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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님의 집필실 입니다.

강호 운명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괴인h
작품등록일 :
2018.11.12 13:31
최근연재일 :
2019.04.01 11:20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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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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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90,746

작성
19.02.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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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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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1쪽

65. 동정호로 향하다

강호




DUMMY

“......!”

그가 마비된 그 시각, 귀화자와 신오진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지금 적당한 염화마법을 사용하면 귀화자는 죽는다.’

염화마법 2단의 화시 정도만 쏘아내도, 귀화자는 살아날 방도가 없었다.

물론 신오진은 실제로 공격을 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가 귀화자를 완벽하게 죽일 기회를 잡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

그리고 그것은 귀화자도 신오진과 눈이 마주쳤을 때 어렴풋이 느꼈다.

그가 공격을 더 하진 않았지만, 뭔가 더 손을 쓸 수 있는 비장의 수법이 있고 그걸 쓰지 않았다는 것을 그는 고수의 본능으로 바로 깨달았다.

“와!”

뒤로 낭패스럽게 물러난 신오진의 입에 선혈이 비치자, 승부가 났다고 생각한 구경하던 거지들이 분타주를 위해 환호성을 질러주었다.

그러나 귀화자 본인은 참담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는 장탄식을 하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 내가 졌다.”

“......!”

귀화자의 선언이 떨어지자, 장내의 거지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아... 아니? 분타주님!”

“그게 무슨...!”

그들이 보기엔 귀화자는 멀쩡하고, 신오진은 낭패한 몰골로 뒤로 밀려난 것으로 모자라 내상을 입었는지 입에서 피가 은은히 새어 나왔다.

아무리 봐도 귀화자가 다 이긴 상황이고, 신오진은 패배를 인정하거나 버티다가 무참히 쓰러지는 것만 남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우두커니 서 있다가 갑자기 패배를 인정하다니?

개방의 거지들은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상대의 체면을 봐주는 거라 해도 이건 너무 과합니다. 보통은 우세를 점한 상태에서 무승부라는 식으로 한발 물러서 주는 것이 한계고, 그나마도 상대가 대문파의 고수일 경우입니다. 저런... 저런 젊은이 상대로는 말도...”

“분타주님께서는 지금 본 방의 명예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귀화자는 묵묵히 서서 개방 거지들의 성토를 들었다.

그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더니, 갑자기 크게 일갈했다.

“그만!”

“......!”

“거지들이 무슨 명예를 따질 것이냐. 그리고 내가 내린 판단에 자꾸 왈가왈부하는 것은 나를 우습게 보는 거라 생각해도 되겠지?”

귀화자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거지들도 결국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입을 다물었어도, 승복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때 신오진이 입가의 피를 쓰윽 소매로 닦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내기는 내가 이긴 것 같군요. 약속은 기억하시겠죠?”

“... 그래.”

귀화자는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이 귀화자. 한 말은 반드시 지킨다. 약속한 대로 네가 원하는 것을 하나 들어주겠다. 단, 그것은 내가 들어줄 수 있는 한도 내의 것이어야 하고 대의와 인륜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어야만 한다. 그게 아닐 경우, 이 귀화자, 죽는 한이 있어도 그런 부탁을 들어줄 순 없다.”

신오진은 피식 웃었다.

“다행히도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저 내가 원하는 것은... 귀화자 당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게 사과하는 것입니다.”

“음?”

“일 년 전의 일을 기억하십니까? 그때 나는 당신이 내게 정보를 말해줘도 소용없는 이유 세 가지를 들어서 말했을 때, 한마디도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나는 다음에 만났을 때는 다를 거라고, 당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내심 결심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걸 보여주었지요.”

“......”

“내가 원하는 건 그것뿐입니다. 나에 대한 당신의 판단이 틀렸고, 그때 당신은 너무 섣부른 판단을 했다는 걸 인정하는 것!”

귀화자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의원에 대한 정보를 말해주지 않은 일과 그 이유로 말해줬던 세 가지 요소라... 네가 원하는 것이 무언지 알겠군. 하지만 그 당시의 너에 대한 판단에 잘못된 것은 없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은 그 날 이후 불가사의하게 네가 성장할 수도 있다는 사실 하나뿐! 뭐 좋다. 내가 너에 대해 판단을 잘못했었다는 걸 인정하고, 사람을 잘못 본 것을 사과하마. 그러나 그 당시 내가 내렸던 그때의 너에 대한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그건 인정할 수 없어.”

조건이 달린 승낙이었지만, 신오진은 그 정도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귀화자의 말도 틀린 것이 아니었다.

그 당시 그는 갓 삼류 정도의 수준이고, 스스로도 그의 말에 반박 한마디 못할 정도로 그 평가에 동의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어쨌든 귀화자에게 그가 사람을 잘못 보았다는 사과를 받아내자, 신오진은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에 반응해서 허공에 운명록이 글귀를 띄웠다.


-운명록 임무 7: 능력을 증명하라. 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별호와 백귀 요격 부대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얻습니다.-


‘별호?’

백귀 요격 부대의 위치에 대한 정보는 그렇다 치고, 보상이 별호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별호라...’

강호의 무인치고 별호가 없는 이들은 드물다.

하다못해 삼류 흑도 무리도 자칭하고 다니는 별호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별호는 그런 것과는 다르다.

제대로 된 별호는 스스로가 짓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지어준다.

그 대상이 개방의 고수라면,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일이기도 했다.

“너와 일장을 마주쳤을 때, 나는 강렬한 뇌기(雷氣)를 느꼈다. 그 뇌기는 내 몸을 마비시켜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게 했지. 내 평생 처음 보는 공력이었다.”

그것은 내공이 아니었지만, 굳이 그걸 정정해줄 생각은 없었다.

“불과 일 년 만에 보기 좋게 내 생각을 빗나가게 해준 그 성장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네게 별호를 하나 지어주고 싶다. 뇌전도(雷電刀)란 별호가 어떤가?”

“흠...”

그렇게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신오진은 거절하지 않았다.

별호라는 것은 대부분 그 별호의 주인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뇌전도라는 별호를 들으면, 보통 상대방은 뇌기가 담긴 도법 같은 것을 연상할 것이다.

섬전도라고 하면 번개처럼 빠른 쾌도를 연상할 것이고...

그건 일종의 선입견을 가지게 하고, 그런 상대에게 염화마법은 더욱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것이 분명했다.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

귀화자는 한숨을 내쉬더니, 갑자기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동정호. 내가 백귀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다.]

이런저런 말이 없는 한 마디였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무림맹의 백귀 요격 부대는 동정호에서 백귀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리군. 백귀가 그곳으로 온다고 보고 미리 그곳에 매복하고 있겠다는 것이겠지. 무림맹에서 그렇게 판단했다면 분명 그만한 근거가 있을 거야. 음... 동정구채인가.’

천하에 수적은 많고도 많으나 그중 이름이 있는 이들은 정해져 있으니, 황하에 십팔채, 장강에 십팔채, 동정호에 구채의 수채가 있었다.

백귀가 무림 문파를 습격하며 이동하는 경로가 어떤지는 몰라도, 무림맹에서는 그들이 동정호의 수적들을 노릴 거라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곳으로 가봐야겠군.’

볼일을 마친 신오진은 귀화자에게 포권을 하고, 떠나려 했다.

그때 갑자기 귀화자가 그를 불러세웠다.

“뇌전도!”

“......?”

신오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자, 귀화자가 진지한 얼굴로 충고를 했다.

“... 보아하니 장법에 대해 기초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더군. 실전에서 그런 어설픈 수법을 별 생각 없이 쓰다간 분명 큰 낭패를 보게 될 거야.”

귀화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신오진이 뻗어낸 손은 장법이라고 하기조차 민망한 단순한 것이었다.

귀화자의 동작을 완벽하게 읽고 선수를 쳤음에도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았으니, 그의 충고는 가감없는 사실이었다.

“기억해두지요.”

신오진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걷다가, 돌연 우뚝 멈췄다.

그는 잠시 뭔가를 고민하다, 결국 귀화자에게 물었다.

“분타주님. 혹시... 무형마사(無形魔士)라는 자에 대해 뭔가 아는 것이 있습니까?”

“음?”

귀화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그렇습니까. 그럼 됐습니다.”

신오진은 더 말하지 않고, 그대로 떠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귀화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형마사? 그게 누구지? 저 녀석은 왜 갑자기 그런 이름을 아냐고 물었을까?’

정보를 다루는 개방의 일원으로써 귀화자는 뭔가가 거기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무래도 그 무형마사라는 이름에 대해 좀 조사를 해보는 것이 좋겠군.’

귀화자는 즉시 주변의 거지들에게 뭔가 지시하기 시작했다.


* * *


신오진은 집에 돌아가지 않고, 기양현에서 바로 동정호로 가기로 했다.

백귀가 언제 그곳에 올지 모르기에,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껴야 했다.

“크윽...”

귀화자의 장력과 격돌했을 때 입은 가벼운 내상 때문인지 가슴이 쑤셔, 그는 가슴을 부여잡아야 했다.

그는 치유를 사용해 상처를 다스린 다음, 식조환도 하나 먹어 혹시 모를 출혈에도 조치를 취했다.

그렇게 내상을 치료하자, 비로소 신오진의 안색도 평온해졌다.

‘동정호까지의 거리는 집에서 기양현을 오는 거리처럼 가깝지 않다.’

시간에 쫓기는 입장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제길. 이전에 동정호에 가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랐을 것을...!’

차원문을 쓸 수 없으니, 결국 보신경을 펼쳐 달리거나 준마를 구해 달리거나 해야 했다.

그런데 그 양쪽 모두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준마를 구할 만한 돈도 당장 없거니와, 갑자기 그런 준마를 어디 가서 구한단 말인가!

이래저래 보신경을 펼쳐 달리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

일단 그는 운명록의 임무 안내 기능을 사용하여, 동정호 방향을 표시하는 화살표를 허공에 띄웠다.

‘됐어. 적어도 길을 헷갈리거나 잃을 일은 이제 없고...’

남은 건 달리는 일만 남았다.

동정호를 향해 달리면서 그는 보법 외의 보신경, 그러니까 신법과 경공을 구해 익혀야 할 필요를 다시 한 번 느꼈다.

‘장법도 그렇고, 신법과 경공도 그렇고... 할 일이 많군.’

또한 돈도 벌어야 했다.

고신교를 상대하기 위해 천하를 돌아다니게 된다면 그만한 경비는 필수, 몸으로 때우는 것에도 한계가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우선은 백귀라는 놈들의 문제부터 해결하고 생각하자.’

신오진은 계속 달리고 또 달렸다.

하루종일 달리고 노숙을 한 후, 다시 달리는 강행군이었다.

그런 강행군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불과 사흘 만에 그는 동정호 옆의 익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거... 완전 거지꼴이군.’

강행군의 여파로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사실 그건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동정호에 오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동정호... 라고 하지만, 동정호가 작은 동네 호수 같은 곳이 아니다.

처음 보는 사람은 바다로 착각할 정도로 크고 넓은 곳이 바로 동정호였다.




운명록


작가의말

좋은 설 보내셨나요 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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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죄송합니다. 설 연휴 3일, 4일은 휴재하겠습니다. +5 19.02.02 1,343 5 1쪽
87 64. 다시 만난 귀화자(2) +2 19.02.02 1,469 24 11쪽
86 64. 다시 만난 귀화자 +2 19.02.01 1,463 21 11쪽
85 63. 다시 기양현으로 19.01.31 1,464 22 11쪽
84 62. 집으로의 귀환 19.01.30 1,533 25 12쪽
83 61. 염화마법 6단 +4 19.01.29 1,468 22 11쪽
82 60. 명옥미로를 마치고 +4 19.01.28 1,457 26 11쪽
81 59. 마도사 대 마도사(3) +2 19.01.27 1,431 25 12쪽
80 59. 마도사 대 마도사(2) +3 19.01.26 1,453 21 11쪽
79 59. 마도사 대 마도사 19.01.25 1,476 22 12쪽
78 58. 고신교의 다섯 마도사들 +1 19.01.24 1,515 25 12쪽
77 57. 강해지기 위한 연구 +2 19.01.23 1,531 22 12쪽
76 56. 염화마법 5단 +1 19.01.22 1,593 25 11쪽
75 55. 더 큰 성장의 실마리 +4 19.01.21 1,669 28 11쪽
74 54. 사막의 악마(4) +2 19.01.20 1,582 27 12쪽
73 54. 사막의 악마(3) +2 19.01.19 1,579 29 11쪽
72 54. 사막의 악마(2) +2 19.01.18 1,673 28 12쪽
71 54. 사막의 악마 +2 19.01.17 1,675 30 12쪽
70 53. 주문보험-의식상실 +4 19.01.16 1,698 34 12쪽
69 52. 염화마법 4단 +2 19.01.15 1,759 33 12쪽
68 51. 절정의 벽을 넘다. +3 19.01.14 1,808 32 11쪽
67 50. 교관의 시험- 적귀(2) +2 19.01.13 1,796 31 11쪽
66 50. 교관의 시험- 적귀 +1 19.01.12 1,782 30 11쪽
65 49. 교관의 가르침 +3 19.01.11 1,833 27 11쪽
64 48. 교관과 만나다. +4 19.01.10 1,904 32 12쪽
63 47. 염화마법 3단 +3 19.01.09 1,933 31 12쪽
62 46. 명옥미로 2층 통과 +4 19.01.08 1,928 34 11쪽
61 45. 고신교의 변형체(2) +1 19.01.07 1,934 3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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