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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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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849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2.12.25 19:15
조회
510
추천
7
글자
12쪽

103.

DUMMY

“자네 무슨 실수 같은 거 했나?”

“예?”

“맹주님이 지켜본다잖은가?”


구진이 위진성을 보며 말했다.


‘뭐야?’


“쯧! 쓸데 없는 소리.”


송병의가 잘라 말했다. 그러자 구진이 퉁명스런 얼굴로 앞만 보고 걸었다.



시간이 어느덧 자시를 훌쩍 넘겼다. 한밤중이라 그런가? 순찰본각 앞은 더 환해서 멀리서도 잘 보였다.


몇몇만 있던 것이 위진성 일행이 도착하고 일다경(15분)정도 지나자 흩어져 수색을 하던 당원들이 대부분 돌아왔다.


허나 소득은 없었다. 그러자 수뇌부들이 잠시 얘기를 나누더니 명진도장이 날이 밝으면 수색을 재개하기로 했다. 아마도 내일은 무림맹 밖을 수색할 것이다.



위진성도 숙소로 돌아왔다. 그는 차를 따르고 탁자에 앉았다. 조용하기만 했다. 그가 소리내지 않으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밤이었다.


후루룩


깊은 밤 홀로 앉아 있으니 잡념들이 끊임없이 의식 위로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방금 전 맹주전의 일이 생각났다.


열화태세 하후영


흔히 볼 수 없는 자다. 일단 그런 생김새도 평범치 않았다. 사자의 갈기를 갖춘 사람이 있다니 말 다했지?


그런데 그런 외모에 꼭 어울리는 강렬한 기세. 칠십대 노인의 모습은 아니었다. 야생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자가 하후영이다. 그가 대문파들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이 정도나마 세를 키운 게 이해가 확 됐다.


후룩


‘사자라.. 밀림의 제왕이란 건가?’


위진성은 생각하면서 피식 웃었다. 사자의 생김새에 도산검림의 맹주. 뭔가 어울렸다. 찻잔을 만지작 거리던 그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건 뭘까?’


하후영을 보던 순간, 기이한 찰라를 경험했다. 일순간에 우리가 보고 느끼는 방식이 아니라 다르게 다가왔었다.


그건 뭐였을까?


되짚어보면 그가 예전에 공터에서 검을 연마하다 마주쳤던 ‘그것’ 과 비슷했다. 착각은 아니었다. 환영은 더더욱 아니었고. 다른 점이 있다면 불쾌함을 동반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경고에 가까웠다.


“···.”


잠시 생각해 봤지만 결론이 안 난다. 당연한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이니···


후룩


식어버린 찻물이 입을 적시자 감각이 생각을 밀어냈다.


톡톡


“ ? ”


위진성이 나무가 보이는 창가로 다가갔다. 내다보던 그의 눈에 한 사람이 눈에 잡혔다. 창으로 보이는 나무 위.


그곳에 야행의를 입은 여인이 나무에 기댄 채 비스듬히 서 있었다. 팔짱을 끼고 고개를 사선으로 돌려 그의 창을 보고 있다.


긴 팔다리, 호리호리한 몸매, 눈처럼 깨끗하고 하얀 피부에 섬세하고 미려한 이목구비. 누구겠는가?


그녀였다.


“소군!”


위진성이 손을 흔들며 입모양을 만들었다.


빙그레


그녀가 보름달처럼 환하게 웃었다. 흑의를 입어서 그런지 앵두 같은 붉은 입술이 한층 더 도드라져 보인다.


드르륵


위진성이 창을 열고 따뜻한 눈으로 그녀를 봤다. 마주 미소 짓던 진소군이 눈 한번 깜빡일 순간에 나무 위에서 실내로 들어왔다.


“진성!!”

“소군, 오랫만이야!”


환하게 웃는 그의 품속으로 그녀가 뛰어들었다.


뭉클


솜이불처럼 부드러운 몸이 전해져 온다.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그가 일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기분 좋다.


방안에는 위진성이 어정쩡하게 서 있고 진소군은 품에 안긴 채, 두 팔로 허리춤을 감싼 어색한 포옹이 계속됐다.


‘으이구!’


“사형, 팔은 장식품 아니죠?”

“어~!”


그가 그녀를 꼬옥 안았다. 편하다. 집에 온 것 같이 포근하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달콤한 순간이 바람과 달리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서로 떨어져 가까이서 상대 위아래를 봤다.


“누가 보면 십년 만에 보는 줄 알겠는데?”

“큭큭. 그럼 사형은 아니었어요?”

“뭘?”

“난 하루가 일년 같았다고요.”


그녀가 곱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나도 매일 사매 생각을 했어.”

“피이~~. 매일이면 하루에 한 번도 매일이잖아요.”


급피곤이 몰려온다.


“그 한 번의 생각이 끊어지지 않고 족히 반나절은 가더라고.”

“깔깔깔~. 그럼, 봐줄게요.”


활짝


저 웃음이다. 저 환한 초승달 웃음을 보고 싶었다. 보니 좋다.


흡족한 마음으로 다시 찬찬히 보니 그녀는 좋아 보였다. 진소군은 한층 안정된 분위기와 경쾌한 기운을 갈무리한 모습이었다.


헤어진지 얼마되진 않았지만, 단시간에 놀라운 진경이 있었음이 티가 났다. 그녀에게 주어졌던 대단히 드문 기회와 여러 사람들의 노력들이 허비되지 않아 다행이다.


그 과정에서 일조를 한 위진성은 뿌듯함을 느꼈다. 그에겐 가슴 뿌듯한 일이었지만, 진소군 입장에서는 기연이라 할만 했다. 이번에 그녀가 얻은 것은 공력의 증가에서 그치지 않았다.


공력이 한순간에 도약하자, 그동안 막혀있던 벽과 경계들이 빠르게 허물어졌다. 내공의 부족으로 나아갈 수 없었던 길들이 열리자 그녀의 무공도 크게 상승하게 됐다.


대표적으로 은하성검이 그렇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직전과 비교해 놀라운 진경이 있었다.


진소군 정도 되는 고수는 실력이 정체 상태로 가다가 그 벽을 돌파하게 되면 단숨에 뛰어오른다. 이번에 그녀가 그랬다.


긴 시간 정체되었던 무공이 뚝이 허물어지자 단숨에 올라섰다. 진소군은 절대의 벽을 허물고 극강의 세계에 진입했다.


그녀의 바람대로 이제는 위진성과 보조를 맞춰 가는데 부족함이 없게 됐다.



“이제 사형한테 짐이 되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런 소리 말라니까? 짐이라니···”


빙그레


진소군은 말없이 미소만 지어 보였다.


“여기가 사형 방인가요?”


그녀가 두리번 거리며 물었다.


“응.”

“넓고 깔끔해서 좋네요. 퀴퀴한 냄새도 않나고..”

“퀴퀴한 냄새?”

“큭큭큭. 왜 있잖아요? 남자 혼자 살면 나는 냄새.”

“내가 무슨 냄새가 난다고.. 게다가 이 방 쓴지 며칠 안 되서 만약 난다면 먼저 번 사람 냄새야.”

“알았어요, 안 난다니까요-. 사형 지내는 곳이 좋으니 좋아요.”


그녀가 환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마주 웃음 짓던 위진성이 따뜻하게 말했다.


“차?”

“예, 좋아요.”


쪼로록


위진성은 탁자에 함께 앉았다.


후룩


“명인향 같진 않지만 마실만 하지?”

“좋아요. 오랫만에 사형과 둘이 차를 마시니 더.”

“그렇게 오랫만은 아닌데?”


째릿


진소군이 옆눈으로 흘겨봤다. 그러자 얼굴의 미려한 선이 더 부각되었다.


“왜 째려보지? 차가 영 그런가?”


위진성이 능글맞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차는 문제가 없는데··· 이 방 주인이 문제가 좀 있네요.”


샐쭉한 표정으로 되받아 쳤다. 그러자 위진성이 이해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멋지다 소문난 사람이 그럴리가 없는데?”

“깔깔깔! 어쩜 그렇게 자신을 추켜세울 수가 있죠?”


으쓱


그는 과장되이 어깨를 올렸다. 진소군도 따라 어깨를 으쓱이며 깔깔 거린다. 소소하지만 즐겁다.


달빛 비치는 밤에 방에서 그녀와 차를 마신다!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온전히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할 뿐이다. 두 연인들은 즐거이 대화를 나눴다.


후루룩


“사형, 은성단과 같이 왔어요.”

“그래? 잘 됐군. 차 마시고 출발하면 되겠네.”

“그런데 사형이 무리할 필욘 없잖아요?”

“무슨 말이야?”

“나한테 위치를 알려주면 내가 가서 처리하고 올게요. 사형은 내일 아침부터 소집이잖아요.”

“음···”


위진성이 주먹으로 볼을 툭툭 치며 생각에 잠겼다. 생각 안 해본 건 아니다. 사매와 은성단이 간다면 꼭 자신이 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같이 가야 좋겠단 생각이 들어서 말을 안 했던 것이다. 마교 잔당들을 쓸어버리는 것보다 군림맹과의 연결을 찾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번 더 생각해 본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같이 가서 빨리 끝내고 오는 게 나을 거 같아.”

“그래요, 그럼. 우리 서둘러요.”

“그래.”


위진성은 진소군과 함께 길을 나섰다.





개봉은 너른 하남성 평야에 위치했기에 한참을 달려도 계속 평야만 나온다. 하지만 끝나는 지점이 있을 터.


개봉에서 북쪽으로 빠른 말을 타고 두 시진 남짓 가면 평야가 끝나고 야산들이 나온다. 어제 밤 위진성이 동방욱과 싸운 곳이 이 근방이었다.


그 근처 어디쯤. 산자락 끝에 일단의 사람들이 있었다. 얼추 잡아도 사십여 명은 돼 보였다.


“··· ··· 그래서 나와 엽형이 낮에 가서 확인했더니 구할 이상 마교 근거지로 보였소.”


현수운이 좌우를 보며 말을 맺었다.


“그렇구려.”


살짝 끄덕이던 위진성이 엽비를 봤다.


“엽형, 여기서 어느 쪽입니까?”


주변을 둘러보며 방향을 찾던 엽비가 전방 한 지점을 가리켰다.


“저 방향이오.”


위진성은 그가 가리키는 곳을 먼 눈으로 보면서 입을 열었다.


“자, 멀지 않은 것 같으니 바로 출발합시다.”

“은성단은 산개해서 은밀히 따라 오도록.”

“엄명!”


수십 명이 복명하고 신형을 날리니 이곳엔 금새 넷만 남았다. 위진성과 진소군. 그리고 매형의검 현수운과 초일도 엽비.


위진성은 출발할 때 저 둘이 머무는 숙소에 들려 같이 왔다. 그리고 오면서 진소군에게 그가 저 들에게 동주천에 대한 걸 말한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현수운은 엉겁결에 그녀를 소개받고 서둘러 출발하느라 진소군을 자세히 볼 새가 없었다. 여기로 올 때는 위진성과 진소군이 앞에서 바람처럼 달렸기에 등만 보였었다.


현수운은 뒤쳐진 은성단을 위해 기다리면서야 그녀를 찬찬히 살펴 볼 수 있었다.


일단 첫 인상은, 큰 키와 긴 팔다리가 눈에 띄었다. 거기에 작은 얼굴이 더해지자 실제 키보다 더 크게 보였다.


실재로 위진성과 서면 반 뼘정도 작은데 떨어져 보면 더 큰 것 같았다. 키가 크지만 체구가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그건 외모가 전체적으로 굵지 않고 섬세하고 미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천진한 모습이 보이다가도 성숙한 여인의 면모를 내보였고, 부드러운가 싶으면 또 서릿발 같은 위엄이 나올 때도 있었다.


그런 점이 신비롭고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더구나 비천이라는 게 추가되면 한 층 더 신비롭게 보였다.


“자, 우리도 갑시다.”


위진성의 말에 엽비가 앞장섰다. 다른 이들도 따라 신형을 뽑아 올렸다.



엽비는 반 각여를 달려 어느 계곡에 이르렀다. 입구가 보이는 산등성이에 멈춘 넷은 계곡을 내려다봤다.


“저 안으로 들어가면 산채가 있소.”

“여기선 안 보이는군요.”


계곡이 깊은지 사람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밤이기 때문은 아니라 한다.


“낮에 보니 입구에서 번을 서더이다.”


현수운이 손가락으로 계곡 초입을 가리켰다.


“좋은 생각들이 있소?”


위진성이 좌우를 보며 말했다.


“같이 온 은성단이 포위를 하면서 좁혀들고 여기 있는 넷이 뛰어들어 헤집으면 되지 않겠소?”


현수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좋은 생각이긴 한데 저들도 뭔가 방비를 하지 않겠소?”

“흐음.. 그렇군. 위형 말대로 군림맹에서 알렸거나 아니더라도 혈수마존 일행이 복귀하지 않았으니 평소완 다를 수 있겠소이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 없으니 이렇게 합시다. 나하고 사매가 먼저 들어가겠소. 두 분은 관망하다가 적절하게 대응해 주시오.”

“알겠소.”

“그럽시다.”


위진성은 그녀에게 말했다.


“사매, 은성단에 포위를 하고 좁혀들라고 말해 줘.”

“예, 사형.”


위진성은 진소군이 전음을 보내는 동안 계곡을 다시 자세히 살폈다. 밖에서 보면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게 다인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숨기에 좋은 곳이야. 들켜도 녹림으로 보일 것이고’


“사형, 가요.”

“가자, 사매.”


위진성은 남을 둘에게 작게 끄덕이고는 계곡으로 신형을 날렸다. 뒤이어 진소군도 기척 없이 신법을 펼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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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4. 22.12.26 520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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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 22.12.25 51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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