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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굿모닝, 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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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작품등록일 :
2023.08.31 16:10
최근연재일 :
2023.11.2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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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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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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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를 박탈당한 유기견들 (2)

DUMMY

“익명의 자칭 테러리스트가 이틀 전, ‘말룸 바이오닉스’라는 민간연구소에 테러 위협을 해왔어. 그들의 요구는 돈. 만약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말룸 연구소의 메인프레임을 해킹하여 내부정보를 모두 유출 시킬 거라고 했다네.”


언제나처럼 좁고 칙칙한 종로경찰서의 ‘지하주차장 관리실’.

‘출장’을 마치고 복귀한 태상까지 합류한 상태였기에, 제일 덩치가 큰 크리스와 태상, 유라가 서로 경쟁하듯 소파에 낑겨 앉아있었고, 오블리는 언제나처럼 그의 전용의자에, 그리고 쑈 역시 그의 전용석이나 마찬가지인 벽을 등진 채 바닥에 앉은 채였다.

이런 밀집도 덕분에 관리실 한가운데 서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아인으로선 학예회 발표를 하는 듯한 자괴감을 애써 지워내며 입을 열어야 했다.


“이에 서장님께서 우리 ‘팀’이 해당 사건을-”


“아니, 잠깐. 민간기업이 테러 위협당하는 걸 왜 우리가 맡아야 하는데? 지들 전담팀도 따로 있을 거 아냐?”


아인이 브리핑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그의 망막을 통해 ‘서류’의 내용을 모두 훑어본 오블리였다.


“망할, 오블리. 멋대로 내 눈 해킹하지 말랬지.”


“뭐 어때 그 정도야.”


“우리가 사건을 맡을 이유는 첫째, ‘말룸’이 국방부와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협력업체라는 것.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룸 측에서 비공식으로 수사를 진행하길 원했다는 점이야.”


“미심쩍다-, 이거잖아. 그러고 보니 이상하긴 하네.”


“뭐가?”


아인의 질문과 시선을 받았음에도, 오블리는 여전히 자신의 의자에 반쯤 누운 채, 모니터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보통 해커들이 기업한테 돈을 뜯어낼 때는, 메인서버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뚫어낸 뒤에 그걸 가지고 협박을 하는 편이거든. ‘우리 능력 봤냐? 돈 안 내놓으면 너네 뼛속까지 털어서 망하게 해줄 테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돈 내놔.’라는 거지.”


“······어째 경험담처럼 들리는데.”


“아무튼. 밑도 끝도 없이 ‘너네 털 거니까 싫으면 돈 내놔.’라는 건, 기업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는 허풍이나 다름없는 거야. ‘인페르노’같은 회사는 하루에도 저런 협박을 수십, 수백 통은 받을걸? 그거 가지고 허겁지겁 신고한 것도 모자라서 비공개로 수사를 해달라고? 확실히 뭔가 구리긴 하네.”


사건을 맡긴 인배의 의도를 정확하게 잡아낸 오블리의 말에 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룸이 ‘인페르노’같은 대기업은 아니지만, 국방부 협력업체라면 대기업에 준하는 사설 보안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즉, 우리는 안과 밖 모두 경계하면서 정보를 캐내야 하는 거야.”


“위장신분은?”


태상의 질문이었다.


“사이버테러수사대. 현장은 나랑 태상, 크리스가. 나머지는 백업. 다른 질문 있나?”

평범한 침묵이 이어지고, 아인은 천천히 모두의 얼굴을 둘러본 뒤에야 입을 열었다.

“오블리가 신분 작업 끝내는 대로 출발한다. 개인화기는 최소로. 행동 지침 숙지하고.”


“다 됐어.”


눈 깜짝할 새에 뒤바뀐 자신의 ID가 망막정보로 흘러들어왔고, 이를 확인한 아인은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출발한다.”



***



‘말룸 바이오닉스’ 연구소는 몇몇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그러하듯, 폐교된 대학의 부지를 매입하여 사용하고 있었기에 꽤나 넓은 사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본인들이 평범한 ‘연구소’가 아님을 입증하듯, 부지를 둘러싸고 있는 담벼락은 특수제작된 역장코팅을 통해 그 어떠한 생명체의 침범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었고, 중무장한 경비원들의 배타적인 태도 또한 신분스캔을 받는 내내 아인을 긴장시킬 정도로 날카로웠다.


“확인되었습니다. 말룸 연구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박아인 조사관님.”


그 어떤 표정의 변화도 없이 입으로만 환영하는 경비원의 말과 함께, 아인과 팀원들이 타고 있던 차를 가로막고 있던 바리케이드가 땅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아인은 그와 동시에 경비병들의 손가락 또한 방아쇠에서 떨어지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엄청 살벌하네에.”


조수석에 앉아 줄곧 아인과 똑같은 광경을 목격한 태상의 감상이었다.


“이렇게 보안에 투자하면서도 안드로이드나 무인경비시스템은 쓰질 않고 있네요.”


뒷좌석에서 이어지는 크리스의 평가. 아인은 자동주차버튼을 누르며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다.


“못 믿는 거지.”


셋이 차에서 내려 주차장을 막 벗어나려는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 두 명의 남녀가 아인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박아인 조사관님이시죠?”


말쑥한 정장 차림의 남자가 먼저 아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예,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말룸 바이오닉스의 전뇌신경 수석연구원이자 엔지니어인 게이츠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보안책임자인 신애경입니다.”


“반가워요.”


게이츠에 이어 보안책임자라고 대신 소개를 받은 여인과 연속으로 악수를 나누는 아인.


“보안책임자라면, 말룸에서 자체적으로 보안팀을 운용하고 계신다는 건가요?”


“맞습니다. 보고서에 나와있지 않던가요?”


“단편적인 정보만요. 그래서 당연히 사설업체를 쓰시는 줄 알았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아인의 대답에 게이츠는 만족스러운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러는 편이 더 효율적이니까요. 아, 오해는 마십시오. 사설 보안업체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확히 그런 뜻인 거 같은데.]


머릿속에서 울려오는 오블리의 빈정거림을 애써 무시하며 표정을 유지하는 아인.

게이츠와 애경은 태상과 크리스와도 인사를 나눈 후에야 다시 아인을 향해 몸을 돌렸다.


“자, 일단 제 사무실로 모시겠습니다.”



***



“······.”


거대한 부지의 정중앙에 위치한 본관. 사실 아인은 대학교였던 시절의 외관을 거의 유지하고 있는 건물들 덕분에, 본관으로 향하는 내내 대학교를 투어하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두 번의 보안 절차를 더 뚫어내고 들어선 본관 내부의 모습은, 그가 ‘연구소’라는 이름에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이 과소평가였음을 확신하게 해주는 광경이었다.


저마다 과시하듯 새하얀 가운을 입은 채로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는 사원들과, 외부인에게는 조금의 노출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구역마다 설치되어있는 신호차폐막. 덕분에 아인은 계단을 오르고, 복도를 걷는 내내 마치 먹색으로 도배한 유리벽 사이를 걷는 듯한 갑갑함을 느껴야 했다.


[오블리, 어때?]


[으음······, 육본 수준의 신호차폐라서, 흔적 없이 뚫기는 좀 어려울 거 같은데.]


[알았어. 일단 아무것도 손대지 말고 대기해.]


[오게이~.]


“죄송합니다, 좀 갑갑하시죠? 죄다 검은색으로 보이실 테니.”


마치 이쪽의 의중을 꿰뚫어 본 듯한 보안책임자 애경의 목소리였지만, 아인의 표정에 흔들림은 없었다.


“아뇨, 이해합니다. 보안이 곧 생명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네요, 자, 들어오시죠.”


“······.”


게이츠의 사무실은 그리 특별할 게 없는, 전형적인 중견책임자의 그것이었다.

다만 그곳으로 들어서는 아인의 표정이 확연하게 굳은 것은, 사무실 안에서 그를 맞이하고 있는 세 명의 경비병 때문이었다.

이런 아인의 불편함을 눈치챘는지, 게이츠는 자신의 책상에 앉기 전에 얕은 미소로 양해를 구해온다.


“아, 죄송합니다. 이번 사건 후로 회사 내규상 외부인과의 미팅은 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고 있어서요. 혹시 설명이 더 필요하시다면 여기 보안책임자님께서-”


“아닙니다, 괜찮아요. 이해합니다.”


마른 미소와 함께 게이츠의 책상 맞은편에 몸을 내려놓는 아인. 그러나 그의 머릿속은 이미 팀원들의 목소리로 인해 아수라장이었다.


[뭔 개소리야? 지들이 도와달라고 신고해놓고 정부 요원들 앞에서 기강이라도 잡겠다는 거야?]


웃음기가 가득한 태상의 불평을 오블리가 거들어준다.


[심지어 풀무장이네. 굉장히 건방진걸?]


[다들 알았으니까, 조용히 좀 해.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고.]


경비병들의 존재 탓일까. 별다른 망설임 없이 아인의 옆에 몸을 내려놓는 태상과는 달리, 크리스는 그들이 앉아있는 소파 뒤에 선 채로 굳건하게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러나 이어지는 게이츠의 목소리와 손짓은 이런 묘한 신경전 따윈 알 바 아니라는 듯, 더없이 가볍고 평온했다.


“저희가 신고했던 대로, 이틀 전 누군가가 회사 내부 보안통신망을 통해서 협박전화를 해왔습니다.”


“전화? 유선통신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가는 게이츠.


“예. 저를 포함한 사내 몇몇 사람들에게 동시에 유선으로 연결하여 협박을 해왔습니다.”


“정확한 협박 내용은요?”


“신고 내용이 전부입니다. 돈을 주지 않으면 회사의 메인프레임을 뚫어서 내부정보를 유출하겠다는 거였죠.”


그리고 아까 지하주차장 관리실에서 오블리와의 대화를 기억해낸 아인이었다.


“그건 좀 이상하네요. 비슷한 종류의 협박은 많이 받지 않으십니까? 본보기로 뭔가를 해킹해서 협박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전화 한 통 해온 거뿐인데요.”


나름 날카로운 지적이었는지, 게이츠는 곧바로 답하지 못하고 옆에 서있는 애경을 먼저 올려다본다. 게이츠의 입이 다시 열린 것은 마치 허락하겠다는 듯, 애경의 고갯짓을 보고 난 후였다.


“맞는 말씀입니다. 뭐 보여준 것도 없는 평범한 협박이었다면 그냥 무시하고 말았겠죠. 그런데 문제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전화’였다는 겁니다.”


“······흐음?”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한 아인의 미간.

게이츠는 다시 한번 애경을 바라보고, 그녀의 고갯짓을 확인한다.



“저희 내부의 보안 통신은, 국방부 쪽 인원이 아니라면 사용이 절대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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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실패한 유토피아의 특이점 (2) 23.09.14 15 0 10쪽
13 실패한 유토피아의 특이점 (1) 23.09.12 1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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