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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님의 집필실 입니다.

강호 운명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괴인h
작품등록일 :
2018.11.12 13:31
최근연재일 :
2019.04.01 11: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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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746

작성
18.11.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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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 현실은 잔혹하다

강호




DUMMY

“한번 사는 인생, 남자라면 멋지고 화끈하게 사는 거야! 안 그러냐? 엉? 그렇게 임마, 무시받고 주정뱅이 상대하면서 평생 살 생각이냐? 한번 사는 인생, 화끈하게 놀아야지!”

그 말을 한 사람은 신오진이 일하던 객잔에 자주 들리던 어떤 낭인이었다.

그는 술을 진탕 마시며 호기롭게 그렇게 외쳤었다.

“이왕에 남자로 태어났으면, 좀스럽고 쪼잔하게 놀 게 아니라, 큰물에서 크게 놀아야지. 안 그러냐? 임마, 점소이질 하면서 푼돈 벌어서 이런 돈 구경이나 하겠냐?”

그는 점소이로 일하던 신오진에게 호기롭게 구전으로 은자를 던져주며 그렇게 말했었다.

‘제기랄. 점소이가 뭐 어때서!’

그렇게 속으로 구시렁거렸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 말에 마음이 동요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가 점소이로 일한 지 팔년이지만,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 바빠 다른 여유가 없는 매일만 이어지고 있었다.

점소이 벌이가 풍족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돈 모아서 은자 구경도 못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게 전부였다.

점소이란 직업은 그저 하루하루 살아갈 뿐, 미래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새 부쩍 이걸로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과 더 나이를 먹으면 뭘 해서 가족을 부양해야 할지 내심 은근한 걱정을 하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인지라 ‘남자라면 크게 놀아야지’ 라는 말에 솔직히 그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원래 점소이라는 직업이 그렇게 대우를 받는 직업이 아니다.

취객을 상대할 일이 많은 만큼, 그들에게 봉변을 당할 일도 많고 성미 까다로운 이들에게 곤욕을 치르거나 괜한 화풀이 대상이 되는 일도 많았다.

오늘처럼 은자를 운 좋게 얻는 날도 있지만, 그건 어쩌다 있는 예외적인 일이다.

당장 지금 저 낭인에게도 이런 취급이나 받고 있지 않는가!

이렇게 점소이의 삶이라는 것은 그가 말한 멋지고 화끈한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은자를 이렇게 뿌릴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큰 돈을 버는 걸까?’

신오진 그의 시선에 섞인 미묘한 부러움을 느끼기라도 한 걸까?

낭인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남자라면 꿈이 있어야지! 적어도 남자로 태어났으면 적어도 천하에 이름 한자는 남겨야 하지 않겠냐? 안 그래?”

그 낭인은 그렇게 호기롭게 외치며 동료들과 먹고 마셨다.

객잔을 거의 전세 내다시피 한 채 왁자지껄 어울리는 그 모습들은 호탕하고 거침이 없었다.

그 당당한 모습은 신오진의 머릿속 깊이 큰 인상을 남겼었다.

‘무림인이라...’

천하의 아이들치고 어릴 적 무림인이 되고자 하는 꿈을 안 꾸어본 아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신오진 그도 어린 시절, 한때 고명한 무공을 배워 무림의 고수가 되어 악당을 쓰러뜨리고 천하에 명성을 떨치는 협객이 되는 것을 꿈꾼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신오진의 그 꿈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격렬한 반대 앞에 허무하게 사라져야 했다.

“절대 안 된다! 무공이란 걸 배우는 것이 쉬운 줄 아느냐. 헛되이 집을 뛰쳐나갔다 눈먼 칼에 맞아 객사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어린 신오진은 그런 부모님이 야속해 크게 울었었다.

싫다고 죽어라 떼를 쓰기도 하고, 반항도 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무서웠다.

철없는 어린아이의 꿈을 계속 말하기엔, 너무도 엄중한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어머니가 갑자기 중병을 얻어 드러눕고,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낫게 할 방도를 알아본다며 집을 나간 후 소식이 끊어졌다.

그리고 남은 것은 중병으로 자리에 누운 어머니와 고작 다섯 살인 남동생, 그리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막내 여동생뿐이었다.

아버지의 빈자리는 컸고, 그 앞에서 철없는 아이의 꿈 따윈 사치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신오진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열두 살의 나이에 점소이가 되었다.

그 날 이후, 신오진의 꿈은 그저 돈을 많이 벌어 가족들을 호강시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꿈이라는 단어는 잊히고 마모되어 그의 뇌리 깊숙한 곳으로 사라졌었다.

그렇게 이미 잊었다 생각했는데, 호탕하게 외치는 그 낭인 무사의 모습은 화인(火印)처럼 그의 뇌리에 남아 쉬이 사라지지 않고 그의 마음에 파문을 남겼다.

‘인생, 멋지고 화끈하게 사는 거다라...’

아마도 점소이의 삶은 그런 것과 가장 연관이 없는 삶일 것이다.

난 정말 이렇게 살다 죽는 걸까? 하는 자괴감과 회의감이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 속에서 치미는 요즘, 그 낭인 무사가 던진 그 말은 신오진의 마음속에 깊은 고민과 파문을 남겼다.

‘하... 정말 이럴 때면 점소이질 당장 때려치우고 싶다.’

그래도 당장 어쩌겠는가.

현실은 그 점소이 자리도 겨우 잡은 일자리이고, 병든 어머니와 동생들을 달리 돌볼 방법이 없는데.

그가 점소이 일자리를 잡아 일하지 않았다면, 가족들이 어떻게 되었을지 그저 암담하기만 했다.

‘어머니가 건강해지고, 동생들도 앞가림할 수 있게 되면... 그때는... 나도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야!’

그 날이 언제일지는 몰라도, 신오진은 습관처럼 그렇게 중얼거려야 했다.

지금과는 다른 뭔가 의미 있고 멋진 삶!

점소이로 일하기 시작한 후로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의 꿈, 그것이 아직도 마음 깊숙한 곳 어디에선 살아있었던 모양이다.

언젠가는 나도...! 그 날이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그는 조심스레 그런 상상을 해보았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호쾌하게 신오진 그에게 멋지고 화끈한 삶을 외쳤던 그 낭인은, 며칠 후 도적 떼를 소탕하는 일에 나갔다 눈먼 칼에 맞고 허무하게 죽었다.

그가 호쾌하게 외쳤던 멋진 삶과는 동떨어진 비참한 죽음이었다.

그것은 차디찬 냉수를 등에 무방비로 뿌린 것처럼 섬뜩하게 다가왔다.

그때 신오진은 깨달았다.

부모님이 아이의 철없는 희망에 그리 정색하고 극구반대하던 이유를 말이다.

그 멋지고 화려한 삶이라는 ‘빛’에 감춰진 어둠과 암울함을 그는 분명히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마음속에 조심스레 타오르던 꿈도 픽 사그라지고 말았다.

‘다 그런 거지. 어린 시절의 동경 같은 건 커가면서 잊히는 거야. 그렇게 현실을 깨닫는 거지. 다 그렇게 살고 있잖아?’

신오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왠지 모르게 드는 씁쓸함을 애써 합리화했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을 내일.

그저 하루하루 참아내고 견뎌내면서 꿈 따윈 잊은 채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신오진은 자신이 늙을 때까지 그렇게 살아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때때로 인생은 평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곤 하는 법이다.

운명은 단 한 순간을 기점으로 완전히 바뀔 수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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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누구시죠?!”

신오진은 흉소를 흘리며 시퍼런 칼을 들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괴한을 보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평소처럼 객잔에서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오늘은 유난히 고단한 하루였다.

술 먹고 진상을 부리는 손님도 많았고, 행패를 부리는 손님에게 멱살을 잡히고 따귀를 맞기도 했다.

바닥에다 잔뜩 오물을 토해놔서, 그걸 치우느라 고생도 했다.

일을 다 끝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두워진 지 오래였다.

그나마 그런 그가 안쓰러웠는지, 주방의 손 숙수가 남은 음식을 동생들 주라고 싸줘서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빨리 돌아가자.’

그렇기에 그렇게 매일 다니던 그 길에서, 이런 강도들을 만날 거라고 신오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누군가 갑자기 앞을 막아설 때만 해도 상황 파악이 안 되었는데, 괴한이 시퍼런 칼을 꺼내자 그는 머리에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크흐흐흐...”

복면을 쓴 괴한은 음충맞은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네가 요새 돈 좀 만진다는 소리가 들리던데 말이다. 이 어르신이 요즘 돈이 좀 필요하구나. 자... 순순히 내놓을래, 아니면 내가 찾아갈까?”

이 무슨 개 같은 소리냐고 욕을 해도 시원치 않은 소리였다.

그가 버는 돈은 어머니의 약값과 동생들 건사하는 일에 쓰기도 빠듯한데 무슨 돈 만지는 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신오진은 그렇게 외칠 여유도 정신도 없었다.

저 시퍼렇게 빛나는 칼이 그의 모든 시선과 정신을 빼앗아가고 있었다.

홀린 것처럼 그 시퍼런 칼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반사적으로 신오진은 주춤주춤 물러서다 흠칫 놀라며 급히 도망칠 곳을 찾았다.

감히 괴한과 맞서 싸우는 건 생각할 수도 없었다.

물론 신오진 그가 싸움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점소이 노릇을 팔년 하면서 별꼴을 다 겪어본 그다.

그 와중에 멱살잡이, 주먹다짐해본 적도 여러 번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주먹다짐과 칼부림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취객이 작은 비수 하나만 들어도 큰 위협이다.

하물며 저런 도(刀)는...!

시퍼렇게 빛나는 도신은 그것이 전문적으로 사람의 목숨을 끊기 위해 만들어진 흉기라는 사실을 서늘하게 각인시켜주었다.

‘주... 죽는다!’

죽음이란 단어를 떠올리자, 자신이 죽으면 가족들을 누가 돌보냐는 생각이 퍼뜩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죽을 순 없어.’

그저 무조건 도망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최선이었다.

그러나 그를 노린 괴한도 그 정도 대비는 되어 있던 모양이었다.

신오진이 도망가려고 재던 그 방향에서 또 다른 괴한 한 명이 흉소를 흘리며 나타나더니 태연하게 길을 막아섰다.

“......!”

다른 괴한이 나타나 퇴로를 막자, 신오진은 다리에 순간 힘이 빠질 정도로 오싹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왜... 왜 이러시는 겁니까.”

이런 상황에서 물어보나 마나 뻔한 말이었지만, 그렇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딱히 눈에 띄는 일 없이 조용히 살아온 인생이다.

누구 원한 살 만한 일을 한 적도 없고, 그저 죽으라 일하며 가족을 부양하기 바빴다.

이렇게 무기를 든 괴한들이 앞뒤를 막는 일이 일어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돈 좀 만진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그게 무슨 개소리야.’

강도질을 당하는 것도 당하는 거지만, 저 괴한이 한 소리가 그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점소이 일이라는 것이 물론 운이 좋은 날은 구전으로 월봉보다 더 큰돈을 버는 날도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날이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신오진 그는 병든 어머니와 동생들 건사하기도 언제나 빠듯했다.

벼룩의 간을 내먹는 것도 아니고 점소이질 하며 버는 돈이 얼마나 된다고 큰돈 운운한단 말인가!

“사... 사람을 잘못 본 거 아니십니까? 저... 전 그런 돈이 없...”

그러나 필사적인 신오진의 말은 불행히도 그들에게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하... 이 새끼 봐라?”

괴한은 기가 차다는 듯 피식 웃더니 말했다.

“다 알고 왔는데 이 새끼가 날 데리고 장난을 치네?”

도대체 뭘 다 알고 왔다는 건지, 무슨 소리를 듣고 온 건지 신오진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원래 좋은 말로 하면 안 듣잖나. 꼭 관을 봐야 눈물 콧물 쏟으며 말을 듣기 마련이지.”

신오진의 뒤를 막은 괴한이 그렇게 말을 받으며 흐흐 낮게 웃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앞에 선 괴한이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신오진에게 다가왔다.

“......!”

그의 손에 들린 칼에서 뿜어지는 시퍼런 광채가 신오진에게 다시 극도의 위협을 느끼게 했다.

신오진은 다시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도망갈 곳이 없었다.

이미 뒤를 다른 사내가 막고 있었고, 옆은 골목의 담장이라 그걸 넘으려고 하다가는 벽에 매달린 순간, 그대로 칼을 맞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제... 제발...!”

그 순간, 괴한이 도를 휘둘렀다.

“으아아아앗!”




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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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68. 마도사의 기본 자세 +2 19.02.12 1,342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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