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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 운명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괴인h
작품등록일 :
2018.11.12 13:31
최근연재일 :
2019.04.01 11: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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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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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3. 주문보험-의식상실

강호




DUMMY

이 마법은 여러모로 독특한 효과를 가진 마법이었다.

이 마법은 미리 사용해서 유사시를 대비하는 것이 목적인 마법으로, 4단 이하의 마법 하나를 저장해두었다가 특정 상황에 사용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동으로 발동하게 해주는 마법이었다.

글자 그대로 일종의 보험 격인 주문.

그리고 발동 조건인 특정 상황은 상대의 공격에 의식을 잃거나, 전혀 의식도 못 한 기습 공격을 당하거나, 라는 두 가지 상황 중 하나를 지정할 수 있었다.

‘어느 상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용도가 다르다는 소리군.’

전투 중에 의식을 잃는 상황에 대한 보험과 생각지도 못한 기습을 당할 때를 대비한 보험은 용도가 확실히 달랐다.

어떤 상황을 대비할 것인가를 선택하고, 그것에 맞춰 주문보험으로 미리 대비할 주문을 선택한다.

신오진은 주문보험을 어떤 식으로 설정해서 사용할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어려운 문제인데 이거.’

전투 중에 의식이 날아가는 경험을 해본 적은 없지만, 만일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치명적이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전혀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습 공격을 받는다면?

그 역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치명적인 상황, 그래서 어느 것이 더 유용하다거나 어느 것이 더 확률이 높다는 식으로 선택하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음...’

고민하던 끝에 신오진은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의식을 잃는 경우를 대비하도록 하자.’

이쪽을 대비하기로 한 이유는 간단했다.

기습의 경우, 기감을 키워 사전에 감지하거나 농무, 경화 등 다른 방법으로 어느 정도 대응이 되지만 의식을 잃는 경우는 다른 대비책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자, 그러면 주문보험으로 대비시킬 주문은 뭐가 좋을까.’

4단 이하라고 하는 건, 다르게 말하면 4단을 포함하는 주문이다.

의식을 잃었을 때, 그 상황을 모면하게 해줄 마법으로 무엇이 적당할지 그는 열심히 살피고 또 살폈다.

‘아무리 살펴도, 허신 정도 말곤 마땅한 것이 없는데?’

의식을 잃은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해줄 4단 이하의 마법이란 조건에 부합하려면, 결국 의식을 다시 회복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거나 안전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걸 해줄 만한 마법이 허신 밖에 보이질 않았다.

허신은 그 효과가 전투 중에는 사실 무의미한 마법이다.

적의, 살의 등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저 그뿐, 허신을 사용한 자가 무얼 하는지는 상대도 전부 다 보고 그에 맞춰 대응할 수 있다.

그러다 공격을 하는 순간, 허신의 효과는 사라지고 즉각 그것에 적도 대응할 테니 전투 중에 허신을 사용하는 건 사실상 무의미했다.

그러나 주문보험으로 허신을 준비시켜두는 건 이야기가 달랐다.

의식을 잃었다 다시 회복하기까지의 시간을 허신이 벌어줄 테니, 그야말로 구명의 한 수라고 할 수 있었다.

“좋아.”

일단 결정하자, 신오진은 망설임 없이 주문보험으로 허신을 준비해두는 작업에 들어갔다.

‘오...!’

주문보험은 확실히 이례적인 마법이었다.

일단 두 가지 발동 조건 중 하나를 머릿속에 각인한 상태로 주문보험의 마법을 사용하자, 운명록이 하나의 글귀를 띄웠다.


-주문 보험으로 준비할 주문을 사용하십시오-


운명록의 글귀에 따라, 신오진이 바로 허신을 사용하자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그의 몸이 허신의 효과를 받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로 허신의 효과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갑자기 화끈한 느낌과 함께 가슴에 기묘한 문양이 생겨난 것이다.

신오진은 직감적으로 그것이 주문보험으로 저장된 마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 증거로 그가 자신의 운명록 상태창을 확인하자, 적용받는 보정에 주문보험- 허신이란 항목이 새로 생겨나 있었다.

‘좋아. 그럼 마지막 사속성을 확인하자.’

마지막 사속성의 마법은 초혼(招魂)이라는 것이었다.

‘죽은 사람의 혼을 불러, 정보를 물어볼 수 있다?’

격이 높아질수록, 죽은 지 오래된 사람의 영혼을 부를 수 있다는 것 같았다.

‘활용도는 비교적 제한적이겠지만, 흔히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는데 그 죽은 자가 다시 말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정보 관련으로 상당한 잠재력을 가진 마법이다.’

정보는 마도사에게 있어 상황을 판단하고, 적절한 전략, 전술을 세우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얻어낼 수단이라는 것이 가진 전략적인 가치는 이 마법이 능히 염화마법 4단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도 남을 위력이었다.

‘음.’

그렇게 4단의 마법들을 확인한 신오진은 도기를 사용하는 수련을 약간 한 후, 운기조식을 취하고 자기로 했다.

‘도기를 사용하는 것에 조금이라도 더 익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신오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도를 뽑아들고 일원도를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원도의 도법을 펼치며 그 도격에 맞춰 도기를 뿜어내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사실 발경도 어느 정도 실전에서 쓸 정도긴 해도, 추교가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어떤 자세에서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인데, 도기를 사용하는 것이 쉬울 리 없었다.

내기를 조절하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너무 많은 내기를 소모해버려서 내공이 금방 바닥이 나버리니 솔직히 제대로 수련을 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식으론 안 되겠다.’

신오진은 거칠어지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육합기공을 십성 익혀야겠어,’

육합기공이 비록 기초 내공 심법이라곤 하지만, 이미 그 구결 안에 발경을 거쳐서 마지막엔 기를 발출하는 것에 이르는 요결이 들어있다.

말하자면 육합기공을 십성 이상 연마하면, 기를 발출할 수 있게 되고 일류 고수의 경지에 들게 만들어져 있단 소리다.

지금 신오진 그의 육합기공 성취는 팔성, 일원도의 성취도 팔성이다.

이런 식으로 도기를 수련한다고 허덕이는 것보다, 단계를 제대로 밟아 오르는 것이 수월하게 도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육합기공의 성취를 어떻게 하면 더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운기조식을 취하거나, 축기하고 기를 주천하는 것 등은 다 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상태가 팔성이라는 것이었다.

뭔가 저번에 육합의 요결을 깨달았을 때처럼, 팔성에서 십성으로 가려면 뭔가 육합기공에 대한 어떤 깨달음이나 이해가 필요한 것 같다고 신오진은 내심 확신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면 나름 매일 내공 수련을 거르지 않고, 격도 많이 올랐는데 성취가 변함이 없을 이유가 없어.’

다만 그게 무얼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교관에게 가르침을 받았어도, 그것은 대부분 마법에 대한 것이고 무공에 대한 가르침이라 할 순 없었다.

그래서 신오진은 빈말이라도 그 자신이 절정이나 일류 수준의 무리(武理)를 체득하고 있다고 차마 말하지 못했다.

애초에 무공을 제대로 배우고 그것을 수련해서 경지에 올라간 것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마법과 마법을 사용한 전투의 개념을 정립해준 교관처럼, 무공에 대해서도 도움을 줄 스승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지만...’

천하에 무공에 대해 쉬이 가르침을 주려는 사람이 없다는 건 신오진 그도 잘 알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혹시 그런 스승을 구해보라는 식의 운명록 임무라도 뜨지 않을까 살짝 기대도 해보았지만, 운명록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명옥미로에의 여정을 시작한 이래, 운명록 임무가 한 번도 새로 뜬 적이 없는 것 같아.’

운명록 특별 임무를 수행 중에는 운명록 임무가 뜨지 않는 걸까?

아니면 운명록 임무가 뜰 조건에 맞는 일이 없어서였을까?

“사용자야. 운명록 특별 임무를 수행 중에는 운명록 임무가 뜨지 않는다.”

추교가 그것도 모르냐는 듯, 한마디 했다.

그런 추교에게 신오진이 물었다.

“짭... 아니 교관. 뭐 조언해줄 거 없나?”

“엉뚱하게 부를 거면 차라리 그냥 짭새라고 부르라니까.”

한번 짹짹거린 추교가 못마땅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여태까지 도법을 수련할 때, 항상 빠르게 펼치기만 했잖냐, 사용자야. 그걸 한번 느리게 펼치는 수련을 해보아라.”

“느리게?”

“그냥 느리게 펼치는 게 아니다. 사용자야. 중요한 건 느리게 펼치면서 호흡을 조절하고 그 동작에 맞춰 힘과 기를 움직이는 수련을 하는 거다.”

“......!”

신오진이 일원도를 배울 때, 도법의 핵심은 쾌속함과 힘이라고 배웠었다.

그런데 그것과 정반대로 느리게 도법을 펼쳐보라고 하니, 솔직히 그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추교의 말을 신뢰했다.

자신 외의 다른 운명록 사용자들을 겪으며 무공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들어 알게 되었다는 추교가 터무니없는 말은 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어디 한번 시험해보자.’

일원도는 초식 자체가 극도로 단순하므로, 빠르게 펼치면 한 호흡이나 두 호흡이면 모든 기법을 다 펼쳐낼 수 있다.

그것을 임의로 느리게 펼치려고 하자, 일원도는 갑자기 엄청나게 생경하게 느껴졌다.

‘어... 어라?’

당장 호흡부터가 문제였다.

한 호흡에 공격 초식을 펼쳐내고, 두 호흡에 방어 초식을 펼쳐내는 것에 익숙해져서인지 느리게 펼치려 하자 호흡을 조절하는 것부터가 어색했다.

당연히 힘과 기를 전달하는 과정 같은 것에 집중하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 모습을 기묘한 시선으로 보던 추교가 혀를 찼다.

“적당히 하고 그만 자라, 사용자야. 명옥미로를 통과하는 것이 우선이란 걸 잊으면 안 된다!”

맞는 말이라 도를 거두면서도, 신오진은 괜스레 약이 올랐다.

보란 듯이 도기를 뿜는 걸 보여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하기 시작했다.

잠들기 전에 최소한의 운기조식은 하고 자야 했다.

그렇게 운기조식까지 마치고, 다음날 쓸 물과 식량을 수현과 식조로 만든 다음에야 그는 비로소 야영 준비해둔 침구에 몸을 눕힐 수 있었다.

그리고 긴장이 풀린 신오진은 곧장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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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잠을 잤을까?

신오진은 자다가 퍼득 눈을 떴다.

‘......!’

그렇게 긴 시간 잠을 잔 것 같지는 않은데, 자기 전에 운기조식을 해서 그런지 피로가 느껴지질 않았다.

신오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충 세수한 다음, 잠자리를 정리했다.

정리가 끝난 후, 그는 곧바로 명옥미로 4층으로 통하는 검은 구멍 앞으로 다가갔다.

‘이번 운명록 특별 임무는 사막의 악마를 처치하라. 라는 내용이었어.’

그것도 동료들과 함께라고 했다.

사막에 동료. 그것만으로도 앞의 층들과는 많이 다를 거란 추측을 할 수 있었다.

‘후우, 그러면 가볼까?’

신오진은 심호흡을 한 다음, 그대로 예의 검은 구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가 정신이 들었을 때, 그는 모래바람이 몰아치는 황량한 땅에 서 있었다.

“......!”

그리고 그의 앞에 중키의 대머리 사내가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정말 잘 와주셨습니다. 마도사님! 마도사님이 지원 오시기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렸습니다!”

사내는 납작한 콧등에 작은 눈을 가졌는데, 그 인상이 마치 두꺼비를 연상케 했다.

‘아, 이 사람이 안내인이라 이거군.’

운명록 특별 임무의 내용, 그리고 저 사내가 한 말의 내용으로 미루어 대충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신오진은 바로 감을 잡았다.

“상황은 어떻습니까?”





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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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64. 다시 만난 귀화자 +2 19.02.01 1,463 21 11쪽
85 63. 다시 기양현으로 19.01.31 1,463 22 11쪽
84 62. 집으로의 귀환 19.01.30 1,533 25 12쪽
83 61. 염화마법 6단 +4 19.01.29 1,468 22 11쪽
82 60. 명옥미로를 마치고 +4 19.01.28 1,456 26 11쪽
81 59. 마도사 대 마도사(3) +2 19.01.27 1,430 25 12쪽
80 59. 마도사 대 마도사(2) +3 19.01.26 1,452 21 11쪽
79 59. 마도사 대 마도사 19.01.25 1,475 22 12쪽
78 58. 고신교의 다섯 마도사들 +1 19.01.24 1,515 25 12쪽
77 57. 강해지기 위한 연구 +2 19.01.23 1,531 22 12쪽
76 56. 염화마법 5단 +1 19.01.22 1,593 25 11쪽
75 55. 더 큰 성장의 실마리 +4 19.01.21 1,669 28 11쪽
74 54. 사막의 악마(4) +2 19.01.20 1,582 27 12쪽
73 54. 사막의 악마(3) +2 19.01.19 1,579 29 11쪽
72 54. 사막의 악마(2) +2 19.01.18 1,672 28 12쪽
71 54. 사막의 악마 +2 19.01.17 1,674 30 12쪽
» 53. 주문보험-의식상실 +4 19.01.16 1,698 34 12쪽
69 52. 염화마법 4단 +2 19.01.15 1,758 33 12쪽
68 51. 절정의 벽을 넘다. +3 19.01.14 1,807 32 11쪽
67 50. 교관의 시험- 적귀(2) +2 19.01.13 1,795 31 11쪽
66 50. 교관의 시험- 적귀 +1 19.01.12 1,782 3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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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48. 교관과 만나다. +4 19.01.10 1,903 32 12쪽
63 47. 염화마법 3단 +3 19.01.09 1,932 31 12쪽
62 46. 명옥미로 2층 통과 +4 19.01.08 1,928 3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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