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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덴킹 님의 서재입니다.

mpia에 놀러간 w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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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덴킹
작품등록일 :
2018.08.04 15:21
최근연재일 :
2018.10.12 15:09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1,362
추천수 :
277
글자수 :
295,594

작성
18.09.04 18:30
조회
135
추천
4
글자
8쪽

31. 사장 부인의 첫사랑

DUMMY

"저에게는 잊지 못할 첫사랑이 있습니다. 저는 첫사랑에 실패한 후 마음이 없이 몸만 살아가는 상태로 근 10년을 지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지금의 남편을 만나 현재에 이르게 되었지요."


사장 부인은 잠시 소회에 젖은 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의 첫사랑은 같은 과 선배였습니다. 그 선배는 휴학을 했다가 복학한 복학생이었는데, 제가 신입생 때 수업을 듣던 어느 날 그 선배와 나란히 앞뒤로 앉게 되었죠. 저는 그 사람이 선배인 줄 몰랐고, 그냥 동기인 줄 알았습니다. 학기 초여서 아직 누가 누구인지 다 알 수가 없었거든요. 그 때 그 선배는 교수님이 출석을 부를 때 뒤에 앉은 저를 돌아다 보며 대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자신의 차례에서는 이미 앞을 보고 대답을 한 뒤였죠. 말 그대로 친구를 위해 대리출석을 한 것이었습니다. 대리출석을 하는 그가 곱게 보일 리 없었지만, 친구를 위해 뒤돌아서 대답을 할 때 저를 보며 살며시 윙크하던 그의 모습이 그 날 하루 종일 제 머리 속을 맴돌았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만, 저는 매일 같은 수업을 들을 때면 저도 모르게 그 선배를 바라보고 있는 제 자신을 깨닫게 되었죠. 하지만, 그 선배는 운동도 잘하는데다 성격도 쾌활하여 인기가 많았습니다. 동기 여학생들은 서로 그 선배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옆자리를 맡아 두거나 선물 공세를 하였는데, 저는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그냥 속으로만 끙끙대고 있었죠.


그러다 어느 비 오는 저녁에 그 선배와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중간고사 기간이어서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려고 나오니, 마침 소나기가 갑자기 쏟아지는 겁니다. 우산을 미처 챙기지 못한 저였기에 도서관 입구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저의 오른쪽 어깨를 누군가 갑자기 뒤에서 툭툭 치는 겁니다. 깜짝 놀라 뒤돌아 보니 바로 그 선배가 처음 대리출석을 할 때처럼 웃으며 윙크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기도 했고, 또 그 선배랑 단둘이 있는 상황이 처음이어서 저의 가슴은 터질 듯이 쿵쿵 대고 있었죠."


사장 부인은 잠시 그 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지금도 가슴이 쿵쿵거리는 느낌이 드는지 살며시 자신의 오른손을 왼쪽 가슴 위에 얹고 진정시키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선배는 훤칠한 키에 기대어 저를 내려다 보며, 자신의 손에 들린 우산을 마치 시계추 마냥 자신의 손가락에 걸고 대롱거리는 모습을 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순간 이 선배가 우산을 같이 쓰고 가자고 말을 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제게 우산을 빌려 준다고 할 것인지 궁금해지더군요. 여러분들의 예상은 어떤 것인가요? 저는 당연히 전자이기를 바랬습니다."


사장 부인의 말을 듣고 있던 윌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선배는 마치 제 바람을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같이 우산을 쓰고 가자고 하더군요. 함께 우산을 쓰면서 걸어 가는 그 시간이 제겐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설레임과 황홀함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저는 마치 공주처럼 다소곳한 자세로 걸었지만, 나중에 보니 그 선배는 우산을 들고 있지 않은 왼쪽이 전체가 다 비에 젖었더군요. 저를 위해 우산을 온전히 받쳐 준 것 때문에 그렇게 선배의 옷이 젖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측은한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 선배의 저에 대한 배려에 제 가슴은 더 뛰게 되었죠."


사장 부인은 말을 잠시 끊더니, 좌중을 둘러 보며 자신처럼 이렇게 멋진 첫사랑을 간직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자부하는 듯 고개를 약간 치켜들었다가 윌 그러니까 교주님의 얼굴을 본 후 다시 겸손한 자세를 취하고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는 소나기가 퍼붓는 동안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원래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야 하지만, 전 선배에게 버스를 타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제겐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선배도 버스를 타고 다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버스를 타야겠다는 말을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전 선배가 건네는 말을 약간은 건성으로 들으면서 선배가 버스를 타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죠.


비 오는 날 연인과 함께 우산을 써 본 분들은 아마 아실 겁니다만, 비를 피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서로 더 붙고 싶어서인지 몰라도 어느 새 우리 둘은 어깨가 닿을 정도로 아주 밀착하게 되었답니다. 전 그럴 때마다 혹시라도 제가 걸음을 빨리 걷거나 아니면 뒤처져서 선배와 마주친 그 어깨가 다시 이별이라도 할까봐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분들에게 제 첫사랑에 관한 얘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하는 것에 대해 모두 양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장 부인은 자신이 첫사랑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그만 자신도 모르게 심취하여 너무 상세한 얘기를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윌과 사장 얼굴을 쳐다 보았다. 윌도 그 틈을 타 사장 얼굴을 쳐다 보았는데, 그는 조금도 불쾌하지 않은 듯한 얼굴로 약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사장 부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윌은 사장 부인의 첫사랑 이야기에 조금의 질투심도 보이지 않는 사장에 대해 의아했지만, 이내 이어지는 사장 부인의 얘기에 집중하기 위해 다시 사장 부인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한참을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 덧 소나기가 그쳐 버렸습니다. 맞습니다. 그냥 소나기가 그친 게 아니라, 그쳐 버린 거죠. 전 소나기가 그친 것이 원망스러웠지만, 이내 그런 제 마음은 소나기를 뿌린 구름을 밀어낸 바람에 의해 날아가 버렸습니다. 비가 그치자 그 선배는 우산을 접더니 왼손에 그걸 쥐고 나머지 오른손으로 제 손을 잡아버렸기 때문입니다. 그 때의 제 심정은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공주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전 제 손을 잡은 선배의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다소곳하게 살짝 힘을 주며 선배의 손을 잡았습니다. 선배가 제 손을 잡은 것에 대한 제 마음의 표시였죠. 그렇게 선배와 저는 서로에 대한 마음 고백을 그 짧은 순간에 나누었답니다. 지금도 그 때의 그 심정이 제게 전해지는 듯해서 차마 다음 말을 어떻게 이어나갈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군요."


여기까지 말을 한 사장 부인은 테이블에 놓인 자신의 찻잔을 들고 조금씩 몇 모금을 마시며, 첫사랑에 대한 추억이 불러 온 가슴 속 소용돌이를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윌은 사장 부인의 얼굴과 제니의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여자들에게 첫사랑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좌중을 둘러 보았다.


강과장은 남녀간의 사랑이란 감정을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한 표정으로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듯 앞에 가지런히 모으고 있던 두 손을 풀었다가 다시 잡기를 반복하며 어서 사장 부인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듯했고, 유 실장은 화장실이 가고 싶은 듯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다리를 약간 배배 꼬았다가 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사장 부인의 말에 감동 받은 듯 제니의 눈은 감동의 물결이 만든 물방울로 조금씩 그녀의 뺨을 적시고 있었고, 비프는 핵심이 뻔한 말을 너무도 장황스럽게 늘어 놓는 사장 부인의 입담에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살짝 박수를 치며 마치 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때 사장 부인은 할 말이 생각났다는 듯이 침묵을 깨고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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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하늘과 땅의 질서 18.09.13 161 4 12쪽
40 적의 공격 18.09.12 170 5 13쪽
39 대제사장의 딸 +2 18.09.11 155 5 10쪽
38 38. 또 다른 여행 18.09.11 139 5 11쪽
37 윌(will)의 강연(2) 18.09.10 140 3 9쪽
36 윌(will)의 강연(1) 18.09.10 145 5 9쪽
35 윌(will)과 연구소 18.09.08 142 5 8쪽
34 연구소 18.09.07 138 5 10쪽
33 피닉스 재단 +2 18.09.06 150 4 9쪽
32 제니와 비프의 능력 18.09.05 138 4 9쪽
» 31. 사장 부인의 첫사랑 18.09.04 136 4 8쪽
30 30. 강과장의 위암 18.09.03 148 5 8쪽
29 29. 교주가 된 윌(will) +2 18.09.03 145 5 9쪽
28 28. 윌(will) 다시 돌아오다 18.08.31 143 5 8쪽
27 잠자리, 윌(will)을 구해주다 +2 18.08.25 156 4 9쪽
26 제니가 윌(will)에게 설명하다 18.08.25 138 5 8쪽
25 윌(will) 비프에게 조언하다 18.08.23 141 5 7쪽
24 꿀벌 윌(will), 꿀벌을 만나다 18.08.23 140 5 7쪽
23 꿀벌이 된 윌(will) 18.08.23 135 5 6쪽
22 윌(will)의 주장(3) +2 18.08.17 151 5 8쪽
21 윌(will)의 주장(2) 18.08.17 140 5 5쪽
20 윌(will)의 주장(1) 18.08.17 140 4 7쪽
19 윌(will)의 가정 18.08.16 139 5 6쪽
18 윌(will)의 계획 18.08.15 142 5 6쪽
17 돈을 벌기로 한 윌(will) +2 18.08.15 155 4 6쪽
16 윌(will) 젊어지다 +2 18.08.13 139 3 5쪽
15 사람이 된 윌(will) +2 18.08.13 146 4 5쪽
14 여인과 파리 18.08.10 147 4 6쪽
13 윌(will), 고양이 윌을 만나다 +2 18.08.08 147 3 6쪽
12 마녀를 피하다 개가 된 윌(will) +2 18.08.08 163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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