 칭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자들도 빠뜨리지 않고 들리는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통천장 이곤은 악양루에 들어서며 감격스런 표정을 지었다.


“오-호오~~. 여기가 그 악양루구나! 마치 집에 온 듯 편안하다!”


그는 어깨에 힘을 주고 느릿하게 걸어 이 층에 올랐다. 명소답게 일, 이 층 모두 자리가 없었다. 이곤은 자연스럽게 삼 층 계단으로 향했다.


그러자,


“손님, 삼 층은 일층에서 예약을 해야 오를 수 있습니다.”


계단 입구에 있던 떡대가 막아섰다.


“예약? 무슨 누각을 오르는데 그런 게 있소?”


허나 떡대는 꿈쩍도 안 했다.


“허-, 이거 참~. 알겠소.”


자존심 구겨진 그가 일층 계산대로 향했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펴지 못했다. 소위 퇴짜를 맞은 것이다.


악양루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기에 삼, 사 층은 고위 관부나 유명인사들만 오를 수 있었다. 아니면 어처구니 없는 값을 치루던가.


이곤은 유명인사도 아니고 평소에 그렇게 많은 돈을 갖고 다니지도 않았다. 기분이 상했다.


‘이런, 나 이곤님을 어떻게 보고···’


밤송이 머리에 퉁방울 눈을 부릅뜨고 일층 이곳저곳을 노려봤다. 그의 시선이 계산대에서 정문을 거쳐 동정호쪽 창으로 향할 때였다.


“어-?”


퉁방울 눈이 다시 정문으로 되돌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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