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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862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2.12.22 17:15
조회
495
추천
7
글자
11쪽

98.

DUMMY

“애송이 놈!”


부족한 자신감을 채우려는가? 동방욱이 한 소리 외치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이에 반응한 검결지의 움직임에 따라 대정검도 하늘로 향했다.


섭선이 부르르 떠는가 싶더니 산수화 폭이 섭선에서 분리 되어 검으로 떨어져 내렸다. 누군가 옆에서 본다면 틀림없이 기이한 광경이었을 것이다.


빛을 머금은, 세워진 검이 날아가고 맞은 편에선 화폭이 펼쳐진 채 검으로 향했으니 말이다. 마치 그림을 보는 듯한 장면이었다.


찌직!


화폭이 검에 가까워지자 찢기는 듯한 소리가 났다.


‘? 설마···?’


저 화폭은 평범한 종이나 천이 아니었다. 질기기로 유명한 천잠사로 만든 면에 산수화를 그려 넣은 것이다.


동방욱은 작게 불신의 빛을 띄었다. 그러면서도 화폭 뒤로 몸을 가린 채 뼈대만 남은 섭선을 앞으로 내질렀다.


그런 동방욱의 눈에 화폭 건너에 희미한 빛무리가 세로로 비치는 게 잡혔다. 이후의 장면은 그에게 느린 그림처럼 지나갔다.


빛이 점점 진해지더니 화폭이 위에서부터 갈라져 갔다. 겨울 눈이 봄볕에 녹는 것처럼 화폭은 갈라졌고 선명한 빛이 드러났다.


“···.!”


일견 아름다워 보인다. 그리고 깨끗했다. 빛을 머금은 대정검이 동방욱을 지나갔다. 그의 시선에선 빛이 품에 안겼다 지나친 것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뒤이어 위진성이 주작신보를 밟으면서 쌍장으로 연환비천장을 폭풍처럼 쏟아냈다. 순간적으로 그의 팔이 수백개로 불어났다.


콰아------ 콰콰콰

퍽!

퍼버버퍽!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정적. 일순간에 빛도 소리도 사라졌다. 찰라가 영원처럼 여겨진 순간이 누군가의 숨소리로 깨졌다.



위진성은 두 팔을 내리고 정면을 보고 있었다. 다소 거친 숨을 뱉으며 호흡을 고르고 있다. 그의 주위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기 힘든 투명한 파편들이 널려 있었다.


위진성의 시선 끝에는 그가 서 있었다. 동방욱은 멍하니 허공을 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검왕문이 보였다. 그 자는 감정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검왕문 애송이는 어떤 기분일까? 원수를 갚았으니 시원할까?


그는 문득 궁금해졌다. 고개가 밑으로 떨어졌다. 감기는 눈에 철대만 남은 섭선이 보였다.


‘큭큭. 이리 가는가? .. 그런데 뭣 때문에 그리 바삐 살았을까?’


동방욱의 몸이 둘로 갈라졌다.


쿵, 쿵!


그는 마지막 순간, 물음에 답을 찾았을까?



위진성은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철선풍 동방욱을 죽였다. 얼마나 기다리던 순간이었는가? 그런데 시원함이나 통쾌함을 느낄 순 없었다.


대신 사부가 생각났다. 그립고, 사부와 보냈던 즐겁고 따뜻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눈 한 번 깜박일 시간에 다 담을 수 없을, 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





위진성이 고개를 혈수마존에게로 향했다. 그가 손을 들자 바닥에 있던 대정검이 날아와 손 위에 머문다.


혈수마존은 경직된 표정으로 위진성을 봤다. 역시 마존이 힘을 숭상하는 마교 출신이었기 때문일까? 지금까지 보이던 광오한 자세와는 적잖이 다른 모습이었다.


“내 사십 년 전, 그 치욕스럽던 날에 봤던 동주천의 모습과 오늘 본 건 좀 다르구나. 그때에도 너와 같이 검을 쓰던 이는 못 봤었다. 그땐 많은 검왕문도들이 벽력이 이는 검법을 썼었지.

분명 그중에도 굉장한 초고수들이 있었다. 그런데 너와 같은 검을 쓰는 자들 중, 너와 같은 경지를 보인 이는 없었다. 네 나이에 그런 경지라니··· 놀랍구나!”


마존은 순수하게 감탄사를 발했다. 그의 놀라움은 본심이었다. 허나 위진성은 별 반응이 없었다. 그는 혈수마존과 대화하는 것에 그닥 관심이 없었다. 지금은 일전을 준비해야 할 때다.


손 위에 떠있는 대정검이 부르르 떠는 게 꼭 검명을 토해 내는 듯했다. 혈수마존도 입을 꾹 다물고 두 손을 움켜쥐었다.


쏘아보는 그의 좌우, 두 얼굴이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기분이 들게 했다. 한 얼굴에 다른 두 생김새.


굵고 거칠어 보이는 우측 얼굴과 가늘고 신경질적인 좌측 얼굴. 그런 얼굴을 보자 위진성은 갑자기 두 명과 싸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혈수마존이 음양혈마공을 끌어올리자 우장에 붉은 기운이, 좌장엔 청색 기운이 맺혔다. 덤으로 양손에서 지독한 마기가 뭉클뭉클 피어오르고.


살벌함이 증폭되더니 어느 순간, 혈수마존의 우장이 벼락처럼 내질러졌다. 붉은 기운에 물든 마령음양장이 거침없이 발출됐다. 아까 부딪혔던 청색 장력과 같은 장법이었지만 기운은 확연히 달랐다.


위진성이 좌장에 압중결 공력으로 풍뢰장력을 쳐냈다. 그러면서 검결지를 움직이자 대정검이 쏘아진 화살처럼 뻗어나갔다.


대정검은 일직선이 아니라 묘한 각도로 휘어지며 쏘아졌다. 이는 용기횡강이란 초식으로 펼치면 기이한 궤적을 그리며 나아간다.


쩌엉~~


장력이 부딪히자 바위 쪼개지는 음향이 났다.


‘장력이··· 어찌 이리 파고 드는가?’


위진성은 좌장을 통해 전해지는 상대 장력에서 특이한 걸 감지했다. 장력이 분명 풍뢰장에 막혔는데 무언가가 팔을 타고 격하게 오른다. 소천심공에 소멸됐지만 뭔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아까 청색 장력과 격돌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는 무언가 으스스한 것이 팔로 스며들려 했었다. 상대 장력에 놀란 건 마존도 비슷했다.


‘뭐가 이렇게 무겁지?’


분명히 한 번 부딪혔던 장력이었다. 헌데 좀 전과는 성질이 판이하게 달랐다. 거인이 태산을 뽑아들고 내려친 듯 어마어마한 무게감이 전해져왔다. 팔이 쩌릿쩌릿했다.


압력에 뒤로 밀려나려는 걸 음양혈마공을 더 끌어올려 땅을 내리찍었다.




발목까지 땅속에 박혔다. 헌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혈수마존은 바빴다. 대정검이 기묘한 각도를 그리며 가슴 앞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원래 마존이 떠올린 그림은 이게 아니었다. 강력한 마령음양장으로 상대를 밀어내고 전방으로 쇄도해 몰아치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헌데 상대의 장력이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팟!


혈수마존의 신형이 갑자기 눈 앞에서 사라졌다. 대정검이 그의 잔상을 뚫고 지나쳤다. 마존은 왼쪽에서 꺾어 오는 대정검을 피해 철판교를 옆으로 시전했다.


보통 무림인들은 철판교를 뒤로 펼친다. 허나 마존은 오른쪽으로 넘어갔고 땅과 한 뼘 높이로 수평이 됐을 때 좌장으로 바닥을 쳤다.


쾅----


그러자 또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음에 나타난 마존은 공중에서 붕새 같이 팔을 벌린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몸을 반회전 하고 좌장은 위진성에게, 우장은 뒤에서 덮쳐오는 대정검을 맞아갔다.


순간, 위진성의 모습이 흐릿해진다 싶더니 혈수마존의 정면에 나타났다. 익쾌결로 펼친 극한의 이형환위!


얼마나 빠른지 두 명의 위진성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앞선 위치의 모습이 채 눈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다른 곳에서 모습을 보였는데 물론 이는 착시였다.


위진성이 지체없이 좌장으로만 연환비천장을 내질렀다.


콰콰콰-아-----


그의 좌반신에만 천수관음이 나타났다. 대정검은 이미 패도적인 검조참봉 초식으로 마존에게 쏘아지고 있었다.


“합!”


마존이 천근추를 펼쳐 눈 깜빡할 사이에 지면으로 내려섰다.


연속 동작으로 그는 상체를 비틀다 전방으로 활짝 피며 다시 쌍장을 쳐냈다. 역시 좌장은 연환비천장에, 우장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대정검을 막아갔다.


극마지체에 이른 음양혈마공이 폭포수처럼 쌍장에서 쏟아졌다. 좌측으로 청색 장력이, 우측으로는 붉은색 장력이 뻗어가는 모습은 섬뜩한 기분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나 좌장은 활짝 펴진 채 장력을 넓게 뿜어냈다.


음한 장력은 연환비천장과 격돌하며 음한지기가 상대에게 스며들게 했다. 이는 정기를 빨리며 죽어가던 여인들의 한이 뭉쳐진 마기다. 보통의 음한지기가 아니었다.


동시에 마존의 우장은 검기를 후려쳤다.


콰콰콰콰콰쿠웅-----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이 터졌다. 장내에 자욱한 흙먼지와 청홍색 마기가 뒤섞여 시선을 뿌옇게 가렸다.



‘마기가 참으로 독하구나!’


혈수마존이 지금에 이르는데 얼마나 악독한 과정들이 있었을까?


저 마기는 희생된 사람들의 원한이 뭉쳐진 것이다. 한이 크고 깊을수록, 마기가 강하고 지독해진다. 위진성의 눈이 단호해졌다.


장심을 타고 음한지기가 스산하게 타고 올랐다. 마치 등골이 쭈뼛설 때의 느낌이 왼팔로 스물스물 올랐다. 그러나 소천심공이 운기되자 기분 나쁜 음한지기는 흩어졌다.


위진성이 전방을 보자 마존이 비껴선 자세 그대로 서 있었다. 마존이 가늘고 음침한 왼쪽 얼굴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 나이에 불가사의할 정도로 강하구나!”


팟!


위진성이 팔을 뻗자 바닥에 떨어졌던 검이 손으로 위치했다. 허나 마존은 신경쓰지 않고 제 할 말만 이어갔다.


“내공이야··· 영약이나 기타 방법으로 올릴 수 있으니 그렇다 치고··· 좀 전도 그렇고 검의 경지가 정말 대단하군, 대단해-!”

“···. 당신도 마찬가지요. 헌데 어떻게 그리 된 건지 생각해보면, 희생된 이들을 위해서도 결코 용서할 수 없소.”

“흐흐흐. 용서? 네놈도 정파 나부랭이들이나 하는 헛소리를 지껄이는구나. 아, 동주천이 정파였지··· 꼬마야, 원래 이 세상은 약육강식이란다. 그게 자연의 법칙이다. 인간이라고 예외일 거 같으냐?”


마존이 흉폭한 기세로 으르렁 거렸다.


뭉클뭉클


정말 마기 하나 만큼은 끝내준다.


‘시간이 얼마 없다’


절대 고수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끝내야 한다. 위진성은 단전에서 풍백기를 가득 끌어올렸다. 그것을 본 마존은 양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이렇게 빨리 이걸 쓸 거라곤 생각치 못했는데? ..”


심상치 않은 느낌에 위진성이 유심히 보자, 마존이 두 손을 크게 휘둘러 가슴 앞에서 합장했다.


콰아앙--


거대한 소리가 울렸다. 뒤이어 양손에서 진한 청, 홍색 마기가 피어나 밤안개처럼 퍼져갔다. 이어진 장면은 마존의 양손 주위에 청홍색 진기가 뒤섞인 채로 소용돌이 치는 것이었다.



아수라멸천장!


혈수마존이 지금 펼치려는 건 고대 마교의 호교십공 중 하나였던 아수라멸천장이다. 이 무공은 천년 전, 첫 정마대전 때 무림을 공포로 떨게 했던 절대 마공들 중 하나였다.


당시 사대마인 중 혈천마인이 쓰던 마공이다. 그가 이 아수라멸천장을 펼치면, 사방 십 장 이내에 피가 고여 내를 이룰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아수라멸천장은 칠백여 년 전, 2차 정마대전 이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이에 무림 사가들은 정마대전 때 절전된 것으로 보고 있었다.



합장한 손 주위에 소용돌이 치던 청홍기에서 정전기 같은 게 튀었다.


파르르 파츳~

파팟!


“이 장력에 죽는 걸 영광으로 알거라, 애.송.이.”


말을 마치자 마존이 쌍장을 밀어냈고 청홍기가 뻗어나갔다. 청홍기가 소용돌이 치는 게 살아 있는 생명 같아서 매우 혐오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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