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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굿모닝, 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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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작품등록일 :
2023.08.3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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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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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의 미소가 나를 살찌운단다 (2)

DUMMY

“암살이라고?”

반쯤 누운 채, 자신의 가슴 위에 그릇을 올려두고 합성육향이 짙은 국밥을 우적우적 먹고 있던 오블리가 비웃음을 날린다. 물론 식사 중에도 그의 시선은 줄곧 모니터만을 향해 있었기 때문에, 그 거친 비웃음을 타고 튀어나온 밥풀이 모두의 식탁 위로 추락하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것도 하원의원을? 어디서 구린내가 진동하지 않아?”


“다시 말하지만, 정치적인 이슈가 섞인 일은 절대로 아니야. 1차 정보의 출처도 마피아 쪽이라고 하고.”


먹고 있던 볶음밥에 일회용 숟가락을 꽂으며 항변하는 아인. 이에 오블리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정치적인 성향만 놓고보면 차 로이스랑 형네 아버지랑은 비슷한 편이니까. 실제로 형네 아버지 취임식에 로이스 그 인간이 찾아오기도 했고.”


“······그래?”


몰랐던 사실이다. 이에 오블리는 부탁하지도 않은 박인배 총경의 취임식 당시 미디어 자료를 아인의 시각정보에 띄워주고 있었다.


“봐봐, 다른 의원들이랑 같이 왔었잖아. 악수하면서 인사하는 거 보니까 초면은 아닌 거 같은데?”


“뭐, 그건 그렇고. 어쨌든 이번 의뢰는 정보 수집 단계부터 우리가 시작해야 하니까,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말해봐.”


아인의 시선이 좁은 식탁에 모여 저급한 배달음식을 먹고 있는 ‘팀원’들을 훑는다.

여전히 관심이 없어 보이는 오블리와, 벌써 면 종류만 세 그릇째를 비우고 있는 크리스. 태상과 유라는 만두를 씹으며 주변의 눈치를 보고 있었고, 쑈는 식탁에서 한걸음 떨어진 곳에서 들고 있는 우동그릇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아인은 그런 팀원들에게 최대한 불편함을 주기 위하여 계속해서 시선을 쏘아댔고, 결국 견디다 못한 태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 일단 왜 우리가 그 인간을 죽여야 하는데?”


“마피아 쪽과 일종의 불법적인 거래를 했어. 그리고 그게 사실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게 우리 첫 번째 일이지.”


“으음, 그러니까······, 그놈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는데, 진짜로 죽일만한 짓을 한 놈인지 먼저 밝혀내라-, 이거지 지금?”


“그래.”


담담한 아인의 대답에 그게 말이 되냐-라는 말과 욕을 삼키며, 대신 구겨진 표정으로 이를 표현하는 태상이었다.


“그 ‘죽일만한 놈’인지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정확히 뭐고, 어디에 있는데?”


이번엔 유라의 질문이었지만, 역시 이번에도 아인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으니까.”


“정식으로 수사를 요청하는 건?”


“경찰 측에 확실한 증거가 있고, 영장을 받아낼 수 있었으면 우리 쪽에 부탁하지도 않았겠지.”


“그게 뭐야? 완전 그냥 맨땅에서 시작하라는 거잖아?”


“거봐, 냄새가 난다니깐.”


유라의 불만에 이어 다시금 등장하는 오블리의 음모론까지. 그렇지 않아도 기름맛 밖에 나지 않던 볶음밥에 아인이 완전히 입맛을 잃는 순간이었다.


“똥내인지 된장내인지는 직접 캐보면 알 거고, 당장 우리가 하고 안 하고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모두 집중 좀 해주지?”


“가장 유력한 장소라면, 놈이 운영하고 있는 자선단체나 재단의 사무실이겠지.”

모두가 씹고 있던 입을 멈추고, 생소한 목소리를 향해 시선을 모은다.

낮은 울림의 정체는 다름 아닌 쑈였다.

“정치인인 만큼 공적인 DB에는 본인의 명성에 위험할 수 있는 정보를 올려두지는 않았을 거고, 마찬가지로 개인 서버에 흔적을 남겨놓을 짓은 하지 않았을 테니, 만약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게 마피아와의 거래내역 같은 거라면 실물데이터로 보관 중일 거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사무실은 1차적으로 제외, 개인 창고도 본인이나 최측근의 명의가 필요하니 제외, 남은 건 대상이 자금과 이미지의 세탁 용도로 운영하고 있는 제3의 신분이겠지.”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다시 우동에 집중하는 쑈의 시선.

아인은 꽤 냉철한 분석을 마친 청부살인업자에 대한 의외성은 잠시 제쳐두고, 곧바로 오블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청년은 그 시선을 뜻을 알아채고서 곧바로 무언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으음-, 재단 쪽은 별거 없는데, 자선단체 쪽이 좀 수상하네. 사무실도 차 로이스가 소유 중인 저택 중에 하나로 되어있고, 설치된 보안 등급도 웬만한 은행 수준이야.”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되겠네. 위치는?”


결국 다시 볶음밥을 머금는 아인의 목소리. 그러나 오블리의 표정은 즐거움과 거리가 멀었다.


“정릉. 근데 저택 전체가 신호차폐막 범위 내라 원격 엑세스는 힘들 것 같은데. 주말에도 상주 인원이 많아서 직접 침투도 애매하고.”


“음······, 위장하는 건?”


“마땅한 껀덕지가 없어.”


“······.”


원격 해킹도 어렵고, 위장할 신분도 마땅치가 않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직접적인 침투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오블리를 통해 내부의 변수를 통제할 수 없는 현장으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정보를 훔쳐내기 위해 무작정 인원을 투입한다는 건 아인으로선 용납하기 어려운 위험부담이었다.


“껀덕지가 없으면 만들면 되지.”

그리고 그런 아인의 고민을 해결해줄, 청명한 유라의 목소리.

그녀는 자신이 내뱉은 말의 가벼움에 비해 육중한 아인의 시선을 받자 다소 당황한 듯했지만, 씹고 있던 만두를 빠르게 삼키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이미지메이킹에 환장한 사람이라며? 자선단체도 가지고 있고, 재단도 있고. 그런 사람이 과시하고 싶어 할만한 걸 미끼 삼아서 던져주는 거야. 행사 같은 거 말이야. 그리고 우린 그 행사를 진행하는 업체로 위장하면 쉽게 침투할 수 있겠지.”


“행사라면······, 무슨 행사?”


아인의 물음에, 유라는 기름기로 반질거리는 입술을 닦어내며 씨익-, 웃어 보였다.


“저런 류 사람들이 환장하는 게 하나 있잖아.”




***




“은정 씨, 퇴근 안 해요?”


“아, 의원님.”

은정은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퇴근 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시각, 사무실에 남아있는 건 자신 혼자뿐이라고 생각했기에 ‘대표’의 예상치 못한 등장은 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입찰 공고 올릴 게 아직 남아있어서요.”


“아아, 그렇지. 벌써 그런 시즌인가.”


민주당 하원의원이자, 아동인권단체 ‘포 더 칠드런’의 대표, 차 로이스.

선명한 이목구비에 모델을 연상시키는 훤칠한 키와 장발의 사내로, 외모로만 따지면 의회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중후한 인상의 미중년이었다.


“광주에 내려가시는 거 아니셨어요?”


“아아, 응. 처리할 일이 좀 남아있어서, 당분간 서울에 있어야 할 거 같네.”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운 미소. 굳이 이성으로서의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미소였다.

“은정 씨는 할만해? 보자, 이제 입사한 지 6개월 됐던가?”


“네.”


“월급도 못 올려주고, 이거 미안해서 어째?”


“어휴, 아니에요. 다들 너무 착하시고 잘해주셔서.”


“잘해줬는데 혼자 야근이야? 앞뒤가 다르다 어째?”


“하하하-.”

다소 짓궂을 수 있는 장난이었지만, 이런 로이스의 친근한 접근방식은 사회 초년생인 은정에게 있어 고마운 배려였다.

첫 직장을 비영리단체, 그것도 국회의원이 대표로 있는 아동권리센터에 취업하겠다는 그녀를 주변에선 모두 걱정했었다. 물론 애초에 돈이 아닌, 이력서에 좋은 내용의 한 줄을 추가하겠다는 생각으로 입사했기에 그녀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대표가 국회의원이라고 해봤자, 결국 겉치레용일 뿐인 직함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차 로이스는 꽤나 ‘포 더 칠드런’에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그의 얼굴이나 구경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로이스는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반드시 이곳 ‘포 더 칠드런’의 사무실에 출근했으며, 이곳의 업무도 꽤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정치인들은 다 똑같은 족속 아니냐-라고 생각해왔던 은정에게는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게다가 그런 평판을 지닌 국회의원과의 기대하지 않았던 연줄까지 가지게 된 셈이었으니, 그녀의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첫 직장이었다.

“아, 의원님. 이번 하반기 자선행사 말인데요, 입찰공고 올리기 전에 미리 기획서를 보낸 업체가 있는데, 내용이 괜찮은 거 같아서요.”


“벌써 기획서를? 어딘데?”


흥미롭다는 듯이 다가오는 차 로이스에게, 은정은 자신이 보던 파일을 열어 단말기 화면에 띄워주었다.


“제이지 커뮤니케이션즈라는 곳인데, 이번 행사를 ‘경매’로 진행해보고 싶다고 왔더라구요. 근데 기획서 구성이나 내용도 괜찮고, 찾아보니까 실적도 꽤 탄탄해 보여요.”


“흐음.”

짧은 감탄을 남기고 스크롤을 내리는 로이스. 그러다 문득 그의 손가락이 멈춰 선다.

“······이건?”


“아, 제이지 쪽에서 행사 수주시 본인들이 초청할 수 있다고 알려준 MVP 목록이에요.”


“······.”


유명한 연예인들과 인플루언서, 그리고 메가코프의 인사들까지.

하지만 그 모든 화려한 이름들 속에서, 로이스의 이목을 끌어당긴 건 오직 하나뿐이었다.


‘서울 종로경찰서장 총경 박인배.’


“좋네. 은정 씨, 이쪽으로 컨택하자구.”


“예? 공고는요?”


“올리지 말고 그냥 퇴근해. 내일 출근하면 임팀장한테 말해서 여기, 제이지? 여기랑 계약하라고 전해줘. 과업지시서 바로 내려주고.”


“아, 넵.”


“그럼 먼저 들어갈게, 은정 씨도 빨리 퇴근해.”


“네, 알겠습니다.”

역시나 시원시원한 일처리다.

은정은 잔업이 사라져 가벼운 마음으로 가방을 챙겼고, 그때까지 홀로 회의실에 남아있던 로이스를 향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는지, 대답 대신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주는 대표. 은정은 ‘역시 바쁘신 분이야’라며 묘한 자랑스러움과 함께 사무실을 나섰지만,

이어지는 로이스의 목소리는 그녀가 생각하는 ‘자랑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 난데. 예전에 정책실에서 자기들도 인지하지 못했던 명령서였나 보고서 나왔던 적 있다고 했잖아. 그거 서명이 누구 이름으로 되어있었다고 했지?”


[박인배 총경입니다. 종로경찰서장이요.]


“어, 알았어. 확인 고마워.”


통화를 마친 국회의원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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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너희들의 미소가 나를 살찌운단다 (1) 23.11.19 1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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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절규를 박탈당한 유기견들 (6) 23.11.07 11 0 10쪽
27 절규를 박탈당한 유기견들 (5) 23.11.03 11 0 11쪽
26 절규를 박탈당한 유기견들 (4) 23.10.31 12 0 10쪽
25 절규를 박탈당한 유기견들 (3) 23.10.27 11 0 10쪽
24 절규를 박탈당한 유기견들 (2) 23.10.22 15 0 10쪽
23 절규를 박탈당한 유기견들 (1) 23.10.19 14 0 10쪽
22 Hello, New World 23.10.11 16 0 11쪽
21 굿모닝, 만족의 노예들 (4) 23.09.30 15 0 11쪽
20 굿모닝, 만족의 노예들 (3) 23.09.29 15 0 10쪽
19 굿모닝, 만족의 노예들 (2) 23.09.28 15 0 10쪽
18 굿모닝, 만족의 노예들 (1) 23.09.26 1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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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실패한 유토피아의 특이점 (4) 23.09.22 16 0 9쪽
15 실패한 유토피아의 특이점 (3) 23.09.20 18 0 10쪽
14 실패한 유토피아의 특이점 (2) 23.09.14 16 0 10쪽
13 실패한 유토피아의 특이점 (1) 23.09.12 14 0 10쪽
12 안드로이드는 조작된 행복의 꿈을 꾸는가? (6) 23.09.11 16 0 14쪽
11 안드로이드는 조작된 행복의 꿈을 꾸는가? (5) 23.09.10 16 0 11쪽
10 안드로이드는 조작된 행복의 꿈을 꾸는가? (4) 23.09.09 21 0 11쪽
9 안드로이드는 조작된 행복의 꿈을 꾸는가? (3) 23.09.08 18 0 13쪽
8 안드로이드는 조작된 행복의 꿈을 꾸는가? (2) 23.09.07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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