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폭렬천사의 셸터

또 다른 셸터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152 회
조회수 :
231,440
추천수 :
5,519
글자수 :
1,674,356

작성
14.07.10 23:57
조회
869
추천
26
글자
23쪽

125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6)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36.

빌헬름텔은 조심스레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학창시절 접붙이기를 할 때가 생각났다. 당시 그는 작은 모종이 다칠세라 소중하게 다루었었다. 귀한 재료라서 그랬던 게 아니다. 접붙이기는 사람으로 따지면 멀쩡한 살 깎아서, 남의 살 채워 넣는 것. 고통에 둔감한 게 식물이라 해도, 그는 모질게 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성심껏 다루어도, 거칠게 다루어도. 될 놈만 된다.

결함이 있는 쭉정이 종자는 싹을 틔우지도 못하고 썩어버리지 않는가.

그걸 알기에 다들 기계적으로 다루었다. 소실된 과거의 연구기록을 허겁지겁 쫒아가는 것이기에, 다들 예민해져 있기도 했다.

그것이……대충대충 하는 것에 대한, 합당한 이유는 될 수 없다.

빌헬름텔은 ‘될 놈만 된다’는 말을 핑계 아닌 핑계로 여겼다.

같은 일을 해도, 열과 성을 다하면 모자란 1%가 채워진다. 그럼에도 실패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노력하지 않고 경험한 실패는 언제나 후회를 가져왔다.

지금 위험한 폭발물을 화살에 달고 쏘아 보내려는 것도 그래서이다.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터진다. 그렇다면 후회라도 안 남게 쏘는 게 낫다.

그때 지반이 붕괴되면서 어깨가 흔들렸다. 너무 살짝 잡은 탓일까. 활시위에 걸린 화살이 그만 발사되고 말았다. 너무도 낮은 각도의 곡선을 그리면서.

“악!”

지켜보던 루시엔이 비명을 질렀다. 빌헬름텔도 표현만 안하고 있었지, 그의 내면은 뭉크의 절규 같은 얼굴이 떠돌아다녔다.

망했다.

빌헬름텔의 얼굴이 구겨졌다. 낮은 포물선의 끄트머리 지점에는, 깔때기처럼 뻥 뚫린 구멍이 있었다. 폭발의 힘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지점이다. 아마 익스플로전 튜브를 가진 암살자가 염두 해둔 곳일 것이다.

“하필이면…….”

빌헬름텔은 차라리 가지고 있는 것만 못하다며 자책했다.

하지만 구멍 속으로 떨어진지 꽤 되었지만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목을 움츠린 루시엔이 조그만 목소리로 물었다.

“터, 터진 건가요?”

빌헬름텔은 고개를 저었다.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불발?”

“그렇다면 좋겠습니다만…….”


◇◇◇◇◇◈◇◇◇◇◇◇◈◇◇◇◇◇◇◈◇◇◇◇◇


숲속에 드리워진 어둠 속에서, 노랑과 초록색의 물체가 튀어나왔다.

눈에 튀는 초보아처 복장을 한 여자다. 여자는 그림자에서 튀어나오자마자, 발밑의 바위를 힘껏 박찼다. 바위에 쩍 금이 가면서 여자의 몸이 빠르게 쏘아져나갔다.

“제법이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냥꾼이 감탄했다. 겉보기엔 비리비리한 여자일 뿐인데, 직선적인 움직임에서 전사의 노련함이 풀풀 풍겼기 때문이다. 머리위로 채찍이 날아들고, 라이칸스로프들이 달려들어도 그것에 흔들리지 않고 하나의 목표만 쫓는다.

오로지 속도에 의존해서.

다시 한 번 도약한 여자는 늑대머리 거인의 발뒤꿈치에 대고 단검을 휘둘렀다. 늑대머리 거인이 잠시 비틀거리더니, 무릎을 꿇으며 주먹을 날렸다.

여자는 주먹을 피해 몸을 날렸다. 그곳엔 라이칸스로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라이칸스로프들이 인간형으로 변신하며 손톱이 길게 자란 손을 쳐들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여자가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음에도 헛손질을 해댔다. 마치 앞이 안 보이는 것처럼.

“과연 그렇군.”

사냥꾼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의 몸이 그림자 속으로 잠겨들었다. 그리고 사냥꾼의 바로 옆에서 나타났다.

“어떻습니까?”

사냥꾼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나쁘지 않군. 단순히 앞을 못 보게 하는 게 아닌, 시간차 공격을 하기 위한 스킬이라니. 하지만 그게 저 거인에게도 먹힐지는 모르겠군.”

“이미 확인했습니다. 통하더군요. 그보다 어르신이 얘기하신 그 이야기. 사실이겠지요?”

“단순히 전설이 아닌 정설이라네.”

잠시나마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건, 늑대머리 거인의 공격 패턴 때문이다.

늑대머리 거인의 채찍 공격은 전방의 부채꼴 면적에 이루어진다. 그 부채꼴의 범위를 벗어나는 곳에 서 있으면 공격을 피할 수 있다.

즉, 이곳은 늑대머리 거인의 측면에 위치한 숲. 일종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일시적이었다.

부상을 입힌 여성유저가 사라지자, 성이 난 늑대머리 거인이 주먹을 쳐들었다. 라이칸스로프들이 한주먹에 으스러져버렸다.

늑대머리 거인은 가까이 다가오는 여성유저를 상대로 시간을 벌기 위해, 라이칸스로프를 토해냈다. 하지만 라이칸스로프들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그래서 조금 전 발뒤꿈치를 베인 것이다. 그것에 화가 난 늑대머리 거인이 라이칸스로프들을 뭉개버린 것이다.

“저런……그래도 자기 몸에서 나온 건데 저리 쉽게 죽여 버리다니.”

사냥꾼이 혀를 쯧쯧 찼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러면서 여자는 슬쩍 땅을 바라보았다. 마치 땅에서 뭔가 튀어나오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아직 멀었나?’

초보아처의 복장을 한 여자의 정체는 위즈였다.


◇◇◇◇◇◈◇◇◇◇◇◇◈◇◇◇◇◇◇◈◇◇◇◇◇


위즈는 빌헬름텔에게서 활쏘는 법을 배웠다. 그렇지만 대놓고 아처로 행세할 만큼 잘 쏘진 못했다. 숙련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처로 꾸민 건, 아이린을 노린 암살자 그룹에 네크로맨서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위즈는 네크로맨서가 빙글뱅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진짜 그 자라면 조심해야한다.’

위즈는 빙글뱅글과 웃으며 헤어진 사이가 아니다. 오히려 빙글뱅글에게 한방 먹이고 헤어졌다.

글자 그대로다. 위즈는 빙글뱅글을 발로 걷어 차버렸다.

남자로서 중요한 부분을.

덤으로 빙글뱅글을 치한으로 몰아세우기까지 했다.

‘그때도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 일부러 탈의실에서 옷까지 갈아입었고.’

빙글뱅글은 그때 일을 잊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그때 굴욕을 준 장본인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이것이 위즈의 걱정.

신성왕국에서 대놓고 덤벼들지는 않겠지만. 만에 하나 위즈가 생각한 것보다 열 받아있다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것은 분명하다.

이미 엔틸리움에서 중급마족이 소환될 때, 다수의 구울과 라이칸스로프가 목격되었다. 그게 빙글뱅글의 짓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위즈는 남자의 모습을 버렸다.

어차피 바하르칼 용병들은 위즈의 본명을 모른다. 그냥 W라고만 알고 있다. 그리고 바하르칼 용병들의 추격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위즈가 성별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노출되었다.

그러니 카무플라주로 여자모습을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여자모습으로 변한 것은, 직업도 없는 무능력자 상태에서 흉내 낼 직업이 아처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돌팔이 치료사 흉내는 전투상황에는 안 어울린다.

무엇보다 아처 흉내를 내기 위해 구입한 옷은, ‘여성용’ 초보아처 복장이었다.

남성용은 매물이 잘 안 나와서 구하기가 힘들었다. 게임 속에 남성유저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자네의 칼질을 조금만 더 다듬으면, 더욱 깊게 베어 들어갈 수 있을 것도 같네만. 계속 변죽만 울리니 보는 입장에서 속이 터지는 군.”

“이건 공상선긋기라고 해서, 베어낸 듯 안 베어낸 듯한 상태를 유지시키는 겁니다. 대놓고 공격이 깊게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무슨 검술이 그리도 애매한가?”

“검술이 아니라, 석수장이의 비기입니다.”

“허……돌이나 쪼던 자들이 쓰기엔 너무 고차원적이로군. 아니지. 정적인 것을 대상으로 하기에 그럴 수 있었던 건가? 아무튼 단지 예리하게 베는 것만으로는 내가 말해준 방법을 쓰진 못할 거네.”

“그렇겠지요.”

조금 전 사냥꾼은 거인을 쓰러뜨릴 묘안을 내놓았었다.

그것은 무심코 흘린 마물사냥꾼에 대한 이야기였다.

일반적인 산짐승과 달리, 고유 속성을 가진 사냥감들이 있다.

보통사람들에게 몬스터라고 불리는 기괴한 이형의 존재들.

마족, 마물, 신수, 고대 종 등등.

이것들에는 특별한 성질이 부여된다.

예를 들면. 화염의 속성을 가진 도마뱀이나, 뇌전의 속성을 가진 백마 같은 게 그것이다.

보통은 반대 속성으로 공격을 퍼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염속성을 가진 적에게는 빙결속성의 공격을. 이치로 따지면 맞다.

모든 전설, 모든 게임에서 이렇게 적을 물리친다.

물론 이게 정공법이다.

하지만 실제 데미지를 주는 방법이 이뿐일까?

정공법으로 가하는 공격은 평타에 해당한다. 즉, 데미지가 들어가는 이상 언젠가는 쓰러지게 되어 있다. 그 대신 시간이 오래 걸린단 뜻이다.

늑대머리 거인과 싸우는 상황이 그러했다.

빙결속성의 공격을 할 수 있다면, 꾸준히 데미지를 입힐 수 있지만. 그만큼 시간을 잡아먹는다. 저렇게 커다란 적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을 수 없었다.

일단 싸우는 사람이 단 둘 뿐이다.

그렇다고 급소를 노리는 공격이 통하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무지막지한 재생능력 때문이다.

목을 베려고 한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잘린 부분에서 새로운 목이 돋아나서, 라이칸스로프들을 토해냈다. 지금은 새로운 목도 사라지고 없다. 상처는 이미 아문지 오래.

하지만 사냥꾼은 급소를 공격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도 늑대머리 거인이 가진 속성과 동일한 공격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마물들이 그 속성을 가진 이유가 반드시 있네. 가장 약하니까 단련하게 된 거라고. 그러다보니 그 속성이 몸에 깃든 것이지. 그런데 같은 속성으로 큰 피해를 입히면 어찌 되겠나? 당황하겠지? 마물에 따라서는 전의를 잃고 도망쳐버리기도 한다더군.”

위즈가 노리려는 건 바로 이것이었다.

같은 속성으로 제압한다. 그로 인한 심리적인 빈틈을 노려 끝장낸다.

마침 위즈는 늑대머리 거인이 가진 속성 중 화염에 해당하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

‘화염돌격’과 시너지 스킬인 ‘코로나’.

나머지는 시커먼 어둠 같은 것인데, 처음 위즈는 그것이 단순히 어둠 속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둠속성에 해당하는 매스블라인드를 걸어보고 알았다.

분명 보스몹이나 마찬가지인 존재인데 매스블라인드가 걸린다. 적어도 어둠속성에 대한 저항력이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늑대머리 거인의 정식명칭이 ‘혼돈의 짐승’이다.

그렇다면 녀석이 휘두르는 채찍을 구성하는 칙칙한 보라색 기운. 이것은 어둠이 아니라 혼돈의 힘이 분명하다.

당연히 위즈는 이런 속성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코로나로 승부할 생각을 했다.

입으로 불을 뿜어내는 적을, 불로 제압한다?

얼마만큼 화염의 발자국을 중첩시켜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조언을 구할 전문가가 필요했다. 전투 경험도 많고, 마물에 대한 이해가 풍부한.

‘당장 어디에서 그런 사람을 구하지…….’

그때 위즈는 핏 스톤을 떠올렸다. 핏 스톤이야 말로 오랜 세월 살아와서 경험풍부하고, 그 자신이 마계에서 왔으니 마물에 대해서도 빠삭할 터였다. 심지어 마물을 잡아 나오는 마력의 덩어리를 먹기까지 하질 않는가.

하지만 위즈는 망설여졌다.

신성왕국에서는 절대 꺼내지 않기로 약속했었다.

소환수이지만, 그 근본은 마물.

무엇보다 핏 스톤은 300년 전, 잇페인의 조종을 받아 같은 편을 공격했던 전력이 있다. 그때 많이 성기사들이 많이 희생되었다.

그러니 괜히 모습을 드러내 분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금 위즈는 조언이 절실한 상황.

무엇보다 사악한 기운을 줄기줄기 뿌려대는 늑대머리거인이 있다. 분명 존재감은 저쪽이 한 수 위. 핏 스톤을 꺼내봐야 태양아래 반딧불일 것이다.

‘나중에 성직자들이 달려와도 늑대머리 거인이 불러낸 마물중의 하나였을 거라고 착각하게 만들면 그만이야.’

그렇게 생각한 위즈는 펫 인벤토리를 열어 핏 스톤을 꺼냈다.

물론 사냥꾼에게 부탁해서 그동안 시간을 벌어달라고 부탁했다.

밖으로 나온 핏 스톤은 즉시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정말이지 눈치 빠른 소환수다.

『벌써 신성왕국을 벗어났나?』

“아니.”

『그럼 어째서 날 불러낸 거냐?』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

땅속에 몸을 파묻자마자, 정보를 모았는지 핏 스톤은 차분하게 질문을 던져왔다.

『그런 것 같군. 마왕의 가호를 받고 날뛰는 애송이 때문인가?』

위즈는 늑대머리 거인을 가리켰다.

“저게 뭔지 알아?”

『알고말고. 저건 라이칸스로프다. 마왕의 힘이 담긴 마력의 결정을 몸에 품어 변이를 일으킨 것이지.』

“마왕? 그럼 역시 네크로맨서가?”

『그렇겠지. 아마 마왕을 흡족하게 한 모양이로군. 그래서 증표까지 받았고. 마왕의 가호는 그 증표로 인해 유지된다. 그걸 사용하면 당장은 마왕의 가호가 사라지는데, 용케도 그걸 쓸 생각을 했군.』

“원래는 안 쓰는 건가?”

『당장 배고프다고 알을 낳는 닭을 잡아먹은 셈이지.』

“이해했어. 그럼 역시 고위 네크로맨서겠지?”

『당연하다. 마왕의 가호까지 받은 네크로맨서라면 일류다. 그건 장담하지.』

“역시…….”

핏스톤의 말로 위즈는 더욱 확신했다. 네크로맨서의 정체는 빙글뱅글이라고.

『저 놈의 마기가 강하니 내 존재감이 묻히는군. 약속을 어기고 불러냈지만 문제는 없겠어. 현명한 선택이다. 확실히 그대 혼자서는 힘든 상대. 녀석을 상대할 방법을 알려주지. 녀석이 가진 혼돈의 기운과 화염이 한데 어우러져 있으니…….』

“내가 가진 코로나를 최대출력으로 끌어올려서 급소에 먹이라는 거지?”

『알고 있었나?』

“저기 있는 사냥꾼이 알려주었어.”

『마물사냥꾼 이야기는 흔하지.』

핏 스톤은 놀라거나 그러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대가 화염의 발자국을 그만큼 많이 밟아야 한다는 것인데. 100번 정도 밟을 수는 있나?』

“화염의 발자국은 금방 사라져. 그만큼 중첩시키기는 힘들 거야.”

『그렇다면 화염의 질을 높이는 수밖에 없겠군.』

“그게 무슨 뜻이지?”

『지금까지 위즈 그대가, 코로나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았다. 언제나 평범한 불을 사용하더군.』

“평범한 불?”

『화염병을 말하는 거다.』

“인위적으로 불을 일으킬 방법은 그것밖에 없잖아. 설마 고열의 화염을 이용하라는 건 아니겠지?”

『바로 그거다. 잘 알고 있군.』

“이봐. 현실적으로 그런 온도를 얻으려면 대장간에서 풀무라도 빌려와야 해. 그리고 그런 불속에 들어가고도 내가 무사할 것 같아?”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화염돌격에 붙은 저항력이 아깝군.』

핏스톤의 빈정거리는 말이 위즈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화염돌격을 사용하는 동안에는 무조건 화염저항이 100%다.

용암이나 쇳물을 밟는 게 아니라면, 불이 얼마나 뜨겁건 문제되지 않았다.

‘화염의 발자국을 밟으면 불길이 점점 약해진다. 그건 코로나를 쓰기위해 화염을 빨아들이는 것. 그렇다면 빨아들인 화염이 강하다면 코로나도 강해진다?’

『이제야 눈치 챈 모양이군.』

“하지만 그렇게 센 불길을 당장 어디서 구하지? 저 혼돈의 짐승이 내뿜는 화염을 이용하는 건 어때?”

『녀석의 화염은 반쪽짜리다. 그걸 사용해봐야 녀석에게 50%의 피해밖에 못 입히지. 그걸로 충분하겠나?』

“음…….”

그때 고랑이 파이면서 땅속의 무언가가 멀어져갔다. 위즈는 그게 핏 스톤이라고 생각했다.

“이봐, 어딜 가는 거야! 날 도와줘야지!”

『마침 좋은 물건이 있다! 넌 여기서 기다려라. 아니, 내가 있는 쪽으로 따라와라.』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어찌 되었건 뭔가 생각이 있는 것 같아 위즈는 핏스톤의 뒤를 따랐다.

그러고 보니 이 방향은 C그룹이 있는 방향이다.

위즈는 즉석에서 빌헬름텔과 루시엔을 이용한 연계공격을 계획했다.


◇◇◇◇◇◈◇◇◇◇◇◇◈◇◇◇◇◇◇◈◇◇◇◇◇


‘그래서 저 괴물을 석회암지대까지 끌고 온 건데, 핏 스톤은 어째서 나타나지 않지’

위즈는 초조해져서 땅을 흘겨보았다. 그때 핏스톤의 목소리가 울렸다.

『듣기만 해라. 연금술사가 만든 익스플로전 튜브라는 아이템이 있다. 화염병과는 비교도 안 되는 폭발을 일으키지. 이미 균열이 가 있는 석회암지대에서 폭발하면 반경 500미터의 지면이 붕괴해버릴 것이다.』

위즈는 침을 삼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땅 곳곳이 흉물스럽게 갈라져 있다. 이런 곳에서 늑대머리 거인 같은 덩치가 날뛰어대니, 땅이 울렁대며 무너지는 게 가속화되고 있었다.

『그런데 누가 촉매를 깨뜨려서 이제 50초 뒤에는 폭발할 것이다.』

“뭣!”

섀도 런으로 늑대머리 거인의 공격을 피하며 위즈가 눈을 부릅떴다.

『문제는 또 있다. 루시엔이란 여자와 빌헬름텔의 대화를 엿들었다. 익스플로전 튜브가 폭발하면, 신성왕국 남부에 대지진이 발생할 거라더군. 근처에 단층대가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빌어먹을!”

늑대머리 거인을 해치우는 것만으로는 안 되었다. 대지진까지 막아내야 했다.

『이제 방법은 하나다. 익스플로전 튜브가 폭발하는 순간, 화염의 발자국으로 흡수해버리는 거다. 그렇게 되면 폭발위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저 괴물 녀석에게 대항할 수단도 얻게 된다.』

“이해했다!”

위즈는 단숨에 늑대머리 거인 쪽으로 거리를 좁혔다. 라이칸스로프들이 떼로 덤벼들었지만, 위즈는 그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갔다. 루시엔에게 받은 버프뿐 아니라, 정령강화(바람)까지 걸린 위즈는 그야말로 한줄기 바람과 같이 움직였다.

거기에다 늑대머리 거인이 몸에 두른 칙칙한 보랏빛 기운이 주는 데미지조차도, 루시엔에게 받은 버프로 인해 기존의 50%만 입게 되었다. 나머지는 화염저항으로 이겨냈다.

『준비해라! 익스플로전 튜브를 보내겠다.』

갑자기 지면이 쪼개진 지면의 일부가 불쑥 솟아 올라왔다. 그 끝에는 한 개의 화살이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그 화살에는 시험관 하나가 동여매어져 있었다. 그것이 늑대머리 거인의 허리 높이까지 왔을 때, 시험관이 깨지며 진홍색 화염이 터져 나왔다.

정상적인 불꽃보다 강렬한 진홍색이 퍼져나가며 늑대머리 거인의 다리털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완전히 다 타진 않고 검게 그을린 상태를 유지했다. 늑대머리 거인에게도 화염저항이 있었다. 그 다리에 매달려 있던 위즈 역시 온전치는 못했다. 화염돌격 스킬을 발동해 화염저항 100%인 상태지만, 진홍색 화염이 닿는 순간 경고메시지가 떠올랐다.


<420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화염저항을 초과한 데미지가 들어왔습니다.>

<0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화염저항(100%)으로 이겨냅니다.>


‘무조건 막아내지 못할 만큼 강력하다 이거지?’

그렇지만 두려워할 틈은 없었다. 이미 위즈는 화염 한가운데로 뛰어든 상태.

숨이 턱 막히는 후끈한 열기가 전신을 조였다. 진홍빛 물결 때문에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었다. 하지만 위즈는 눈에 힘을 주고 화염의 발자국을 찾았다. 화염돌격을 쓴 채로 화염 속에 들어왔으니, 발자국이 나타나야 했다.

그리고 위즈의 눈에 무수히 많은 하얀 조각들이 생겨났다. 그것은 발자국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위즈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화염의 발자국임을 알아차렸다.

“흐압!”

위즈는 하얀 조각들을 밟았다. 발 디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었으니, 그것들을 밟느라 몸을 움직일수록 위즈의 몸은 추락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을 밟는 순간 강한 반탄력이 일어나 위즈의 몸이 밀려났다.

‘화염뿐만이 아니라 폭발력까지 이 속에 담겨 있다.’

아닌 게 아니라, 화염의 발자국을 밟은 발이 무거워졌다.

누군가 다리를 붙들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루시엔이 걸어준 버프는 각력강화다. 이를 악물고 움직이면 그럭저럭 움직일 수는 있었다.

짧은 시간동안 위즈는 잇달아 하얀 조각을 밟았다. 아니 밟았다기보다는, 밀려나는 궤적에 걸리는 빛의 조각들에 발을 가져다 댔다는 게 정확하다. 그것만으로도 화염의 발자국은 한도 끝도 없이 중첩되었다. 그럴수록 진홍빛 화염은 기세가 줄었다. 처음의 절반 정도의 크기로 줄어들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초.

콰앙!

감소된 위력의 폭발이 대지를 짓누르며, 약해진 지면을 붕괴시켰다. 그 바람에 늑대머리 거인의 몸도 허리까지 빠져버렸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늑대머리 거인은 채찍을 휘두르는 것조차 잊고 버둥거렸다. 가까이에 있던 라이칸스로프들 역시 바닥에 깔리고 말았다.

대지진의 전조는 보이지 않았다.

위즈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화염의 조각 30개를 밟았습니다.>

<화염돌격 스킬의 위력이 향상됩니다.>

<효과가 중첩됩니다.>

<특수효과. 멜팅+피어스(melting+pierce)가 붙습니다.>


처음 보는 효과가 붙었다. 분명 지금까지 사용한 코로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위력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발차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다리가 너무 묵직해서 움직이기 힘들다. 무엇보다 뜨거워 미칠 지경이다.

위즈는 이를 악물며 섀도 런을 사용했다. 다리를 움직이는 게 버거워서 그냥 서 있는 채로 이동했다. 그렇게 늑대머리 거인의 뒤통수까지 올라오자, 핏스톤이 스톤 스피어를 세워 늑대머리 거인의 정수리를 가리켰다.

『혼돈의 조각이 있는 곳이다!』

위즈는 늑대머리 거인의 갈기털을 붙잡고 낑낑대며 기어올랐다. 머리에 뭔가가 달라붙자 늑대머리 거인의 큼지막한 손이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본 핏 스톤이, 스톤 스피어를 늑대머리 거인의 얼굴에 대고 쏘았다.

늑대머리 거인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 한쪽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나머지 한쪽 손은 여전히 머리를 향하고 있다.

그때 쐐액 소리와 함께 빛의 화살이 늑대머리 거인의 어깨를 꿰뚫었다. 어깨가 통째로 터져나가며 위즈를 덮치던 손바닥이 힘없이 축 늘어져버렸다.

크아아아아아!

저 멀리서 빌헬름텔이 빛나는 활을 거둬들이고 있었다.

네이처스 아크로 사용한 ‘회귀본능’이다.

회귀본능은 목표의 체력이 1,000 미만이면 즉사시키고, 체력이 1,000을 넘기면 그 이상의 체력을 모조리 깎아버리는 스킬.

즉, 지금 늑대머리 거인의 체력은 1,000밖에 남아있지 않다.

이제 남은 체력 1,000은 위즈가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위즈는 털이 북슬북슬한 정수리에 발을 올렸다. 망설일 틈은 없다.

늑대머리 거인의 재생력은 가히 괴물 같은 수준.

네이처스 아크로 깎아낸 체력은 이미 차오르고 있다.

“더 이상 애먹이지 말고 꺼져버려!”

위즈의 발에 묶여 있던 묵직한 기운이 소리 없이 빠져나갔다.

순간 늑대머리 거인의 움직임이 멎으며 경련을 일으켰다. 그리고 늑대머리 거인의 상체가 힘없이 꺾였다. 위즈는 발을 치웠다. 딱 발바닥 크기만큼의 구멍이 뻥 뚫려 있다.

구멍에서 희끄무레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구멍 속에 언뜻언뜻 이글거리는 불길이 보인다.

“제법 깊어 보이네.”

신기한 마음에 구멍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혼돈의 짐승이 사망했습니다.>


“휴……이제 끝난 것인가?”

위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위즈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혼돈의 짐승이 다시 부활하기까지 1분 남았습니다.>


“엉?”

위즈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 난리를 피우며 죽여 놓았더니 다시 살아난단다.


작가의말

연참1일 째. [9,368자->10,784자]




2014.11.08 수정

[10,784 => 10,755]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또 다른 셸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4 121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2) +3 14.06.26 697 24 30쪽
123 120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1) +2 14.06.17 1,106 20 31쪽
122 119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0) +2 14.06.14 683 18 26쪽
121 118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9) +2 14.06.09 1,603 91 28쪽
120 117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8) +2 14.06.05 975 31 23쪽
119 116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7) +2 14.05.31 1,615 96 23쪽
118 115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6) +1 14.05.30 971 22 25쪽
117 114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5) +3 14.05.29 2,019 39 31쪽
116 113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4) +2 14.05.28 1,237 32 29쪽
115 112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3) +8 14.05.27 1,910 59 30쪽
114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2) +3 14.05.26 811 23 23쪽
113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1) +2 14.05.24 1,955 40 25쪽
112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0) +4 14.05.23 1,838 33 23쪽
111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9) +3 14.05.22 1,721 44 24쪽
110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8) +5 14.05.21 1,661 60 22쪽
109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7) +4 14.05.20 2,274 40 24쪽
108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6) +5 14.05.19 1,634 50 25쪽
107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5) +6 14.05.17 1,089 32 30쪽
106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4) +2 14.05.16 1,786 33 25쪽
105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3) +2 14.05.15 2,362 130 26쪽
104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2) +2 14.05.14 1,061 23 25쪽
103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1) +2 14.05.13 929 28 25쪽
102 99화...5.혼돈을 비추는 거울 (10) +2 14.05.12 1,548 34 29쪽
101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9) +3 14.05.07 1,750 106 19쪽
100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8) * +2 14.05.03 1,528 34 34쪽
99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7) +4 14.05.01 1,137 22 25쪽
98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6) +2 14.04.29 1,003 30 23쪽
97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 +2 14.04.25 1,529 29 27쪽
96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 +1 14.04.24 1,215 22 25쪽
95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 +2 14.04.21 1,136 34 2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