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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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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87,322

작성
22.12.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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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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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107.

DUMMY

날이 밝자마자 수색은 재개됐다. 예상대로 수색은 무림맹 외곽에서부터 시작했다. 어제와 같이 위진성은 신풍검 구진과 함께였다. 이른 아침부터 그들은 동쪽담 일부에서 수색을 해 나갔다.


둘은 드넓은 벌판을 두 시진 넘게 샅샅이 훑고 있었다. 위진성은 다시 한 번 구진이 성실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구진은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고 있었다. 설렁설렁할 법도 한데 그러지 않았다. 그런 면이 그를 부조장으로 만들었나 보다.


“자네, 사문이 어디라고?”

“동검문입니다.”

“동검문이라··· 사부님은 누구인가?”

“무림에서 활동하지 않으셨습니다. 평생을 초야에서 지내셨지요.”

“그럼.. 은거고인이신가?”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군요.”

“혹시 자네 사부하고 맹주님하고 아는 사인가?”

“무림엔 아는 사람이 없으셨습니다.”

“자네도 대문파들과는 상관없고?”

“그렇습니다.”


구진은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위진성을 쳐다봤다.


“그런데 왜 어젠 맹주님이 자넬 눈여겨 본 거지?”


‘헛!’


위진성은 어이도 없고 할 말도 없어서 묵묵히 있었다.


“혹시 자네 뭐 그런 건가? 실력을 숨긴 고수 그런 거 말이야.”

“아닙니다. 실력을 숨긴 적 없습니다. 그런데 왜 부조장님은 그걸 계속 물어보는 겁니까?”


구대문파 출신이 궁금해 하는 게 잘 이해가 안 갔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그리고 내 조원이니 관리자로서 당연한 관심이고.”


더 할 말이 없다. 위진성은 신경을 끄고 수색을 이어갔다. 그렇게 일각여 지났을까? 구진이 점심 얘기를 했다.


수색조들은 출발 전에 미리 준비된 점심을 챙겼었다. 위진성은 깨끗한 곳을 찾아 메고 있던 점심을 꺼냈다. 점심이라고 해봐야 육포와 건량이 다였다.


질겅질겅


“도대체 당주님은 어디 계신 거야?”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구진이 투덜거렸다.


“맹에서도 그렇지?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어련히 알아서 올 양반을 두고 얼마나 됐다고 이 난리냐고, 난리가···”


심사가 꼬였는지 구진이 불퉁거렸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무리 연락없이 행방불명이라해도 맹에서의 대응은 지나친 감이 있었다.


하루도 지나기 전에 수색을 시작했으니까. 더구나 철선풍 동방욱이다. 며칠 정도 추이를 지켜보는게 더 타당했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역시나 맹 수뇌부가 관여돼 있다는 건가?’


동방욱이 백선정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맹주 하후영과 군사 제갈주야의 대화를 엿듣고 그들을 의심했었다. 물론 지어낸 이야기일 것이다.


동방욱은 무림맹이면서 군림맹 소속이었고, 그건 맹주와 군사도 마찬가지일 듯했다. 위진성은 십중팔구 그렇게 보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지난 이십년 동안 벌어진 일들이 해명이 안 된다.


그렇다해도 동방욱은 꾸며낸 것 중에서 상대를 믿게 하기 위해 사실이거나 맞는 걸 섞었을 수도 있다. 그는 반드시 위진성을 제거할 거라 확신 했을 테니까.


“자네,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뭐 아는 거 있어?”

“그랬으면 이러고 있겠습니까?”


‘이 녀석 묘하단 말이야!’


구진은 위진성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신입치곤 여유가 있었다. 대문파 출신도 아닌 녀석이 자신감인지 천성인지 항상 침착하고 느긋하다. 게다가 맹주의 눈에 띄었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무덤덤하다.


‘진짜 고수거나 사부가 엄청난 거 아니야?’


그가 보기에 위진성은 대단한 고수 같지는 않았다. 별다른 기세나 예기가 없었으니까. 구진은 사부가 뭔가 있지 않을까 짐작하며 마지막 남은 육포를 입에 넣었다.


우걱우걱


그때였다. 총단 쪽에서 누군가 빠르게 접근해 왔다. 위진성의 눈이 반짝였다.


‘뭔 일이 있군’


그 자는 오조의 조원이었다.


“구부조장님, 수색을 즉시 멈추고 빨리 총단으로 모이랍니다.”

“나만?”

“아니, 전 조원들 모두 말입니다.”

“뭔 일인데?”

“당주님의 시신이 발견됐나 봅니다.”

“!! 뭐? 시신?”


구진은 대경실색했다.


“저도 자세한 건 모릅니다. 하여튼 빨리 맹주전 앞으로 가십시요.”


파앙-


대답도 없었다. 구진은 황급히 맹주전을 향해 신법을 펼쳤다.


‘흠··· 동방욱의 시신이라···’


위진성도 신법을 펼쳐 맹주전으로 향했다. 그의 눈은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눈 앞에 잘 가꿔진 화원이 보였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아름다움과 향기를 발산하고 있다. 그러나 위진성은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그는 화원을 지나 맹주전 앞의 넓은 공터에 내려섰다. 그곳엔 이미 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그가 총단에 온 이후 본, 가장 많은 사람들이었다.


둘러보니 비단 순찰당뿐만 아니라 오당의 인원들과 이각의 수뇌부들도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는데도 고요했다. 누구도 소리를 내지 않았고 무거운 분위기만이 흘렀다.


군웅들은 대부분 침중한 안색으로 맹주전 앞을 보고 있었다. 위진성도 시선들을 따라 앞을 보았다.


그곳엔 탁자가 있고 그 위에 백포로 감싸인 길쭉한 것이 놓여 있었다. 그것이 이 분위기를 만든 주범이었다. 책상 주위로는 오당의 부당주들과 이각의 대주들이 늘어서 있었다.


‘관?’


크기나 형태가 그랬다.


끼이익


마침 그때, 맹주전 문이 열리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왔다. 그들은 맹주인 열화대제 하후영을 필두로 군사 천견자 제갈주야, 약전 전주 소림사 원진대사, 이각의 각주들 그리고 각당의 당주들이었다.


그들도 침중한 낯빛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장내 분위기가 한층 더 가라 앉았다. 단 아홉 명이었지만 그들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하후영이 탁자 앞에 서자 백포가 그가 볼 수 있게 들렸다.


“··· ···”


시신이 맞나 보다. 하후영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 지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러다가 점점 침통한 표정으로 변해갔다.


왜 아니겠는가?


동방욱은 오랫동안 그와 함께 맹을 이끌어 온 동료고 친우이자 든든한 조력자였다. 그런 동방욱이 몸이 반으로 갈라진 채 관에 누워 있었다.


말로 들었을 때와 직접 눈으로 보는 건 받는 충격이 다르다. 시신을 보는 하후영의 얼굴이 갈수록 험악해졌다. 무림맹으로 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맹의 주요 인물인 당주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다니··· 맹주 옆에서 같이 살펴보는 간부들의 표정들도 딱딱하게 굳어만 갔다.


“오늘 실종되었던 동방욱 당주가 인근에서 발견됐다. 시신으로.”


하후영의 눈빛이 갈수록 살벌해져 갔다.


“이건, 우리 무림맹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무림맹은 상대의 도발에 피했던 적이 없다. 그런 본맹의 역사대로 우리는 도전을 받아들일 것이다. 싸울 것이다. 그리고 분쇄시킬 것이다.”


하후영의 갈기가 빳빳하게 일어섰다. 그리고 포효했다.


“전 맹도들에게 알린다. 오늘부로 본맹은 비상사태에 들어간다. 동방욱의 원흉을 찾아 주살할 때까지 비상태세로 임한다. 누구든, 어떤 단체든 본맹을 건드린 댓가를 치뤄야 할 것이다.”


하후영이 전 무림을 향해 포효했다.


실로 오랫만에 열화대제의 모습을 보였다. 혹자는 하후영이 한물갔다, 이젠 이빨 빠진 사자다 하면서 그의 노쇠를 말하곤 했다.


허나 적어도 오늘 모습을 본다면 그 말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서릿발 같은 위엄이 사자에게서 무림맹 곳곳으로 퍼져갔다. 늘어선 맹도들은 바짝 힘이 들어갔다.


“음?”


펄럭


느닷없이 제갈주야가 백포를 활짝 젖히고 시신의 옷을 걷었다.


“뭔가? 제갈군사.”


하후영이 깊은 동굴에서 울리는 듯한 소리로 으르렁 거렸다. 그게 영락없는 사자의 모습이었다.


“맹주, 시신에 표시가 있는 듯 합니다.”


“뭐라고?”

“어디···”


잔잔한 호수에 파문이 일듯 주변 사람들이 다가 들었다.


“잘못봤나 해서 공력을 주입하니 여기 손바닥에 희미하지만 뭔가 표식이 나타났습니다.”

“흐음··· 그런.. 거 같군. 이게 뭐지?”


하후영이 동방욱의 우수를 피고 뚫어지게 쳐다봤다. 손바닥엔 동방욱이 마지막 순간에 내가공력으로 새긴 듯한 문양이 있었다. 워낙 희미하고 불규칙해서 다른 사람들은 발견 못했다.


그러나 천견자의 눈을 벗어날 순 없었다.


“방향 표시인가?”

“그건 아닌 거 같은데···뭔가 복잡한 문양인데?”

“아~, 글자다! 글자가 보인다-.”


눈썰미 좋은 지객당주 천수백타 당자량이 외쳤다.


“글자?”

“어디-.. 그렇네? 글자가 맞군.”

“동자.. 같고 ··· 뒤엔 검? 검인가?”

“동- 검? 그러네. 동검 두 글자야!”


그랬다. 죽은 동방욱의 오른손바닥엔 동검이란 두 글자가 보였다. 숨이 끊어지기 전 내공으로 손바닥에 뭉쳐 놓은 듯 했다. 그것이 외부 진기의 유입으로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동방당주가 단서를 남긴 것이군.”

“동검? 무슨 뜻이지?”

“동쪽의 검?”

“동검은 범인을 뜻하는 단어 같습니다. 혹시 감이 오는 분 있습니까?”


비선두장 제갈군이 눈을 빛내며 좌우를 둘러봤다.


“음··· 왜 들어본 것 같지? 가만.. 어디서 들었더라?”


하후영이 갸웃거리며 주변 사람들을 쳐다봤다. 그러다 순찰 부당주 정양검 송병의와 눈이 마주쳤다.


“··· 동검문도가 최근에 순찰당에 입당했습니다.”


“뭐라?”

“동검문도?”


주변에 커다란 출렁임이 일었다. 동검문도가 순찰당에 들어왔다, 죽은 동방욱의 손에 동검 두 글자가 나타났다, 이게 무엇을 뜻하겠는가?


설마 모르겠다고 할 사람이 있을까?


위진성. 그가 동방욱 사망의 범인으로 지명된 것이다. 강력한 증거와 함께.


웅성거리던 소란이 잦아들자 좌중의 시선이 일제히 순찰당 쪽으로 쏠렸다. 그리고 훑어가던 눈들이 한 사람에게 모아졌다.


그러자 수뇌부의 반응에 따라, 집합한 모든 맹도들이 고개를 돌려 한 사람을 쳐다봤다.



‘있다..!’


위진성은 하후영이 동방욱의 우수를 잡을 때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그의 중지 손톱에 뚜렷하게 가로로 검은색 선이 있었다. 의식하지 않았는데 유달리 눈에 들어왔다. 그는 오교두의 말을 떠올리곤 확신했다.


‘그나저나 이런 식으로 조작한다?’


위진성은 그저 담담했다. 이제 올게 왔다는 생각 말고는 별다른 감정은 안 들었다. 아마도 그가 미리 예상하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귀에 들리는 현수운의 전음 때문인가?


[위형, 엽형과 진소저가 거의 다 왔소. 그러니 조금만 더 시간을 끌어 주시오.]


“무슨 문제 있습니까?”


그를 보는 사람들에게 그가 한 말이다. 당황하거나 위축된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저놈. 역시···’


신풍검 구진이 중얼거렸다.


“위진성, 앞으로 나오라.”


송병의가 외쳤다. 형당주 곤륜의 비룡진인 일양자는 손으로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형당의 조장 넷이 빠르게 위진성에게 다가왔다.


‘푸훕-, 벌써 범인 취급인가?’


내심 실소를 흘린 위진성이 탁자 쪽으로 걸어갔다. 장내에 있는 모든 시선들이 그에게 집중됐다. 허나 위진성은 시종여일. 평소 모습 그대로였다.


그 모습을 보고 탁자 주위에 있는 자들은 눈을 번뜩였다. 일개 조원이 맹주를 위시한 기라성 같은 고수들의 주시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혐의가 더 굳어진다. 위진성은 넷의 호위(?)를 받으며 탁자 앞에 섰다. 하후영이 맹수의 눈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빳빳이 일어선 머리카락, 두툼한 코.


지근 거리에서 보니 더 숫사자를 연상시킨다.


“위진성, 어제 자네 사문이 어디라고 했었지?”

“동검문입니다.”


웅성웅성


예상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자 소요가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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