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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굿모닝, 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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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작품등록일 :
2023.08.31 16:10
최근연재일 :
2023.11.2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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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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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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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를 박탈당한 유기견들 (3)

DUMMY

[아하, 이거 귀찮게 됐네잉.]


오블리의 말대로였다.

아인은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었지만, 다시금 정확한 상황판단을 위해서 게이츠를 향해 입을 열어야 했다.


“그렇다면, 비공개 수사를 원하셨던 이유가 바로······?”


“예. 해당 내용이 공개된다면 저희 내부의 혼란은 물론이고, 국방부와의 관계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만약 범인이 정말로 국방부 소속의 인원이라면 그것도 물론 큰 문제지만-,”


“범인이 외부인이고, 국방부와 ‘말룸’의 보안회선을 해킹한 거라면, 국방부 방화벽에 대한 신뢰와 심각한 정보유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테니까요.”


아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게이츠.


“아시겠지만, 저희는 어디까지나 국방부의 협력업체. 그러니까 ‘을’의 위치에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저희 ‘말룸’이 다짜고짜 국방부에 책임을 묻는 형식이 되어버린다면 이래저래 곤란하게 되는 거죠.”


“정말로 국방부 내부의 소행인지를 먼저 밝혀내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이시죠?”


“바로 그겁니다.”


동시에, 아인은 ‘말룸’이 직접 운용하는 해커팀이나 외부 사설보안업체에게 의뢰하지 않고 공권력에 신고한 이유를 마침내 유추해낼 수 있었다. 이들은 범인이 정말로 국방부 소속임이 밝혀졌을 때를 대비하여 ‘공식적인 증인’을 내세우길 원하는 것이다.

아무리 내부적으로 범인을 특정하여 이에 대한 해명과 해결책을 요구한들, 다른 집단도 아닌 바로 그 ‘국방부’가 순순히 이를 인정하고 고개를 숙일 리 없을 테니까.


“상황은 잘 알겠습니다. 본래 원칙상 비공개수사로는 진행하지 않지만, 몇몇 사항에 동의해주신다면 제 재량으로 원하시는 방식의 협조를 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저 환한 미소에 과연 진심은 몇 %나 포함되어있을까.

아인은 옆에 앉은 태상으로부터 서류 봉투를 건네받아 그대로 게이츠를 향해 내려놓았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실물 서류로 준비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읽어보시고 서명해주십쇼.”


“예예.”

아인은 서류의 내용을 확인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했으나, 예상과는 달리 게이츠는 옆에 서 있던 애경을 한번 바라보고는, 그대로 모든 서류의 아래에 자신의 서명을 새겨넣었다.

“배려 감사합니다. 어떻게, 조사는 바로 시작하시나요?”


······이 초조함은 기분 탓인가.

아인은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게이츠와 애경의 표정을 확인했고, 곧이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범인에게서 걸려 왔다는 그 보안 회선, 전화기를 먼저 볼 수 있을까요?”



***



게이츠와 애경이 팀원들을 안내한 곳은 본관의 3층, 사전에 미리 비워두라고 고지를 해놓은 것인지 유일하게 차폐막으로 가려져 있지 않은 랩실이었다.


“저기, 안쪽에 있는 자리에 있는 빨간 전화기입니다.”


방금 전까지 누군가가 업무를 보고 있던 듯 너저분한 책상. 하지만 온갖 파일철과 취식의 흔적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전화기를 아인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럼 잠시.”


그는 손목에서 커넥터를 뽑아내고, 랩실 입구에 서있는 애경과 게이츠를 바라보았다. 이에 애경은 허락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아인은 망설임 없이 전화기에 자신의 커넥터를 꽂아 넣었다.


[오블리, 부탁해.]


[응, 기다려봐.]

아인이 마치 자신이 분석 중이라는 듯, 진지한 연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 크리스와 태상은 이에 맞춰 랩실의 다른 곳을 살펴보는 ‘척’을 하고 있었다.

[으흥, 이럴 줄 알았어. 구라친 거 딱걸렸죠?]


[구라?]


[협박만 받았지, 다른 정보가 털린 거는 없다고 했잖아. 근데 그 협박한 놈이 전화하면서 이미 싹 다 훑고 갔는데?]


오블리의 말을 들으며 아인은 눈동자만을 움직여 살짝 입구를 바라본다. 물론 말룸의 두 담당자는 여전히 별다른 의심의 눈초리 없이 아인과 팀원들의 ‘조사’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뭘 훑고 갔는지 알 수 있겠어?]


[어떤 파일을 열었고 뭘 봤는지는 알 수 있겠는데, 로그 이상의, 그러니까 그 파일의 내용이 뭔지 알아내려면 시간이 좀 필요해.]


[아냐, 괜히 모험은 하지 말자. 목록만 알려줘.]


[오게이, 기다려봐.]


곧이어 아인의 시각 정보로 넘어오기 시작한 ‘파일명’들. 빠르게 해당 이름들을 훑어보던 아인의 시선이 잠시 멈춰 선다. 무언가에 의식을 빼앗겼는지 그는 확인했냐는 오블리의 물음에도 답을 하지 않았고, 애경과 게이츠가 바로 옆에 다가서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저, 조사관님?”


“아, 예.”


게이츠가 자신을 부르고 나서야 현실로 복귀한 아인의 이성. 그는 수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다급함으로 전화기에 연결되어있던 자신의 커넥터를 뽑아냈다.


“뭔가 나온 게 있나요?”


“······예. 범인이 협박전화를 하면서 이미 데이터를 탈취했더군요.”


둘을 어느정도 압박하기 위하여 다소 추궁하는 듯한 어투를 해본 아인이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그의 예상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예에?!”


“아뇨, 그럴 리 없습니다.”


경악하는 수석연구원 게이츠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젓는 보안책임자 애경. 이에 아인은 오블리가 보내준 ‘목록’을 읽기 시작했다.


“오블리비언 프로젝트. 오빌리오모. 암페스카나. 범인이 열람한 것으로 확인된 자료입니다.”


“열람이라고요?”


애경이 미간을 구긴 채, 한걸음 아인을 향해 다가선다.


“뭐어, 정보가 탈취당한 게 아니라 단순 열람이라고 말씀하고 싶은 거라면-”


“아뇨, 그게 아닙니다.”

애경의 표정은 아인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뒤틀려있었다. 아인은 이것이 그녀에게 화살이 돌아간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곧바로 그런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불법적인 루트의 자료 유출이나 열람이 있었다면 제가 곧바로 알았을 겁니다. 그러니까 협박전화가 있었음에도 별도의 정보유출 피해는 없었다고 보고를 드린 거고요. 그건 즉, 범인이 해당 자료를 열람한 것 자체가 정식으로 인가를 받은 행위였다는 겁니다.”


“······그 말씀은, 범인이 해당 프로젝트 파일에 접근할 권한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군요.”


“······.”


“······.”


애경도 입을 다물었고, 게이츠도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는다.

앞서 언급한 오블리비언 프로젝트와, 이와 관련된 의약품인 오빌리오모, 암페스카나 모두 국방부의 주도와 의뢰 아래 ‘말룸 바이오닉스’에서 진행하고 개발한 것들이다.

이들에 대한 접근권한이 있다는 말은, 즉, 범인이 해당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한 ‘말룸’ 내부의 사람이거나, 이들을 모두 관리 감독할 권리가 있는 국방부 측의 담당자라는 뜻이 된다.

어느 쪽이든, 게이츠와 애경의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직도 비공개수사를 원하십니까? 말룸 자체의 내사라면 그 원칙에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범인이 국방부에 소속된 사람이라면 조사를 위해 정식으로 영장을 발부해야 하므로, 더 이상 비공개수사로는 진행할 수 없게 됩니다.”


“자, 잠시만요, 조사관님.”


아인의 친절한 안내에 게이츠와 애경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부 인트라넷 통신으로 무언가 의견을 주고받고 있는 게 분명했지만, 당장 ‘수석연구원’과 ‘보안책임자’라는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결정하기 어려우시다면, 제가 다른 옵션 하나를 알려드릴까요?”


모두의 시선이 목소리에 집중된다.

게이츠와 애경은 물론이고, 아인조차 예상치 못한 태상의 목소리였다.


“다른 옵션이라고 하심은······?”


조심스러운 게이츠의 시선을 향해 태상은 지금껏 숨겨두었던, 비릿한 미소를 내보였다.


“범인이 말룸의 내부인이어도 문제고, 국방부 소속이라면 더 문제잖아요? 둘 중 뭐든 간에 냅두면 프로젝트가 엎어지고 수주도 날아가게 생겼으니까요. 그러면 안되니까 애초에 비공식수사를 요청하셨던 거고.”


“······.”


“만약 저희가 영장을 내지 않고 조용히 처리할 수 있다면요?”


“뭐?”


말룸의 두 담당자보다도 아인의 경악이 빨랐지만, 태상의 미소는 멈추지 않았다.


“두 분은 내사를 진행해주세요. 국방부 쪽은 저희가 알아서 조사해보겠습니다. 어차피 프로젝트에 가담한 사람들 중에서 일부나 개인이 계획한 일일 테니까, 굳이 국방부 자체를 먼저 두드려볼 필요는 없는 거죠. 만약 저희가 범인을 특정하는 데 성공하면 그 정보를 여러분께 공유드리고, 말룸은 그 정보를 토대로 국방부에 범인을 고발하면 됩니다.”


“그, 그게 가능한가요?”


당황한 듯한 게이츠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 ‘미세한 의심’을 놓치지 않은 태상은 마무리 미소로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일이 진행되면 저흰 ‘사이버테러수사대’ 소속이 아니라, 개인 해결사로서 말룸에 고용되어야겠죠. 무슨 뜻인지 아시겠나요?”


“예?”

게이츠는 고개를 갸웃하지만, 곧바로 애경이 그를 바라본다. 그리고 게이츠는 그녀로부터 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태상의 의중을 알아차린 듯했다.

“아아, 이해했습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야 저희야 감사하죠.”


“다행이네요. 그럼 저희 쪽 상부에는 대충 둘러대고, 개별적으로 조사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뭔가 알아내면 곧바로 연락드리죠.”


악수를 나누고, 곧바로 시원하게 랩실을 빠져나가는 태상과 크리스. 아인은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빠르게 팀원들의 뒤를 따라나서야 했다.


[아싸, 돈이다, 돈!]


귓가로 들려오는 오블리의 행복한 목소리.

아인은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감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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