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이야기
여는 이야기
다섯 명 정도 남은 사람들이 면접 순서를 기다리며 핸드폰을 보거나 허공을 응시하면서 긴장을 풀고 있었다.
나도 그런 사람들 틈에서 창문 밖의 하늘을 보며 멍하니 있던 도중, 의자 옆에 있는 문이 열리면서 정장 스커트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나왔고, 몇 분 전 들어갔던 응시자가 걸어 나왔다.
“31번 응시자 방 안으로 들어오세요.”
여성이 말하자,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면접관을 볼 수 없는, 매직미러로 되어 있었고 방의 가운데에는 의자가 놓여 있었다.
“앉으시면 됩니다.”
여직원이 문을 닫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의자에 앉으면서 여직원을 바라보고 인사를 해야 하는지 수신호를 보내자 그녀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듯 편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거울 너머의 상대방은 아무런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여직원은 인이어로 지시를 받고 있는 것 같아보였다.
그렇게 1분 이상의 긴 침묵이 흐르고 내 뒤에 서 있는 여직원의 숨소리 외에는 들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그런 이상한 면접이었다.
‘아무리 요즘 새로운 것이 속출하는, 불지옥반도의 심층압박면접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컨셉까지 잡아가면서 신입사원을 받나?’라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꾹 참으며 무언가 지시사항이 들릴 때 까지, 가만히 앉아 있었다.
대략 10분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 여직원이 내 어깨를 살짝 치면서 말했다.
“면접 끝났습니다. 결과는 불합격입니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거울 반대편의 면접관들에게 인사를 하고 여직원이 문을 열어주자 밖으로 나왔다.
뭐 이런 이상한 면접이 있지 하고 혼자 툴툴거리며 복도를 걷던 도중, 갑자기 등 뒤에서 문이 열리며 구두 굽이 급하게 또각또각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선우씨, 박선우씨.”
여직원의 숨찬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고개를 돌아 가뿐 숨을 내쉬는 직원을 쳐다보며 물었다.
“네?”
“합격입니다. 합격이에요.”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아뇨, 그냥 불합격 할게요.”
내 말을 들은 그녀는 순간 표정이 일그러져 가며 다시 물었다.
“합격 하셨다고요. 합격.”
나는 그녀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보여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저는 불합격 한다고요.”
어이없어 하는 표정의 직원을 뒤로 하고 걸어 나왔다.
- 작가의말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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