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참가자들 (2)
3-2
전화 폭탄을 받았던 어제 저녁부터, 그 다음날인 오늘 오전까지는 별다른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 조각 경쟁의 참가와 회사에 대한 조율을 하기 위해 오후 세 시까지 해성의 본사에 와달라는 부탁만 받았을 뿐이다.
그것과 별개로 점심에는 다른 플랫폼에 우리 영상강의를 송출하는 계약에 대한 미팅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오늘은 아침부터 도서관 다니는 고학생 복장이 아닌 약간 격식을 차린 복장을 하고 나왔었다.
점심 약속에는 내용 정리 및 계약 등의 법률 자문을 위해 비서인 세하씨도 같이 동행하기로 하였고, 정오가 되기 십분 쯤 전에 대표실 문을 열면서 나왔다.
“세하씨 슬슬 가죠.”
“네. 대표님.”
IPTV 송출과 관련하여 담당자와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해당 사 쪽에서 새로운 콘텐츠의 필요성 때문에 먼저 요청하여 이루어진 미팅이었다.
“저는 미팅 끝나고 인수 관련해서 처리해야 될 일이 있어서 가봐야 될 거 같아요. 이쪽 이야기는 세하씨도 서류 같이 받아주시고 끝나면 정리해서 저한테도 메일로 보내주시면 될 거 같아요.”
“그렇게 할게요.”
미팅은 생각보다 질질 끌리지는 않았고, 서류를 주고받기만 하고 처음 만난 경우라 계약 내용의 진전도 아직은 초기단계에 불과했다.
식사 겸 미팅이 끝난 다음 나는 해성 본사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고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로비에 도착해서 전화를 드려야 하나 고민을 하기도 전에, 핸드폰이 울리며 유권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선우군, 도착 하셨습니까?”
“아, 네. 1층에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직접 내려가서 같이 올라오도록 하죠.”
“아닙니다. 직원 통해서 말만 전해주셔도 되는데···.”
“바로 내려가도록 하죠.”
그는 듣는 내가 부담스럽게 말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1층에는 카페도 있고 여러 가지 시설들도 있어서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기 때문에 로비 근처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유권씨가 나를 발견하고는 걸어왔다.
“반갑습니다. 선우군 회장님도 외부 일정을 마치고 5분 안으로 도착한다고 하시니, 같이 올라가면 될 것 같군요.”
“이미 제가 참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 같던데요.”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아무래도, 마도사들끼리는 정보 공유가 빠르기는 하죠. 거기에 상호 경쟁까지 해야 하는 이런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는 더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렇군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앞으로 시작하기 전까지는 이런 분위기가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
그는 핸드폰을 살펴보더니 정문으로 차량이 도착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말했다.
“회장님께서 들어오고 계시는군요. 같이 가도록 하죠.”
입구 쪽으로 향하자, 회장이 차량에서 내려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유권씨와 나는 목례를 하고, 회장이 바로 말을 걸었다.
“어, 선우군도 도착했군. 유전무 수아도 도착했나?”
“따님께서도 이미 30분 전에 도착하셨습니다.”
“그러면 바로 올라가서 이야기 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원목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호화로운 회장실이었지만, 눈에 띄는 것은 곳곳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기운들이었다.
자리에 앉아 내가 주변을 살펴보는 것을 바라본 회장이 물었다.
“역시 천생 마도사군, 방 안에 느껴지는 마력 때문에 그렇겠지?”
“네. 방 만이 아니라, 이 층 전체에서 사람을 압박시킬 만큼 강한 마력이 감지됩니다.”
“이 회사야 말로, 우리 집 만큼이나 내 홈구장 아닌가. 그래서 이것저것 대(對) 마도사용 진을 설치해놓고 했더니, 마력이 강하게 느껴지긴 하겠지. 일반 사람들은 내 기운에 압도당한다고 생각 할 거고 말이야.”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옆의 문이 열리면서 수아씨가 피곤한지 눈을 살짝 비비면서 나왔다.
“안녕··· 하세요.”
졸린지 살짝 말을 흐리며 인사를 했다.
“네, 안녕하세요.”
나에게만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회장이 섭섭한지 말했다.
“너는 애비보다 또래 남자한테 먼저 인사를 하냐.”
“아버지야, 아침에도 인사드렸잖아요. 삼촌은 아까 도착해서 인사드렸고요.”
회장은 한숨을 쉬며 답했다.
“이래서 딸자식 키워봐야 소용이 없다는 말이 느껴진다니까.”
그러면서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직원들과 이야기 해본다는 것은 잘 된 것 같군 그래.”
“네, 다들 좋게 이해 해 준 것 같습니다.”
“자세한 계약 사항은 변호사를 입회시켜 같이 설명하는 편이 좋지 않겠나.”
나는 더 확실한 약속을 바랬다.
“먼저, 저와 회장님의 계약에 대해서 회장님 가문의 마력인장을 부탁드립니다. 그 후에 회사와 회사의 이야기를 진행하는 순서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마도사대 마도사의 계약으로 먼저 확인을 받고, 그 후에 진행하는 것이 순서상의 절차로는 옳다고 생각하고 말을 꺼냈다.
회장의 표정이 살짝 묘해졌고, 유권씨의 표정은 그것보다 더 일그러져 있었지만, 회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선우군은 나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 같군.”
“회장님께서 언짢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이번 경쟁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여 마도사의 홀 조각을 얻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조각이 개인인 제가 아니라 가문인 회장님의 쪽에게 더 넘어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니. 저로서도 확실한 답 하나는 받아두어야 좋지 않겠습니까.”
회장의 말 톤이 한 톤 정도 낮아지면서 나에게 물었다.
“자네는 그러면 홀이 필요 없다는 말인가?”
“아닙니다. 저도 마도사이기 때문에 홀에 관심이 없다는 말은 거짓이겠지만. 저는 개인일 뿐이고, 회장님은 가문이지 않습니까. 공정하지 않은 경쟁이 되겠죠.”
회장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현실의 돈으로 그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것인가?”
“회장님이 적어주실 금액, 당연히 적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돈이 없더라도 제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지장이 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자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을 해보게.”
“만약 경쟁에서 승리하여 홀 조각을 습득하게 된다면, 그 권리에 대한 33%의 보장. 그리고 경쟁기간 동안 제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인 ELM에 대한 보호 및 운영 전반에 대한 지원입니다.”
“왜 33%인가, 경쟁은 수아와 자네만이 참여하게 될 텐데.”
“수아씨의 몫과 제 몫 그리고 그 외의 지원을 해줄 회장님의 가문에 대한 몫을 삼등분 보았을 때, 제가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아무리 높아보아야 33퍼센트 아니겠습니까.”
회장은 아무렇지 않게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렇게 할 필요 없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책상 서랍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어 가져오면서 말했다.
“조각에 대한 권리는 5대 5, 선우군이 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동안 자네 회사에 대한 운영 전반 및 임금에 대한 모든 부분을 내가 그리고 해성이 맡아서 처리해주지. 이게 더 좋지 않겠나?”
상상 이상의 조건을 내밀은 회장의 발언에 잠시 쇼크를 받아 멍해지고 있던 도중, 다시 한 마디를 더 내뱉었다.
“그리고 계약금으로 10억 조각 하나당 30억씩 보너스도 지급하지.”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기도 전에 회장은 종이 위에 자신이 말한 내용을 적기 시작했다.
모든 내용을 적고서 마지막으로 손바닥을 종이 위에 올려놓고서 마력을 불어넣자, 종이 위로 은은한 은빛의 손바닥 모양이 찍혀 있었다.
“내 준비는 다 된 것 같군. 자네가 원한 마력 인장이네. 가주가 직접 찍은 마력 인장이니 우리 유가의 모든 것을 대표하는 것과 같다네.”
회장이 계약서를 읽어보라며 건네주었고, 그의 발언이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적혀있었다.
“왜 그런가, 선우군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면 종이 다 찢어지겠네.”
나는 주머니에서 팬을 꺼내어 이름을 적고 그 위에 손바닥을 올려 마력을 불어넣었다.
잠시 후 내 손바닥 모양의 마력 인장이 종이 위를 은은히 덮고 있었고, 일어서서 회장에게 계약서를 건네자, 그는 종이를 다시 서랍에 넣고는 나에게 물었다.
“선우군, 갑자기 상황이 이렇게 급진전되는지 궁금하지 않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궁금합니다.”
“난 선우군과 우리 수아가 꽤 승산 있는 패라고 보고 싶다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선우군 자신도 자기가 꽤 뛰어난 마도사라는 사실을 인지시켜주고 싶었고 말이야. 이제 좀 해볼 마음이 생기나?”
나는 앞에 있던 차를 한 모금 마신 다음 말했다.
“해봐야죠. 어떻게든”
- 작가의말
주인공은 뭔가 동기가 부여되는데
왜 글 쓰는 저는 동기부여가 안되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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