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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굿모닝, 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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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작품등록일 :
2023.08.31 16:10
최근연재일 :
2023.11.28 18:31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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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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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7,278

작성
23.09.0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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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조작된 행복의 꿈을 꾸는가? (1)

DUMMY

탄두내장형 탄환이 소음기를 긁으며 낮으면서도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뿜는다. 침대 근처에 박히며 사방으로 파편을 튀기는 총탄을 피해 아인은 현관 기준으로는 사각인 부엌을 향하여 몸을 내던져야 했다.

손잡이가 반파된 문이 힘없이 입을 벌렸고, 아인은 망설임 없이 머리와 손을 내밀어 현관에 드리운 그림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침입자의 것과는 다른 육중한 발포음이 오피스텔을 뒤흔드는 와중에 아인은 위급상황 프로토콜을 실행시키고자 했지만, 적으로 돌변한 생활 AI는 여전히 뒤틀린 목소리로 샤워와 목욕을 권유하며 방화벽을 공격해올 뿐이었다.

결국 아인은 꺼진 조명 아래의 어둠으로 모든 의식을 집중시켜야 했다.


“······.”


어떤 비명도, 신음도 없다. 탄착의 불꽃은 확실했음에도 초대받지 않은 그림자는 경직된 몸짓으로 신발장의 침묵을 꿰뚫고 있었다.

특유의 밋밋한 몸짓, 직격에도 망설임이 없는 움직임과, 순찰앱이 시민 번호를 스캔하지 못한 존재-.

아인의 머릿속으로 불길한 단어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안드로이드?’


군용인지, 불법 개조한 모조품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대안드로이드 전용 철갑탄이 없는 아인에게 하나의 목적만을 입력받고 찾아온 저 사신을 저지할 수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남아있는 일반탄으로 저 안드로이드의 시각정보, 중추신경 다발을 정확히 저격하여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아인에게 허락된 것은 표준권한의 PM-44 권총 사격제어프로그램뿐,

어둠 속에서 해당 안드로이드의 모델명을 검색할 적외선 망막 카메라도, 그 청사진을 검색할 시간도 그에겐 없었다.

"망할!"

결국 유일한 대응책이라고는 도약해오는 그림자를 향한 무차별적인 발포뿐.

연사모드로 전환, 가지고 있는 탄 전부를 빠르게 소진해버린 아인의 권총이었지만 역시나 ‘자객’의 ‘작동’을 중지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아인은 곧바로 빠르게 몸을 숙여 소음기 소리로 점철된 악의를 피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연이어 날아드는 인공 근육과 합금골격의 발차기는 아인의 의식보다 빠르게 그를 덮쳤고, 그는 침대를 반쯤 박살 내며 나가떨어져야 했다.

"크윽!"

고통으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도 못한 아인 시야 위로, 곧바로 짙은 암흑과 함께 소음기의 총구가 드리운다.

“행동제약 3원칙 발동을 명령한다. 명령권자 CID 2049330503. 서울종로경찰서 경위 박아인.”

반응은 없었다.

상대는 인간보다 더욱 인간다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목표를 내려다보는 눈동자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그 어떠한 대화나 협상의 여지도 갖고 있지 않은 '병기'로서의 무의식.

그나마 희미한 빛마저 모조리 삼켜버릴 듯한 저 먹색 인공 망막이 비추고 있는 건, 죽음을 앞둔 하나의 생명체가 아닌 그저 조작된 인공지능에 입력된 하나의 목표이자 개체일 뿐이겠지.

역시 ‘이것’들은 역겹다-라며,

아인이 주먹을 쥐는 순간,


“-!”


귀를 찢는 듯한 폭음과 함께 눈앞이 흔들린다. 동시에 둔탁한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는 ‘악의’.

아인은 순간 무언가 ‘그것’의 내부에서 폭발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폭발이라고 느낀 것은 다름 아닌 AA철갑탄이 안드로이드의 외피와 관절을 단번에 관통하면서 만들어낸 후폭풍이었다.


“아인!”


익숙한 목소리에 반응할 새도 없이, 아인은 총을 들고 있던 팔의 관절이 완전히 박살 났음에도 자신을 향한 악의를 멈추지 않는 무기체의 검은손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손이 아인의 목에 닿는 일은 없었다. 현관에 있던 크리스가 엄청난 속도로 튕기듯 도약하더니 안드로이드의 허리를 걷어차 버린 것이다.


“조심-”


상대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유기체였다면 충분히 제압이 가능했을 정도의 충격이었겠지만, 안드로이드는 나가떨어짐과 거의 동시에 멀쩡한 팔로 크리스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아인이 고함에 가까운 목소리를 뱉으려고 했던 건 기계의 악력에 의해 크리스의 손목이 으스러지는 광경을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


뼈가 으스러지는 파열음 대신, 금속과 금속이 얽히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아인의 오피스텔을 긁는다.

총중량 250kg이 넘는 안드로이드를 날려버리는 각력,

성인 남성의 팔쯤은 우습게 구겨버리는 인공 근육의 압력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침착함.

아인은 ‘전직 군인’이라는 크리스의 프로필을 어렵지 않게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녀는 전신이 기계화된 전투병이었던 것이다.


[뇌 쪽은 건드리지 마.]


“말이야 쉽지!”

양팔이 모두 제압당했음에도 계속해서 몸부림을 치는 안드로이드를 침묵시키기 위해선 중추신경 회로 자체를 파괴하는 수밖엔 없다. 그러나 크리스의 양손은 안드로이드의 폭주를 막기 위해 봉인된 상태. 결국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아인! 제 총을 잡아요!”


“뭐? 어디-, 잠깐, 기다려!”


“반동이 세니까 손목이랑 어깨 조심하세요! 목표는 귀와 귀가 연결되는 목덜미 가운데, 사람으로 치면 보조뇌 소켓이 있는 곳이요! 오블리! 아인한테 표적값 전송해줘!”


“잠깐······, 가만히 좀-”


다급한 크리스의 목소리에 재빨리 크리스의 권총을 집어들긴 했지만, 아인은 어두운 조명 아래 뒤엉킨 안드로이드와 기계 인간의 혼란 사이에서 사격제어프로그램도 없는 군용권총의 가늠자를 이리저리 흔들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새 멋대로 아인의 BDM에 침투하여 대신 표적값을 입력해준 오블리였지만, 아인에겐 그것을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빨리!”


크리스가 잡고 있던 안드로이드 팔뚝의 인공 피부가 벗겨지며 회색빛의 역겨운 근육결이 모습을 드러낸다.

자신의 방심을 만회하기 위해 크리스는 무릎으로 안드로이드의 복부를 짓눌렀지만, ‘그것’은 자신의 하체가 완전히 짓이겨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상체만을 이용하여 크리스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다.

이곳에 온 목적, 입력된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마지막 발버둥.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두 팔만으로 자신을 향해 돌진하듯 기어오는 안드로이드를 향해 아인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뿐이었다.


[아이고오. 망했네.]


거친 총성과 동시에 귓가로 오블리의 탄식이 새어 들어온다.

아인에 의해 발사된 철갑탄이 안드로이드의 아래턱에 직격, 그대로 관통하여 목과 몸통을 분리해버린 탓이었다.

왜 그가 실망한 건지, 아인은 크리스가 다급히 안드로이드의 머리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오블리! 어때? 가능하겠어?”


[으으음, 신호가 너무 약해. 이제 몇 초 있으면 링크가 완전히 끊길 거야. 따로 백업드라이브도 없는 거 같고.]


“직접 연결해보면?”


[으엑, 괜찮겠어?]


“네 방화벽을 믿어볼게.”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자신의 손목에서 유선 커넥터를 뽑아내는 크리스. 아인은 그녀가 말한 ‘직접 연결’이 무엇인지 알아채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 크리스, 지금 뭐 하는 거야!”


아인의 날카로운 외침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는 뽑아낸 커넥터를 그대로 반파된 안드로이드의 머릿속에 꽂아 넣었다.

전뇌정보법 위반임은 물론이고, 잘못하다간 뇌사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었기에 아인이 자신도 모르게 이마를 감싸 쥔 것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빨리, 노이즈가 점점 심해져.”


[내가 하라고 한 거 아니다잉. 오염도는?]


“버틸만해.”


[오케이. 기준치 넘으면 바로 끊어.]


커넥터를 잡은 크리스의 손이 떨리기 시작하고, 동공 또한 발작하듯 이리저리 초점이 튄다.

워낙 정갈한 이미지의 크리스였기에 그런 그녀의 모습이 아인에겐 더욱 기괴하게 다가온 모양이었다.

다급히 총을 내려놓고 뭐라도 하기 위해 앞으로 다가간 그였지만, 크리스는 괜찮다는 듯, 유선 커넥터가 뽑힌 손을 들어 아인의 접근을 사양했다.


“괜찮아요. 혹시 모르니까, 아인 씨는 생활 AI랑 연결된 BDM 신호 전부 끊은 다음에 제 총 들고 대기해 주세요.”


“총은 왜?”


“제가 폭주하기 시작하면 아인 씨가 절 제압하셔야 하니까요.”


“아······.”


그렇다. 그녀는 뇌를 제외한 전신이 BDM의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 인간이다.

만약 그녀의 뇌와 BDM이 통제권을 잃는다면, 그녀의 몸은 외부의 해킹과 무작위 신호로 인해 마구잡이로 날뛰기 시작할 터. 아인은 다급히 크리스의 권총을 주워 잔탄을 확인한 뒤, 마른침을 삼켰다.


[됐어, 그만!]


오블리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크리스의 떨림은 멈추지 않는다. 어느덧 그녀의 코에선 새빨간 피와 함께 QP액으로 추정되는 은빛의 액체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크극······.”


신음처럼 흐르는 크리스의 목소리.

이제 그녀의 눈동자에서는 동공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고, 통제권이 상실되기 시작한 신경계로 인해 입가에 침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


그리고 마법처럼 모든 증상이 멈춘 순간,


아인은 망설임 없이 총을 들어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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