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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850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2.12.30 17:15
조회
495
추천
9
글자
12쪽

108.

DUMMY

“순찰당원이고?”

“그렇습니다.”

“무슨 목적으로 입맹했고 순찰당에 입당했지?”

“무슨 목적이라니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장안 무림대회에서 순위에 들어 무림맹 일원이 되고자 왔습니다.”


하후영이 불길을 토하는 눈으로 쏘아보았다. 눈빛만으로도 죽일 기세다. 한바탕 터질 듯,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는데 갑자기 다른 곳에서 불쑥- 말소리가 껴들었다.


“위진성이라고? 난 제갈주야네.”


주름살 가득한 평범한 인상의 칠십대 노인이 그를 빤히 보고 있었다.


“제가 위진성입니다. 제갈군사님을 뵙습니다.”


위진성도 깊은 눈으로 그를 마주 보았다.



천견자 제갈주야

비선당주 일검혼 남궁기와 함께 군림맹의 중추로 의심되는 자. 무슨 이유인지 일전에 위진성이 이문회에 둘의 정보를 의뢰했던 건 아직이었다.



맨눈으로 본 제갈주야는 속을 알 수 없는 자였다. 살찌고 검버섯 핀 얼굴. 그리고 살들이 무너지는 평범한 노인이었다.


그러나 모습이 그렇다고 그를 평범하게 봐선 안 된다. 능력 하나로 제갈세가에서 그를 본가로 들였고, 또 젊은 나이에 무림맹 군사가 된 자였다. 겉보기완 다르다.


“자네가 순찰당에 입당한 며칠 후, 당주가 살해 당했어. 그의 시신엔 동검이란 표시가 있고. 그리고 마침 자네 사문이 동검문이야. 이 일련의 일들이 과연 단순한 우연일까? 그리 생각하는 게 맞겠나?”


제갈주야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현재 상황을 잘 요약했다. 그리고 상대로 하여금 변명을 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아니라고 주장하는 건 이미 실패다. 상대가 짜 놓은 틀을 인정하고 들어가서 버티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장안 대회 중 청룡장과 연이 닿아 가까워졌습니다. 그곳에서 내가 무림맹 총단에 가고 싶어하는 걸 알고 도움을 줬습니다. 그래서 순찰당에 갈 수 있었구요.

그런데 내가 오고 며칠 후, 당주가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내가 범인으로 지목되는 게 과연 맞을까요? 내가 뭣 때문에, 무슨 이익이 있다고 동방욱 당주를 해하겠습니까?”


살해 사건을 수사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이 범행동기다. 지금 위진성은 자신에게는 살해 동기가 없다고 항변하는 중이었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발뺌하려는가?”


비선 부당주 제갈군이 동방욱의 손바닥을 가리켰다.


“그럼 봐도 되겠습니까?”


침묵의 동의를 얻고 위진성은 시신에게 다가갔다. 알아보긴 쉽지 않지만 정말로 ‘동검’ 이라 읽혔다.


몸에 내가공력으로 저런 복잡한 문양을 남기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동방욱 정도 되는 고수라면 가능하다.


헌데 몸이 반으로 갈라지는 상황에서도 가능할까? 아니면 그 전에 무공을 펼치지도 않고 그랬단 말인가?


“이걸 확실한 증거로 보고 누군가를 범인으로 모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어째서지?”

“죽는 순간에 그럴 순 없습니다. 특히나 지금 모습으로는··· 그렇다면 동방당주가 마지막 순간에 무공을 펼치지 않고 흔적을 남겼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런데 내가 범인이라면 당주가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그걸 왜 그렇게 단정하지? 상황에 따라 그랬을 수도 있지. 어쩌면 함정에 빠졌을 수도 있고.”

“제갈전주님은 저를 높게 보시는군요? 제 무공에 동방욱 당주가 상대하는 걸 포기할 정도로 말입니다. 또는 제가 만든 함정에 빠졌다 보시는 거 같으니 말입니다.”

“자네 주장을 듣기엔 정황이 뚜렷하니까-.”

“그러면 이건 어떻습니까?”


“이렇게 확실한데 자네 변명을 더 들어야 할까?”


호법당주 청허태검 명진도장이 준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범행동기야 취조하면서 알아가면 되고 그리고 동방당주가 자네의 함정에 빠졌을 수도 있지. 그러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말은 들어보는 게 좋겠습니다, 아미타불-.”


약전 전주 소림사 원진대사가 대화에 조용히 끼어들었다. 원진대사는 배분이 높은 원로다. 전주가 아니라 원로원에 있어야 할 사람이었다.


“젊은 시주, 신중히 말해 보게나.”


순찰당 소속으로 마지막 말이 될 수도 있다는 무언의 뜻이 담겨 있었다.


[위형, 모두 준비됐소.]


위진성은 한결 여유 있는 모습으로 잠시 주변을 봤다. 이제 때가 됐다.


“누군가 동방욱 당주의 주검에 동검이란 표식을 만든 겁니다. 저에게 혐의를 씌우기 위해서 말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헛소리 하지 마라. 그럴 이유가 있느냐?”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


“허허, 시주. 설명이 더 필요하겠군.”

“제가 총단에 올 때 음모론?을 들었습니다. 그건 이십년 전으로 올라 갑니다. 이 근방에서 살인사건이나 마교의 활동이 있었는데 맹에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는 겁니다.”


“흥! 해묵은 걸 끄집어 내는구나. 그건 이미 수차례 해명이 된 일이다-.”

“그게 이것과 무슨 상관이지?”


형당당주 일양자가 고개를 조장들에게 돌리려했다.


“조금만 더 제 얘길 들어 주십시요. 이게 지금 사건과 연관이 있습니다.”

“말해 보시게, 시주.”


“대사, 이런 황당한 얘기를 더 들어야겠소?”

“맹주, 마지막으로 들어 봅시다.”


위진성은 원진대사에게 눈으로 감사를 표했다.


“만약에 이십년 전 그 사건들이 실제로 있었고, 그것이 한 비밀 조직에 의해 암중에서 벌어졌다면 어떻습니까?”


그는 쉴 틈을 주지 않고 격정적으로 바로 말을 이었다.


“그 조직이 살아남은 마교의 잔당들과 손을 잡고 일을 벌였다면 말입니다. 그래서 뭔가를 눈치챈 동방욱 당주를 살해하고 비밀을 지키기 위해 막 입당한 배경 없는 저에게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면 말이죠.”


“그걸 말이라 하나?”

“제정신이 아니군.”


“시주, 실망스럽구료. 시주의 모습에서 남다른 호기를 보고 기회를 줬건만···.”

“대사님, 증거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증거라 했소?”

“그렇습니다. 무림맹 내에 숨어서 음모를 꾸미는 조직과 마교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냐?”


제갈군이 말을 격하게 토해냈다.


“원진대사, 더 막지 마시오. 이 이상 황당무계한 소리를 듣고 싶지 않으니..”


하후영도 버럭 소리쳤다. 그의 눈에서 용암 같은 열기가 뿜어졌다.


“아미타불~, 맹주. 그리고 동도 여러분. 잠시 증거라는 걸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증거는 무슨 증거란 말이오? 대사는 지금 저걸 듣고 증거란 말을 하는 것이오?”


흥분한 하후영이 길길이 날뛰었다.


“대사, 내가 봐도 더 볼 필요가 없소이다.”

“그렇소. 이쯤 합시다.”

“저 자가 뭔데 음모를 밝혔다 하는 거지?”


주변에서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위진성은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난감했다. 여기서 신법을 펼쳐 벗어난다면 영락없이 자신이 범인으로 굳어진다.(사실 진범이긴 하다)


그렇다고 형당에 끌려갈 수도 없다. 그렇게 위진성이 진퇴양난에 빠졌을 때, 일단의 노인들이 맹주전 앞으로 걸어왔다.


“맹주, 무슨 일이기에 그리 흥분하는 것이오?”


이십 명 남짓한 노인들이 등장하자 탁자 주위에 있던 자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원로원과 세가회의 원로들이었다.


“원로분들이 단체로 어인 일이시오?”

“오랫만에 회합을 갖고 가는 길에 보게 됐소. 그나저나 오다보니 원진사제에게 한 마디씩 하는 거 같던데 무슨 일이오?”


원통대사가 끝에는 사제를 보고 물었다.


“아미타불-, 사형을 뵙습니다. 동방욱 당주의 시신에 동검이란 표식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 여기 젊은 시주가 ··· 중략 ··· ”

“흐음~.. 그렇다고?”


원통대사를 위시한 원로들이 시신을 살펴봤다.


“동검이라 써 있긴 하군.”


장내에 원로들이 나타나자 중심이 하후영에게서 급격히 원로들에게로 기울었다. 어느새 그가 불같이 화내던 것은 사람들의 심중에서 희미해졌다.


“자네가 위진성인가?”

“예, 그렇습니다.”

“증거라니··· 황당하긴 하군.”


혼원벽력도 팽도원이 중얼거렸다.


“아미타불, 사제가 시주의 말을 왜 들었는지 알겠구려. 소승은 원통이라 하오.”


유심히 위진성을 보던 그가 합장을 해 보였다.


“위진성입니다.”


절제되고 당당하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위진성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그런데 시주는 누구시오?”

“대사, 저는 동검문도입니다. 모종의 일로 비밀 세력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흠.. 좋소. 자세한 건 차후에 듣기로 하고 증거라는 걸 봅시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요. 대사님, 총단 밖에서 여럿이 이곳에 와야 합니다.”


잠시 원통대사가 주변 원로들을 봤다.


“좋소. 전투 훈련대에 저들을 막지 말라 이르시오.”


외원 경비는 훈련대에서 맡고 있다.



잠깐 기다리는 사이 장내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어처구니 없는 위진성의 주장이 원로들의 합류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전히 믿을 수 없는 괘변이었지만, 원로들이 들어보기로 하자 기류가 묘하게 바뀐 것이다.


하후영은 붉으락 푸르락 해진 얼굴로 화를 삭히고 있었다. 그는 권력욕이 강한 사람이다.


자신이 맹주인데 많은 맹도들 앞에서 이런 상황이 펼쳐지자 참기가 힘들었다. 그대로 다 표시가 났다. 허나 원로들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 얼마나 지났을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원으로 들어섰다.


그들은 진소군과 은성단원 열둘, 그리고 음양마가의 오교두와 마교도 사십여 명이었다. 마교도들 끝에 는 군림맹에서 파견한 감시자들도 뒤따르고 있었다.


그들이 걸어오자 장내에 술렁임이 커졌다. 고수들인 만큼 금새 마기를 알아챘다. 비록 저들의 혈도가 봉해져 공력을 일으킬 순 없지만 마기는 미약하나마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까.


원로들의 얼굴도 갈수록 굳어져 갔다. 그들은 저 마기가 일반적인 마공이 아닌 걸 감지했다.


위진성은 의심자들을 빠르게 훑었다. 하후영에게서 남궁기, 제갈주야, 제갈군, 그리고 주부윤까지. 그들은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건 생각 못했던 것인지 돌덩이처럼 굳어갔다. 하후영이 슬쩍 제갈주야를 스쳐 보는 게 눈에 잡혔다.


‘당황스럽긴 하겠군’


위진성은 눈을 돌려 곁에 선 진소군을 봤다. 그녀는 미소를 보냈다. 마주 눈으로 웃은 위진성은 오교두 옆에 섰다.


“주위에 계신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이 자는 마교도입니다. 십팔 마가 중 음양마가의 교두 오진용이란 자입니다.”


위진성의 말이 끝나자 맹주전 앞은 거센 폭풍 같은 반응들이 일어났다.


마교, 마교라니···


“시주, 잠깐!”


원통대사가 한 걸음 나서며 오진용에게 다가갔다.


“아미타불”


그리고 완맥을 움켜쥐었다. 그러고 숨 열 번 내쉴 정도 됐을까? 원통대사는 침중한 얼굴로 뒤로 물러섰다.


“이 자는 마교도가 맞구려.”

“허~, 참! 마교도라니··· 무량수불.”


무당파 우림도장이 도호를 뇌까렸다.


“젊은 시주. 우리가 시주에게서 들을 얘기가 많을 거 같구려.”

“그렇습니다. ···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무림맹 내 비밀 세력을 조사하기 위해 총단에 왔습니다. 실은 그런 의뢰를 받은 겁니다.”


위진성은 본격적으로 말하기에 앞서 자신에 대해서 말했다.


“그 비밀 세력은 ‘군림맹’ 이라 합니다. 그 조직이 이십년 전에 있었던 의문스런 일들을 일으켰고 조작, 왜곡해 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건 오해인 걸로 밝혀졌는데?”


공동파 장로 천운검 문태손이 껴들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 일들은 군림맹이 개입해서 덮은 겁니다.”


위진성이 단정적으로 말하자 그도 더 이상 주장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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