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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굿모닝, 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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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작품등록일 :
2023.08.31 16:10
최근연재일 :
2023.11.28 18:31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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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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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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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의 미소가 나를 살찌운단다 (4)

DUMMY

“네~, 다음은 인플루언서 홍혜리 양이 기증해주신 컨셉복입니다. 프리울러 뮤직비디오에 출연했을 당시 입으셨던, 자체 제작 의상인데요. 이야, 그래도 명색이 아동들을 위한 자선 경매인데, 이건 너무 야한 거 아닙니까, 컨셉이?”


“하하하하-.”


사회자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참가자들은 경쟁적으로 웃음을 터트렸고, 그 웃음들이 인위적인 건지, 아니면 진짜로 자연스럽게 터져 나온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기에 크리스는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눈에 본인의 자리로 돌아와 착석하는 인배의 모습이 들어왔고, 그녀는 곧바로 통신을 열었다.


[VIP 복귀. 오블리, 중계기는?]


[작동 대기 중. 쑈 형이랑 태상이 형은?]


[위치에서 대기 중.]


[난 준비됐어.]


[좋아.]

아인은 줄곧 대기하고 있었던 차에서 내리고, 저택의 대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작전 개시.]





“천오백! 더 없습니까? 더 없나요? 좋습니다, 천오백에 낙찰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환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오고, 무언가를 낙찰받는 데 성공한 누군가가 무대로 올라가더니 펄쩍펄쩍 뛰며 셀카를 찍는다. 이제 저 인플루언서는 저 사진을 SNS에 올림으로써, 좋은 일에 돈을 썼다는 도덕적 이미지 향상의 비용을 광고수익으로 대체함은 물론, 다른 인플루언서들과 웃으며 찍은 셀카를 통해 아직 자신의 사회적 명성이 유지되고 있음을 증명하려 애를 쓸 것이다.


“지겨우시죠, 서장님?”


그런 모습을 평온한 미소와 박수로 바라보고 있던 인배의 곁으로 로이스가 다가오며 물었다. 그 목소리나 그 표정에는 어딘가 자조적인 느낌이 녹아있었기에, 인배는 미소의 색을 더욱 짙게 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제가 살만한 물건이 안 나올까 걱정이네요.”


“하하, 걱정 마세요. 서장님이 여기 계신 것만으로도 저에겐 큰 선물입니다.”


“별말씀을.”


“그나저나 궁금하네요. 이쪽 대행사와 어떤 인연이 있으시길래 이런 행사에도 참석을 해주셨습니까?”


아예 의자를 끌고 앉아 자리를 잡아버리는 로이스. 이에 인배는 그의 질문이 난감하다는 듯, 묘한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는다.


“예에, 뭐. 예전에 어떤 사건 관련하여 신세를 져서 말이죠. 아, 오해는 마세요. 생각하시는 그런 건 아니고, 약간 편의를 주고받은 정도입니다.”


“하하, 오해요? 그럴 리가요. 서장님처럼 청렴하신 분께 농담도 그런 얘기는 실례죠.”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만, 사실 이번 초청에 응한 건, 주최자가 다른 사람도 아닌 의원님이기 때문이었던 것도 있습니다.”


“오호.”


뜻하지 않은 고백을 듣게 되어 기쁘다는 듯, 로이스는 매력적인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그······, 이렇게 말씀드리기는 뭐하지만, 개인적으로 문의드릴 일이-”


“죄송합니다, 의원님.”


인배의 말을 끊으며 다가선 개인경호원을 향해 로이스는 살짝 한숨을 내쉰다. 물론 그가 의도하여 대화를 방해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이 맥락이 끊겼다는 것 자체가 로이스에게 짜증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죄송합니다, 서장님.”

인배에겐 미소를, 돌아서며 경호원에겐 무표정을.

“뭔데?”


“경찰서에서 찾아왔습니다.”


“경찰?”


로이스의 되물음에 이번엔 인배의 시선까지 끄는 데 성공한 경호원. 그러나 그에게 설명할 기회는 더 이상 주어지지 않았다. 기다리라는 경호원의 말을 무시하고, 로이스의 망막에 배지 정보를 업로드하며 본인이 직접 앞으로 나선 덕분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의원님. 종로경찰서 소속 박아인 경위입니다.”


“종로경찰서?”

무심코 인배에게 흘렀다가 복귀하는 로이스의 시선.

“아, 네. 어쩐 일로······?”


“조금 전 신원미상의 용의자로부터 의원님을 향한 암살 협박이 접수되었습니다. 지금 바로 행사를 중단하시고,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시기를 권고드립니다.”


“암살?”

간신히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미간이 구겨지는 것만큼은 피할 수 없었던 로이스였다.

“갑자기 뜬금없네요. 확실한 건가요?”


“용의자가 추적이 불가능한 통신회선을 사용한 점 등으로 미루어보아 단순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여긴 개인 보안업체도 계약되어 있고, 제 사설 경호원들도 배치되어있습니다. 걱정하실 필요 없을 거 같네요.”


로이스의 부드러운 미소와 목소리는 상황을 어떻게든 무마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그러나 경위의 태도는 단호했다.


“죄송합니다, 의원님. 절차가 그렇습니다. 지금 바로 가장 가까운 안전가옥으로-”


“잠깐만, 경위.”


난입하는 새로운 목소리. 이에 로이스는 구세주를 만난 듯 눈을 반짝인다.


“예, 옛? 아, 충성! 서장님.”


마치 인배의 존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당황하여 경례를 올리는 아인. 그의 귓가로 이 명품 연기에 대한 오블리의 찬사가 들려왔지만, 그는 애써 이를 모른척하는 데 모든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이곳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보안설비가 구축된 곳이고, 신호차폐막에 사설 보안업체의 경호원들도 상당수 배치되어있네. 만약 정말로 범인이 의원님을 노린다면, 오히려 이렇게 방비가 잘 되어있는 장소에서 의원님을 빼내려고 하지 않겠나? 오히려 그 협박전화 자체가 이를 노린 수작이 아니겠나, 이 말이야.”


“그, 그렇습-”


“여기엔 나도 있고, 의원님의 경호원들도 있으니 일단 걱정하지 말고, 주변 수색을 부탁하지. 수색이 끝날 때까지만 의원님을 세이프룸으로 모시면 될 거 아닌가. 그러면 되겠습니까, 의원님?”


“아, 예. 물론이죠. 그렇게만 해주신다면야.”


로이스의 동의까지 얻어가며 나서는 서장의 힘을 일개 경위가 감당할 수 있을리 없다. 결국 아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례를 올렸다.


“예, 알겠습니다. 수색 후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아인이 경호원과 함께 자리를 떠났고, 로이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웃음을 토하며 인배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야, 덕분에 살았습니다, 서장님. 이번 행사가 이번 분기 하이라이트라, 중단됐으면 엄청 골치 아팠을 겁니다.”


“자선단체들 애로사항이야 잘 알고 있죠. 이해합니다.”

마주 웃으며, 크게 주변을 살피는 인배.

“그래도 일단 혹시 모르니, 수색이 끝날 때까지 잠시 피해계실 곳은 있으십니까?”


“그냥 제 사무실에 가 있으면 안 될까요?”


“음, 아까 봤을 때는 노출이 좀 되어있어서 위험할 거 같은데, 지하실이나 그런 곳 있습니까?”


“아, 예. 지하에 창고가 있긴 합니다.”


“그럼 거기로 가시죠.”


경호원 한 명과 인배의 호위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로이스. 계단은 행사가 열리는 대합실에선 멀찍한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잔뜩 흥이 오른 참가자들의 시선을 피해 움직일 수 있었다.


[쑈 형, 지금.]


오블리의 목소리와 동시에-,


-쨍강.


방금 전까지 인배와 로이스가 앉아있던 탁자 위의 유리장식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박살이 난다. 이미 와인잔만 열 잔 넘게 깨진 식장이었기에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한 소음이었지만, 그 의미를 알고 있는 인배와 경호원은 재빠르게 로이스의 머리를 찍어 누르며 계단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뭐, 뭐죠?”


갑자기 빨라진 인배와 경호원의 발걸음에 당황한 로이스. 이에 인배는 맞은편 거대한 창문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격입니다.”


“예? 하지만 신호차폐막이-”


“사격제어프로그램의 도움 없이 쐈다는 거죠. 상당한 실력자입니다. 경위, 들리나?”


통신으로 아인을 부르는 듯한 인배의 목소리였지만, 사실 그 목소리는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태상이 형. 지금.]


[오케이.]




“예, 알겠습니다.”


로이스의 사무실 앞을 지키고 있던 경비원은 긴급상황이라는 말을 전해 듣자마자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의 홀스터를 한번 확인하고는 그 위로 손가락을 얹어 놓았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서는 누군가의 그림자.

경비원은 긴장감에 턱을 끌어당겼지만,


“어, 의원님?”


“음?”


사무실로 다가온 이는 다름 아닌 로이스 본인이었다. 경비원 그와 눈을 마주치자, 곧바로 홀스터에서 손을 떼며 허리를 곧게 세운다.


“아, 아뇨. 지하로 가신다고 들어서······.”


“아, 맞아. 잠깐 확인할 게 있어서.”


황급한 몸짓으로 사무실 출입문을 잡아 지문인식을 한 뒤, 곧바로 문을 열어 들어가는 로이스.

전혀 거리낌 없는, 자연스러운 동작이었지만,

사실 지문인식을 포함한 사무실 내의 모든 보안체계는 중계기를 통해 오블리가 무력화시킨 상태였다. 즉, 손잡이는 애초에 로이스의 지문을 인식하여 열린 게 아니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사무실에 들어선 사람도 차 로이스가 아니었다.


[들어왔어.]


태상이 곧바로 로이스의 책상을 향해 다가서며 말했다. 피부에 밀착한 안면 위장이 간지러운지 그는 사무실에 들어온 직후부터 연신 턱의 연결부위를 긁어대고 있었다.


[셋째 서랍 안쪽이랑, 왼쪽 벽장 뒤에.]


오블리의 말에 태상은 서랍부터 열어 안쪽을 헤집기 시작했고, 곧바로 작은 상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위장 안쪽 그의 표정은 환희보다는 짜증에 가까웠다.


[이건 시간이 안 되겠는데, 열쇠로 여는 거야.]


[그럼 벽장 뒤에 봐봐. 그건 전자식이라서 이미 내가 열어놨어.]


[오케이.]


상자는 있던 곳에 되돌려 놓고, 태상은 빠르게 벽으로 다가가 책장을 옆으로 밀어내어, 벽에 박혀있는 금고를 찾아낸다. 오블리의 말대로 이중 보안장치는 무력화된 상태였기에, 그는 어렵지 않게 금고의 문을 열어 내용물을 꺼낼 수 있었다.


[문서들. 찍는다.]


금고 안에 있던 것은 얇은 서류 봉투 하나. 태상은 그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신속하게 한 장씩 앞뒤로 넘겨가며 눈에 담아낸다. 그의 안구가 알아서 이미지화 및 텍스트화하여 오블리에게 전송해줄 것이고-,


[끝, 나간다.]


본인은 모든 걸 원상복귀시키고 사무실을 떠나면 임무 완료.

태상은 짧게 옷매무새를 정돈한 뒤 사무실의 문을 열었고, 문이 닫히는 순간에 맞추어 오블리가 보안시스템을 복구시켜준 덕분에 삑-하는, 만족스러운 소리와 함께 사무실의 문은 굳건히 잠길 수 있었다.


태상은 사무실 앞을 지키던 경호원에게 짧은 목인사를 건네며 계단을 향했다. 난간에 이르자 그의 눈에 황급히 지하로 향하는 로이스, 인배의 모습이 들어왔고, 그는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정장 외투를 벗으며 동시에 흐물거리는 안면 위장도 벗는 데 성공한다.


[끄읕!]


본인의 얼굴로 돌아온 태상의 입가엔 감출 수 없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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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너희들의 미소가 나를 살찌운단다 (3) 23.11.25 9 0 10쪽
33 너희들의 미소가 나를 살찌운단다 (2) 23.11.23 8 0 11쪽
32 너희들의 미소가 나를 살찌운단다 (1) 23.11.19 12 0 10쪽
31 절규를 박탈당한 유기견들 (9) 23.11.16 11 0 12쪽
30 절규를 박탈당한 유기견들 (8) 23.11.13 11 0 10쪽
29 절규를 박탈당한 유기견들 (7) 23.11.10 10 0 10쪽
28 절규를 박탈당한 유기견들 (6) 23.11.07 11 0 10쪽
27 절규를 박탈당한 유기견들 (5) 23.11.03 11 0 11쪽
26 절규를 박탈당한 유기견들 (4) 23.10.31 12 0 10쪽
25 절규를 박탈당한 유기견들 (3) 23.10.27 11 0 10쪽
24 절규를 박탈당한 유기견들 (2) 23.10.22 15 0 10쪽
23 절규를 박탈당한 유기견들 (1) 23.10.19 14 0 10쪽
22 Hello, New World 23.10.11 16 0 11쪽
21 굿모닝, 만족의 노예들 (4) 23.09.30 15 0 11쪽
20 굿모닝, 만족의 노예들 (3) 23.09.29 15 0 10쪽
19 굿모닝, 만족의 노예들 (2) 23.09.28 15 0 10쪽
18 굿모닝, 만족의 노예들 (1) 23.09.26 16 0 9쪽
17 실패한 유토피아의 특이점 (5) 23.09.25 15 0 12쪽
16 실패한 유토피아의 특이점 (4) 23.09.22 16 0 9쪽
15 실패한 유토피아의 특이점 (3) 23.09.20 18 0 10쪽
14 실패한 유토피아의 특이점 (2) 23.09.14 16 0 10쪽
13 실패한 유토피아의 특이점 (1) 23.09.12 14 0 10쪽
12 안드로이드는 조작된 행복의 꿈을 꾸는가? (6) 23.09.11 16 0 14쪽
11 안드로이드는 조작된 행복의 꿈을 꾸는가? (5) 23.09.10 16 0 11쪽
10 안드로이드는 조작된 행복의 꿈을 꾸는가? (4) 23.09.09 21 0 11쪽
9 안드로이드는 조작된 행복의 꿈을 꾸는가? (3) 23.09.08 1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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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안드로이드는 조작된 행복의 꿈을 꾸는가? (1) 23.09.05 19 0 9쪽
6 좋은 아침입니다 (5) 23.09.04 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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